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사회시스템으로 인한 세대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원자화돼가는 개인을 포용할 수 있는 서로 돕는
개인을 지향 수직적 협력을 넘어 수평적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사회적 연대가 필요해
'요즘 보기 힘든 광경이긴 하다.
이 동네는 아직도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지난 8월8일 바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구성완이 살고 있는 동네 풍경을 주고 나온 표현이다.
배우 구씨는 십자성 마을에 서 태어나고 45년간 한마을에서 지내왔다고 한다.
그 방영분에서 십자성 마을은 말 그대로 '옛날 드라마'같은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아주 작은 것을 같이 나누먀 이웃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1980년대에 유행했던 드라마 '전우너일기'가 떠올랐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은 어떠한가?
요람부터 무덤까지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지 않는가.
공존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는 드라마에서 나 볼 수 있는 추억으로 남아있고, 철저하게 '나 혼자 잘 살기'시대에 내던저져 있다.
이제 철 지난 공동체적 가치를 마냥 그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사회시스템에 적합한 새로운 가치를 탐색해야 할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사실 세대갈등은 최근에 대두된 사회문제는 아니다.
어느 시대, 사회, 지역을 막론하고 세대갈등은 존재한다.
생물학적 나이와 세대별로 공유하는 경험의 차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세대 간 갈등이나 충돌이 사회 변화나 혁신의 기제로 작동되는 순기능적인 부문도 있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세대갈등 문제의 심각성은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정도로 넘어
심각한 사회 분열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주의의 심화와 함께 개인은 점점 더 원자화되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는 서로를 극복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 정년 연장, 노인 빈곤 문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서로 남의 탓만 하는 모양새다.
주요 사회 이슈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 탓도 크지만, 선거떄만 되면 정치권에서 정략적 목적으로 자행되는
일명 '갈라치기 전략'도 세대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파고 있다.
세대갈등이라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의 사회 질서를 만들고 사회.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자원을 독점해 온 기성세대가 먼저 변해야 하고 그 책임감 또한 더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사회는 사회 전반에 걸쳐 유교문화 영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오래 지속되온 집단주의적 문화로 인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 내에 이뤄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집단보다는 개인이 중요시되는 사회적 풍토가 확산되면서,
기성세대의 잡단주의적 문화와의 사회적 충돌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다만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함께 세대갈등의 확산 속도와 범위가 너무 급격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미 인구 문제의 위기성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세대갈등 관련해 한국적 상황 및 특수성을 감안한 사회과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세대갈등 해결 방안으로 '협력 개인' 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구 교수가 전제하고 있는 인간성은 비록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으로 사회화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협력'과
'이타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협력은 단순한 상생이나 한솥밥을 먹자는 차원이 아니라, 협력을 공동의 목표로 설정.인식하고
'느슨한 연대'를 바탕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협력의 부재라고 주장하며, 세대 갈등 문제도 결국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라는
문제 제기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과 집단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수직적인 협력은 원활하게 작동하는 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범세계화와 산업화도 수직적 협력의 성과물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각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협력과 상호작용이 작동하는
수평적인 협력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세대갈등 문제 해결도 바로 수평적 협력 차원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먼저 기상세대가 현재의 문제점과 그 원인이 바로 우리 기성세대에게 있음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 규범과 가치관을 젊은 세대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연대 방식도 기존의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수직적 협력이 아닌, 상호 자율적이고
참여적인 '느슨한 연대'에 기반한 수평적 협력 방식을 제안한다. 김연호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