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주장 완장은 단순히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얻는 선수도 있고, 강렬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도 있습니다. 묵묵한 헌신으로 모범을 보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는 선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개인의 기량뿐 아니라 주장으로서의 상징성, 리더십, 책임감과 카리스마를 중요하게 생각해 역대 베스트 11을 구성해봤습니다.
최전방 공격수 - 요한 크루이프
크루이프의 리더십은 조금 특별합니다.
단순히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을 넘어 팀이 어떤 축구를 해야 하는지 자신의 철학을 제시할 수 있었던 주장이었습니다.
1974 월드컵 네덜란드 대표팀의 주장으로 토털 풋볼을 세계에 각인시켰고,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네덜란드가 축구 역사에 남긴 영향은 결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팀에서는 자유롭게 내려와 경기를 조율하면서 마라도나, 칸토나, 메시와 위치를 바꾸는 역할을 맡기고 싶습니다.
왼쪽 공격수 - 에릭 칸토나
본래 정통 왼쪽 윙어는 아니기 때문에 전술적으로는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번 팀의 주제를 생각하면 꼭 넣어보고 싶었던 선수입니다.
칸토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단순한 스타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강렬한 자신감과 카리스마로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기준점과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주장 완장을 차고 맨유를 이끌기도 했던 칸토나는 선수단의 분위기 자체를 바꿀 수 있었던 카리스마형 리더라는 점에서 이번 팀에 포함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 디에고 마라도나
마라도나는 이번 팀에서 가장 강렬한 카리스마형 주장입니다.
1986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주장으로 팀을 정상까지 이끌었으며, 경기력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에너지까지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선수였습니다.
동료들이 그를 단순한 에이스가 아니라 자신들을 승리로 데려갈 사람이라고 믿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카시야스가 사람들을 조용히 하나로 묶는 주장이라면, 마라도나는 자신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뜨겁게 끌어당기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른쪽 공격수 - 리오넬 메시
메시는 전형적인 카리스마형 주장과는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압도적인 경기력과 책임감으로 동료들이 자연스럽게 따르게 만드는 솔선수범형 리더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리더십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오랜 실패와 좌절을 견뎌낸 끝에 주장으로 코파 아메리카와 월드컵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리더십을 결과로 증명했습니다.
특히 2022 월드컵 우승은 메시 개인의 커리어뿐 아니라 주장 메시의 서사를 완성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왼쪽 중앙 미드필더 - 스티븐 제라드
제라드는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는 주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선수입니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2005년 이스탄불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입니다.
리버풀이 AC 밀란에 0-3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추격의 시작을 알리는 골을 넣었고, 결국 리버풀은 믿기 어려운 역전 우승을 완성했습니다.
좋을 때 팀을 이끄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가장 먼저 싸우는 것 역시 주장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 - 로타어 마테우스
마테우스는 이번 팀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습니다.
강한 승부욕과 활동량, 거침없는 성격으로 팀을 끌고 가는 전투적인 리더였으며, 서독 대표팀 주장으로 1990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대회에서 마테우스는 주장이라는 상징성뿐 아니라 선수 개인으로서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결국 1990년 발롱도르까지 수상했습니다.
왼쪽 풀백 - 파올로 말디니
바레시에게 주장 완장을 이어받아 또 다른 시대의 밀란을 대표했던 선수입니다.
말디니의 리더십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품격과 책임감입니다.
선수 생활 내내 최고의 자기관리와 꾸준함을 보여줬고, 자신의 경기력과 행동으로 동료들에게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바레시에서 말디니로 이어지는 주장 계보 자체가 AC 밀란의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왼쪽 센터백 - 프랑코 바레시
AC 밀란 역사에서 주장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선수 가운데 한 명입니다.
작은 체격의 센터백이었지만 뛰어난 판단력과 전술 이해도, 강력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수비라인 전체를 지휘했습니다.
오랜 시간 주장으로 밀란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은퇴 이후 등번호 6번이 영구결번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클럽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오른쪽 센터백 - 프란츠 베켄바워
별명부터 카이저, 황제였습니다.
베켄바워는 뛰어난 경기력뿐 아니라 경기장 전체를 장악하는 존재감과 권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독 대표팀 주장으로 유로 1972와 1974 월드컵 정상에 올랐고,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주장으로 유러피언컵 3연패 시대를 이끌었습니다.
