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재사랑산악회-甲午年 始山祭] ♣— 제139차(3/16) 원주 미륵산
* [산행 코스] 귀래면 주포교→ 황룡사 입구→ 미륵농원→ 경천묘(敬天廟)→ 삼층석탑(三層石塔)→ 미륵불(彌勒佛)-미륵봉→ 능선길→ 헬기장<점심>→ 암릉(바위)지대→ 미륵산 정상→ 삼거리 무덤→ 서낭당고개 ♣ <새재사랑산악회> 갑오년 시산제(始山祭)
♣ <새재사랑산악회> 갑오년 시산제(始山祭) ♣
* [시산제 제단 설치] ─ 미륵산 발치 서낭당고개 산록, 조촐하지만 정성이 깃든…
☆… 시산제를 올리는 서낭당고개의 산록은 미륵산의 산줄기가 동쪽으로 뻗어내려 온 곳이다. 아직 봄갈이가 시작되지 아니한, 산 아래 묵정밭 가장자리에 제단을 설치했다. 주변에 인적이 전혀 없어 우리들이 시산제를 모시기에 아주 조용하고 아늑한 장소이다. 이곳의 밭은 산 아래 널따란 공간이어서 앞이 환하게 트여 있고 제단을 설치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새재사랑산악회시산제’— 현수막을 설치하고, 깔개로 제단을 만들고 정성으로 준비해 온 제수(祭需)를 가지런히 진설했다. 팥시루떡과 포(脯)를 윗자리에 놓고, 가운데는 조율이시(棗栗梨柴)의 배열로 오색과일을 진설했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빙긋이 미소 짓는 ‘돼지머리’를 배설했다. 조촐하지만 정성이 깃든 제단이었다. 제일 앞자리에 향(香)을 피웠다. 특히 산불예방을 염두에 두고 가능하면 화기(火氣)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
☆… 시산제에 들어가지 전에 호산아 고문이 시산제에 참여하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도움말을 했다. 이 산제는, 언뜻 보아 그냥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순박한 우리 선조들이 행해 온 자연을 대한 전통적인 미풍양속임을 전제하고, 우리가 평소 산을 다니며 심신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고 하고, 오늘의 산제는 대자연(大自然)에 대한 인간적 예의라고 생각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당부했다. 자연은 그 자체가 생명력의 원천이고, 우리의 산하와 자연의 그 정기(精氣)는 바로 우리들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환기했다.
* [2014-시산제(始山祭)] ─ 제주(祭主) 장병국 회장, 그리고 모든 회원의 정성을 모아…
☆… 오후 2시 45분, 김의락 총무의 진행으로 본격적인 시산제가 시작되었다. 오후 들어 하늘 열리고 맑은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제단 아래에는 오늘 산행에 참석한 모든 대원들이 가지런히 도열했다. 제주인 장병국 회장이 단 앞으로 나아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우집사 유형상 부대장, 좌집사 남정균 부회장이 맡아서 진행했다. 지평 민창우 산악대장의 주도로 ‘산악인의 선서(宣誓)’를 했다. 전 회원이 오른 손을 들고 대장을 따라 ‘선서’를 했다.
◇… 산악인의 선서 …◇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 평화, 사랑의
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딱 ‘100자’로 제정된 이 선서(宣誓)는, 구구절절이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들 가슴 속에 담아야 할 내용이다. 이 선서는 1967년 노산(露山) 이은상(李恩相) 선생이 한국산악회장으로 취임한 첫해에 제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조시인이나 사학자로 노산을 기억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전통이 오래된 ‘한국산악회’의 수장으로서의 노산을 기억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노산하면, 온 국민이 애창하는 ‘가고파’, ‘성불사의 밤’, ‘바위고개’, ‘사우’, ‘봄 처녀’, ‘고향생각’, ‘옛 동산에 올라’ 등의 가곡으로, 대부분의 국민들도 이것만을 기억 할 뿐이다. 필자는 일찍이 1972년 한국산악회 회원이 되어 노산 선생과 함께 남한산성을 오른 적이 있다.
