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표정을 만듭니다. 물론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의 마음 상태에 따라 우리의 말과 행동이 달리 나타납니다. 선한 마음은 선한 표정과 말로 나타납니다. 악한 마음을 품었다면 좋은 말이 나올 리도 없고 선한 행동이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표정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입니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을 말 그대로 연기해야 합니다. 마치 그 사람처럼 말이지요. 배역을 잘 연기해야 훌륭한 배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맡은 사람의 감정까지 그대로 가지고 표현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 말과 행동도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 선한 모습을 지닌 배우도 때로는 악역을 맡아 표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표정을 만들기 위해 그 마음까지 담아야 합니다. 대단히 어렵지만 배우가 감당해야 하는 짐입니다. 결국 촬영을 끝내고 그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아니 평생을 그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배우도 있다고 합니다. 직업으로 인한 불행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혹시 그 후유증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마도 빠른 시간 내에 그와 상반된 배역을 찾아 맡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그리 쉽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로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는 후유증이라면 사실 걱정할 일도 아닐 테니 말입니다.
우리를 시원케 하는 이야기 중에는 권선징악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 첫째 아무런 부담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모인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여 유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커다란 소속감을 유발합니다. ‘혼자만 좋아한다’면 얼마나 부담스럽겠습니까? 그러나 함께 소리치며 좋아하는 분위기라면 기쁨은 배로 늘어납니다. 우리가 운동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혼자서 가만 앉아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구태여 현장으로 달려가서 어울리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전혀 다릅니다. 혼자서 박수치는 것과 함께 박수치는 것은 느껴지는 감정이 다릅니다. 그래서 일부러 돈과 시간을 들여 현장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1편을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몰라도 어떻게 진행되리라는 것은 대충 짐작합니다. 문제는 이번에 상대할 악당은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것이고 어떻게 박살을 내줄까 하는 것뿐입니다. 연출자와 감독은 이런 것을 감안하고 만들었을 것입니다. 통상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나오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만큼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 일단 사건의 배경이 좀 더 독특해야 할 것이고 악당을 새롭게 부각해주어야 합니다. 이 악역을 좀 더 강하게 드러내주어야 그가 당하는 것을 보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정화가 배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범죄 영화를 보는 재미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에 있습니다. 그러니 주인공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상대하는 악역을 맡은 배우가 해주어야 할 몫이 큰 것입니다.
전에는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이번에는 해외로 나갔습니다. 잘 아는 베트남입니다. 종종 보아 왔습니다. 공권력이 매우 강한 곳이기는 하지만 아직 돈의 힘이 그것을 능가하기도 합니다. 돈이면 안 되는 일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수배 중이던 범죄자가 자수하였다고 하여 국내 이송을 맡게 됩니다. 그래서 강력계 형사 둘이 파견됩니다. 어쩌면 일반 형사들이 차지하기 어려운 해외여행(?)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수사반장이 ‘마도석’ 형사와 동행합니다. 그까짓 죄수 하나 데려오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겠지요. 아마도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현지 영사관에 잡혀 있는 죄수를 인도 받으려고 갑니다.
마도석은 소위 말하는 곰처럼 힘만 쓰는 형사가 아닙니다. 경험과 영특함도 있습니다. 흉악범이 왜 국내보다 쉽게 맘대로 살 수 있는 곳에서 구태여 자수하여 본국으로 이송되기를 기다릴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사관에 고분고분 잡혀 있는 죄수를 ‘진실의 방’으로 인도합니다. 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자기가 진실의 방이라 하는 그곳이 그냥 그 방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장기를 한껏 살려서 죄수로부터 진실을 토하도록 만듭니다. 그곳에 있다가는 편하게 사는 것은 고사하고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감옥이 가장 안전한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외국보다는 고국의 감옥이 훨씬 낫겠지요. 결국 꼬리를 비틀어 몸체를 잡는 이야기로 발전합니다.
오밀조밀한 추리수사의 맛은 별로 없습니다. 비리경찰의 통쾌한 끝장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단한 무기가 나오거나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하나 몸으로 처리하는 ‘한 방’이 있습니다. 그것 하나로 십년 체증이 확 내려갑니다. 에어컨 바람보다도 더 시원합니다. 사실 그걸 바라고 관람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좀비도 날려버리는 ‘한 방’ 그에 비길 만한 다른 형사가 없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몇 편이라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에 견줄만한 악질의 다변화가 숙제일 것입니다. 영화 ‘범죄도시 2’(The Roundup) 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입니다. *)*
조만간에 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예, 시원 통쾌합니다. *)*
감사합니다.
복된 한 주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