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15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3년 장애인예산 방향과 전망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더인디고
[더인디고 조성민]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 처리가 여야의 이견으로 표류하는 가운데, 내년도 장애인예산안을 놓고 장애인단체들이 냉혹한 평가를 했다.
현 정부는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국회에 예산을 제출했지만, 대부분 물가 등을 반영한 자연증가분인데다, 한국 장애인복지의 고질적 구조인 중증장애인, 소득, 재산 중심의 급여(서비스) 체계는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15일 오후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23년 장애인예산 방향과 전망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논의는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기면서 지금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결국 지난 9월 초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을 기초로 했다. 그렇더라도 전체 장애인예산은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여, 이날 토론자들의 평가 역시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 尹정부의 내년 예산안, 자연 증가분, 법 개정 등에 따른 후속 조치에 그쳐!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윤상용 교수가 각 부처의 ‘2023년 예산안 설명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6개 부처(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 장애인예산 규모는 6조9428억원으로 올해 대비 9.3%가 증가했다. 특히, 보건복지부 장애인예산은 4조4756억원으로 올해 대비 10.2%가 증가했지만, 부처 전체 예산 증가율 11.8%와 비교해 1.6%가 낮다.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윤상용 교수 ©더인디고
윤상용 교수는 “수치상으로는 예산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OECD 회원국 등 국제수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 데에는 ▲정책 대상 인구 규모가 작고 ▲기존 제도에서 제공하는 급여 수준 역시 낮은 데다 ▲주요 OECD 회원국이 시행하는 급여(서비스)가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것에 원인이 있다”며 “이러한 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내년 예산 역시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 우리나라 장애인지출 규모는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17~’22) 시행 기간, GDP 대비 장애정책 지출 비율이 17년 0.62%에서 22년 0.72%(예측치)로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여전히 OECD 평균(2.02%)의 1/3에 그치는 수준이다.
윤 교수는 실례로 ▲소득보장 예산 중 장애인연금(30만8000원→32만2000원)과 장애수당(월4→6만원)이 각각 인상된 것은 맞지만, 장애등급제 폐지 로드맵에 따른 단일 3급은 여전히 연금에 미반영하고 있고, 수당 역시 차상위계층은 해당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예산 영역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일상생활 및 재활지원(3262억 늘어난 3조901억원) 역시 활동지원서비스(14.4%, 2514억)와 발달장애인 예산(21.5%, 447억원) 등은 늘어났지만, 탈시설 로드맵의 적극적 이행을 위한 관련 예산 확보와 정신장애인 15조 폐지에 따른 관련 예산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용 및 직업재활과 관련해선 장애인고용장려금 인상(2977억)과 표준사업장 확대(120개→147개), 중증장애인 출퇴근비용 지원대상은 확돼됐지만, 기존 예산 준거로 소폭 인상하거나 최저임금 미만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보조나 고용촉진기금을 활용한 권리중심일자리 제도화 등은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예산 규모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이동편의 예산은 2245억 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 연말 교통약자법 개정에 따른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 중심의 증액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결국 매년 불충분한 예산을 당장 OECD 기준까지는 끌어 올리지 못하더라도 ▲정신질환자 등 정책 대상 인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장애 정책 지출의 적정성 근거 마련을 통한 단계적 지출 확대 전략 수립과 ▲새로운 급여 서비스를 지속해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득보장, 활동지원 등 예산 증가? 두터운 지원은 어디로!
