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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03
#1. 유치원 입구 / 밤
흩어지는 사람들. 예린과 하진을 데리고 선 수아.
수아,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를 다시 들여다본다.
‘하나유치원에 들어온 걸 후회하게 될 거야.’ C.U.
수아, 긴장한 얼굴로. 위쪽에 찍힌 번호로 리턴콜을 하는데. 신호음 가고.
어디선가 울리는 작은 휴대폰 벨 소리(E).
예린 어, 전화 온 거 같은데? (하며 두리번거리다가) 하진아. 니 가방 아니야?
하진 응? 그런가?
하며 하진, 등에 맨 가방을 열면. 커지는 벨소리. 하진,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면.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수아, 놀라 전화를 끊으면. 벨 소리 멈추고.
하진 끊어졌네.
수아 (믿을 수 없는/하진에게) ...!! 이거... 누구 거니?
하진 엄마 옛날 건데요. 저 학원 갈 때 가끔 줘요.
경악하는 수아의 표정.
경화 (E) 많이 기다렸지? 춥다.
수아, 뒤를 돌아보면.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오는 경화.
수아 ....!
경화 (수아에게) 왜 그래?
수아 아, 아니에요. 저희, 먼저 갈게요. (하며 예린에게) 예린아, 가자.
수아, 예린을 데리고 허둥지둥 가는. 경화, 수아가 가버린 쪽을 보는데.
하진 엄마... 이거.
경화, 보면. 하진, 핸드폰을 내미는. 핸드폰을 물끄러미 보는 경화.
#2. 유치원 복도
굳은 얼굴로 예린을 끌다시피 하며 가는 수아.
예린 (찡그린) 엄마, 손 아파-!
수아 (그때서야 정신이 든 듯) 어..? 어. 미안.
수아, 예린의 손을 놓고. 진정하려는 듯 걸음을 멈추고 벽에 기대선다.
숨을 돌리며 눈을 감는데.
예린 엄마.... 저기...
수아 응?
수아, 예린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면. 복도 반대 쪽에서 하진을 데리고 오는
경화. 마주치는 두 여자의 시선.
경화 ...얘기 좀 해.
수아 (예린에게) 예린아, 저쪽에 가서 하진이랑 좀 놀고 있을래?
예린 (고개 끄덕) 응. (하진에게) 가자?
예린, 하진과 손을 잡고. 좀 떨어진 복도로 가서 바닥에 쭈그리고 앉는.
주머니에서 장난감을 꺼내 가지고 노는.
수아 (차갑게) ... 뭐에요?
수아를 보는 담담한 경화의 표정. F.O.
타이틀 -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3부 - 미운 오리새끼의 질투
F.I
자막 : 9개월 전. 2012년 3월
/
유치원 전경 / 낮
#3. 유치원 앞 / 낮
축 입학식 플랭카드가 크게 걸린 유치원 입구. 여기저기 꽃다발을 들고
화사하게 차려입은 엄마와 아이들. 혜주와 미복, 다른 엄마들과 함께 즐거운
모습인데. 한 쪽에. 하진이의 손을 잡고 선생과 얘기하는 경화. 점퍼 차림에
질끈 묶은 머리, 안경쓴 얼굴. 다른 엄마들의 옷차림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주눅 들지 않은 당당하고 자신에 찬 모습.
경화 월, 수, 금은 학원수업이 있거든요. 수업 마치기 전에 먼저 내보내 주세요.
선생 네 어머님. 걱정 마시구요. (하진 손잡고) 갈까?
하진 (고개 끄덕)
경화 (하진 보고) 그럼 이따가 봐?
하진, 경화에게 손 흔들고 선생을 따라 가면. 경화, 갤노트를 꺼내서 본다.
스케줄러 C.U. 빽빽한 하진의 학원 일과. 1시 수학, 4시 영어 과외, 7시 수영...
꽉 찬. 경화, 어디로 전화를 하는.
경화 어. 진호엄마? 나야. 백선생 이따 4시 시간이 안 된다 연락 와서. 응.
그 팀 시간좀 바꿀 수 있어? 응.. 그래
/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화를 보는 다른 여자들.
미복 (경화의 차림새를 보다가 쯧쯧 하는) 저 엄만... 누구야?
상훈엄마 (경화 보고) 어머. 저집 아들이잖아요. 영재원 출신 수재라는 애가.
미복 (응?)
수연엄마 맞다. 얼마 전 학원 레벨 테스트두 1학년 애들하구 같이 봤는데 1등했대요.
상훈엄마 과외며, 학원 선생들두 꽉 잡고 있다던데. 대단해.
혜주 (보며 피식 웃고) 그러게 생겼네요. 근데 저 자켓. 언제 유행하던 거에요?
미복 (가만 경화 쪽을 보는)
#4. 까페 안 / 낮
삼삼오오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는 엄마들.
차를 마시는 미복의 팔에 값비싼 시계, 옆에 놓인 명품백.
미복 애 아빠가 부동산 사업을 하는데.. 경기가 안 좋아서 큰일이에요.
(약간 으스대는 듯) 역삼동이랑 양재 쪽에 건물이 있는데...
혜주 (지지 않으려는 듯) 그러니까요. 저희두 애 아빠 회사가 이번에 매출
영 떨어졌다구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저두 이번에 차 바꾸려다가 관뒀어요.
괜히 돈 쓰네 뭐네 말 들을까봐...
하며 머리를 쓸어 올리는 혜주. 손에서 번쩍이는 커다란 다이아 반지.
이어지는 여자들의 자랑질. 그런 엄마들을 하나하나 보는 경화.
미복 (경화 보고) 근데 하진이네는, 아빠가 뭐하세요?
경화 (좀 자랑스럽게) 서운대에 있어요.
미복 (살짝 놀란) 아, 그럼 교수...?
경화 (살짝 긍정의 미소)
상훈엄마 어머. 서운대, 그 들어가기도 힘든 델.. 수재집안이구나.
수연엄마 자기두 서운대 나왔다 하지 않았어? 집안이 다 똑똑한가 보네. 하진이까지.
경화 (뿌듯한) 네에 뭐...
그 때 급하게 오는. 영지엄마. 밝고 건강한, 날씬한 차림의 외모. 엄마들의 시선
일제히 쏠리고.
영지엄마 (밝은) 해바라기반 모임 맞죠? 죄송해요. 일이 좀 늦게 끝나서...
하며 자리에 앉는 영지엄마. 경화의 옆에 있던 엄마들, 속삭이는.
상훈엄마 누구야?
수연엄마 김영지 엄마. 일한다더니. 웬일로 왔네. 바쁘다구 매일 빠지더니.
경화 (영지엄마를 보는)
#5. 학원 대기실 안
아이들이 왔다갔다 하고. 대기실 한 쪽. 경화,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 폰을
보는데. 핸드폰 화면.
카카오 톡 친구리스트. 쭉 넘기는 경화의 손가락. ‘도훈엄마’를 터치하면.
카카오 톡 프로필 화면. 럭셔리한 미복의 집 안에서 찍은 미복과 도훈의 사진.
‘my sweet home' 이라 쓰인 문구.
경화, 이번에는 ‘리나엄마’를 터치하면.
리나와 혜주. 호텔 로비에서 찍은 사진. ‘럭셔리 00호텔 리조트에서.’ 문구/
커다란 명품백을 들고 있는 혜주 사진. ‘32번째 생일날 선물받은 악어백.
고마워요 ^^ ♡’ 문구 /
경화, 곰곰이 생각에 잠긴.
#6. 유치원 앞
경화, ‘베스트원’ 이라고 쓰인 보조가방을 들고 씩씩하게 오는데.
앞 쪽에 있는 미복과 혜주.
경화 (아는 척 하며 가는) 안녕하세요?
혜주 아, 네. 안녕하세요.
미복 어머. 하진이 엄마죠? 같은 반인데. 얘기두 제대로 못해봤네요. 도훈이가
집에 와서 하진이 얘기 많이 하는데.
경화 (미소) 저희 하진이두, 도훈이 얘기 많이 해요.
혜주 (뭐야? 하는 눈길로 미복 보는)
미복 (경화의 보조가방을 보고) 베스트원...? 하진이, 다니는 데에요?
경화 아, 네. 사고력수학 학원인데. 괜찮아요. 요새 시즌이라 무료상담 해주는데.
관심 있으시면, 한 번 와보세요.
미복/혜주 (눈빛주고 받으며)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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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전경 / 낮
#7. 학원 로비 / 낮
미복과 혜주 들어오는데. 대기실에서 나오는 경화와 마주치고.
경화 (반갑게) 오셨어요? 근데... 지금 상담선생님 잠깐 자리 비웠다는데.
