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과 고급 주상복합..이상한 전입신고
송창섭 기자 입력 2021. 07. 07. 18:02 댓글 2773개
부인보다 2년 늦게 전입신고 왜?..전세권 논란에 尹 "삼성 직원에게 세 준 것"
(시사저널=송창섭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5일 오후 서울대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주 교수와 만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청취하고, 원전 산업을 다시 활성화할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간 정치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가도에 있어 아킬레스건으로 장모와 아내 김건희씨 등 '처가 리스크'를 꼽아왔다. 이러한 의혹 제기는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에 재직했을 때부터 이어져왔다. 그 때 마다 반복적으로 윤 전 총장은 "처가와 악연이 있는 사람들이 어떤 진영과 손을 잡고 하는 공세"라는 입장을 펴왔다. 이러한 윤 전 총장의 입장은 지난 7월2일 1심 법원이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로 장모 최아무개씨를 징역 3년에 법정구속시키며 적잖은 상처를 안겼다. 장모 구속 직후 윤 전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그간 누누이 강조해왔듯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 삼성은 왜 부인 소유 집에 전세권 설정했나?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는 2012년 3월11일 결혼했다. 당시 대검 중수1과장으로 53세였던 윤 전 총장은 12살 연하인 김씨와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윤 전 총장이 학창시절부터 결혼 전까지 줄곧 살았던 서울 연희동에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동 17층 집으로 전입신고를 한 것은 결혼 직후인 2012년 4월17일이다. 부인 김씨는 그보다 2주가량 앞선 4월4일 전입신고를 했다.
아크로비스타는 1995년 6월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으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대상 건설부문이 2004년 새로 지은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다. 윤 전 총장이 신혼집으로 쓴 17층의 분양면적은 300㎡(약 90평)이고 전용면적은 203㎡(약 61평)이다.
공교롭게도 부인 김씨는 같은 동 3층에 집을 갖고 있었다. 그는 2006년 1월23일 전아무개씨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동시에 전 소유자의 SC제일은행 대출금 6억원(채권최고액)을 소유권 이전 한 달 뒤인 2006년 2월13일 승계했다. 김씨는 6억원의 대출금을 순차적으로 갚아나갔고, 2019년 6월4일에 가서야 근저당권은 해지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그런데 이 집에 2010년 10월19일 삼성전자가 '전세권 설정'을 하게 된다. 전세권 설정은 집주인과 세입자간 전세계약 시 체결하는 것으로 전세금 보호가 주목적이다. 때문에 집주인 동의없이 세입자가 마음대로 전세권 설정을 할 수 없다. 이 집에 전세권을 설정하는 과정에 윤 전 총장의 부인 김씨가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 심상한 법무법인 유일 변호사는 "금융기관 등이 담보 목적으로 전세를 살지 않으면서 저당권과 전세권을 중복 설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세를 살면서 전세권을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삼성전자는 법인 명의로 김씨 소유의 이집에 세입자로 들어오는 조건으로 전세금 7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전세권 설정을 했다. 그리고 그 바로 하루 전날 김씨는 17층 집에 전세권을 설정했다.
논란이 일자 7월5일 윤 전 총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해외 교포였던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직접 발품을 팔며 집을 구했고 삼성전자가 전세자금을 지원했기에 계약자 명의로 들어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의혹은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이미 설명돼 문제없다고 결론 났던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사저널 확인 결과,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는 없었다.
2010년은 윤 전 총장이 대검 중수2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김씨와 결혼을 전세로 교제하던 때다. 그 힌트는 장모 최씨가 2011년 4월 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된 피의자 심문에서 증언한 데 있다. 당시 "딸이 결혼하지 않았냐"는 조사관의 질문에 최 씨는 "아직 안했는데 2011년 10월 결혼할 예정"이라면서 "결혼할 사람과는 2년 정도 교제했다"고 대답했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 직속기구로 중수부장(검사장급) 산하에 수사기획관실과 중수 1 · 2과, 첨단범죄수사과를 두고 있었다. 검찰 내 최정예 검사와 수사관이 활동하는 곳이다. 거기서 중수2과장은 1과장 다음의 요직으로 꼽힌다. 윤 전 총장은 2010년 중수2과장, 이듬해인 2011년엔 중수1과장으로 재직했다. 주요 대기업의 비자금 수사 등이 이 중수부에서 담당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2007년 검찰 내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꾸려진 특별수사본부 시절 파견근무를 했다.
