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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와 시코쿠를 연결하는 세 개의 대교 중 두 번째 다리인 세토대교. <사진제공=JNTO> |
세토나이카이는 일본을 이루는 네 개의 큰 섬 중 규슈 서쪽과 혼슈, 시코쿠 등 세 개의 섬이 둘러싸고 있는 내해다. '동양의 진주' '아시아의 에게해'라 불리는, 낙조가 아름다운 이 바다에는 이름이 붙여진 섬만 760여 개가 떠 있다고 한다. 거미줄처럼 교통망이 발달해 있는 일본. 세토나이카이를 둘러싼 세 개의 섬 역시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혼슈(본토)와 시코쿠를 잇는 대교도 세 개가 있다.
◆소설 같은 마쓰야마
= 시코쿠섬 북쪽 에이메현에 위치한 마쓰야마 역시 세토나이카이에 면해 있는 소도시다.
마쓰야마를 돌아보는 것은 한마디로 '도련님'의 발자취를 쫓는 여행이다.
만엔권 지폐에 등장하는 '일본의 셰익스피어'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ㆍ1867~1916)가 마쓰야마에서 보낸 단 1년은 '도련님'이란 소설을 통해 100년의 자취를 남겼다.
성격 까칠한 도시 샌님이 시골 중학교 수학 선생님으로 부임하면서 1년 동안의 생활기를 그린 소설 '도련님'. 소설 속 도련님이 그리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며 언제라도 떠날 마음을 갖고 산 시골마을 마쓰야마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도련님' 덕에 먹고사는 중소도시가 됐다.
온천 후 하숙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사먹어 학생들의 놀림을 받게 한 경단은 관광객들에게 도련님에 대한 아련한 정취와 함께 달콤함을 선사하는 관광상품으로 재탄생했고,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도고온천은 나쓰메가 묵었던 방을 '봇장(도련님의 일본어)의 방'이라 명명하며 왕실 전용 욕실과 함께 온천욕 이외 관람용으로 공개했다.
그 밖에도 100년 전 도련님이 온천욕을 하러 갈 때 탔던 노면전차를 복원한 '봇장열차'가 관광객을 시내까지 실어 나르는 등 마쓰야마는 '나쓰메의, 나쓰메를 위한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현지인이 도쿄 출신인 나쓰메 소세키를 마쓰야마 출신으로 오해해 그렇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림 같은 미야지마
= 세토나이카이 히로시마만 남서부에 위치한 미야지마섬은 마쓰시마, 아마노하시다테와 더불어 일본의 3대 비경으로 꼽힌다.
성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신(神)의 섬' 미야지마는 섬 전체가 국가 문화재로 지정됐을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뽐낸다.
특히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쓰쿠시마신사는 밀물 때 붉은 도리이(신사 입구에 세운 문)의 하단이 바닷물에 잠겨 마치 신사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듯 한 폭의 그림같이 보인다.
6세기 후반에 세워진 이쓰쿠시마신사는 1168년 다이라노 기요모리에 의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개축됐다고 한다.
신사에서 200m 앞바다에 자리한 오오도리이는 높이 16m로, 날개를 펼친 거대한 붉은 새를 연상시킨다. 썰물 때는 밑동을 훤히 드러내 가까이 다가가 만져 볼 수도 있다. 전쟁과 산사태 등으로 세 번의 복원과정을 거친 본당은 붉은빛 회랑과 고동빛 회랑이 뒤섞여 고전미와 현대적 색채감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쓰쿠시마는 일본에서 몇 안 되는 여신을 모시는 신사로, 여신이 질투한다고 해 함께 온 연인이 따로 참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영화 같은 크루즈
= 세토나이카이의 아름다운 경치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데는 크루즈 여행이 제격이다. 붉은 태양이 바다로 떨어지는 풍광을 바라보며 즐기는 선상 디너파티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같이 낭만적이다.
고베항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세토나이카이 해상 국립공원을 한 바퀴 돌고 고베항으로 돌아오는 2박3일간의 크루즈 여행은, 현재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이동수단인 정기선을 운항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크루즈 코스 개발과 정기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세토나이카이에 대한 자부심을 상품화하려는 일본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다에서의 생활이 다소 지루하다 싶으면 세토나이카이가 품고 있는 도시와 섬들을 선택 관광으로 즐길 수 있다.
대개의 연안도시가 바다 냄새와 기름 냄새가 뒤섞인 활기찬 모습인 데 반해 세토나이카이 연안도시들은 일본 특유의 정갈함과 문화적 색채가 짙은 특색을 갖고 있다.
크루즈 여행 둘째날 정박한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는 예전에는 서일본 항로의 기항지로서 세력을 떨쳤다고 하나 수심이 얕아 대형 크루즈선이 가까이에 정박할 수 없어 경정으로 이동해야 했다. 수심이 얕을 뿐만 아니라 배후가 산지라 고요한 호수라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일본의 국민화가인 히라야마 이쿠오 미술관과 천광사, 정토사, 서국사 등 점재돼 있는 25개의 고사찰을 한가롭게 돌아보는 등 도시 전체에서 풍기는 예술적 감흥에 흠뻑 취할 수 있다.
크루즈선이 섬이나 연안도시에 정박했다고 해서 모두가 배에서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 관광을 신청한 사람만 즐길 수 있는 특전이다.
△교통=인천~후쿠오카 구간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이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시간15분 소요. 후쿠오카~마쓰야마 구간은 국내선(항공)과 JR 이용.
△숙박시설=크루즈선(퍼시픽비너스호 기준) 내 숙박은 2인 1실이 기본으로 로열스위트, 스위트, 딜럭스, 스테이트 등으로 객실 타입이 나뉜다.
△관광정보=여러 언어로 세토나이카이 지역의 매력을 전달하는 동영상 사이트(setono-bi.jpㆍ한국어 선택 가능)가 있다.
△취재협조=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JNTO)02-777-8601
www.welcometojapan.or.kr
■세토나이카이를 둘러보는 세 가지 방법
◆마쓰야마~히로시마 항로(세토나이카이기선 이용)=시코쿠와 본토를 연결하는 코스로, 여행객이 에히메현의 마쓰야마 관광을 마치고 본토인 히로시마로 이동하면서 즐길 수 있다.(하루 10편 왕복, 2시간40분 소요, 요금 2900엔)
◆본토 오카야마~다카마쓰(시코쿠의 가가와현) 항로(시코쿠기선 이용)=본토와 시코쿠를 연결하며 베넷세섬에서 환승한다. 베넷세섬은 아름다운 경치와 섬 내 호텔 등 아트단지로 유명해 한국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시코쿠에서 본토로 갈 때는 나오시마에서 환승하지 않고 직항으로 이용할 수 있다.(오카야마현(우노항)~나오시마 20분ㆍ220엔, 나오시마~다카마쓰 50분ㆍ510엔)
◆히로시마현 미야지마구치~미야지마섬 항로=세토나이카이의 수려한 경치를 관람할 수 있다. 10분가량 소요. 170엔. JR패스로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