미복 기다리면 되죠, 뭐. 하진인, 여기 오래 됐어요?
경화 (웃음) 다닌 지 좀 됐어요.
혜주 안그래두, 이제 7세라. 본격적으로 학원 알아봐야 했는데.
미복 그래. 우리 애들두 이제 일곱 살이잖아. 초등준비 해야지. (경화에게)
하진인, 딴 거 뭐 해요? 영언.. 어때요?
경화 영어는 원에서 하는 거만 가지구 안 될 거에요. 대치동 애들은 이맘때
미국 2~3학년 교과서를 좔좔 읽는데.
혜주 (불안한) 그럼... 어떡해요?
경화 따로 과외선생을 붙여야죠. 우리반 좀 한다는 애들두 다 할걸요?
미복/혜주 (살짝 불안한 표정)
미복 그럼, 수학은? 도훈인 수학도 걱정이야. 하진인 두자리 연산 다 하죠?
경화 (은근 자랑) 하진인 지금 3학년 과정 하고 있어요.
미복/혜주 (허걱)
경화 수학두 내년부터 교과서 개편되면, 기존 거론 힘들 거에요.
미복 그러지 말고, 우리한테 정보좀 풀어봐요.
혜주 그래요. 하진이 엄마 정보통으로 소문났던데.
미복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점심이나 같이 할까?
#8. 레스토랑 안
고급스런 레스토랑 안. 테이블에 앉은 경화, 미복, 혜주.
경화, 백에서 갤노트를 꺼내 펼치고. 화면을 터치하면
/
갤노트 화면 - 선생의 사진과 옆으로 프로필. C.U.
미국 Tounster high shool 졸업. 미국 Chicago University 졸업.
베스트원 학원 유아반 담당 등의 프로필 뜨고. 그 위로 흐르는 경화의 설명.
경화 (E) 신디 티쳐. 미국 정통 유학파고 파닉스부터 고급 리딩까지 쫙
잡아줘요. 이 동네 엄마들 사이엔 알음알음 소문났구요.
/
혜주 (놀라는 표정으로 끄덕끄덕)
경화, 다시 갤노트를 터치 하면. 화면 전환.
/
아이패드 화면 - 다른 선생의 사진과 프로필.C.U.
서운대 수학과 졸업. 한솜 수학나라 집필 및 과정 개발.
대치동 에이매스 초등과정 전담 등의 항목 뜨고. 그 위로 흐르는 경화의 설명.
경화 (E) 추경진 쌤. 대치동 에이매스 출신이구, 국제중 많이 보냈어요. 요즘
7세반 따로 맡고 계시구요. 잘 가르치는데. 대신 좀...비싸요.
/
경화, 갤노트를 탁 덮으면. 경외의 시선으로 경화를 보는 미복과 혜주.
경화 이건.. 어디가서 얘기하심 안돼요. 두 분 한테만 보여드리는 거니까.
미복 우리가 누구한테 얘길해. 역시, 선수는 다르네?
그때 웨이터 와서. 워싱보울을 테이블 위에 놓으면.
경화 (웨이터 부르며) 저기요. 이게 뭐에요? 이런 거 말고 컵에다-
하는데. 미복과 혜주, 능숙하게 보울에 손을 씻는다. 슬쩍 미소. 당황하는 경화.
경화 (일어서며) 저 화장실 좀 잠깐... (하고 나가면)
혜주 (갸웃하다 미복보고) 난 저런 타입은 쫌 부담스러운데... 근데 뭐에요 언니?
도훈이가 언제 하진이랑 친했다구-
미복 어차피 도훈이 학원 팀 짜려면. 저런 엄마 하나 있는 게 좋아. 아까
봤잖아. 그 노트.
혜주 (푹 웃고) 언니, 이거 뭔가 전략적 제휴, 그런 거에요?
미복 암튼. 저런 엄마 친해둬서 손해 보는 건 없어.
#9. 학원 상담실 안.
상담을 받는 경화, 미복, 혜주.
강사 사실 자리가 없어서 웨이팅인데. 하진이 엄마 봐서. 특별히 해 드릴게요.
대신 이거, 절대 비밀입니다?
혜주 (미소) 그럼요. 당연하죠.
미복 그럼 반은...?
강사 일단 입학 레벨 테스트 보구, 확정하죠. (경화 보고) 참. 하진이, 수퍼
챌린지반 진급 할 거지? 지금 티오 거의 없는데.
경화 해야죠. 하진이두 테스트 칠 때 됐으니까, 그때 같이 할게요.
혜주 그건... 뭐에요? 수퍼 챌린지?
강사 영재반이에요. 뭐 하진이야 하나마나겠지만.
엄마들 (부러운 시선)
#10. 학원 데스크 / 낮
상담실에서 나오는 경화, 미복, 혜주. 데스크 앞 쪽으로 오면서 대화.
미복 (경화에게) 고마워요. 덕분에 고민 하나 해결했네. 담엔 우리집에서 한 번
봐요?
혜주 저두 고마워요~
경화 아유. 아니에요. (사이) 전 하진이 여기 상담이 좀 있어서. 먼저들 가세요.
미복 그래요? 그럼. 내일 봐요~
경화, 인사하고. 미복과 경화, 학원문을 열고 나가는.
잠시 후 나오는 상담실에서 나오는 강사.
강사 확실히 일류대 나온 사람이라 그런가. 하진엄마 수완도 좋아?
경화 ... 하진이 반 엄마들이에요.
강사 엄마들 꽤 괜찮아 보이네. 하긴 어련히 알아서 짰겠어. 그럼 담달 등록비는-
경화 한 명 더 모아볼게요. 그 거까지 쳐서 DC 해주세요.
강사 그래. (사이) 참. 그리구. 그건, 낼모레 부터지? (걱정) 괜찮겠어?
경화 괜찮아요. 저녁에 두 시간만 하는 거면 크게 부담도 안되고.
강사 자기야 서운대 출신이구, 집에서 그냥 있는 거 아까우니까. 해줌 나야
좋지만..
#11. 아파트 주차장 /저녁
차에서 내리는 경화. 뒷좌석을 보면. 잠든 하진.
경화 (뒷좌석 문을 열고) 하진아, 하진아! 다 왔어! 일어나!
하진 (깨지 않고) 우웅...
경화, 난감해 하다가. 하진일 업고 양 팔에 커다란 학원가방을 하나씩 걸고.
낑낑대며 움직이는데. 가방이 떨어져 쏟아지면서 안의 책 우르르 쏟아지고.
영어, 수학, 국어... 흩어진 학습 참고서들. 난감한 경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저 쪽에서 영지엄마 걸어오다가. 경화 보고 오는.
영지엄마 도와 드릴게요- (하다가 보고) 어?
경화 고맙습니다- (하다가 영지엄마 보고 놀라고) 어머.
경화와 영지, 같은 자켓을 입고 있다. 푹 하고 웃는 영지와 경화.
영지엄마 (미소) 해바라기반 엄마시죠. 아파트에 같은 반 친구 있는줄 몰랐는데.
아유. 힘드시겠다. (하며 책을 챙겨 넣고) 주세요. (하고 경화의 어깨에
있는 가방을 마저 자기가 드는)
경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영지엄마 아휴, 애두 무겁잖아요. (잠든 하진일 보고) 피곤했나보다. 몇동 이세요?
경화 (미소) 7동이에요.
하며 같이 걷기 시작하는 두 여자.
영지엄마 근데 어디서 사셨어요?
경화 네?
영지엄마 이 자켓이요. 전 동대문 평화시장 갔다 왔는데.
경화 (살짝 당황) 아... 전 이태원...
영지엄마 이태원보다 동대문 가격이 훨 좋아요. 제가 단골인데, 만오천원 넘게
차이나더라구요. 담에 가실 일 있으심, 같이 가실래요?
경화 (겸연쩍은 미소) 그래요.
영지엄마 이 동네 엄마들은 다들 백화점이나 명품만 입는지... 여기 옷, 퀄리티 별루
안 빠지는데. 어머. 제가 초면에 너무.. 저렴하게 얘기 했나요? (하고 웃는)
경화 (웃고) 아니에요. 다 왔어요. 이리주세요.
영지엄마 아. (가방을 어깨에 매어주며) 그럼, 담에 애들이랑 같이 뵈요?
밝게 인사하고 가는 영지엄마. 경화, 영지엄마의 뒷모습을 부러운 듯 쳐다본다.
#12. 경화네 집 안방 / 밤
화장대 앞에 앉은 경화. 헤어밴드로 머리를 올리고 화장품을 바르다가.
거울에 비친 맨 얼굴을 본다. 늙고 지친 듯한... 느낌.
