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바당 봉봉 ●지은이_정영주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18. 6. 27
●전체페이지 144 ●ISBN 979-11-86111-49-9 03810 ●국판변형(127×206))●값_10,000원
●문의_(044)863-7652, 070-8877-7653, 010-5355-7565 ● 입고_2018. 7. 3
■ 정영주 시인의 신작 시집 『바당 붕붕』(詩와에세이, 2018)이 시에시선 13번으로 출간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 약평(표4)
정영주 시인의 시에는 ‘바다’가 산다. “도무지 늙지 않는 바다”가 산다. 그 바다에는 시인이 지나온 삶이 소금처럼 녹아 있다. 어디선가 “소금 같은 비명”이 들려온다. 제주에서 춘천까지, 정영주 시인은 삶의 바다를 배회하며 “내내 두리번거린다” “실은 울음인지 웃음인지도 모르는/반짝이는 시어들이” 그 “어둠의 구석구석을 발효시키고 있다” 정영주 시인에게 바다는 눈물의 기원이고 슬픔의 진원지며 고단한 생의 종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시인은 “때론 칼칼하고 까다로울 수 있어야 생”이라고 말한다. “눈물도 이젠 춤이라는 것을 안다.” 이것이 여태껏 그가 “조짐 같은 언어”를 부여잡고 “지는 싸움을 죽어라 하는 이유”이다. 저 눅눅한 삶의 어둠을 견디기 위해, 그의 시는 오히려 어둠을 끌어안아야만 했으리라. 그리하여 마침내, 지금 시인은 “바다와 겸상” 중이다. 여기 식탁에는 삶의 ‘온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시인의 온기가 느껴진다._이성천(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교수)
정영주의 시에는 틈이 많다. 그 틈은 시인의 세계를 엿보는 비밀 통로지만, 또 한편으로 그것은 시인의 시를 그의 삶으로 축약해서 읽으려는 성급한 마음을 붙들어 맨다. 시인은 오랜 기억의 파편과도 같은 서까래를 만지며 백년 된 돌집의 내력을 읽어내기도 하고, 산을 바라보면서 몸을 다 비워내 허공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시인의 언어가 그의 말대로 쓸쓸하고 가벼울망정 삶의 부면만 그리겠으며, 그것이 이 세계의 징후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인이 어디선가 빌려온 문장들은 “빛나는 보석”이다. 그래서 시인은 바다가 쉼 없이 파도의 집을 짓듯이 쉼 없이 시의 집을 짓는다.
시의 틈으로 바다가 보인다. 한 사람의 삶을 빛나게도 하고, 또 한 사람의 삶에 상흔을 남기기도 하는 바다. 비틀거리며 바다에 빠지는 이들이야 숱하지만 스스로 길이 되어 바다로 가는 이는 드물다. _여태천(시인,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 차례_
제1부
밥이 멀다·11
돌집 풍경들·12
늙지 않는 바다·14
세반고리반·16
물속에 알을 낳는다·18
소금 같은 비명·20
서툰 책방·22
겨울 산·24
수상한 시(詩)·26
제주 일기·28
베스트셀러·31
러빙, 빈센트 반 고흐·32
수평선의 시간·34
물속에서 차 한잔·35
늙은 은행나무의 방·36
제2부
바다와 겸상하다·39
먹빛 시력·40
문득, 잠에서 깬다·42
다섯 평의 움막·44
내가 또 있다·46
공중 노숙·48
헝그리 정신·50
이정표·52
구름 주머니·53
91게스트·54
불가마·55
접근금지구역·56
쇠 발목·58
가만히 귀를 댄다·60
북극성·62
제3부
눈물도 이젠 춤이다·65
느티나무의 걸음으로·66
내비게이션·67
매 맞은 아이처럼·68
허구 한 마리·69
사라의 정원·70
한라봉·71
바당 봉봉·72
산이 나를 넘긴다·74
골목 없는 7번 국도·76
마음의 거리·77
아직도 공사 중·78
고양이, 야생화·80
서로의 벽·82
상추·84
제4부
배후·87
측백나무 그늘을 끌고·88
백색 그림자·90
문장은 중립·92
고작 3%?·94
베두인·96
밟혀서 좋은 것들·98
그늘 서너 평·100
뚱뚱한 고양이·101
산고래 아가리에·102
머릿속을 뒤진다·104
쪽빛으로 물들여지다·106
벽과 벽 사이·108
대패질·110
해설·113
시인의 말·143
■ 시집 속의 시 한 편
지붕 위에 누워 바다가 하는 말을 듣는다
똑같은 소리 같아도 뱉고 삼키는 말,
올 때 갈 때가 다르다
반복의 언어일수록 비밀이 깊다
저 멀리 우도의 산호도
이따금 소리를 따라 하도리까지 온다
나도 바다가 내준 길이다
어둠이 내준 길도 때론 황홀임을
바다에게서 배운다
기다릴 수 있다면, 나직이
내려놓는 가난한 무릎이 있다면
바다가 쓸어주는 노래를 들을 수 있구나
목마른 날, 자작자작 비 내리듯이
바다는 봉봉, 지붕 앞까지 차오르고
나는 무연히 낮은 돌집 난간에 올라
간이의자에 눕는다
눈은 편히 바다에 내주고
납작한 지붕에 몸 다 주고
통째로 불러주는 바다 제 살 깨무는
소리에 한참 아득해진다
비로소 어제까지의 어둠이 어둠만이 아니구나
바다 끝에서 오는 푸른 한기를 노래로 받는다
그래, 나를 찢는 어둠이 바다 만큼일까
키를 높여 달려오는 파도는 내 앞에서 스러지고
바당 봉봉, 나는 더 크게 일어선다,
춤추듯이
* 바당 봉봉: 바다가 한껏 차오를 때를 말하는 제주 방언
―「바당 봉봉」 전문
■ 시인의 말
너무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고통, 거의 절망에 가깝지만 어떻게 보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싸움 속에서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얻는 일이다.
―피에르 자위, 『드러내지 않기』 중에서
드러내고 싶었는지
드러낼 수밖에 없었는지
꽁꽁 숨겨 놨다 저절로 곪아 터져버린 언어들,
한곳에 머무를 수 없었던 여정들이 끌고 온 시간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의 바람에 져서
이제 겨우 고향에 당도한 춘천,
버겁고 쓰라렸던 모든 시(詩)들이
서로 부비고 쓰다듬고 따뜻이 격려하기를…
바다가 안 보이는 작은 뜰에서
2018년 5월 정영주
■ 정영주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문학박사)하였다. 199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아버지의 도시』, 『말향고래』, 『달에서 지구를 보듯』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