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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북불교를 사랑하는 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이암 전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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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생애를 문중도 절도 없이 수행자로만 살았던 서암 스님의 생전 모습이다. [사진제공=정토출판]
1981년 어느 날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작은 절. 당시 청년불교운동가였던 최석호 법사는 처음 뵌 서암 스님에게 마음에 쌓아두었던 한국불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이런 한국불교를 정화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두어 시간 듣기만 하던 서암 스님이 조용히 대답했다.
“여보게,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아래 조용히 앉아서 그 마음을 스스로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중이요, 그곳이 바로 절이지. 그리고 그것이 불교라네.”
이같이 간단한 서암 스님의 대답은 최 법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불법을 말하면서도 눈은 밖으로 향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이날 이후 최 법사의 삶과 불교운동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1985년 가을, 최 법사는 서울 창덕궁 앞에 작은 포교당을 내고 3일간 개원법회 법사로 서암 스님을 모셨다. 그 뒤 1991년 최 법사는 법륜 스님이 됐고, 2003년 서암 스님이 열반에 들 때까지 정신적 스승으로 모시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꿈을 깨면 내가 부처』(정토출판)는 서암 큰스님의 열반일(음력3월29일)을 앞두고 펴낸 두 번째 법어집이다. 서암 스님은 월간 『정토』를 통해 꾸준히 법문을 기록으로 남겼다. 작년에 나온 첫 번째 법어집 『그건 내 부처가 아니다』는 큰스님이 대중들을 위해 말씀하신 선 법문을 엮은 것이다.
이에 비해 이번 책은 마음 공부하면서 느끼게 되는 궁금함과 어려움을 대중들이 직접 큰스님께 여쭙고 이에 큰스님이 대답해준 내용 32편을 모아 문답식으로 엮었다. 특히 불교를 처음 접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소소한 의문점에서부터 공부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행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쉽고 명쾌한 큰스님의 말씀이 담겨 있다.
서암 스님은 한 생각 꿈 깨는 것이 견성이라면서, 불교는 이 생각 하나만 바로 보라는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허공에 비행기가 날고 새도 날고 구름도 뜨고 번개가 쳐도 그 허공이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습니까? 이처럼 본시 상처받을 수 없는 자리가 우리의 본체 이 마음자리인 것을 모르고, 제 스스로 착각을 일으켜 상처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한 생각 무명만 거두어버리면 우리 마음은 형단이 없으니 상처받을 곳이 없어요. 형단이 없는 이 마음을 누가 구속하고 괴롭힐 수 있겠습니까.”(155쪽)
스님은 중생들이 오욕락(재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에 파묻혀 정신없이 헤매고 있다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이 몸뚱이를 영원한 것으로 착각해 살고 있다고 일갈한다.
“인간은 (…) 백 년 안쪽으로 살아가는 이 육체를 자기인 줄 잘못 알고 온갖 향락을 다하며 그 오욕락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고 남도 괴롭힙니다. 육체를 근본으로 삼으니 과거의 전생 다생한 영원한 자기 생명력을 보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육 척 단구의 몸이 자기 전체인 줄 알고 거기에만 매달리다가 나자빠지면 정신없어 하지요.”(306쪽)
책의 뒷 편에 서암 큰스님 행장을 실었다. 문중도 절도 없이 검소하고 소박하게 90 생애를 살다 간 한 수행자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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