/
인서트. 씬 14에서. (경화의 회상)
경화에게 인사하던 영지엄마의 모습(당당하고 자신에 찬).
/
경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한숨) 애 키우다 그냥 나이만 먹었구나..
나두 한 땐.. 잘 나갔는데. (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큰 소리로)
하진아! 숙제 다 했어? 엄마 간다?! (하고 일어나 나가는)
#13. 경화네 집 거실 /저녁
테이블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하진과 옆에서 도와주는 경화.
테이블 옆에 놓인 가는 회초리. 스톱워치.
경화 ...그러니까 여기서 이 파란색 퍼즐은 어디로 가야할까?
하진 (생각에 잠긴 듯 하다가) 잘.. 모르겠어요.
경화 (부드럽게) 아까 엄마가 말해 줬잖아. 여기가 오른쪽이니까. 두 칸 더 가면.
하진 ...세 번째?
경화 그렇지. (한숨) 그래두 한 번에 못 풀었으니까. 열 문제 더 풀어. 담주에
레벨테스트 있는 거 알지?
하진 (한숨) ...네.
경화 엄마 시간 잴 테니까. 얼른 시작해.
하며 스톱워치를 누르는 경화. 문제를 푸는 하진.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경화 남편.
경화남편 (무뚝뚝) 나 왔어.
하진 (반갑게) 아빠~ (하고 돌아보는데)
경화, 회초리로 하진의 등을 탁 내리치는. 순간 찔끔 하는 하진.
경화 시간 잰댔잖아!
하진 (하진, 찔끔 하고 다시 문제를 풀고)
경화남편 (못마땅한) 거참... 애가 인사하는데 그럴 거 있어?
경화 인사는 이거 다 풀고 해도 돼. 시간 안에 하는 거 습관붙어야 한단 말이야.
남편, 한숨을 쉬고. 테이블 위에 우편물을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는.
경화, 우편물을 보면 신용카드 고지서 있고. 남편이 들어간 방 쪽 눈치를 보며 고지서를 뜯는데.
고지서 내역 - xx학원, ○○학원, △△ 교습소....
맨 아래 카드 사용액 - 250만원!
경화, 아무렇지 않게 고지서를 찢어서 버리는.
#14. 유치원 교실 안
아이들 놀이시간.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들. 바닥에 장난감을 마구
어지르고 놀고 있다. 옆에 책을 끼고 지나가던 하진. 그 모습을 보고 온다.
다른 쪽에 있는 영지.
하진 야. 너희들 이렇게 어질러놓으면 선생님한테 이른다? 얼른 정리해!
도훈 우리 맘대로 노는 건데 왜 니가 뭐라 그래?
하진 이렇게 막 어지르면, 교실 드럽구 지저분하잖아. 울 엄마가 그랬어. 치우면서
놀라구. 것도 몰라? (정리함을 가리키며) 블럭은 이쪽, 자동차는 저쪽.
도훈 쳇. 뭐야. 너 참견쟁이냐?
영지 (아이들과 하진을 가만 보다가) 얘들아. 이거 치우자. 박하진 말이 맞잖아.
도훈 이게...! (하다가) 아, 니네 둘다 짜증나. 야, 우리 절루 가자-
하고 아이들 우르르 가버리는. 남겨진 영지와 하진.
하진 (중얼) 내 말 듣지두 않구. 뭐야 진짜. 버릇이 없어. 누가 그렇게 가르쳤어?
영지 박하진. 그래두 그렇게 말하면. 애들이 싫어하잖아.
하진 몰라. 다들 제멋대로야. 김영지. 나랑 놀래?
영지 그래... 우리 뭐할까?
하진 숫자놀이 할까? 나 수학 되게 잘하거든. 너 십칠 더하기 십이가 얼만지
알아? 응?
하며 하진, 밝은 표정으로 영지를 보는데. 연거푸 눈을 깜짝깜짝 한다.
영지, 하진의 얼굴을 가만 본다.
#15. 유치원 앞 / 낮
경화, 미복 혜주와 다른 엄마 두어명, 얘기하고 있다.
경화 그럼 국어는 상훈이 엄마두 생각 있으신 거니까. 한 명만 더 모아 볼게요.
상훈엄마 아유. 그럼 다행이지.
미복 그래. 난 빨리 시작했음 좋겠는데.
그 때 저 쪽에서 영지를 데리고 오는 영지엄마. 경화를 알아보고.
영지엄마 (경화를 보고 반가워서 오는) 안녕하세요-
경화 아, 안녕하세요.
경화, 얘기를 하려는데. 엄마들, 하지말라는 듯 눈짓을 보내고. 멈칫 하는 경화.
영지엄마 (어색해서) 무슨... 재미난 얘기들 하시나봐요.
경화 아, 아니에요. 애들 학원 때문에. 영지는... 뭐 안해요?
영지엄마 학원이요? 아.. 아직. 영지는 제가 라이딩 할 시간두 없구. 보내기 좀
그래서. 냥 집에서 책이나 봐요.
혜주 (알겠다는 듯) 하긴 뭐. 바쁘실테니까. 신경 잘 못쓰시겠어요?
영지엄마 (어색한 미소) 네. 여섯 살이 해 봐야 얼마나 하겠어요.
하는데. 영지엄마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엄마들의 시선.
영지엄마 (어색해서) 저, 그럼... 또 뵈요? (하고 인사하고 가는)
혜주 여섯 살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요? 뭐야. 그럼 우린 헛수고 한단 소리야?
미복 신경쓰지마. 어차피 워킹맘은 논외잖아?
혜주 이래서 워킹맘은 좀 그렇다니까요. (경화에게) 저 엄마랑은 친해요?
경화 (곤란) 아. 그냥, 같은 아파트라서. 가끔 봐요.
#16. 거리 / 낮
하진의 손을 잡고 오는 경화. 그 때 문자오는 소리. 보면. ‘영지엄마’ 다.
영지엄마 (E) 아깐 다른 엄마들하구 있는거 같아서요. 저 오늘 시간 괜찮은데.
애들 같이 놀리면 어때요?
보고. 어쩌나... 망설이는 경화.
#17. 놀이터 / 낮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하진과 영지. 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보는
경화와 영지엄마.
영지엄마 (들고있던 비닐봉투를 뒤져) 하나 드세요. 애들 주려구 가져온 건데.
하고 내미는. 붕어빵이다. 경화, 받고. 웃으며 둘이 같이 먹기 시작한다.
경화 반 모임에두 자주 나오구 하면 좋을 텐데. 일 때문에 아쉽겠어요.
영지엄마 시간이 안 되는것두 있지만... 사실 좀 안 편하기두 했어요.
경화 왜요?
영지엄마 아까 보셨잖아요. 전 엄마들 그런 대화, 좀 잘 안 맞더라구요. 할래도
적응이 안돼서... (웃는)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경화 그래두... 신경 안 쓰여요?
영지엄마 저야 제 일이 있으니까. 일 하구 애 보구. 그러다 보면 또 잊어버려져요.
좀 불안하긴 하지만... 내가 잘하고 있다... 믿고 가야죠.
경화 (부럽게 보는)
영지엄마 하진 엄마는 그래두 잘 지내시잖아요.
경화 (쓴웃음) 그냥... 누구든 반반 아니겠어요. 애가 얽혀있으니까.
영지엄마 그렇죠... 우리 영지두 친구가 별로 없어서.. 아. 이제 이렇게 자주 뵈요.
단지도 같은데.
경화 아... 네. (하다 시계를 보고) 어머. 이제 갈 시간이네. (노는 아이들에게)
하진아, 이제 가자! (영지엄마에게) 또 봐요. 그럼?
하진 달려오면. 경화, 하진을 데리고 가는. 손 흔드는 영지엄마.
#18. 하진의 방
가득히 벽이 책으로 꽉 들어찬 방.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하진.
옆에 있는 경화.
경화 하진아. 엄마가 나갔다 금방 올 테니까. 혼자 책 보구 있을 수 있지?
하진 (놀라 고개 도리도리) 싫어요...,
경화 안그러면. 너, 하나유치원두 못가구, 수학학원 과학학원 다 못 가.
하진 그래두. 혼자 있는 거 무서운데...
경화 엄마, 옆 동에 있는 형이 하진이처럼 공부 잘하구 싶대서. 도와주러 가는
거야. 금방 올게. 응? 약속.
하진 (경화를 물끄러미 보는)
경화 엄마 부탁할게? 올때 아이스크림 사줄까?
하진 (힘없이) 네...
(Jump)
하진 침대에 누워 동화책을 보고 있다. 동화책 제목 - '푸른 수염' C.U.
하진 무서운 듯 책을 덮고 이불을 뒤집어쓰는 하진.
