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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향기로운 추억 속으로 원문보기 글쓴이: 까투리
8.15 해방
평범한 시골학교 학생에서 두목급장으로, 보통학교 교사에서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를 거쳐 만주군 장교로, 박정희에서 다카키-마사오로, 다카키-마사오에서 오카모토-미노루로, 오카모토-미노루에서 다시 박정희로, 만주군 중위에서 가짜 광복군 중대장으로, 가짜 광복군 중대장에서 대한민국 육군장교로, 제국주의자에서 공산주의자로, 공산당 최고위급 간부가 공산당 진압군 작전장교로, 무기징역 죄수에서 다시 육군 정보장교로, 빨갱이에서 반공주의자로, 육군 장성에서 반란군 두목으로, 민정이양 공약에서 출마선언으로, 개헌은 없다에서 삼선개헌으로, 이번이 마지막 출마에서 종신대통령으로, 어제까지 악마라고 욕하던 김일성과 7.4남북공동성명으로 전 민족과 세계를 상대로 유신이라는 역사적 사기를 친 박정희, 이보다 화려한 변신과 사상 전향 편력을 갖춘 인물이 또 있을까?
조선 사람들은 36년 동안 일본제국에 몽둥이로 두들겨 맞다가 연합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일본자본, 일본기술이 철수하자 조선은 자본도, 기술도, 산업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근대국가와 민주주의의 경험도 전혀 없었다. 한민족은 해방의 주역도 건국의 주인공도 아니었다. 미국과 소련이 해방의 주역으로 등장했고 38도선 남과 북에서 점령국가를 세웠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미국과 소련의 목표는 한반도에다 자기 입맛에 맞는 위성국을 세우는 것이었다.
한반도가 갈라진 일차적 책임은 이승만, 김구, 한국민주당 등 우익진영에 있었다. 그들은 공산주의자를 악당으로 취급하고 협상이나 연대는 물론이고 만나는 것조차 거부했다. 우익이 공산당을 반대한 이유는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단체는 거의 좌익이 잡고있는 상황이니 임시조선민주주의정부가 수립되더라도 우익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은 적었다. 친일주의자들의 친목단체나 다름없는 한국민주당은 친일행적으로 나설 형편이 아니었다.
이승만과 김일성은 민족국가 건설은 끝났다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점령군과 손을 잡고 위성국가 건국준비에 나섰다. 이러한 편가르기는 미국과 소련이 쳐놓은 분단의 덫이었다. 이승만과 김일성은 미국과 소련의 지지와 후원을 받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성국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세웠다.
한국이나 조선은 바깥으로 보면 위성국가요, 안으로 보면 반쪽나라였다. 이후 38선을 사이에 두고 반공국가와 공산국가는 남에서는 빨갱이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북에서는 반동을 처단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을 소탕했다. 이때 남쪽에서는 미국의 지원 하에 일본군인들이 해방조국의 군대를 장악해 버렸다. 남조선 국방경비대는 옷만 바꿔 입은 일본 군대였다. 군대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군대가 잘못되면 나라가 위태롭다. 군대가 힘으로 밀고 나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대한민국 국군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민족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야 할 민족 반역자들이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민족의 군대를 차지해 버렸다. 천황폐하의 제국 군인들이 지배집단으로 군림한 것이다.
이런 군대는 일본제국 군대보다도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일본제국 군대는 천황과 국가에 대한 충성만큼은 확고부동했다. 부패도 별로 없었다. 반역과 부패는 사무라이 정신을 죽이는 악의 상징이었다. 일본제국 군인들은 배신과 반역을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민족 반역자들이 장악한 군대는 다르다. 반역 중의 반역, 최악의 민족반역을 해도 처벌을 받기는커녕 민족군대의 간부로 화려하게 탈바꿈했다.
