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자야, 난 여자야란 느낌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성 정체성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가 아니면 문화적으로 교육되면서 구성되는가?"
대학시절..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들 덕분에..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에게 가해지는 억압의 경험들을 접하고,, 정의감에 사로잡힌 나..
젠더 (gender; 사회적인 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시몬 드 보부아르 가 <제2의 성>에서 설파한,
"여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란 주장이 진리라 믿게되었다..
이러한 얼치기? 페미니스트 동조자인 나의 입장에서,,
오늘 읽은 책, <타고난 성,만들어진 성>의 독서는 경악과 충격 자체라 할 수 있다..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보부아르가 주장한 것과 정확히 대척점에 놓여진 한 인간에 대한 기록이
기 때문이다. 길러진 성 정체성을 거부하고 타고난 것을 찾아서 방황한
고독한 영혼!!
이 책은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길러졌다가, 다시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
데이비드 라이머라는 사람의 특이한 인생에 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삶을 통해,, 단순히 인간의 성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선천적인 생물
학적 요인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던지고 있는 책이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이 반여성주의적인 남녀유별론
을 일방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남녀간의 차이
가 유전자로 구별되니 이제 너희 여자들은 침실과 부엌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은 이 책의 논지와 거리가 멀다.
우선..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길러졌다가, 다시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
데이비드 라이머라는 사람의 특이한 인생의 궤적을 살펴보기로 하자.
그는 1965년 일란성 쌍둥이 중 한명으로 태어났고, 당시 그의 이름은 브
루스 였고, 동생은 브라이언 이었다.
1966년 브루스는 포경수술 중 사고를 당해 페니스에 화상을 입어 성기가 결국 완전히 사라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황한 부르스의 부모는 존스 홉킨스 대학의 머니박사의 성 정체성論,즉
남성도 여성도 아닌 불완전한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경우..
성기절제수술과 호르몬 치료를 통해 아이에게 적합한 성을 부여하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고, 이를통해 선천적인 성과 후천적인 성이 달라
질 수도 있다는 주장을 우연히 접하고 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결국 브루스의 부모는 머니 박사의 조언하에 1967년 브루스가 존스 홉킨
스 병원에서 페니스 절제수술을 받게 했다..
이제 남자 "브루스"는 여자 "브렌다"가 되었고, 그 혹은 그녀?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데이비드의 회고에 따르면,, 여자 "브렌다"였던 그의 어린 시절은 번민
과 고통, 왕따 그리고 자살충동으로 점철되었고,, 자신의 진정한 성 정체
성을 찾아가는 곤욕스러운 오딧세이아!! 였다는 것이다.
그의 동생 브라이언도 "저는 브렌다를 누나라 생각했지만, 사실 브렌다
는 여자다운 구석이 전혀 없었다"고 기억했다.
흥미로운 증언은 브렌다의 유치원시절 교사의 회고인데..
"하루는 브렌다하고 같은 반 이었던 여자아이가 오더니,, '선생님. 브렌
다는 왜 서서 쉬를 해요?' 하고 묻는 거예요.." 크크... ^^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브렌다의 여행은 이후 계속되었고,, 본격적인 반
항으로 표출되었다. 특히 제2차 성징이 나타나는 11세 무렵이 되면서,,
어깨가 넓어지고, 목과 팔이 굵어지고, 목소리가 변성되는 등 생리적 변
화가 시작되었고,, 따라서 '자신이 여자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혹은
그녀의 의혹은 증폭되었다. 결국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처방을 받았지
만,, 가슴이 커지고, 엉덩이에 살이 붙는다는 상상만으로 브렌다는 끔찍
함을 느꼈고, 여성화되어가는 몸매를 감추기 위해 폭식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브렌다의 내면적 고통 중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파탄지경
에 이르렀다. 브라이언은 비행청소년이 되어갔고, 어머니 재닛은 우울증
과 자살기도를 했고, 아버지 론의 음주벽이 심해지고, 결혼이 파경에 이
를 뻔하기도 했다.
결국, 1980년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유년기의 진실을 듣게된 브렌다는 태
어나서 처음 맞게되는 자유로운 안도감을 맛보게 되고, 여자 브렌다
는 "다시 남자로 돌아갈래요!!"라고 결심,1981년 페니스 재건수술을 받고,,
여자 "브렌다"에서, 남자 "데이비드"로 다시 태어나, 자신의 진정한 성
정체성인 남성성을 되찾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데이비드가 자신의 진정한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고통의 오딧세이아가
우리에게 시시하는 바는 무엇인가?