#19. 어느 집 방안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는 경화.
/
유치원 전경 / 낮
#20. 유치원 교실
선생님, 앞쪽으로. 세계지도가 펼쳐져 있고. 자리에 앉은 아이들.
선생 자아. 지난 시간에 이어서 대륙을 계속 배워볼까? (북아메리카를 가리키며)
여긴-
영지 (손들고) 북아메리카. 미국이에요.
선생 영지가 잘 아네.
리나 (손을 번쩍 들며) 저두 알아요! 방학 때 거기 갈 거에요, 선생님!
도훈 핏. 야. 난 벌써 세 번이나 갔다 왔거든?
성준 나두 갔었는데. (도훈에게) 너 디즈니 랜드 가 봤어?
도훈 당연하지! 거기보다, 레고랜드가 더 좋아.
리나 (옆자리 하진에게) 박하진 넌 미국 안 가? 너두 갔다 왔어?
하진 나...? 난... 엄마한테 물어봐야 돼.
선생 (주의를 집중시키며) 자, 자. 조용히! 우리 해바라기반 친구들이 미국을
많이 아네? 그럼 다음은-
하며 수업 진행하는데. 시무룩한 하진의 얼굴.
#21. 까페 안 / 낮
경화, 미복, 혜주와 카운터에 서서 주문을 하는.
혜주 그리구보니. 낼모레가 학원 테스트네. (걱정) 우리 리나는... 어쩔라나.
미복 (경화보고) 자긴 걱정 없겠어. 하진이가 워낙 잘해서.
경화 (웃으며) 아유. 아니에요... (하다가) 아. 오늘은 제가 살게요. 매일 얻어
마시기만 해서-
커피 나오고. 경화, 카드를 내밀고. 카드를 받아든 직원,
직원 (잠시 후) 죄송한데. 카드가 사용정지인데요.
경화 네? (당황) 그럴 리가 없는데.
직원 (다시 해보고) 안 되는 거 같은데. 혹시 다른 카드 있으세요?
경화 아, 네. (하고 지갑에서 다른 카드를 꺼내 주면)
직원 (카드 해보고) 이것도.. 안되네요.
경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저 잠깐만요
혜주 (빠르게) 됐어요. 제가 살게요.
경화, 무안해 어쩔 줄 모르고. 미복, 경화를 슥 한번 보는.
여자들, 주문한 커피를 들고 테이블에 가서 앉는.
혜주 (생각난 듯) 참. 리나 발레 같이하는 엄마가 그러는데. 엄마들 중에, 학원에
애들 모아주구 원비 DC 받는 사람이 있대요? 커미션으루다가.
경화 (확-)
미복 돈이 없음 애를 보내지 말지. 그게 무슨-
혜주 그러게 말이에요. 하여튼 별 사람이 다 있어.
경화 (생각난 듯) 저, 은행에좀 들러야 해서. 좀 먼저 일어날게요.
혜주 그래요? 그럼 내일 봐요?
경화 (인사하고 종종걸음으로 가는)
혜주, 미복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22. 은행 현금인출기 코너 안 / 낮
핸드폰 통화를 하는 경화.
카드사 (F)어제 일자로 박현철씨께서 가족명의 카드 사용정지 신청을 하신 게
맞는데요. 가족 분 맞으시죠?
경화 (표정 굳어지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돈을 인출하는 경화. 인출기 화면. C.U.
‘통장잔액 : -10,300,000원 ’
경화, 아무렇지 않은 담담한 표정으로 돈을 꺼내고 나가는.
#23. 은행 밖 / 낮
경화, 걸어 나오는데.
미복 (E) 하진엄마!
경화, 깜짝 놀라 돌아보면. 미복, 차 운전석에서 창문을 열고 있다.
경화 (미복 쪽으로 걸어오며) 아. 아직 안 갔어요?
미복 응. 자기한테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경화 네? 무슨...
미복 자기는 그런 짓 안 했을 거라고 믿어두 되지?
경화 (당황) 아,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미소)
미복 그래. 자기야 우리한테 좋은 정보 주고. 그러는 거니까.. 믿을게.
경화 (긴장) 그럼요.
미복 (미소) 그럼, 수고?
하고 미복, 차 문을 올리고. 차 가는. 한숨을 쉬고 보는 경화.
#24. 학원 원장실 안
경화, 강사와 마주 앉아 있는.
경화 안되겠어요. 엄마들 사이에 말이 도는 거 같아서...
강사 (아쉬운) 나야 하진 엄마가 도와줘서 좋았는데. 자기 사정이 그렇다니.
할 수 없지. (사이) 그럼... 뭐 하나만 부탁해도 돼?
경화 뭔데요?
강사 그게.. (가까이 와서 귓속말을 하면)
경화 (놀라는) 애들 주소랑... 연락처요?
강사 응. 자기가 빠삭하잖아.
경화 그건 좀... 그런데. (곤란한 표정)
강사 대신. 하진이 슈퍼 챌린지 들어가면 그냥 해줄게. 응? 문제 없잖아.
경화 (고민하는) 글쎄 그래두... 생각좀 해 볼게요.
강사 천천히 생각해봐. (하다가) 참. 자기, 영지엄마라구 알아?
경화 영지엄마...? 네. 뭐... 쫌. 근데 왜요?
강사 나랑 잘 아는 엄만데. 상담 왔었어. 레벨 테스트 보구, 여기 애 보낼 거야.
하진이랑 같은 유치원이길래.
경화 (어이없는) 원장님하군 어떻게 아는 사인데요.
강사 몰랐구나. 그 엄마, 학원 강사잖아? 나랑 같이 일한 적두 있었어.
/
아파트 전경 / 저녁
#25. 경화네 아파트 안 거실 / 저녁
주방 테이블에 앉아있는 경화와 하진. 하진, 공부를 하고 있고. 경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딴 생각에 잠겨있고.
하진 엄마. 우린... 미국 안가요?
경화 미국? 미국이라니. 갑자기 무슨 말이야?
하진 우리반 애들이 다 미국에 가봤대서요.
경화 (당황해서 뭔가 생각하다가) 그건.. 하진이 넌 미국 안가두 걔네들 보다
훨씬 잘 하잖아.
하진 그래두.. 나두 디즈니랜드랑 레고랜드 가보고 싶은데.
경화 (한숨) 나중에... 생각해 보자?
그 때 피곤하고 지친 모습의 경화 남편 들어오면. 경화 보고.
경화남편, 주방 옆 탁자 한 쪽에 놓인 잘려진 신용카드 들어오고.
경화남편, 그냥 방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경화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경화남편 (냉랭) 무슨 말.
경화 하진아. 엄마 아빠랑 할 얘기 있으니까. 잠깐 방에 가있을래?
하진 (불안해 하다가) ...네. (하고 쪼르르 들어가면)
경화 (일어나 잘린 카드를 내밀며) 이거 보고도. 할 말이 없다고?
경화남편 (담담히) 당신도 당신 마음대로 하니까. 나도 내 방식대로 한 거야.
경화 하진 아빠!!
경화남편 (한숨) 난... 당신 보면 숨이 막혀. 그만 좀 해. 애 불쌍하지도 않냐?
경화 (굳은) 당신은 진짜 불쌍한 게 뭔지 몰라서 그래. 그건, 여기서 못난 취급,
뒤쳐진 취급 받는 거야.
경화남편 우리가, 뭐가 그렇게 뒤처지니? 어디가 그렇게 모자라?
경화 도와주지 않을 거면, 방해나 하지 마. 당신이 아무리 뭐라 그래도 난
하진이... 최고로 만들 거니까.
경화남편, 한숨을 쉬다가. 그냥 방으로 가버리는.
#26. 유치원 앞 / 낮
경화, 걸어가는데.
영지엄마 (E) 하진엄마!
경화 돌아보면. 영지 손을 잡고 오는 엄마다.
영지엄마 (반갑게) 하진이 데릴러 가요?
경화 (좀 어색하게) 아, 네. (하다가) 참. 강원장님한테 들었어요. 왔다갔었다고.
영지엄마 (곤란한) 아... 네. 그게...
경화 (약간 비꼬는 듯) 그런 데에 관심 없는 거처럼 말하더니. 영지 보내려구요?
거기 괜찮아요. 선행두 잘 잡아주구.
영지엄마 (곤란) 아니에요. 사실은... 강원장, 잘 아는데... 우리 영지도 좀 보내라고
하도 말을 해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갔었어요.
경화 그래요..? 강원장님 얘기하곤 좀 다르네.
영지엄마 사실 전 영지, 어디 보내 본적도 별루 없구. 저두 학원에 있다보니까, 애들
많이 봐서. 선행 많이 하는 애들이, 공부를 꼭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경화 (아무렇지 않은 척) 아... 그래요?