☆… 분격적인 제례에 들어갔다. 먼저 제주인 장 회장이 잔을 올리고, 회원 모두가 절을 두 번하는 강신(降神)의 예를 올리면서 산제를 시작했다. 아울러 호산아 고문이 정중한 목소리로 ‘초혼문(招魂文)’을 낭독했다. 신명(神明)을 모시는 의식이다. …
☆… 이어서 헌작(獻酌, 술잔을 올리고 두 번의 절을 하는 것)의 순서에 들어갔다. 초헌(初獻)은 산악회를 대표하여 제주인 장병국 회장이 첫잔을 올리고 두 번 절한 후, 미리 준비한 ‘축문(祝文)’을 낭송했다. 축문은 우리 산악회 박운식 전 회장이 친히 화선지에 써서 오늘 아침에 가져나온 것이었다. 우리 산하(山河) 대한 우리들의 사랑을 다짐하고, 우리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신의 가호를 빌었다.
◇… [祝 文] …◇
維 歲次 檀紀四千三百四十七年 甲午 三月辛未朔 十六日丙戌
새재사랑山岳會長 張炳國과 會員 一同 敢昭告于
오늘 좋은 날을 擇하여 山紫秀麗한 이곳 원주 미륵산을 택하여
天地神明께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感謝와 祝福의 시산제를 올립니다.
天地萬物을 制度하고 生命力을 加被하시는 天地神明이시여!
全 山岳會員들이 ‘萬物이 自然에서 태어나 自然의 섭리에 따라 自然으로 돌아감’을
깨우치게 하시고
人間이 自然에 同化되어 調和와 相生의 삶을 엮도록 도와주시고
文明世界에서 오염된 心身을 修練하고 다듬게 하시어
弘益人間으로서 자랑스런 지혜를 주십시오.
아울러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함께 나누는 동반자로
利他를 行하는 건강한세상을 이끌어가도록 가피·가호하소서!
오늘 차린 酒果脯가 비록 조촐하오나 全 會員들의 精誠을 모아
마련하였사오니 흔쾌히 歆饗하시고 우리들의 뜻을 받아주시고
會員 各自의 祈願을 들어주시길 간절히 비옵나이다. / … 尙饗
이날 독축한 제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았다. 국한문을 혼용해서 썼다. 축문의 처음[序頭]와 끝[末尾]의 문구(文句)는 전통적인 제문(祭文)의 한문식 표현을 그대로 썼다. 이런 양식과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하여 쉽게 정리해 본다.
서두의 ‘維歲次’(유세차)에서 ‘유(維)’는 글[말]을 시작하는 발어사(發語辭)이며, ‘歲次’(세차)는 ‘세월이 흐른다’는 뜻이므로 우리말로 옮기면 ‘아, 때는 바야흐로’ 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그 이하는 오늘 제의를 올리는 오늘을 단기(檀紀) 연호와 간지(干支)를 넣어 나타낸 것이다. 2014년을 ‘檀紀(단기)4347年 甲午(갑오)’로, 3월을 ‘辛未’(신미)로, 16일을 ‘丙戌’(병술)로 썼다. 서두의 끝에 나오는 ‘敢昭告于’(감소고우)는 ‘경건하고 밝은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고(告)하나이다!’라고 해석하면 된다.
그 이하의 내용은 우리들이 간구(懇求)하는 바를 담은 본문이다. 오늘날의 일반적이 표기로 보면 문장 속의 한자는 그냥 우리말로 써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은 한문투(漢文套)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문의 제일 마지막의 ‘尙饗’(상향)은 ‘尙’은 받든다는 뜻이고 ‘饗’은 차린 음식을 말하는 것이니, ‘신명께서는 제물을 받으소서!’라고 풀면 된다. 신명(神明)께서 차린 음식을 가납하여 드시기를 바라는 말을 ‘흔쾌히 歆饗(흠향)하시고’라고 본문에 썼다.