이런 현실에서 민족반역행위는 그들에게 오히려 확실한 밑천이요 공로였다. 이들 빨갱이 사냥꾼이 설치는 나라에서는 이념을 가진 사람은 고달프다. 한마디 한걸음에 목숨이 왔다갔다한다. 이게 당시의 현실이었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군인 박정희
박정희의 어릴 때 별명은 악바리요 대추 방망이였다. 그는 아무리 반민족이고 불의라도 권력으로 통하는 길만 보이면 돌진했다. 이것이 천황주의자 박정희의 철학이요 처세술이었다.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 군국주의에 편승하기 위해 충성혈서를 쓰면서까지 사관학교에 들어갔다. 해방조국에서는 경력을 변조하기 위해 어제의 조센징 토벌군이 감쪽같이 광복군 행세를 하였다. 군정시기에는 미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조선 국방경비대 장교로 변신했다.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군사관학교 동기생 이한림의 도움으로 1945년 9월 24일 조선경비사관학교 2기 생도로 입학했다. 그 해 12월 14일 졸업할 때까지 석 달 가량 이 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소위로 다시 임관되어 남조선 국방경비대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박정희의 초기 군대생활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군대요직은 대부분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 선배들이 차지했던 덕분이다. 초대 참모장 채병덕으로 부터 사관학교 교장과 중대장들, 각 연대장들은 대부분 일본군 아니면 만주군 출신들이었다.
국방경비대는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일본군 장교 동지회나 다름없었다. 이러니 만주 군관학교와 일본육사를 두루 거친 박정희의 군대생활은 땅 집고 헤엄치기였다. 그는 소위 임관 9개월만에 중위도 거치지 않고 바로 대위로 건너뛰었고 1948년 8월 1일에는 임관 19개월 여 만에 소령으로 승진했다.
당시 한반도의 청년들은 좌익이 주류였다. 일제 말기 우익은 대부분 일본의 앞잡이로 전락했기 때문에 말발이 서지 않았다. 박정희는 이러한 대세를 보았다. 사회주의세력의 주도권과 남조선 노동당의 조직력에다 막강한 군대의 힘이라면 천하무적이라고 보았다. 이런 정세판단이 끝나자 그는 어느 날 갑자기 군대내의 좌익장교로 변신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잘 나가는 사회주의운동에 가볍게 편승한 것이다. 그냥 끼어 드는 정도가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핵심부에 들어갔다. 그는 불같은 열정으로 불과 1년만에 군대 내 남조선노동당 최고간부로 수직 상승했다. 그러다가 1948년 붙잡히자마자 남조선노동당 동지들을 몽땅 배신하고 자기의 목숨을 구하였다.
이런 풍토에서 한 번 배신한 놈은 반드시 다시 배신하게 되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술수와 배반을 능력으로 확신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고 뜯어고치고 처벌하고 소탕하려고 달려든다. 수많은 양민학살,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30만 보도연맹 학살, 무기구입 부정에서부터 취사장 부정에 이르는 무차별 부패, 구타 없이는 유지될 수도 없는 폭력질서, 정치 군인들이 농락하는 정치군대, 이런 일그러진 모습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러한 왜곡된 역사의 꼭대기에 박정희가 있었다.
우리는 지금도 나쁜 시나리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정희와 김일성이 만들어 놓은 두목체제와 전쟁사회에서 허덕이고 있다. 남이나 북이나 조국탈출에 나서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남에서는 무한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아 이민 길에 오른다. 북에서는 강성대국의 전사들이 굶주림과 동원체제에 견디다 못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고 있다. 10만 명 넘는 탈북자들이 중국을 떠돌고 있다.
5.16 군사 쿠데타
미국은 위성국가 남한에게 정치한계선을 그어 놓았다. 미국이 바라본 남한은 세계반공전선의 최전방이다. 그래서 민족주의와 공산주의만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민족주의나 공산주의가 나오면 분단의 원흉 이야기가 나오게 되어있다. 일만 생기면 양키 고홈을 외쳐댈 것이 뻔하다. 그래서 미국은 틈만 나면 민족주의는 위험하고 공산주의는 악마라고 선전했다.
박정희는 4.19 시민혁명으로 나라가 조금 시끄러워지자마자 국가를 홀라당 배신했다. 1961년 5월 16일 새벽 박정희가 이끄는 헌법파괴특공대는 국가점령작전에 나섰다. 여순 반란사건으로 반란 기도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12년만에 박정희는 실제로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어느새 공산주의 깃발을 내리고 반공주의 깃발을 하늘높이 들고 있었다.
미국이 가장 좋아하는 정권은 자유민주주의 정권이다. 미국이 장면정권을 지지했던 이유도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따라가는 민주당 정권을 돌봐주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남한에서 미국의 1차 관심은 반공 전선이었다. 그들은 얼간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하는 짓을 보고는 이들이 세계반공전선 최전방을 감당하기에는 무능하다고 판단했다.