영지엄마 그 학원도. 소문은 좋은데, 잘 모르겠어요. 문제만 어렵게 내는 거 아닌가
싶구. 원비도 너무 비싸구요.
그 때 하진과 영지, ‘엄마~’ 하며 온다.
경화 (서둘러) 그럼. 먼저 갈게요? (하고 급히 하진을 데려 가는)
영지엄마 아, 저-
영지엄마, 가는 경화를 아쉬운 듯 보는.
영지엄마 (걱정) 기분 상했나...
영지 (엄마 보고) 엄마 왜?
영지엄마 아, 아니야. 우리두 갈까?
영지 있지 엄마. 박하진은 나한테 계속 윙크 한다? 나 좋아하나봐.
영지엄마 (영지보고)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영지 유치원에서 놀 때, 눈을 (눈을 깜빡이며) 이렇게 깜빡깜빡 해.
영지엄마 (놀란) ...그래? 그러는 거, 자주 봤니?
영지 어. 박하진두 친구 없어서. 나랑 많이 놀거든.
영지엄마 (근심어린 표정 되는)
#27. 거리 / 낮
경화, 굳은 얼굴로 하진의 손을 잡고 가는.
경화 (중얼) 말은 참 잘해? 사람이 신경 써서 얘기 해 줄때는 무시하더니...
하진 (걱정스럽게 경화를 보는) 엄마... 오늘두 나가요?
경화 어? 어. 엄마 일찍 올 테니까. 기다리구 있어?
하진 (불안한 얼굴)
/ 아파트 전경 / 저녁
#28. 경화네 아파트 거실 / 저녁
하진 거실에서 혼자 TV를 보고 있는데. TV 화면, 무서운 괴물이 나오는 만화.
하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리모콘으로 티브이를 끄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열린 창틈으로 거실 커튼이 흔들리고.
마치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무서운 분위기.
하 진 엄마... (흐느끼기 시작하는) 빨리 와...
그러다 TV 화면 속의 괴물, C.U.
하진, 겁에 질려 보다가. 현관 쪽으로 달려 나가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29. 아파트 단지 안 / 밤
울면서 '엄마아-’ 하고 부르며 걸어가는 하진.
#30. 경화네 아파트 안 + 밖 / 밤
아무도 없는 집 안.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경화남편.
조용히 아무도 나오지 않자.. 뭐지 하는 표정.
‘하진아!’ 하고 부르며 이 방 저 방을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는 걸 알게 되는.
경화남편 (어이없고) 대체... 이 시간에 어딜 간 거야...?
하는데. 울리는 초인종 소리. 경화남편, 현관문 쪽으로 나가 문을 열면.
/
문 밖. 경비와 손을 잡고 서있는 하진.
경비 애가 혼자 돌아다니길래..
경화남편 (영문을 몰라) 네? (하진 보고) 하진아. 너 왜 혼자야. 엄마는?
하진, 아빠를 보자, 울음을 왁 하고 터트리며 매달린다.
#31. 아파트 복도 / 밤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경화. 집문 앞에 다다르면. 번호키를 누르고. 문을
여는데. 열리지 않는다. 놀란 경화, 철컥철컥 문을 당기는데.
경화 (문 두드리며) 하진아! 하진아!
문이 철컥 열리고. 굳은 표정의 경화남편 서 있다.
#32. 경화네 아파트 안 거실
경화, 당황해서 들어오면. 남편, 경화를 무섭게 보고.
경화남편 당신. 뭐 하는 거야. 애 혼자 집에 놔두고 밖엘 나가?
경화 아니 그게-
경화남편 애가 울면서 밖엘 돌아다녔다잖아! 경비가 데려왔다고!!
경화 (충격 받은) 뭐라구...? 하진이 지금 어딨어?
경화남편 좀 전에 잠들었어. (사이) 그리구. 하진이한테 얘기 들었는데. 당신,
과외 해? 옆동 애를 가르친다니! 대체 무슨 소리야?
경화 (말 제대로 못하고) 그게-
경화남편 (결심한 듯) 당신 이러는 거, 더이상 못 봐. 이참에 다 그만 두자.
경화 (당혹) 그만 두자니. 뭘 그만 둬?
경화남편 집주인한테 연락왔었어. 전세 만기니까. 7천 올려달래.
경화 ...!
경화남편 이 생활, 우리한텐 버거워. 무리라고. 부천에 있는 대학에 지원했어. 곧
연락 올거야. (애원하듯) 가자. 응?
경화 뭐...? (절망) 싫어. 안 돼.. 절대 그렇게 못해..
경화남편 그럼. 계속 이렇게 살잔 거야? 여기가 뭐라고-!
경화 (도리질) 안돼! 이제 시작인데, 여기서 나가면! 우리 하진인 어떡하고!!
남들은 애 학군 땜에 강남으로 들어오는데, 지금 여기서 나가라고?
경화남편 (한숨) 그럼. 잘난 교수 봉급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해서. 여섯 살 짜리
애 앞으로 한달에 삼백씩 들어가는 게 정상이야?
경화 그럴 할 만 하니까 하는 거야. 이거라두 안 하면-
경화남편 안하면. 어떻게 되니?
경화 (필사적인) 이거라두 안 하면 어떡할거야! 우리가, 돈이 있어, 빵빵한
부모가 있어, 아님 뭐, 특출난 재능이 있어! 공부라도 잘 해얄 거 아냐!
경화남편 경화야! 너 정말... 이렇게까지...
경화 아님, 어떻게 할 건데. 세상이 이런데, 남들이랑 똑같이 해서 어떻게
앞서 가? 어쨌든 살아남을라면, 남보다 잘 해야 할 거 아냐!
경화남편 (절망의 눈빛)
경화 (독하게) 난, 여기서 죽어도 못 나가. 그러니까 가려거든 당신 혼자가.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쾅 문을 닫아버리는.
#33. 경화네 집 안 방
화장대에 앞에 앉은 경화,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고개를 드는 경화. 거울에 비친 눈물로 얼룩진 얼굴.
#34. 아파트 단지 입구 / 낮
하진의 손을 잡고 오는 경화.
영지엄마 하진 엄마!
경화 돌아 보면. 영지 엄마다. 굳는 경화의 표정.
영지엄마 (살짝 당황) 아, 저기- (말을 해도 되나... 아닌가)
경화 (차게) 뭔데요?
영지엄마 오늘 일 없음 애들 같이 놀릴래요? 저희집 오셔두 되는데-
하진 (신나서) 엄마, 오늘 영지네 가서 놀아두 되요?
경화 (차게) 미안해요. 오늘은 하진이 영어 수업이 있어서. 시간 안될 거 같네요.
하진 (정색) 엄마. 나 오늘 영어학원 안가잖아요-
경화 (하진에게 입 다물란 표정 짓고. 영지엄마에게) 그럼. 담에 봐요?
하고 하진을 데리고 가는. ‘영지랑 놀고 싶은데~’ 하며 가는 하진.
아쉬운 듯 그 모습을 보는 영지엄마.
/
학원 전경 / 낮
#35. 강의실 안 + 밖
창 밖에서 교실 안을 보는 경화.
/
강의실 안. 테스트를 치르고 있는 아이들.
불안한 표정의 하진이 보이고.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영지.
창문으로 보는 경화. 영지를 발견하고 표정 굳는.
#36. 학원 대기실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는 경화, 미복, 혜주.
혜주 아까 교실에 영지 있던데. 여기 다녔었나?
미복 글쎄. 나도 처음 보는데.
경화 (무심한듯) 그 엄마, 학원 강사래요.
미복 (놀란) 아... 그래? 전혀 몰랐네.
경화 겸사겸사 해서. 영지 여기서 테스트 치게 해보구 넣으려는 거겠죠.
여기 원장하구두 친하다니.
혜주 그랬구나. 어쩐지. 걔 잘 하나..? 통 어디 안보내는 거 같던데.
미복 (시계보고) 시간 됐네. 애들 끝났겠어.
그 때 문이 열리고. 강사 들어오는. 엄마들 보는.
강사 하진 엄마? (곤란한 표정) 나 좀 잠깐만...
경화 네?
#37. 강의실 안
영지, 책상에서 일어나 나오려다가. 하진을 보는. 하진, 상심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강의실 문이 벌컥 열리고. 열받은 듯한 표정의 경화 와서. 하진을
확 끌고 나가는.
학원 로비
엄마들, 웅성웅성하고 있는.
혜주 (놀란) 세상에... 영지가 1등이래요! 여기가 애 처음 보낸 거라던데.