바로 존스 홉킨스 대학의 존 머니 박사의 의학적 오만에 대한 경종에
다름 아니다..
머니 박사는 본래 양성자 전문가로, 성구분 없이 양성으로 태어난 어린이
는 교육에따라 남성이 될 수도 여성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 자로,,
그의 이론을 더욱 확대해.. 정상적인 생식기를 달고 태어난 어린이들도
신생아 시기에는 성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아이가 어떻
게 태어났던 간에 아들을 딸로, 딸을 아들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었다.
머니 박사는 1972년 브렌다 일란성 쌍둥이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
다. 즉 쌍둥이는 기호,성격,행동 면에서 극단적인 대조를 보였다는 자신
의 관찰결과를 보고했고, 결국 '여자가 된 브렌다'는 남자와 여자는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진다는 이론의 결정적 증거로 급부상했다.
특히, 여성운동계가 열광했다. 가령 케이트 밀레트는 1970년에 발표한
여성운동의 고전이 된 <성의 정치학>에서 머니 박사의 논문을 인용하면
서, 남녀의 차이는 생물학적 필요성이 아니라 사회의 편견에서 발생했다
는 주장을 편바 있다. 즉 쌍둥이 사례는 그녀의 주장에 결정적 이었던
것이다..
이같은 열광적 분위기에서,, 신생아 성전환 수술은 시대의 유행이 되었
고,, 매년 제2, 제3의 브렌다들이 늘어만 갔을 뿐이다.. 그들도 이후
브렌다와 같은 성 정체성 위기를 겪게될 것이었다..
분명히 머니 박사는 브렌다와 정기적인 면담을 통해,,
그 혹은 그녀가 성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는 명백한 징후들을 알았는데
도 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여자 브렌다가 남성 데이비드가 되는 1980년까지 ..
브렌다가 정상적인 여성으로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둥..
쌍둥이 사례가 여전히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허위보고를 했으며,,
그의 성전환수술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거짓말로 일관했다..
머니 박사의 거짓말은 1997년 한 연구자의 폭로논문으로 백일하에 드러났고..
그해 <뉴욕타임즈>는 "성 정체성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
다."라는 1면 머릿기사를 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끼고 깨달은 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선,,
양성자이는 아니든 신생아 성전환수술이 매우 위험한 의학적 관행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떤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미국의학계의 자장하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로운 입장
이 아닐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알아봐야 겠다..
그것이 매우 위험한 이유는 브렌다 사례가 그만의 문제가 아니였다는 점
에서 더욱 그러하다.. 머니 박사식의 성 정체성 치료의 피해사례가 지금
도 계속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성 정체성 결정의 문제에서..
그것이 선천적이냐 후천적으로 결정되는가라는 거대 담론보다 중요한 것은..
책의 주장처럼..
당사자 본의의 강요받지 않는 책임있고 자유로운 선택이란 생각이다.
가령, 젠더 gender 의 문제에서..
영화 <빌리 엘리엇>의 빌리나 거린더 차다 감독의 <슈팅 라이크 베컴>의
여주인공의 성 역할 고민 뿐만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 데이비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젠더에 대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강조되는 사회분위기가 아닐까
란 생각이다.
그리고,,
신체적으로 정상적이고 완벽한 인간상에 대한 집착이 가진 광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다.
만약,, 양성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다면,, 머니 박사식의 치료가 필요할까?
가령 어떤 한 여성이 유방암으로 여성성의 신체적 상징인 가슴절제 수술
을 받았다면, 또 다른 여성이 자궁암으로 자궁을 드러냈다면,완벽한 인간
으로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시켜야 할까?
단지 정상인과 신체일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비정상인을 멸시하고 천대하
는 이런 편견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신체장애인을 정상인 신체로 만드는 의학보다 중요한 것은 비정상인을 바
라보는 정상인의 시선의 교정이 아닐까??
과연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은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마지막으로,,
바야흐로 21세기 페미니즘은 좀더 열린 담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생물학과 페미니즘은 상호적대적이란 인상을 받게된다.
생물학- 페미니스트가 드문것은 바로 이때문이지 않을까??
특히,
머니 박사가 힌트를 주고, 케이트 밀레트가 정초한 성 정체성,젠더개념
은..생물학적 연구성과까지 포괄하는 보다 역동적인 것이 되어야하지 않
을까? 생득적인 젠더? 형용모순인가??
카페 게시글
인문사회과학 게시판
존 콜라핀토의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 - 여자로 길러진 남자 이야기>를 읽고...; "남자와 여자는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다?"
강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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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1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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