어느 스포츠나, 특히 구기 종목에서는 선수들의 최절정 전성기는 20대 중-후반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럼 2004년 현재 세계축구계에서 그에 해당하는 세대는 바로 76년~77년생 쯤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독일의 칸(69년생)처럼 30대 중반의 선수들도 있고, 프랑스의 지단(72년생)이나 체코의 네드베드(72년생)처럼 30대 초반의 선수들도 있지만, 지금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는 세대를 선수들의 출생연도별로 분리해서 말해보자면, 본인은 76년생과 77년생들을 꼽고 싶다.
유로 2000이 한창일 때만해도 황금세대는 72년생-73년생을 꼽을 만 했다. 99년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히바우도, 2000년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지단, 2001년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피구가 모두 72년생이고, 그 외에 네드베드, 튀랑, 루이 코스타, 스탐 등 쟁쟁한 스타들이 대거 72년생이었다.
그리고 73년생에는 브라질의 카를로스를 비롯해 네덜란드의 다비즈, 프랑스 피레, 웨일즈의 긱스, 노르웨이의 숄셰르, 독일의 하만, 체코의 스미체르, 이탈리아의 비에리, 인자기, 칸나바로 등이 포진했었다. 물론, 72~73년생들은 지금도 최정상의 선수들이다.
그러나 유로 2004를 앞둔 현 시점은 당연 76~77년생 세대들이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고 최절정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는 76년생 스트라이커 3인방과 77년생 스트라이커 3인방을 비교 분석해보는 시간을 한번 가져보자.
우선, 유럽의 3대리그라 불리우는 이탈리아 세리에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대표 스트라이커들을 추려보면 몇손에 꼽히는 인물들은 모두 76~77년생들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대표적인 76년생 스트라이커는 세브첸코(AC밀란)이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76년생 스트라이커는 반 니스텔루이(맨유)일 것이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대표적인 76년생 스트라이커는 호나우도(레알마드리드)일 것이다.
한편, 77년생 스트라이커들을 추려보면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라울(레알마드리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앙리(아스날), 세리에A에서는 트레제게(유벤투스)일 것이다. 꼭 76년생이나 77년생이 아니라, 이 3대 리그의 대표적인 스트라이커들을 뽑아도 이 6명의 선수들이 무리 없이 꼽힐 것이다.
각 리그를 대표하면서 자신들의 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은 6명 모두 그 리그의 득점왕 출신이다. 세브첸코는 1999~00시즌 세리에A 득점왕, 반 니스텔루이는 2002~03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호나우도는 1996~97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출신이다. 그리고 77년생들은 라울이 1998~99시즌-2000~01시즌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앙리가 2001~0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트레제게가 2001~02시즌 세리에A 득점왕 출신이다.
그렇기에 더욱 이들은 그들의 리그에서 대표적인 스트라이커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나 올 시즌에는 이들 세대들이 각 리그에서 득점왕 경쟁에서 선두를 치열하게 다투는 사이들이다.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이 말이 다소 안 어울릴지도 모른다. 호나우도(18골)의 독주 속에 같은 팀의 동료인 라울이 미들진 쪽으로 많이 처짐으로써 득점을 호나우도에게 위임함으로써 라울은 현재 9골에 그쳐 있다. 그러나 라울은 팀플레이, 어시스트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호나우도의 일방적인 우세로 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세리에A에서는 세브첸코가 17골로 독주 중인 가운데, 트레제게가 뒤늦게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어 12골로 공동2위에 올라 세브첸코를 추격중이다. 한편, 또다른 76년생인 토티도 12골을 기록중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76년생 니스텔루이와 77년생 앙리가 3시즌째 피터지는 득점 전쟁을 펼치고 있다. 첫 시즌은 24골의 앙리가 23골의 니스텔루이를 1골차이로 물리쳤고, 2번째 시즌에서는 25골의 니스텔루이가 24골의 앙리를 1골차이로 누르고 득점왕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 시즌. 현재 앙리가 19골, 니스텔루이가 18골로 또다시 1골 차이를 기록하고 있다. 앙리와 니스텔루이의 경쟁은 아스날 대 맨유, 프랑스 대 네덜란드의 대결을 뛰어넘어 76년생 대 77년생의 표본으로 볼 만 하다. 아마 이처럼 두 선수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적은 축구사를 통틀어서라도 찾아 보기 힘들 듯하다.
그리고 이들의 독특한 특징은 76년생들은 모두 전통 센터포워드이고, 덩치에서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비해 77년생들은 다소 호리호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호나우도-세브첸코-반니스텔루이는 2톱이든, 3톱이든 그들은 센터포워드 또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위치한다.
그러나 77년생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트레제게는 76년생 3인방과 같이 센터포워드로 봐야겠지만, 앙리는 측면 공격수 출신답게 여전히 측면 공격이 가능한 빠른 발을 자랑하다. 라울은 이제 소리없이 강하다라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호나우도 밑에서 처진 스트라이커 또는 지단-피구와 함께 미들진으로서의 능력을 100%발휘하고 있다.
76년생들끼리 비교해 보면 세브첸코는 AC밀란의 레전드가, 반 니스텔루이는 맨유의 레전드가 되어가는 느낌이지만, 호나우도는 브라질이 먼저 생각날 만큼 그렇게 어느 클럽의 레전드는 아닌 듯하다. 똑같이 77년생에서도 이런 특징이 나타난다. 앙리는 아스날의 레전드가, 라울은 레알 마드리드 레전드가 되어가는 느낌이지만, 트레제게는 그렇치 않은 듯하다. 물론, 유벤투스와의 관계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유벤투스 레전드라고 말하기에는 먼 듯도 하다.
하여간 이들은 지금 세계 축구계의 최정상에 서있는 스트라이커들임에 틀림없다. 빅 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그들은 현재도 득점 상위권에서 그들의 캐리어를 쌓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절정 시기의 스트라이커를 뽑으라면 역시 76년생의 안정환이다. 우리나라 국가대표급 선수 중에서는 76~77년생 세대는 안정환과 77년생의 이영표와 김남일이 있다. 역시 모두들 최정상의 실력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선수들이다.
오늘은 스트라이커들에 대해 알아봤지만 이제 2탄에서는 76년생 : 77년생 스타 플레이어들이 누가 있는지, 과연 베스트 11을 구성하면 각각 어떻게 되는지 한번 상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