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일, 안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좋은 일은 생기지 않고, 안 좋은 일만 줄지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가?
대체로 일반 사람들은 점을 보거나 굿을 하고,
불자는 불공을, 크리스천들은 기도를 합니다.
그런데 간혹 세상 원망, 부모 원망, 원망이란 원망은 다하면서
술독에 빠져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점을 보거나 굿을 하는 사람들이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심리치료 관점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불운을 극복해 보려는 사람들은
그래도 건강한 편이라고 말합니다.
심리치료에서 가장 위험시하는 것은
원망과 술독에 빠져 사는 무기력증 환자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무기력증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모든 게 다 귀찮고 힘들어서 손을 놓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태를 무기력증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좋지 않은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실패자의 인생을 살 가능성이 큽니다.
무기력증이란 자기 연민의 일종인데,
자기 책임은 생각지 않고 다른 사람이 해결해 주기만 바라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무엇인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 행동하기보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불평만 해 댑니다.
그런데 피해자 역할을 오래할수록 그 역할에 익숙해지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렇게 부정적인 길을 따라가는 것은 자기 속임수에 빠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습관적으로 파괴적 선택을 하게 된다면
결국 우울증, 만성적 고통으로 시달리는 실패자의 삶을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냉소적 태도입니다.
사람은 ‘누구 하나 믿을 사람 없고, 되는 일도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면
냉소적 태도를 갖게 되는데,
이런 냉소적 태도는 사람들과 다시 관계를 맺고,
즐거운 일을 하고 싶은 의지를 꺾어 버리고,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세 번째, 만성적 무기력증은 습관적으로 불평,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데,
이것은 강박적 분노를 동반합니다.
강박적 분노는 사람으로 하여금 힘을 가지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일시적인 것일 뿐, 결과적으로는 하느님과의 의사소통을 막고,
도움 줄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어지게 합니다.
이처럼 무기력증은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만족감도 얻지 못하고 긍정적 에너지만 차단할 뿐입니다.
어느 날 하느님께서 베드로 사도를 부르시더니 금주의 공지사항을 전달하시길,
“앞으로 천당 주민들은 겉과 속이 같은 삶을 살라고 권하라.”
그런데 가는귀가 먹은 베드로 사도가 천당 주민들에게
앞으로는 겉과 속이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바람에 겉과 속이 다른 수박, 사과 같은 것들이 식탁에서 밀려나고,
겉과 속이 같은 “순대”만 밥상에 올라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밥은 너무나도 밥상 위에 올라가고 싶어서 고심고심하다가
자기랑 모양과 색깔이 비슷한 순대 뒤에 숨어서 몰래 밥상에 올라가려다 들켰습니다.
“넌 누구냐?” “보시다시피 전 순대인대요.”
“옷 벗어 봐.” 김 속에 하얀 밥이 보이자
경비원은 ‘겉하고 속 다른 놈’하고는 김밥을 몰아냈습니다.
그러나 김밥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밥 속에 검은 콩을 섞어서 다시 시도.
그러나 경비원이 “검은 콩 빼 봐.”하는 바람에 또 쫓겨났습니다.
김밥은 그래도 굴하지 않고 이번에는 먹물 속에 들어가 뒹굴어서
검게 염색하고는 다시 밥상 위로 올라가는 시도를 하였는데,
이번에는 주방장이 검은 국물을 흘리며 오는 김밥을 보더니
“겉과 속이 같아도 불량식품은 안 돼.”
결국 김밥은 다시 밥상에서 밀려나게 되었는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몸에 참기름을 바르고
밥상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겉과 속이 같은 순대로 삼시 세끼를 때우던 천당 주님들이
모두 하느님께 몰려가서 “사람이야 겉과 속이 같아야 하지만
먹는 것까지 그러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항의하니
상황을 파악하신 하느님께서 김밥의 의지를 가상히 여기셔서
“앞으로는 천당 밥상의 주 메뉴는 김밥으로 하고,
순대는 격을 내려서 간식으로 하도록 하여라.”하셔서
생긴 것이 ‘김밥천국’이라고 합니다.
무기력증은 사람의 정신을 시궁창 속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따라서 시궁창 속에 들어가길 거부하고, 판에 박힌 생활패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아주 중요한 사람임을 인식해야 하고,
강한 목적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쁜 상황 속에서도 좋은 것을 이끌어 낼 수 있고,
고통이 단순히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무엇인가 좋은 소득을 안겨 줄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냐’싶은 분들은
자기가 죽은 후에 사람들이 자기에게 무어라고 할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