박정희는 1급 민족반역자라서 민족주의와 공산주의는 한사코 막을 인물이었다. 일본군장교 출신이니 민족문제에 관한 한 안심해도 되었으며 반공을 국가이념으로 들고나온 박정희는 진국 반공 주의자였다. 박정희가 추구한 국가는 민주공화국도 민족국가도 아닌 반공 국가였다. 조센징이라면 이를 갈면서 토벌까지 벌였던 박정희가 대한민국을 전복하였다. 한국사람 욕하는 버릇, 한국역사 모독하는 버릇, 조국 배신하는 버릇은 여전했다. 행동은 더 나빠졌다. 그는 한국의 역사와 국가와 인간까지 개조하겠다고 연장 통을 들고 대한민국 위에 올라탔다.
박정희는 그의 정권 19년간 천황작전으로 민족적 약속을 말끔하게 깨부쉈다. 1961년 5.16부터 1972년 10월 유신까지는 두목주권 쟁취 과정이었고, 1972년 10월 유신부터 1979년 죽을 때까지는 천황나라 건설 과정이었다. 그는 먼저 두목주권을 차지하기 위해 1961년의 5.16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작전의 성공으로 박정희는 청와대를 점거하고 권력을 잡았다. 두 번째 작전은 3선 개헌을 목적으로 한 1969년의 9.14 번개 작전이었다. 이 작전의 성공으로 박정희는 국가를 장악했다.
박정희의 적은 공산주의도 북괴도 아니었다. 그의 적은 독재를 반대하는 민주주의자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민중이었다. 똘마니 들이 딴 소리하는 건 눈뜨고 못 보는 게 두목의 생리다. 당시 박정희는 모든 비판자에게 혹독했지만 2인자나 도전자에 대해서는 더욱 가혹했다. 그에게 당한 사람만 대충 꼽아봐도 장준하, 김대중, 김종필, 정구영, 김성곤, 김형욱, 김용태, 예춘호, 백기완, 장기표, 박한상, 최형우, 김상현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박정희의 조센징 토벌 경력을 문제삼던 장준하는 죽음을 당했고 강력한 도전자 김대중은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장준하와 김대중은 도전이나 해보고 당했지만 김종필은 충성을 바치고도 처삼촌에게 당했다. 박정희는 빨갱이 몰이, 뒤집어씌우기, 매수, 협박, 감시, 고문, 감금, 투옥, 테러 등등, 조선 총독부가 독립운동가에게 써먹던 수법을 남김없이 활용했다. 조센징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신념을 어김없이 실천하였다. 그는 더 나아가 일제의 소총수법을 대포비법으로 발전시켰다. 반대하는 사람은 물론 가족, 친구, 사돈의 팔촌까지 족쳤다. 반대자 주변에다 대포를 쏴버리는 것이다. 박정희는 일본제국의 수준을 몇 단계나 높였다.
원초적 본능, 지역감정 조작
1970년 10월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김대중이 대통령 후보로 뽑혔다. 정보통 김대중은 일찌감치 박정희의 천황부대 이력이나 빨갱이 전력은 물론 화려한 여성편력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3대 악행을 건드리면 무조건 죽는다. 잘못 건드리면 선거는 피바다로 변한다. 똑똑한 김대중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과거를 덮어두는 대신, 김대중은 박정희가 총통이 되려 한다고 그의 미래를 폭로했다.
그는 박정희의 범죄전과를 따지는 대신 새 나라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남북대결 대신 평화와 교류를 반공독재 대신 민주주의를 노동자 착취대신 노사공존을 국민동원 대신 시민참여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였다. 김대중의 선거전략과 새나라 청사진은 독창적인 명작이었다. 박정희의 무한 폭력을 막으면서 선거를 총통 대 민주세력의 대결구도로 끌고 갈 수 있었다. 이런 싸움이라면 김대중은 놀아가면서 이길 수 있었다.
김대중이 다시 살려낸 민주주의 불씨는 눈 깜짝할 사이에 들로 산으로 도시로 마구 번졌다. 불길이 서울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박정희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다. 슈퍼두목 박정희는 응급처치에 나섰다. 총통제는 중상모략이라고 받아 치고 이번이 마지막 출마라며 사기 치고, 김대중이 국민을 선동한다고 돌려 치고, 북괴가 호시탐탐 노린다고 공갈쳤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슈퍼두목 대 슈퍼스타의 대결,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극적인 대결이었다.