미복 그러게. 누구처럼 유난 안떨어두. 할 애는 다 해.
혜주 근데 하진이-
미복 (조용히 하라는 듯 혜주 툭 치고)
저 쪽에서 하진을 끌고 오던 경화, 엄마들에게 어색하게 인사하고 급히 가는.
엄마들, 가는 경화를 보고. 뭐라 수군수군.
혜주 (경화보고 고소하다는 듯) 어떡해. 영지 땜에, 슈퍼 챌린지 못간다던데.
미복 (픽 웃고)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거라구... 애를... 쯧쯧...
혜주 그러게요. 어차피 요즘은 공부로 차별화도 안 된다던데. 저렇게 시켜봐야..
나중에 취직도 안된다잖아요.
미복 자기두 봐서, 리나 그냥 딴 거 시켜? 난, 어차피 우리 도훈이 공부에
목맬 생각 없어. 평균만 하면 돼. 공부 잘 해서 팔자 바뀌던 것두 다
옛날 얘기야.
#38. 학원 원장실 안
경화, 화난 표정으로 하진을 데리고 서있고. 난처한 표정의 원장.
경화 아니, 어떻게 오자마자 시험 친 애한테 밀려요? 여기선 뭐 가르친 거에요?!
강사 하진이도 잘 해. 근데 수퍼 챌린지 티오가 한자리 밖에 없었잖아-
경화 그래서. 걔 땜에 우리 하진이가, 못간다는 거에요?
강사 하진 엄마.
경화 강원장님. 내가 이 학원에 쏟아 부은 돈이 얼만데- (하다가) 필요하단 거,
그거 드리면. 하진이 자리 만들어 주실 거에요?
강사 (한숨) 좀 진정하고. 다시 얘기하자. 응?
경화 (결심한 듯) 달라는 거, 다 드릴 테니까. 다시 고려해주세요.
하고 하진이 손 끌고 나가는.
경화 (E) 너, 어떻게 된 거야.
#39. 경화네 집 하진의 방
한 손에 회초리를 들고 하진을 야단치고 있는 경화.
경화 (차가우나 엄하게) 다 배웠던 거잖아. 엄마가 아는 하진인 이정도 아닌데.
하진 ...
경화 (두꺼운 문제집 한 권을 내놓으며) 오늘 이거 다 하구 자. 알겠지?
하진 (고개 끄덕) 네...
경화 (가까이 와 하진의 얼굴을 보며) 엄만.. 하진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줄
수 있는 거. 알지?
하진 (고개 끄덕)
경화 그러니까, 엄마 실망시키지 마. 넌, 할 수 있어. 자, 시작할까?
하며 하진의 손에 책을 쥐어주는데. 부자연스럽게 눈을 깜빡 거리는 하진.
경화 (놀라) 어디... 눈, 아프니?
하진 어? 아, 아니에요 엄마. 괜찮아요.
하며 다시 책을 펼쳐드는 하진. 이번엔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다.
경화, 불안한 표정으로 보는.
#40. 경화네 집 거실 / 밤
어두운 거실. 컴퓨터를 하는 경화. 컴퓨터 화면. C.U. 메일 본문에 ‘주소록’
첨부파일로 있고. 발신 버튼을 누르는 경화. 곧 ‘발송되었습니다’ 메시지가 뜨고.
굳은 경화의 표정. C.U.
#41. 유치원 앞 / 낮
경화, 하진의 손을 잡고 오는데. 저만치 모여있는 엄마들.
그 중에 영지엄마가 보인다.
경화 ...!
경화의 시선으로. 엄마들과 즐겁게 얘기를 하는 영지엄마.
하진 (경화를 걱정스럽게 보다가) 엄마...
경화 어? 어. 그래.
하진 (꾸벅 인사)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하진 가면. 엄마들, 경화를 보고.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영지엄마도
경화를 보고. 경화, 그대로 돌아서는데.
#42. 유치원 근처 거리 일각/ 낮
경화, 급히 가는데.
영지엄마 하진엄마!
급히 따라온 영지엄마. 경화, 걸음을 멈추고 본다.
경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아, 네.
영지엄마 왜 그냥가세요. 같이 오시지-
경화 (차게) 그냥. 얘길 재밌게 하고 계신 거 같아서요.
영지엄마 (F) 아, 저. 강원장한테 얘기 들었어요. 근데... 영지는, 그 학원 안 다닐 거
같아요.
경화 (...!) 네..?
영지엄마 우리 애랑은 잘 안맞는 거 같아서... 우리 애땜에 하진이 밀린 건, 신경
안 쓰셔두 될 거에요.
경화 (어이없고)
영지엄마 저, 그리구, 혹시 하진이, 눈- 알고 계세요?
경화 뭐요?
영지엄마 눈이... 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 같은데. 알고 계신가 해서.
경화 (실소) 참, 어이가 없네요.
영지엄마 ...네?
경화 그렇게 하진이 신경 쓰이면, 왜 다니지두 않을 델 와서 애 기를 죽여요?
우리 애 얼마나 잘하나 볼려구 온 거에요?
영지엄마 (당황) 네? 아니, 전 그게 아니라-
경화 (파르르) 그 시험 한 번 잘 봤다구, 사람 바보로 만들지 말라구요.
그 쪽이 애한테 쉽게쉽게 한다고, 다들 그런 거 아니니까!
경화 휙 돌아가는.
#43. 놀이터 / 낮
아이들이 없는 빈 놀이터. 속상한 듯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경화.
/
유치원 전경 / 낮
#44. 유치원 앞 / 낮
수군거리며 있는 엄마들. 경화 오는데. 앞쪽에 엄마들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상훈엄마 얘기 들었어? 튤립반 애네 집에, 학습지판매원이 행패부려서 난리 났대!
수연엄마 세상에... 전번에 장미반 엄마도 한달 내내 찾아와서 시달렸잖아요?
경화, 놀라 대화에 끼지 못하고 멈춰선.
혜주 세상에... 웬일이야. 딴 데 얘긴줄 알았더니. 이번엔 우리 유치원이에요?
상훈엄마 애들 어디 사는지, 엄마 누군지, 전화번호까지 다 알았다잖아.
미복 (굳은) 아무래도 애들 정보가 어디 유출된 모양이에요.
경화, 머뭇하다가.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가는.
#45. 까페 안 / 낮
미복, 혜주 등 둘러앉은 엄마들. 심각하게 뭔가 얘기하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 경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주위 눈치를 보고.
그 위로 흐르는 엄마들의 원성.
·
목소리1 (E) 아, 그 판매원이 자백했다며! 베스트원 강원장 찾아가서 따져야죠!
목소리2 (E) 누군지, 정보원이 분명 있을 거에요. 그렇지 않구서야. 어떻게...
목소리3 (E) 누구 짚이는 사람 없어요? 엄마들 중에 누가-
목소리1 (E) 가만. 우리 반에, 학원 선생인 엄마가 있다 그러지 않았어요? 혹시..?
긴장한 시선으로 엄마들을 보는 경화.
미복 (생각난 듯 경화보고) 그리구보니 하진엄마. 자기가 영지엄마 학원선생이라
그랬지?
상훈엄마 (놀라) 영지엄마?
혜주 맞아요. 강원장이랑두 일 했었다구 했죠? 친하다구!
경화 (놀라) 네? (당황) 아, 저... 그건 그런데-
수연엄마 세상에, 그럼... 그런 거였어?
상훈엄마 어쩐지... 엄마들하구 어울리지두 않구. 딸내미 암 것두 안 시킨담서.
갑자기 그렇게 점수가 잘 나온다는 게, 말이나 돼?
웅성웅성하는 엄마들. 당황하는 경화의 표정.
#46. 유치원 앞 / 낮
엄마들 모여서 수군수군 하고 있는데. 저 쪽에서 영지엄마, 영지를 데리고
지나가는. 엄마들, 영지엄마를 흘겨보며 쑥덕댄다. 영지엄마, 뭔가 이상한
분위기에. 주위 엄마들을 보는.
#47. 유치원 체육실 안.
체육 교사(상욱), 앞 쪽에 있고. 아이들, 음악에 맞춰 짝지어 댄스를 하고 있다.
영지, 파트너와 동작을 하는데. 싫은 표정의 영지 파트너.
손을 잡는 동작에서 영지 파트너 아이, 영지의 손을 탁 친다.
성준 너랑 하기 싫단 말야..!
영지 (놀라 움찔 하는)
상욱, 앞에서 지도하다가. 영지와 아이를 보고 오는.
상욱 성준아. 영지야. 너희들 왜 그래?
성준 (영지를 가리키며) 얘랑 하기 싫단 말이에요!
상욱 (웃음) 왜 하기 싫은데.
