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송아지’라는 동요를 자주 불렀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라는 가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 이 노래를 누가 작사했는지도 모르고 그냥 흘엉흥얼 거렸다. 그런데 이 노래는 숨어있는 다른 의미가 있다. 남모를 민족적 애환이 서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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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칡소 >
먼저 이 노래의 가사를 지은 작사가부터 찾아보자. ’송아지’는 청록파 3인 중 한 분인 박목월 선생이 작사하고 손대업 선생이 작곡한 작품이다. 박목월 선생은 민요적 리듬에 소박한 향토적 정서를 읊으신 시인으로 향토적 정서가 강한 분이다. 그의 대표작 이름만 보아도 향토적, 무위자연적인 취향을 잘 느낄 수 있다. ‘청노루’, ‘나그네’, ‘해오름’, ‘블국사’, ‘윤사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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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목월 시인(1916~1978) >
그런 그가 송아지라는 동요를 작사했다. 왜 작사를 했을까? 그가 살아 생전 송아지 작사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어서 지금부터 캉스독스가 그 의미를 살펴본다. 참고로 이 글의 일부 내용은 지난 8월 발간한 ‘Dog, 사람과 개가 함께 나눈 시간들’(출판사: 이담북스) 내용을 참고하였음을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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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칡소 송아지 >
급한 성격의 캉스독스는 이야기를 풀어낼 때도 결론을 먼저 강조하는 두괄식 스토리 전개를 좋아한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첫째, 박목월 선생이 작사한 얼룩소는 일제 식민지 시절 일제가 저지른 만행과 깊은 관련이 있다. 둘째, 노래에 나오는 얼룩소는 흔하디 흔한 얼룩빼기 젖소 홀스타인 품종이 아니다. 그러면 무슨 소일까? 우리나라 전통 소 한우의 한 종류인 칡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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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칡소 >
일제는 거대한 제국인 미국과 중국과의 힘겨운 전쟁에 필요한 군수용품 조달을 위해 한국 전통견인 삽삽개를 포함하여 수 많은 조선 토종견들을 학살했다. 당시 조선의 수많은 개들의 털가죽은 벗겨지고 일본군인들의 털장갑, 털옷의 재료가 된다. 이른바 ’조선토종견 홀로코스트’, ‘조선토종견 학살 사건’으로 이미 몇 차례 설명한 바 있으므로 생략하겠다.
- < 일제시대 당시 학살의 대상이었던 삽살개 사진들, 자료: Dog, 사람과 개가 함께 나눈 시간들(이담북스) >
그런데 일제시대 당시 수탈, 학살대상이 과연 토종개에만 그쳤을까? 결론은 “아니다”다. 일본은 19010년부터 1945년 식민지배 기간 동안 약 150여만 마리나 되는 조선의 한우들을 일본, 중국, 러시아 등으로 반출했다. 식용, 사역용 등의 목적이었다. 일본이 한우를 이렇게 많이 역외 지역으로 빼돌린 이유는 거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사료 효율도 우수하고, 덩치도 당시 일본 재래종소(와규)에 비해 커서 역용으로도 우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제는 적황색 한우만 인정하고 나머지 한우들 즉 검정색(일명: 흑우), 얼룩빼기(일명: 칡소, 호반우) 한우들은 인정하지 않고 도태를 유도하여 사실상 멸종시켜 버리고 말았다. 21세기에 들어 이런 희귀 한우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복원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지만 지금도 매우 드문 상황이다. 일제 초기만 해도 전체 한우 중 적갈색 한우는 전체 한우의 87%, 흑우는 8%, 칡소는 3%나 되었다.
즉 박목월 선생이 송아지를 작사했을 당시 있었던 얼룩송아지들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래서 칡소를 거의 보지 못한 해방 후 세대들은 당연히 송아지 노래를 부르면서 그 송아지는 홀스타인 계열의 젖소로만 생각하게 된다. 박목월의 얼룩소와 정작 그 노래를 부른 우리들의 얼룩소는 전혀 다른 소가 되버리고 만 것이다. “아! 이 얼마나 슬프고도 비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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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 이후 세대들은 ‘얼룩소’라면 이런 홀스타인을 생각한다, 사진: 위키피디아(독일판) >
일제가 이런 작업을 한 것은 일본의 소 즉 와규는 검은색, 조선 소는 적갈색이라는 자기들 마음대로의 스탠다드에 끼워맞추기 위한 목적이었다. 일제는 식민지 시절 조선 사람들에 대한 탄압 정책으로도 모자라서 토종개와 토종소에 대해서도 씻지 못할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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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와규들은 사진과 같이 검정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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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한우는 이제 적갈색으로 고정되었다. 전북 정읍의 한 한우농장에서 촬영 >
그러고도 일본은 무엇을 잘했다고 “군대를 가진다”고 주장하고 “주변국들에게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영토분쟁을 일삼는다. 만약 우리나라가 일제가 우리에게 하였던 만행의 일백분의 일이라도 했다면 지금 일본인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덤벼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