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iXXAxdvlyAo 천재 시인 / 기형도 시 모음 5/ 시낭송
https://youtu.be/qSGs7Sk6ch0 기형도 시인 - 엄마 생각, 우리동네 목사님
엄마생각 / 기형도
열무 삽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자국 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러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시절, 내 유년의 윗목
우리 동네 목사님 / 기형도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들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일 전에 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 아이를 잃었다.
장마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뒷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어두운 천막교회 천정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
한참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https://youtu.be/AuAn6uRx_fQ 기형도가 사랑한 여자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에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금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2021년 3월 29일
(주)문학과지성사
재판 66쇄 발행,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서
기형도, 1960~1989.3.7.
경기도 연평도 출생
https://youtu.be/6LxA9oZaYEI EBS 기획특강 - 기형도의 시 세계에 담긴 미감(taste) -문학평론가 조강석_#001
https://youtu.be/VEm6msbH7tc EBS 기획특강 - 기형도의 시 세계에 담긴 미감(taste) -문학평론가 조강석_#002
첫댓글 늘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