성준 엄마가, 김영지랑 놀지 말라 그랬어요!
영지 (어쩔 줄 몰라 고개 숙이고)
상욱 (놀라) 그게 무슨 소리니?
리나 (옆에 있다가 거드는) 맞아요! 우리엄마두 김영지랑 놀지 말라 그랬어요!
스파이라구!
아이들 스파이, 스파이!!
아이들, ‘스파이 스파이’ 하며 거들고. 당황한 교사와 고개를 떨군 영지.
#48. 유치원 원장실
영지엄마와 원장 마주앉아 있는.
영지엄마 (어이없는) 그래서 그런 거였군요. 엄마들 분위기가. (정색) 원장님. 제가
아무리 학원 선생이라지만, 그런 걸 어떻게... 정말 오햅니다.
원장 (한숨) 어머님들 사이에서 하도 말들이 많아서. 확인차원에서 여쭤본
거에요.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영지엄마 하. 대체 어디서 이런... (표정 나쁜) 진짜 불쾌하네요.
원장 (헛기침) 아무튼. 다음 주 학부모 참관 수업도 있고 하니까. 오셔서 푸시면
좋겠네요.
영지엄마 (냉정) 전 일이 있어서 참석 못합니다. 그리구 시간이 있다 해두 별로
그 분들 보고 싶지도 않아요.
원장 영지 어머님.
영지엄마 제가 뭘 잘못했나요? 왜 제가 풀고 말고 하죠?
원장 ...
영지엄마 (분한) 엄마들하구 잘 못 어울렸다고, 이렇게 억울하게 몰려야 하나요?
원장님두 지금, 제가 그랬다구 생각하구 계신 거 아니에요?
원장 어머님, 진정하시고-
영지엄마 저도 어떻게 할지, 생각좀 해야겠네요. (일어서며)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고 나가는)
#49. 유치원 교실 안
엄마들, 둘러앉아 있는(영지엄마만 없는).
원장 그렇게 본인에게 직접 확인했으니까. 아무튼.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짓는
걸로 하죠.
미복 (알겠다는 시선)
엄마들, 못마땅한 듯 웅성거리고.
혜주 그래야지 뭐 어떡해요. 증거두 없고. 조사할 수 있는 것두 아니구.
근데 그 엄마 참 맹랑하네. 나와서 풀던가 하지.
경화,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는.
와글와글한 아이들의 소리와 호각부는 소리(E).
#50. 유치원 수영장 안
앞 씬의 소리와 오버랩되어.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 한 줄로 서서 체조 하고
있고. 호각을 불며 앞 쪽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상욱.
통유리 바깥쪽으로 서서 구경하는 엄마들 보이고. 손 흔드는 엄마들.
(통유리가 있는 수영장 촬영이 어려울 경우 수영장 내 뒤쪽으로 해주세요)
상욱 (호루라기를 불고) 자, 얘들아, 간식시간이다! 한 줄로 라인업! 오늘 여러분
수업하는 거 보러 부모님들이 오셨으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아이들 네!!
상욱 자, 그럼 천천히 순서대로- 이동!
하며 아이들을 차례로 인솔해 나가고. 아이들 한줄로 서서 이동하면. 맨 뒷줄에
서 있는 영지. 그 앞에 있던 리나와 아이들. 나가다가 뒤의 영지를 탁 밀치는.
리나 넌 저리 가! 니네 엄만 오지두 안잖아!
영지 (지지않고) 우리 엄마 안오는 거랑 너랑 무슨 상관이야?
리나 엄마 없는 앤, 엄마 없는 애끼리 놀아. (아이들을 끌며) 얘들아. 가자?
하고 아이들과 가버리는. 영지, 혼자 남아 있다가. 천천히 걸어가는.
#51. 유치원 휴게실 안
아이들, 타월을 두르고 간식을 먹고. 몇몇 엄마들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랴
간식 챙기랴 정신이 없다. 엄마들과 선생들, 봉투에서 빵과 케이크, 음료수 등의
간식을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아이들, 맛있게 간식을 먹는.
영지만 한 구석에 있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영지 내 물안경... 물안경이 어디갔지? (한 엄마에게 가서) 아줌마, 내 물안경
못봤어요?
성준엄마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느라 바쁜) 못봤는데.
영지 파랑색에 내 이름 써있는 건데-
성준엄마 아유, 얘 정신없다. 니가 좀 찾아봐? (하고 외면하는)
영지,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면. 아이들, 짜증난다는 듯 영지를 보고.
영지, 슬며시 일어나 풀장 쪽 출구로 나가는. 아무도 신경쓰지 못하고.
미복 (봉투에서 간식을 꺼내다가) 간식이 남네? 없는 애 있어?
혜주 그래요? (하고 아이들을 둘러보다가) 잘 모르겠는데.
하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는. 경화, 아이들을 둘러보는데. 영지가 안 보인다.
경화 영지가... 안 보이는 거 같은데...?
혜주 그래요? (하고 으쓱 하고 마는)
엄마들과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 경화, 뭔가 걸리는 불안한 표정.
#52. 유치원 수영장 안
아무도 없는 수영장 안. 영지,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데. 풀 사이드 쪽으로 있는
물안경이 보이고. 영지, 물안경을 발견하고 가서. 잡으려 앉아서 손을 뻗다가,
그만 물에 풍덩! 빠진다. 허우적거리는 영지의 손.
영지 (E) 어, 엄마....
허우적거리는 영지. 수면 위로 반짝이는 햇살. 물거품, 곧 잦아드는.
#53. 유치원 입구 / 낮
구급차가 오고. 들것에 실려 나오는 영지. 오열하며 매달리는 영지엄마.
뒤에서 그 모습을 보는 엄마들의 불안한 얼굴. 구급차, 영지와 영지엄마를
태우고 떠나는. 멍한 표정으로 보는 경화의 얼굴. C.U.
/
병원전경 / 낮
#54. 병실 안 + 밖
산소호흡기를 하고 누운 영지. 그 옆에 영지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영지엄마.
흐느껴 우는.
/
병실 밖. 들어가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보는 경화. 절망적인 표정.
( 씬 2에 이어 --- 다시 현재 )
#55. 유치원 복도
경화의 얼굴 앞 씬과 이어져. 수아와 마주서 있고. 수아 손에 들린 영지수첩.
수아 (충격 받은 표정) 세상에... (입을 막고) 말도 안 돼... 그래서.. 그 자리에
예린이가 들어온 거에요? 당신들- 어째 그래요? 애가 무슨 잘못이라고!?
경화 ....
수아 이 문자두... 그래서 보낸 거에요? 난... 하진엄말 믿구... 의지했었는데...
왜 나한테 그래요? 내가 뭐 잘못했어요?
경화 (흔들리는 시선으로 수아를 바라보는)
/
아파트 전경 / 낮(일주일 전)
#56. 경화네 아파트 안
굳은 표정으로 수트케이스를 들고 나갈 채비를 하는 경화 남편.
방으로 들어온 경화, 놀라 보고.
경화남편 나 내려간다.
경화 ...
경화남편 너, 오리라 기대 안 하는데. 생각 정리되면, 연락 줘. (하고 돌아서려는데)
경화 (단호히) 집, 월세로 옮길 거야.
경화남편 (어이없다는 듯 보고)
경화 옮기고, 어떻게든 내가 일 하고... 엄마 올라오셔서 하진이 봐주시면.. 돼.
경화남편 (한숨) 그래. 정 그렇다면 잘 해봐. 나도 더는.. 포기다. (하며 방을 나가는)
#57. 경화네 집 아파트 거실
경화남편 나오면. 슬픈 듯 서있는 하진.
하진 (슬픈) 아빠... 어디 가요?
경화남편 하진아. 아빠가, 일 때문에 좀 멀리 가야해.
하진 왜 나랑 엄마랑 같이 안 가요?
경화남편 엄마는...(씁쓸한 미소) 아빠랑 생각이 많이 달라서. 같이 갈 수 없대.
하진 (매달리며) 아빠... 가지 마요. 응? 나랑 같이 있어요.
경화남편 아빠가 가서 연락할게. (머리 쓰다듬으며) 잘 있어.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경화남편. 쿵 하고 닫히는 문.
하진 ‘흐으...’ 하며 울기 시작하는. 경화 방에서 나와서. 하진, 경화를 보고.
경화 하진아.
하진 (경화의 손을 뿌리치며) 엄마 미워. 흐엉... 엄마 미워... 엄마가 아빠
가라 그런 거잖아...
경화 (냉정히) 박하진. 그만하구 방으로 들어가.
하며 하진의 손을 잡으려는데.