누군가 끊임없이 소리를 질러야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베켄바워는 그라운드에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르게 만드는 권위와 통솔력의 리더였습니다.
오른쪽 풀백 - 하비에르 사네티
사네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아마 헌신일 것입니다.
오랜 시간 인터 밀란을 대표하며 선수와 감독이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한결같은 자기관리와 성실함으로 팀의 중심을 지켰습니다.
강압적인 카리스마보다는 자신의 행동으로 동료들의 존경을 얻었던 주장에 가까웠으며, 2009-10 시즌에는 주장으로서 인터 밀란의 역사적인 트레블까지 경험했습니다.
‘일 카피타노’라는 별명이 누구보다 잘 어울렸던 선수입니다.
골키퍼 - 이케르 카시야스
카시야스의 주장 경력에서 특히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스페인 황금세대의 구심점 역할입니다.
스페인 축구는 오랫동안 지역과 클럽 간의 강한 라이벌 의식으로 대표팀 내부의 결속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관계는 대표팀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였습니다.
그 가운데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적인 선수였던 카시야스는 주장으로서 서로 다른 배경의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은 유로 2008, 2010 월드컵, 유로 2012를 연속으로 제패하며 역사적인 메이저 대회 3연패를 완성했습니다.
카시야스는 단순히 그 시대 최고의 골키퍼 가운데 한 명이었던 것을 넘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표팀 가운데 하나를 하나로 묶었던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완성했습니다.
요한 크루이프
에릭 칸토나 - 디에고 마라도나 - 리오넬 메시
스티븐 제라드 - 로타어 마테우스
파올로 말디니 - 프랑코 바레시 - 프란츠 베켄바워 - 하비에르 사네티
이케르 카시야스
이번에는 단순히 ‘주장 완장을 찬 적이 있는 위대한 선수들’을 모으기보다는 실제로 주장으로서 강한 상징성과 리더십을 보여준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선수 경력만 놓고 보면 들어갈 수 있는 더 위대한 선수들이 있더라도, 주장으로서의 평가를 고려해 제외한 경우도 있습니다.
카시야스의 통합, 사네티의 헌신, 베켄바워의 권위, 바레시의 통솔력, 말디니의 품격, 마테우스의 투쟁심, 제라드의 책임감, 메시의 솔선수범, 마라도나와 칸토나의 카리스마, 크루이프의 철학.
리더십의 방식은 모두 달랐지만 자신만 빛나기보다 팀 전체를 움직일 수 있었던 선수들입니다.
물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주장이 11명이라 감독 말을 들을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너무 세다;;;
전력 또한 제 의도를 벗어나 너무 강해져버린 ㅎㅎ
개인적으로는 둥가도 꼭 들어가야한다 생각하는데 마땅히 뺄 선수가 없긴 하네요. 그 특색있는 브라질 대표팀이 큰 잡음없이 흘러갈 수 있게 한게 둥가의 리더쉽이라 생각해서...
둥가도 좋죠 ㅎㅎ 최대한 유명선수들을 하려고 해서 ㅋㅋ
사실 역대 최고의 주장이라고 하면 실력도 레전드급들만 나올수밖에 없긴하죠ㅋㅋ 로벗슨이나 플레처처럼 레전드급 실력은 아니지만 인성이나 팀에 대한 헌신 이런 부분에서 캡틴을 다는 선수들도 있긴 한데 최고의 주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실력에 리더십이 따라오는 케이스다보니
공감이 많이 됩니다 ㅎㅎ
최고의 캡틴 중 하나로 푸욜을 항상 꼽는데, 바레시와 베켄바워의 벽은 너무 높네요…
푸욜도 최고죠 ㅎㅎ
팬심으로 칸토나 대신 쏜을....
쏜 생각했다가 참았습니다 ㅋㅋ
벤치 클리어링 팀과 더불어 인성, 리더십 팀도 좋네요ㅎㅎㅎ
팬이면 전자, 감독이면 후자 아주 재밌겠네요ㅋㅋ
우리 팬들은 싸움구경 하자구요 ㅋㅋㅋㅋ
오랫동안 축구를 봐왔지만, 베켄바워 레벨의 리더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 팀의 리더를 베켄바워에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