2. 부인 김씨, 전세권 설정한 집에 전입신고 안한 이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동 17층 집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부인 김씨가 이 집에 전세권을 설정한 것은 2010년 10월18일이다. 3층에 본인 명의의 집이 있었는데도 그 집은 세를 주고 자신은 17층에 전세집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가 집주인에게 준 전세금은 8억5000만원이었다.
장모 최씨와 부인 김씨는 윤 전 총장과 결혼 전부터 크고 작은 여러 송사에 휘말려 있었다. 서울 모 스포츠센터 개발을 놓고 소송 중이던 정아무개씨가 대표적인 인사다. 윤 전 총장이 지목한 '처가와 악연이 있는 인물'은 바로 정씨로 보여진다. 정씨는 당시 윤 전 총장과 부인 김씨가 교제 중이며 조만간 결혼식을 올릴 거라는 소문을 듣는다. 그러고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내용증명 서류를 17층으로 보냈다. 그게 2012년 2월13일이다.
정씨가 보낸 내용증명은 이튿날인 14일 전달됐다. 정씨는 "수취인을 '윤석열'로 기재해 부인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등기우편물을 보냈으나 반송 처리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송달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모 최씨의 지인이 최씨로부터 '윤 전 총장이 17층에서 김씨와 함께 등기우편물을 함께 보고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똑똑히 들었다"고 밝혔다.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수십억 원대 요양급여를 부정수급 한 혐의(의료법위반 등)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7월2일 1심 선고 재판을 받기 위해 의정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기자
3. 윤 전 총장, 3층 주택에 전입신고 늦게 신고 왜?
삼성이 부인 김씨 소유의 ○동 3층 집에 건 전세권 설정은 2015년 3월31일에 가서야 해지된다. 전세계약 기간이 그 때 만료됐다고 볼 수 있다. 17층 집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7년 1월16일 최아무개씨가 전세금 16억원을 내고 전세권을 설정한 것으로 나온다. 5년 만에 전세금이 두배로 뛴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당시는 주민등록상 윤 전 총장과 부인 김씨의 거주지가 17층 집으로 돼 있던 때다. 1월16일 전세권을 설정한 세입자 최씨는 직전까지 바로 아래층에 살아온 입주민이기에 허위 거주였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씨는 최씨가 전세권을 설정하고 열흘 뒤인 1월26일 자신이 소유한 3층으로 주소지를 옮긴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를 수사한 박영수 특검에서 수사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해 5월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선임됐다. 그런데도 윤 전 총장은 부인처럼 3층으로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2019년 6월19일에 가서야 이전 전입신고를 한다.
의문점은 '전세권이 설정된, 쉽게 말해 실제 세입자가 들어와 살고 있는 17층 집에 전 세입자가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사는 게 가능했을까'다. 17층 집주인과 세입자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17층 집은 현재까지 서울 용산구 도원동에 사는 김아무개씨와 박아무개씩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검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특검 수사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자신이 수사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된 집에 주소지를 옮기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유 여하를 떠나 무려 2년 넘게 주민등록지를 옮기지 않은 것은 분명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반대로 윤 전 총장이 그 집에 실거주를 했다면 이 또한 주민등록법 위반 사항이다. 2019년 6월17일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 지명됐고 이틀 뒤인 19일 아크로비스타 ○동 3층에 전입신고를 했다. 때문에 윤 전 총장의 최종거주지는 3층으로 돼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22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당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왜 부인과 다르게 3층에 전입신고를 했느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아내가 지금 사는 집(3층)에 결혼 전까지 오래 살았다. 결혼하고 한번 옮겨 보고 싶다고 해서 그랬다. (뒤늦은 주소지 이전은) 청문회 때 말씀드렸는데 '특검 때 바빠서 그랬다'"고 대답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남이 전세권을 설정하고 세 살고 집에 얹혀살았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대답이다. 결혼 후 부인이 다른 집에 살고 싶어 이사했다는 것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의 해명과 달리 2019년 7월8일과 9일 양일간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소지 이전과 관련해서 윤 전 총장은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시사저널 박정훈 기자
만약 실제로 윤 전 총장이 17층이 아니라 3층에서 살았다면, 윤 전 총장은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현행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14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자는 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또 부인 김씨 역시 의도적으로 혼자만 전입신고를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현행법(주민등록법)에 따르면, 거짓으로 전입신고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윤 전 총장 본인과 이상록 대변인, 최지현,김기흥 부대변인에게 인사청문회 때 삼성의 전세권설정에 대한 해명, 뒤늦은 3층 전입신고, 내용증명 수신 등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7월7일 현재까지 아무 답변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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