한편 이날 장애인 예산 영역별을 대표해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용석 정책위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백인혁 정책국장,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이재민 사무국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경미 조직국장,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 고재오 상임이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사무총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용석 정책위원은 “대부분 전달체계 종사자 인건비와 운영비 중심의 장애인 예산에서 그나마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장애인연금과 수당 등의 인상은 긍정적”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기초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예산에 그나마 그 소득보장 역시 중증과 소득 등에 따른 한정된 당사자에게만 전달되는 상황에서 정책 체감도는 나아질 수가 없는 구조”라며, “특히 장애인 욕구 순위를 다투는 ‘건강권’의 측면에서 볼 때, 정작 공공재활병원과 의료비 지원 등은 대폭 삭감한 데다, 장애인건강권법에서 중시하는 주치의제 등과 관련해선 예산 책정도 없다”고 비판했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 관련해 백인혁 정책국장은 “결국 평균 시간과 대상자 확대가 관건이지만, 평균 127시간은 종전 등급제 평균시간(120시간)에 비춰볼 때 미미한 데다, 대상자 또한 11만 5000명으로 그간의 이용자 증가율만 반영한 수준”이라며,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개선과 장애인활동지원 본인부담금 폐지, 만65세 미만 노인장기요양 수급 장애인 급여선택권 보장 등의 제도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동편의 예산 역시 윤 교수가 지적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재민 사무국장은 “다만, 의무도입 예외노선을 제외하고도 11년이 지나야 노선버스가 저상버스로 교체되고, 특별교통수단 도입 역시, 현재 법정보장대수 차량이 664대보다 한참 못 미치는 391대의 차량 도입 예산만 반영된 데다, 그 밖에 차량 1대당 1900만원의 운영비 지원, 휠체어 리프트 장착 고속(시외)버스 확보 예산 등을 살펴보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교육 및 방송통신접근권 등은 전년 대비 각각 21.9%, 16.3%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현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우선 조경미 조직국장은 지난 11월 발표된 ‘제6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계획(’23~‘27)에 대해 “장애학생교육지원 143억(올해 대비 9.9% 증액)은 세부내역 변동 없는 자연증가분인 데다, 가장 많이 증가한 특수교육 내실화 지원 226억원(36.1%) 역시 허울뿐 껍데기”라며 “특히 내실화 지원 예산엔 ‘2022 개정 특수교육 교육과정’에 따른 국정 교과용도서 개발 140억원이 포함된 데다, 대부분 연구, 실태조사 등”이라고 꼬집었다.
조 국장은 이어 “정부가 지난 11월 29일 ‘발달장애인 평생볼돔 강화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러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고 해서, 결국 실질적인 예산 증액 없이, 발달장애인 죽음을 막거나 장애인 교육의 질을 높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연주 사무총장 역시 “디지털 미디어를 웹, 모바일, 대체자료, 키오스크, 방송으로 협소하게 설정하더라도 R&D 사업들은 있지만, 미디어접근성 예산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며 “정부의 관련 별도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득보장과 일상생활지원, 노동, 이동, 교육 건강 등 전 영역에 걸쳐 장애인예산은 증액됐음에도 장애인 당사자와 단체들의 요구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토론을 주최한 한국장총의 권재현 사무차장은 더인디고와의 인터뷰에서 “윤상용 교수의 말대로 기본적인 예산 구조의 변화 없이는 매년 긍정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무차장은 이어 “특히, 장애인정책과 예산의 철학이 부재하다고 평가받는 윤석열 정부에서, 정작 약자를 위해 두텁게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자연증가분의 수준에 불과해 내년 체감도를 평가해보면 과연 얼마나 달라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연금 등 제도 도입 등에 따른 예산 큰 폭 증가, 개인예산제 도입 기대… OECD 예산, 구체화 필요성 제기!
토론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김일열 장애인정책과장은 “장애인연금이나 활동지원 등은 제도 도입 당시보다 현재 4배 이상 늘어났다. 즉 전체 예산 대비 큰 증가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사업 등은 제도 도입에 따라 대폭 늘어나는 예산 추이를 함께 봐달라”고 전제한 뒤 “특히, 현 정부에서도 개인예산제 도입을 추진하는 만큼, 이 또한 그런 맥락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건강 예산 역시 삭감된 것은 맞지만, 재활병원 등은 본래 건축이 마무리됐기에 자연 삭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내 장애인정책국 내 장애인건강과를 신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등 추가 취재가 필요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OECD 평균 예산의 함정’에 대한 논의로도 이어져 향후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핵심은 회원국마다 장애 인구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장애인예산을 따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장총 김동호 정책위원장은 “장애인 1인당 예산뿐 아니라 회원국마다 다른 제도하에서 공통적인 대표사업, 예를 들면 연금 등 소득보장과 활동지원 예산 등의 규모를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경제규모가 서로 다른 만큼 한국과 비슷한 국가 간의 비교도 유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3~’27)에는 매년 GDP 대비 0.1%의 예산이라도 반영해, 5년 뒤에는 OECD 기준 절반 이상의 목표는 달성하겠다는 노력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하자, 복지부는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