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십시오"
불교신문 사장 현법스님, 53선지식 구법여행 시즌2 법회에서 법문
2022-03-25 정리=장영섭 기자
불교신문사 사장 현법스님이 3월25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53선지식 구법여행 시즌2 열두 번째 법회에서 ‘답게 살자’를 주제로 법문하고 있다.
불교신문사 사장 현법스님이 3월25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53선지식 구법여행 시즌2 열두 번째 법회에서 ‘답게 살자’를 주제로 법문하고 있다.
불교신문사 사장 현법스님이 불교신문과 조계사불교대학총동문회가 공동 주관하는 53선지식 구법여행 ‘시즌2’ 초청 법사로 법석에 올랐다.
불교신문 사장 현법스님은 3월25일 오후7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53선지식 구법여행 시즌2 열두 번째 법회에서 ‘답게 살자’를 주제로 법문했다. 스님은 “일상에서 늘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사람이 참된 불자”라며 “꾸준하고 반복적인 수행으로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8년 이두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현법스님은 1984년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문화특별보좌관, 제13·16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현재 불교신문 사장, 김포 용화사 주지, 보리수요양병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님의 법문을 정리했다.
내게 맞는 수행법을 택한 뒤에
하루 매일 5분이라도 꾸준히
참된 불자는 순간순간이 불자인 사람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隅) 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修持)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義).” 여러분이 즐겨 읽으시는 <천수경>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위가 없는 최상의 깊고 심오하고 미묘한 진리, 백천만겁을 지나도 만나기 어렵네. 내가 지금 듣고 보고 얻어 닦아 지녀, 원하오니 부처님의 진실한 뜻을 이해하고 증득케 하소서.”라는 뜻입니다. 부처님 말씀이 이리 만나기 어렵고 귀합니다. 우리는 불자 곧 부처님 제자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 제자답게 살아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합니다. 말로는 ‘불자다 부처님 제자다’ 하면서 실질적인 행동은 그와 십만팔천리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 불자들에게 불교를 왜 믿느냐 물으면 대개 깨닫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불자들이 그리 많은 수행을 하고 기도하고 참선하면서 왜 깨달음을 구합니까. 깨달으면 한강 물 위를 걸어다니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닌데요. 바로 부처님 제자답게 살기 위해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깨달음이란 교리 하나 경구 한 줄을 해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소나 개를 보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사람에게 사람답게 살라고 하는 건데 사람답게 사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감동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되고 모범이 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절에 와서 경전을 독송하고 108배를 할 때에는 참으로 불자다워 보입니다. 그러나 법당 문턱만 넘어서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타인을 배려하거나 존중하거나 하는 마음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불자의 마음가짐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부처님의 제자라면, 언제 어느 때나 ‘부처님 감사합니다’하는 생각이 우러나야 합니다. 육바라밀이 뭔지 삼보(三寶)가 뭔지 몰라도, 반야심경 글귀를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오로지 부처님을 향한 그 마음 ‘부처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참된 불자입니다. 부처님께 진실되게 ‘참으로 고맙습니다’라고 되뇌는 그런 사람이 참된 불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불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두 합장하십시오. “불자야 언제 어디서든 어떻게 되었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시간이 나거든 수선정진하고 간경염불하며 기도예배하고 이타공양하라. 삶 속에 이런 시간이 녹아 공덕 받아 해탈 받아 이루리. 이 가운데 지혜와 복덕이 있나니 자유와 해탈 평화와 열반을 위하여.”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십시오. 밥을 하다가도 잠자리에 들려 하다가도 그렇게 부처님을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십시오. 여기서 부처님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뜻합니다. 심지어 가식적으로라도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식구들에게 이웃에게 친구에게 한번 그 감사하는 마음을 실천해보십시오.
10여 년 전에 해외 수행처를 탐방해보자는 생각으로 불교국가인 미얀마에 갔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2년 정도 그냥 쉬면서 가볍게 구경 다니고 휴양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지에서 한국인들이 이런저런 물의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한국에도 대단히 치열하게 수행하고 친절을 베푸는 스님이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각오를 세웠습니다. ‘나를 내려놓자 하심하자’ 정말 가식적이더라도 그렇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진짜 발밑에 기어다니는 개미에게도 절을 했습니다. 미얀마의 명상센터는 보통 아침나절에 문을 여는데 저는 새벽 2시반에 기상해서 목욕 삭발하고 3시에 좌선에 들어갔습니다. 좌선을 마치면 탁발하고 묵언하고… 한국 스님이, 한국 불교가 욕을 먹으면 안 된다는 걱정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이 가니 처음엔 의심하던 외국인 수행자들이 점점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기 시작하더군요. 무엇보다 놀라운 건 내가 파놓은 것에 내가 빠져버리더라는 겁니다. 가식이 진짜가 되어버리더라는 겁니다.
젊은 시절에 매일 3000배씩 1000일간 총 300만 배를 해냈습니다. 그즈음에 대(大)용맹정진도 세 번 해봤습니다. 매일 3000배를 하던 몸도 1만배는 못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하루 만배를 하는 동안은 먹고 자면 안 됩니다. 대용맹정진. 1주일 동안 하루 만배씩 7만배를 해냈습니다. 과연 이것이 인체적으로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저는 왜 해낼 수 있었느냐. 바로 원력과 신심이 가능케 한 것입니다. 원력 신심 없이는 그런 절을 할 수도 시도할 수조차 없습니다. 아울러 그토록 간절한 기도로 얻어진 능력을 통해서만 만사가 자연스럽게 풀려가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근기가 다르고 그래서 각자에게 맞는 수행법도 다 다릅니다. 자기의 근기에 맞는 수행법이 가장 뛰어난 수행법입니다. 여러분들도 참된 불자로서 살겠다고 거듭 서원하고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수행법을 택한 뒤에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수행의 핵심은 반복입니다. 무슨 수행을 하든 끊임없이 반복하십시오. 가식으로라도 ‘부처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십시오, 그리고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실천하십시오. 지행일치(知行一致)가 돼야 합니다. 아는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족들에게 실험하십시오. 보살님 거사님 자녀 이웃 친구들에게 한번 써먹어보십시오. 그러면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될 겁니다. ‘저 사람 절에 열심히 다니더니 달라도 뭔가 다르네’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호감을 갖게 된 그 사람에게 수행을 권장하십시오. 나와 같이 절에도 가고 큰스님 법문도 들어보자고 독려하십시오. 불교를 알아 나 혼자만 행복해서는 진정한 불자가 아닙니다.
주력도 좋고 독송도 좋고 참회도 좋습니다. 다만 그것을 항상 지속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내게 맞는 수행법을 택한 뒤에 하루 매일 5분이라도 꾸준히 하십시오. 반복하다 보면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고 커지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부처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온전히 눈을 뜨게 해주셔서.’ 궁극적으로는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 말이 튀어나옵니다. 공부할 때만이 아니라 기도할 때만이 아니라 이 시간 이후부터는 언제 어느 때나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참된 불자로서 살아보시기 바랍니다. 참된 불자는 순간순간 불자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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