박정희는 이런 비판과 도전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박정희의 평소 행동대로라면 김대중을 당장 끌어다 최소한 묵사발을 내야 정상이고 살해까지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김대중을 가만 뒀을까? 김대중이 단 몇 달만에 슈퍼스타로 커버린 것이 문제였다. 김대중을 죽이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국민의 저항도 겁나고 미국눈치도 살펴야 한다. 죽이는 건 다음이고 우선 선거에 이기는 것이 급했다.
박정희가 누구인가? 그는 일본제국의 민족분열정책을 꿰었고 그걸 철저히 이용한 사람이다. 한국정치의 원초적 본능은 무엇인가? 조선왕조 시대는 가문이 정치적 본능이었다. 가문이 빛나야 나도 인정 받는다. 일제시대는 민족이 정치적 본능이었다. 민족이 독립해야 조선사람도 독립한다. 지금은? 지역이 정치의 원초적 본능이었다. 불은 불로 끄자! 지역대결을 창조하라! 박정희의 길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깃발은 이효상이 들기로 했다. 며칠 후 대구에서 이효상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느닷없이 문둥이가 문둥이 안 찍으면 우짤끼고 라며 문둥이 타령을 하더니 어느새 박대통령은 경상도 대통령이라며 나라를 토막낸 후, 주먹을 불끈 쥐고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우리 영남인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고 겁을 주고, 이쪽에서 몰표를 안주면 저쪽에서 나오는 몰표를 당해낼 수 없다며 묻지마 투표를 선동했다. Dl 노인의 망령이 선거구도를 반쯤 바꿔냈다.
이렇게 은밀한 본능을 건드리자, 김대중은 민주투사에서 전라도 도전자로 추락했다. 대통령 선거는 박정희 챔피언과 김대중 도전자의 한국 챔피언 타이틀매치로 전락했다. 박정희는 총통음모가 김대중의 사악한 모략이라고 몰아쳤다. 김대중에게 권모술수 챔피언 타이틀도 뒤집어씌웠다. 총통 대 민주세력 대결에서 영남 대 호남 대결로, 독재자 박정희와 민주대표 김대중의 대결에서 경상도 대통령과 전라도 도전자의 대결로 바뀌었다.
이미 원초적 본능으로 달아오른 경상도 사람들은 갈수록 흥분했다. 김대중을 향해 빨갱이, 사기꾼이라며 야유하다가, 전라도 꺼져라 라며 주먹을 휘둘렀다. 박정희를 향해 경상도 대통령을 연호 하면서 김대중을 죽이라, 죽이라고 외쳐댔다. 이렇게 해서 박정희는 영남표의 72%를 얻었다. 경북에서는 78%나 챙겼다.
유신총통
이 위기를 모면한 박정희는 앞으로 닥칠 권력의 위기를 1972년 7.4 공동성명으로 전 민족을 마취시킨 다음 12월 27일 천황에 등극함으로서 대한민국을 영원히 개인의 식민지화 하였다. 박정희의 통치 19년은 대한민국 파괴의 역사이며 박정희 식민지시대였다.
박정희는 쿠데타의 목표가 인간개조라고 선포했다. 인간개조의 첫 번째 단계는 패서라도 말을 듣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아직 인간 개조가 아니다. 주먹과 고문을 무서워할 뿐이다. 다음 단계는 패지 않고 말만해도 고분고분 따라가는 시키면 하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 일일이 말을 해야 하니까.
마지막 단계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표정이나 눈치나 분위기만 보고도 알아서 기는 인간으로 만드는 단계이다. 인간개조 사업은 반공국시의 짐승 몰이였다. 짐승몰이 중에서도 사방이 열려있는 초원의 짐승몰이가 아니라 도망갈 구멍도 없이 몰아치는 가축몰이였다.
인간에게서 정신을 남겨두고 가축으로 만들 길은 없다. 이런 인류적 대사업을 하자면 거대한 마술이나 주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3천만 국민을 상대로 하는 실제 상황 말이다. 박정희가 써먹은 마술은 제1막 괴물 떴다이고 제2막은 똘똘 뭉쳐 하나되자이며 제3막은 주인을 위하여이었다.
