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모를 치르느라 야구를 못 봤는데 공교롭게 이용규 사구 장면은 봤습니다. 맞는 부위와 그 이후 표정이 심상찮다 느꼈고 과거 김태완이나 올 시즌 김경언, 그리고 (KIA전은 아니었으나 얼마 전 종아리를 맞은) 고동진 생각이 났습니다. 우선 다른 얘기는 다 제쳐두고, 이용규의 부상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가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만 보아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분할 것인지 이해가 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새 외국인 소식도 있고, 지금은 잘 버텨야 하는 시기인데 또 전력 누수가 생기면 팀으로서도 너무 아쉬우니까요.
저는 어제 박정수의 사구가 아니라 좀 큰 틀에서 사구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일단, '고의일까 아닐까'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이런 경우 늘 의심 할 만한 정황은 있으나 증거는 없습니다. 특성상 증거라는 것이 존재할 수가 없죠. 누군가 지시했다고 한들 문서나 녹취가 남아있을 리 없고, '맞춰야겠다, 혹은 맞춰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한들 그것이 누군가에게 의해 명확히 증명되기는 어려우니까요. 탈보트가 이범호를 거를 때 사구가 나왔는데, 저는 혹시 "어차피 거르라는 사인이 나왔고 그냥 '한방'에 해결한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앞뒤 상황을 고려한 제 의견일 뿐, 단정할 수는 없겠죠.
우선, 올 시즌 HBP 기록을 찾아 보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사구가 나왔는지는 일일이 찾아볼 수 없지만 일단 대략적인 모습이라도 판단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사구가 언제, 왜 나오는지, 그렇다면 그것을 줄일 방법은 없는지를 생각해보고 싶어서입니다.
비룡 43개
삼성 45개
넥센 48개
두산 48개
케티 50개
롯데 53개
한화 60개
기아 67개
엘지 76개
엔씨 81개
KIA의 숫자가 높기는 한데 다른 팀에 비해 독보적으로 많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LG와 NC케이스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오히려 우리나 KIA나 비슷한 부분도 있죠.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저렇게 차이가 날까하는 궁금증 말입니다. SK와 삼성의 사구가 가장 적은 것을 보면 "투수력 좋은 팀은 데드볼이 적다"는 가설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투수력 최약체인 KT도 사구가 적고, 비교적 안정된 NC는 오히려 사구가 많으니 그런 가설도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몸에 맞는 볼은 어떤 패턴으로 나오는 것일까요. 정답은 모르지만 한번 다른 가설을 세워 보았습니다.
다른팀의 경우는 제가 잘 모르므로 한화를 기준으로 한번 봤습니다. 어제 사구를 기록한 탈보트는 올해 106이닝을 던졌는데 딱 5번만 몸에 맞추었습니다. 반면, 우리 팀에서 사구가 가장 많은 선수는 배영수인데 67이닝을 던져서 10개를 기록했죠. 배영수는 볼질을 하고 탈보트는 제구가 훌륭해서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올 시즌 탈보트는 1이닝당 0.51개의 볼넷을 기록하는 투수고, 배영수는 1이닝당 0.37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투수거든요. 그런데 데드볼은 배영수가 더 많습니다. 제구가 나쁘지는 않은데 사구가 많다. 이상하죠. 저는 이 차이가 혹시 [탈보트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중심으로 싸우고, 배영수는 몸쪽 속구를 중심으로 싸우는 투수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하는 가설도 세워봅니다. 배영수와 더불어 우리팀에서 사구가 가장 많은 선수는 바로 안영명입니다. 안타와 홈런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몸쪽을 찌르는 바로 그 안영명 말입니다.