☆… 독축(讀祝)의 순서에 이어, 두 번째로 잔을 올리는 아헌(亞獻)의 예가 진행되었다. 아헌은 호산아 오상수 고문이 했다. 그리고 종헌(終獻)은 김준섭 부회장이 올렸다. 이렇게 세 번의 헌작(獻酌)을 하는 것은 전통적인 제의(祭儀)의 양식이다. 이어서 대원들은 몇 사람씩 앞으로 나아가 술을 올리고 재배(再拜)를 올렸다. 그리고 철상(撤床)의 예(禮)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산제를 마쳤다. 장병국 회장이 마무리 인사를 했다.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갑오년 시산제를 잘 마쳤다! 정성어린 마음으로 참여해 준 모든 산우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 비록 소박하지만 정성을 다한 시산제였다. 산제가 끝나고 난 후, 회원들은 둘러 앉아 유쾌하게 음식을 나누며 음복(飮福)을 했다.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팥시루떡도 맛이 있고, 맛깔스런 김치에 싸 먹는 머리고기의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그리고 꽁지 문(文) 사장이 준비해 온 싱싱한 굴과 물미역이 입맛을 돋우고, 칼칼하고 새콤한 홍어무침은 입안을 개운하게 했다. 골판지를 깔아 임시로 만든 음식자리에 모여 앉아 참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쾌음을 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다른 회원들을 위하여 팔을 걷어붙이고 일을 하는 분들이 있어 너무 고마웠다. 음식을 나누어 쟁반에 담고, 자리마다 편히 먹을 수 있도록 선뜻선뜻 제공하는 등 노고를 아끼지 않은 꼬마공주, 통통공주, 꽃구름, 향이 등 헌신적인 모습이 참 정겹고 아름다웠다. 언제나 무한한 생명력과 넉넉함을 내려주는 산(山), 그 자연의 발치에서 인정을 나누는 시간이 참으로 은혜롭게 느껴졌다.
* [에필로그] — 등고자비(登高自卑), 다시 겸허한 마음으로…
☆… 주자(朱子)가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높은 곳에 이르려고 한다. 하지만 낮은 데로부터 시작할 줄은 모른다(人多要至高處, 不知自底處).” 누구나 높은 자리에 오르고는 싶어 하면서, 막상 가장 낮은 데서부터 차근차근 밟아서 올라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도리(道理)보다 욕심(慾心)이 앞서기 때문이다. … 그렇다. 인생에서 탐욕과 오만은 ‘쥐약’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듯하지만, 자고나면 쥐약을 먹고 인생을 그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중용(中庸)』에서는 “먼 길을 가는 것은 가까운 데로부터 비롯되고,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은 낮은 데서부터 출발한다(行遠自邇, 登高自卑)”고 했다. 소중한 인생, 겸허한 마음으로 순리를 밟아서 살아야 한다. 산(山)은 우리에게 늘 그것을 묵언으로 계시한다. 오늘 시산제를 통하여 우리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겸허하고 경건한 마음을 다졌다. 낮은 곳부터 시작하는 우리들의 정직(正直)한 산행(山行)이 결국 하늘 가까운 산정(山頂)에서 가슴을 편다고 하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생명(生命)의 산(山)을 향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국 ‘한마음 사랑’이다. 그것이 ‘하늘마음’이 되고, ‘어머니 마음[母性]’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은혜로운 자연에 대한 지극한 도리이기도 하고, 인간에 대한 순수하고 따뜻한 사랑이 아닐까. …♣
<끝>
첫댓글 올일년도무사안전즐거운산행서로를
배려하고자연을사랑하고느끼는산행
이되길바랍니다.
늘 산행기 정리해주시는 고문님께 감사
인사다시드립니다.고맙습니다
등고자비,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욕심이 앞을 가리기 때문이겠지요. 몇십년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걸 하루가 멀다하고 접하지요. 다시한번 명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