제1막 어둠 속에서 괴물이 등장한다. 괴물은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잡아먹는 무지막지한 놈이다. 모양이나 노는 꼴이 하도 험악해서 간덩이가 부은 사람도 10분 안에 간이 좁쌀 만해진다. 이때 텔레비전에는 카메라 기법이 총동원된다. 신문의 글자와 도표도 괴물 춤을 춰댄다. 괴물소동을 보면서 나라 사람들은 혼비백산이 되었다. 이런 분탕질을 해 놓고 괴물은 유유히 북으로 사라진다.
제2막, 검은 안경 낀 사나이가 나온다. 그는 나는 괴물을 잡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 전 국민이 똘똘 뭉쳐 괴물을 때려잡자. 우리는 한 배를 탔다. 물 샐 틈 없는 안보체제를 건설하자며 일장연설을 한 다음 유비무환을 외치고 사라진다. 언론은 앞 다투어 자나깨나 괴물조심, 옆집 뒷집 다 살피자는 구호를 외치고 단체들은 괴물규탄성명서를 낸다. 규탄한다, 궐기하자, 때려잡자. 2막의 마지막 즈음에 괴물이 저번 보다 훨씬 더 난폭해졌다는 풍문과 함께 괴물소동이 한 차례 더 있다. 다시 한번 전국에서 괴물 규탄대회가 열리고, 이곳 저곳에서 안 나온 사람은 괴물과 내통하는 놈이다는 욕설도 터져 나온다.
제3막, 검은 안경 또 등장, 이번에는 검은 양복과 짧은 머리로 통일한 부하들도 왕창 등장한다. 검은 안경은 괴물 잡기에 신명을 바치기로 결심했으므로 일사불란한 지도체제가 필요하다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또 유유히 사라진다. 부하들도 따라서 사라진다. 이번에도 위대한 결단으로 괴물을 결단내자며 언론이 앞장선다. 구국의 결단을 결단코 환영한다는 성명서들이 쏟아진다. 전국의 유지들도 결단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친다. 전국 방방곡곡이 결단으로 뒤덮인다.
대책 없는 정체불명의 상대, 불가항력의 공포, 이것이 괴물소동의 본질이다. 괴물은 공포다. 괴물에게 점령당한 마음은 공포에 떨고 살고 싶은 욕망으로 몸부림친다. 이쯤 되면 사람이 반쯤 짐승으로 변하게 된다. 굶주린 늑대 앞에선 토끼와 다를 바 없다. 공포와 생존욕망 뿐이다. 사랑, 기쁨, 즐거움, 미움 따위 감정은 끼어 들 틈이 없다. 이성, 합리성, 원칙, 윤리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에는 오직 폭력의 질서가 지배한다. 이게 괴물소동의 진짜 목적이었다.
두목은 개개인의 공포심과 생존욕망을 이용하여 우리의 생각을 독점하고 우리의 권리를 빼앗고, 우리 위에 올라타고, 결국 우리의 주인이 되었다. 우리 속에 갇힌 사람들은 더 이상 나의 생각도 나의 권리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 우리가 돼지우리보다 나을까? 슈퍼두목이 진짜 괴물이었다. 괴물 중에서도 북괴와는 비교도 안 되는 슈퍼 괴물이었다. 북한은 많아야 일년에 한 두 번 야산이나 바다에 출몰하는 정도다. 그러나 슈퍼 괴물은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대한민국 전국 방방곡곡에서 전 국민을 우리 속에 가두어 놓고 지시하고 감시하고 동원하고 처벌하였다.
박정희는 대한민국을 하나의 거대한 짐승우리로 만들었다. 국민은 우리에 갇힌 가축이 되었다. 드디어 인간 개조 사업이 완성되었다. 때려도 말을 잘 안 듣던 주체성 있는 조선사람을 안 시켜도 알아서 기는 가축인간으로 만들었다! 국민은 박정희의 무한 폭력 앞에서 벌벌 떠는 알몸이 되었다. 국민은 방어할 수 있는 아무런 무기도 권리도 없었다. 국민은 알몸이었다.
박정희 천국
일본은 천황교 국가였다. 천황은 교주, 국가 야쿠자는 성직자, 국민은 신도, 교리는 구호 세 가지이다. 돌격하라! 죽여라! 안 되면 자폭하라! 허수아비 천황도 애국 로봇 일본국민도 국가의 이름으로 자기의 주체성을 빼앗긴 슬픈 군상들이다. 이처럼 천황과 국민을 로봇으로 만들고 국가를 자기 손에 틀어쥔 무리, 이들이 바로 국가 야쿠자, 일본 극우세력이었다. 신국, 천황 따위 말에는 삼류국가 일본의 열등감이 넘쳐흐른다. 열등감과 무지몽매와 만용이 손을 잡고 망나니 춤을 추는 것, 그것이 천황주의였다.