하진, 별안간 무섭게 경화를 노려보더니. 경화를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하진 (경화를 때리며) 엄마 싫어!! 엄마가 가!! 왜 아빨 가라 그래!!
경화 (당황) 하진아!!
하진 싫어, 싫다고! 미워!!
경화 박하진!! 그만하지 못해?!! (하고 버럭 화를 내면)
하진, 멈칫 하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덜덜 떨다가.
바닥에 주저앉더니. ‘으악’ 하고 소리르 지르며 자신의 머리를 마구 때리는.
경화 (놀라 사색이 되어 말리며) 하진아, 하진아!!!
#58. 병원 안 / 낮
의사와 상담을 하고 있는 경화.
의사 틱 증셉니다. 가정불화나 학업, 교우관계 같은 데서 오는 스트레스나
불안이 커지면 나타나는 증세죠.
경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사 심리치료나 놀이치료 같은 걸 병행하시면 도움이 될 텐데. 하진이 같은
경우는... (하며 말을 망설이는)
#59. 상담실 안
하진, 상담사와 함께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까만색으로 무시무시한 괴물을
그리고 있다.
상담사 하진아. (괴물을 가리키며) 이건 뭐야?
하진 ...엄마.
상담사 엄마? 엄마를 왜 이렇게 그렸어?
하진 (빤히 보다) 우리엄마 되게 무서워요. 맬맬 소리 지르구. 화내구. 공부하라
야단치구... 진짜 괴물 같애요.
하진이 그린 그림. C.U.
의사 (E) 아무래도 아이의 원인이, 어머님께 있는 것 같으니까. 부모 치료도
같이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만.
#60. 상담실 밖 복도
상담실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는 경화. 충격을 받은 표정.
벽을 잡고 비틀 걸어가다가. 주저앉는.
#61. 차 안 / 낮
망연자실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던 경화. 망설이다가. 어딘가로 전화 하는.
#62. 동네 공원 / 낮
운동복 차림으로 남편, 예린과 함께 산책을 하던 수아. 핸드폰 울리고.
수아 (전화받으며) 하진엄마? (아무것도 모르고 밝게) 어쩐 일이에요?
예린 (수아를 재촉하며) 엄마, 빨리 가~
수아 알았어. (남편에게) 자기야! 예린이 데리고 먼저 좀 가고있을래? 나 금방
따라갈게-
수아남편 (예린의 손을 잡으며) 예린아! 우리 엄마 빼구 아빠랑 데이트 할까?
예린 어, 좋아! 엄마, 나 아빠랑 먼저 간다~!
수아 (웃는)
#63. 차 안 / 낮
경화,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수아 가족의 즐거운 소리를 듣는.
‘자아, 그럼 가자~ ’ ‘기다려 아빠~’ 하는 예린의 깔깔 웃음소리 (F).
수아 (F) 아 미안해요. 지금 밖이라-
경화 아니에요... 바쁜 거 같은데. 다음에 전화 할게요. (하고 끊으려는데)
수아 (F) 아, 저 하진엄마-!
경화 (멈칫 하면)
수아 (F) 지난 번 말한 학원 때문에 그러는 거면-
경화 (확 치밀어 오르고)
#64. 동네 공원 / 낮
수아, 전화 통화중인.
수아 고마운데 예린인 아직 학원 보낼 때가 아닌 거 같아서-
경화 (F) (자르며) 학원 때문에 아니에요. 다음에 통화하죠. (하고 탁 끊는)
수아, 찜찜한 표정으로 전화 끊는. 옆에 있던 남편 보고.
수아남편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수아 아니... 같은 반 엄마가, 예린이 학원을 추천해줬는데... 거절했거든.
근데 것 때문인가..? 쌀쌀맞네.
수아남편 학원? 무슨 학원.
수아 사고력 수학이랑, 국어...
수아남편 (픽 웃고) 야. 여섯 살짜리가 무슨 사고력이야. 국어는 또 뭐구.
수아 초등준비 해야 된다구, 애들 다 다녀.
수아남편 초등준비? 1학년이면 받아쓰기랑 더하기만 잘하면 됐지. 뭘 준비해?
수아 (끌끌 혀차며) 차암..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 한다.
수아남편 (예린이 보고) 예린아. 니네 엄마가 심심한가보다. 우리 동생 하나 만들까?
수아 (흘기는) 이 이가.. 애 앞에서 별 소릴 다해.
수아남편 저기까지 달리기 해서, 꼴찌가 아이스크림 쏘기다?
예린 (신난) 야호! 내가 일등!
하고 뛰기 시작하는 예린과 수아 남편. 수아,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다가.
‘기다려-’ 하고 따라 뛰는.
#65. 놀이터 / 낮
벤치에 멍 하게 앉아있는 경화.
#66. 인서트 - 놀이터 (씬 17 - 경화의 회상)
즐거운 듯 경화와 얘기하며 웃고 있는 영지엄마.
경화 (N) 그 때 알았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 씬 54에 이어 --- 다시 현재 )
#67. 유치원 복도 / 밤
경화, 수아와 마주서 있고.
경화 미안해... 그 문자를 보낸 건... 예린엄만, 여기서 나가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나처럼... 되진 말라고...
수아 그럴 걸... 왜...
경화 이렇게 필사적으로 매달려도... 늘... 외롭고 힘들어... (눈물을 닦는)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두 모르겠구... 근데. 하진이도... 날 싫어해..
수아 ...
경화 왜 늘... 나만 이런 건가... 예린 엄마나 그 엄만... 이렇지 않잖아..?
근데 난.. 이렇게 해도 왜 나아지는 거 같지 않은 건가... 그래서...
눈물을 닦는 경화. 경화의 앞으로 가 손을 잡는 수아.
수아 그렇게까지 몰아붙이지 않아도.... 경화씨 이미 좋은 엄마에요.
경화 (..!)
수아 그리구 그거 알아요? 그래두 경화씨보다, 하진이가, 경화씰 훨씬 더 사랑
하는 거... 아이에겐, 엄마가 전부잖아요.
경화 (경화의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
수아 이만.. 가볼게요... (예린이 있는 쪽을 보고) 예린아?
앉아있던 예린, 일어나 수아가 있는 쪽으로 오고.
수아, 예린의 손을 잡고 가는데.
경화 저기, 수아씨.
수아 (돌아보면)
경화 도훈엄마한테 좀 가 봐 줄래. 그 엄마...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수아, 경화를 물끄러미 보다가. 예린을 데리고 가는.
#68. 양호실 앞 복도
양호실 문 앞에서 서 있는 수아와 예린. 노크하고.
#69. 양호실 안
수아와 예린 들어가면. 양호실 침대에 앉은 미복,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수아를 보고.
수아 (미복 쪽으로 가며) 좀 괜찮아요?
미복 (상태가 좋지 않은) ... 괜찮아.
수아 (걱정스런 얼굴로 보며) 여기 있다 그래서.... 걱정 돼서 왔어요. 도훈인..?
미복 (고개 젓고) 경찰이... 올 거래.
수아 (놀라고) 경찰이요? 세상에...
미복, 수아의 곁에 선 예린일 한 번 봤다가. 도훈이 생각나는 듯 표정 무너지고.
얼굴을 감싸 쥐는.
미복 (절망) 우리 도훈인... 어디 있는 거야? 도훈아...
수아 (미복 곁으로 가 다독이며) 진정해요. 일단 엄마가 맘을 굳게 먹어야하니까.
별 일 없을 거에요. 일단 좀 누워요, 응?
미복의 불안한 시선. 양호실 한 쪽에 서 있던 예린, 슬금슬금 가서 냉장고를
열고 이것저것 들춰보는.
수아 (예린을 보고) 예린아. 조용히 해야지. 여긴 장난치면 안 돼!
예린, 알았다는 듯 끄덕 하고. 다시 눈치를 보며 여기저기 들추는데.
냉장고 옆 옷걸이에 걸어둔 미복의 코트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수아 (일어나오며) 얘가... 엄마가 이러니까 가만있으라 했잖아.
하며 떨어진 코트를 주워드는데. 주머니에서 뭔가 툭 떨어진다.
수아 어..?
떨어진 물건을 주워들면. 작은 테입이다. 당황하는 미복의 얼굴.
수아 이건..!
#70. 인서트 - 유치원 복도 (수아의 회상 - 2부 씬 57에서)
바쁘게 걸어가는 수아와 경화
경화 들었어? 복도 CCTV 카메라도 고장났대!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수아 (불안한)
#71. 양호실 안
소스라치게 놀라며 테이프를 떨어뜨리는 수아, 바닥에 떨어진 cctv 테이프.
수아, 믿을 수 없는 듯, 두려움에 미복을 보는데.
굳은 표정의 미복의 모습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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