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을 논리로 따질 수는 당연히 없을 것입니다. 천하의 논객이어도, 천하를 호령하는 정신적 대부여도 그역시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조금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의료분쟁입니다. 의료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거듭 됐던 것이 바로 의료개혁입니다. 의료개혁은 사법개혁과 언론개혁과 함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기본 메뉴로 등장했던 것 아닙니까. 그만큼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그 개혁을 하려하면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히고 번번히 실패했던 단골 메뉴가 바로 의료 사법 언론 개혁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언론개혁을 추진하려다 언론에 의해 망가진 권력입니다. 문 정권은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만 추구하다 허송세월 보낸 것 아닙니까. 그런데 현 정권이 의료개혁을 추구한다...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모를 정부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뭔가 가시적인 아니면 가시적인 행위를 취하다 저항에 부딪혀도 국민들의 눈에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려 한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정치적인 감이 부족한 저같은 처지에 있는 인간들에게는 말이죠.
하지만 조금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현 정권은 누가 뭐라해도 보수적인 성향입니다. 보수를 뭐라는 것이 아니지요.보수의 가치는 있습니다. 그 가치를 충분히 내세울 때만입니다. 그런 보수정권에서 이번에 추진하려는 개혁이 있습니다. 전 정권에서 하려 했던 법조개혁같은 것입니다. 전 정권에서는 검찰개혁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특정인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 아닙니까. 그 결과는 여러분들이 판단하시죠.
그런데 이번 정권에서는 의료개혁에 모든 것을 거는 것 같습니다. 이 정권의 심판대같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이런 의료개혁을 들고 나온 것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알 것 같습니다. 전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앞세웠듯이 말이죠. 정권이 최대 앞잡이로 내세울때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감히 그런 개혁을 내세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번번히 빗나가는 개혁의 추진은 그들만의 개혁이라는 것입니다. 전 정권의 검찰개혁은 그들만의 개혁이었습니다. 검찰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글로 쓰라면 며칠이 걸린 것입니다. 검찰청이나 경찰서를 가보지 않은 일반 시민들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권력을 추구하는 집단에게는 검찰권은 엄청나지요. 그러니 권력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꼭 고치고 싶었던 상황입니다. 하지만 검사 몇명 바꾼다고 개혁이 됩니까. 우두머리 바꾼다고 개혁이 됩니까. 그러다 세월 다 보내고 죽 쑤어 개준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번 정권에서는 의료개혁을 들고 나온 듯합니다.하지만 의료시스템을 고치려는 것이 아니고 그냥 의사수 늘리자는 겁니다. 의대 정원을 일년에 2천명 확대하려합니다. 의사들은 반대합니다. 그냥 반대가 아닙니다.목숨을 걸고 저항하려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고 보수와 보수의 대결돌입니다. 보수의 핵심인 의료계와 보수 정권이 목숨을 걸고 대항하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의료계와 정부의 대격돌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정부는 의료개혁을 들고 나온 것이냐는 점입니다. 하필 총선을 앞두고 말입니다. 뭔가 총선 전략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죠. 정책 로드맵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고 해도 상당히 요상합니다. 배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매지 말라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지금은 갓끈을 매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부의 입장에서 의료계의 반발을 몰랐던 것이 전혀 아닙니다.당연한 것 아닙니까. 역대 정권에서도 수차례 의료계와 의대 정원을 논의했습니다. 당연히 의료계에서는 반발하죠. 안그래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의료체계가 붕괴되는데 의사 수만 늘려났다가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고 당장 의료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외통수 해법이 충돌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이런 의료 대분쟁도 바로 그런 것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런 대 분쟁을 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요상합니다. 서로 다른 관점 달리 말하면 오는 총선에서 어떻게 이득을 취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11월 대선에 모든 것이 모아진 것처럼 한국은 4월 총선에 모든 것이 꽃혀져 있다는 것입니다. 나라의 미래보다는 당장 4월 국회의원 당선 그리고 그 이후 행해질 권력 구도에만 온 신경이 쏠려있지 의료계 개혁 이런 것은 저 멀리 다른 세상의 모습이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이런 반응이 분명한한데 이런 상황이 지금 터지는 것일까요.
세상에 들리는 소리를 확인없이 쏟아낼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지금 이런 의료분쟁속에서도 각 정당과 각 정파에서는 서로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꼼수를 동원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정황을 이끌 것인가에 온 신경이 몰려 있는듯 보입니다. 야당입장에서는 뭔가 훈수를 두고 싶지만 자칫 자충수를 둘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입니다. 지금 의료분쟁은 그 시점과 방법이 요상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다보니 정부는 정부대로 의사들은 의사대로 보일 것 안보일 것 다 드러내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게다가 정치권도 요상한 싸움판에 잘못끼어들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 지 몰라 변두리만 서성거릴 뿐입니다. 그래서는 이 나라 이 사회에 새로운 물결 새로운 방향은 전혀 제시되지 못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쏠려있고 자신들의 공천여부에 따라 탈당과 신당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데 무슨 의료개혁이 눈과 귀에 들어오겠습니까.그런 불편한 상황에 힘들고 병든 국민들은 오늘 하루도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 희망이 없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24년 2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