올해 KBO 전체 사구 1위는 해커입니다. 1이닝당 0.24개의 볼넷만 허용하며 훌륭한 제구력을 뽐낸 NC 해커가 사구는 17개로 가장 많습니다. 저는 해커가 [저 타자를 맞춰 전력을 악화시켜야겠다]는 의도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몸쪽으로 바짝 붙여 밸런스를 흩어놓은 다음 바깥쪽으로 승부하자]라는 생각은 분명히 하겠지요. 그러다가 몸에 맞으면 1루를 허용하겠지만, 그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확률상 몸쪽 승부가 타자를 이겨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사구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구를 감수하고라도 몸쪽 승부를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올 시즌 사구 2위는 SK 박종훈인데, 이 선수는 좀 다른 케이스입니다. 69이닝에서 32개 (이닝당 0.46개)라는 많은 볼넷을 허용하면서 사구도 13개가 나왔거든요. 이런 투수는 그냥 [볼질]하는 케이스겠지요. 공동 3위는 루카스와 임정우입니다. 이닝당 BB 0.64개인 루카스는 [볼질]이 의심되며 임정우는 볼넷에 비해 사구가 많네요. 임정우의 투구 패턴이 어떤 위주인지 잘 모르겠어서 판단은 유보, 다만 5위 한현희와 6위 클로이드가 각각 0.34 0.21로 볼넷비율이 낮은데 사구는 많습니다. 역시 몸쪽 승부가 많은 선수들이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구는 투수가 몸쪽을 겨냥할 때 자주 나옵니다. 이것이 '옛다 맞아라' 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최소한 '맞더라도 어쩔 수는 없다'라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사구가 꼭 타자에게만 나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투수가 베이스를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만 생각하면 데드볼은 어쩌면 확률상 투수에게 손해일 수도 있습니다.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몸쪽 승부를 과감하게 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패턴을 가져갈 거이냐는 투수의 몫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쪽으로 꽉 붙이는 배영수나 안영명을 우리는 '승부근성이 훌륭하고 쫄지 않는다'며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많은 투수들이 앞으로도 계속 (사구를 감수하고라도) 몸쪽으로 속구를 던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말입니다. 야구가 존재하는 한 계속 말이죠. 왜냐하면 확률상, 몸쪽으로 바짝 붙이면 투수에게 더 많이 유리하거든요. 데드볼이 가끔 나오더라도 전체적인 확률상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하게 고려할 게 있습니다. 그저 [출루]만 이뤄지는 게 아니고 때로는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어제처럼 말이죠. 저는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구 헤드샷은 퇴장, 경고 누적시 퇴장이라는 규정이 있으나 이왕이면 그것을 좀 더 강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순간의 아픔을 참고 1루에 나간다면 그런 것은 타자 입장에서도 감수할 수 있습니다. 출루에 성공해 누상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고 팀도 득점기회를 노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픔을 넘어 부상으로 이어지면 그건 문제죠.
어떤 종목이든, 시합을 하다 보면 다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그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봉 2억이 넘는 선수가 2군으로 내려가면 그 날짜대로 연봉을 깎습니다. 어제의 사구가 만일 부상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팀 전력도 잃고 이용규는 월급도 줄어드는 것입니다. 사람이 몸을 가지고 하는 운동인데, 이런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수가 사구를 왜 던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파울을 허용하다 밸런스가 무너졌는지, 그냥 내보내려고 했는지, 아니면 그냥 볼질인지, 그것도 아니면 비신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말입니다. 다만, 이런 상황을 제도적으로 좀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참 어려운 문제인것 같네요.. 만약 데드볼에 대한 규제가 더욱 깐깐해지고 까다로워진다면 투수들이 과연 제대로 승부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안그래도 존이 좁고 타고투저인 KBO에서 만약 규정을 더 강화시킨다면 투수가 설 수 있는 자리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투수가 타자를 맟출 의도가 있다면 90프로는 성공을 할수 있다는 것입니다
야구 하는 지인이 있다면 문의해 보새요
투구 실력과는 무관한 미묘한 것입니다
2군 내려가면 연봉이 깍이는건 처음 알았네요.
돈도 중요하지만 부상으로 인한 너무 많은것을
잃게 되네요. 진짜 안타깝네요.
고의가 아니여도 책임은 져야합니다.
실수로 교통사고를 내도 피해자의 피해정도에 따라 가해자의 책임이 따르죠. 세상 모든일이 그렇지 않나요!
공감합니다. 데드볼도 경고 및 경고누적시 퇴장을 주던가 벌금을 주던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1년내 노력한게 부상으로 이탈한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사구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고 스트존을 넓혀주면 투수입장에서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어제는 너무 화가나서, 1번선발님의 숨골라주는 이성적인 글이 절실했어요ㅠㅠ
동업자 정신 꽤나 많이 듣는 말인데, 선수들은 각 개개인을 하나의 기업자체로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다른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겠죠.
몸맞는 볼을 던진 투수의 의도가 무엇이던, 논란이 분명하거나(판단은 어렵겠지만) 혹은 심각한 부상이 이어지는 경우를 제재할만한 뭔가가 정말 필요한것 같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