박정희는 껍데기뿐인 일본제국주의, 즉 천황주의를 완성했다. 일본 버전은 겉은 천황국가였지만 속은 야쿠자국가였다. 그러나 박정희 버전은 진짜 일본식 천황국가다. 세계 만방의 천황주의자들은 일본도 흉내만 내다 만 천황국가를 세운 한반도를 향해 큰절을 올려라! 그는 제국을 넘어 자기 멋대로 지도, 명령, 동원, 처벌할 수 있는 지상천국을 건설했다.
박정희는 이념, 정치, 경제, 안보, 교육은 물론 대중가요까지 모든 방면에서 엉성한 일본의 천황주의를 완제품으로 만들었다. 박정희는 권력을 잡자마자 일본제국의 치안유지 법을 악용해서 반공법을 만들고 국가보안법도 고쳤다. 국가보안법은 헌법 위의 법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국가보안법이 완벽하게 파괴해 버렸다.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까지 부정했다. 기본권 없는 사람, 주권 없는 국민이 국가의 노예가 되는 건 뻔하다. 무작정 잡아다 족치면 되니까! 국가보안법은 민주, 노동, 통일을 3대 간첩이라 했다!
다음으로 박정희와 김종필은 헌법 위의 기관으로 중앙정보부를 만들었다. 국회, 사법부 따위 헌법기관은 중앙정보부의 하루 저녁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중앙정보부는 국가 위의 초 국가였다. 헌법 위의 국가보안법과 국가 위의 중앙정보부! 이 두 가지가 박정희 반공국가의 핵심이었다. 두목 박정희는 국가보안법과 중앙정보부에 올라타고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다. 반공 귈기대회, 반공 결의대회, 반공 시범대회, 반공 웅변대회, 반공 글짓기대회, 반공 음악대회, 반공 포스터, 반공 표어, 반공 현수막, 반공 선언문, 반공 방송, 반공 표창장, 반공 동상, 반공 성명서 , 반공 선전탑, 반공 훈련... 어느새 한국사람의 머리는 공산주의 괴물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심으로 반공으로 가득 찼다.
박정희의 반공국시는 사람의 짐승화 작전이었다. 인간성 거세작전이었다. 국민은 주인의 지시에 따라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는 사냥개에 불과하였다. 사냥개가 생각을 가지면 위험하다. 어떤 합리적 사고도 용납하지 않는다. 사회주의도 민주주의도 민족주의도 몽땅 금지했다. 박정희는 개인을 한없이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이런 나라에서는 술 마시다 박정희 욕하는 것, 좋은 책 이외의 책을 보는 것, 조선(북한) 사람과 같은 단어 쓰는 것, 밤늦도록 잠 안 자는 것, 건전 가요 이외 노래 부르는 것, 쌀밥 도시락 싸오는 것, 양담배나 양주 좋아하는 것, 경찰 앞에서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것, 청바지 입는 것, 머리카락 길게 기르는 것, 미니 스커트 입는 것, 통기타 치는 것, 심지어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것까지 혁명적 행동이었다. 이런 혁명적 행동하다 작살난 사람은 하도 많아서 통계도 없다. 박정희 천국에서는 천황의 마음에 안 들면 다 범죄였다.
알몸 박정희
이 때 박정희는 무엇을 했는가? 조국 근대화의 새벽을 열기 위해 궁정동 아방궁(안가)에서 심복들 데리고 양주 마시며, 좋아하는 가수 불러 다가 연회를 즐기고, 사흘에 한 명씩 예쁜 여자를 불러다 교대해가며 밤을 불태웠다. 대상은 탤런트, 배우, 모델, 대학생을 가리지 않았다. 권력자가 벌이는 공공연한 성폭행, 오랑캐도 이런 짓은 하지 않았다. 성폭행 당한 상처는 평생을 간다고 하지 않는가! 그들이 겪었을 고통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박정희의 상습 성폭행을 두고 박정희는 정력이 끝내줬다 느니 영웅은 호색이다 느니 떠드는 놈들도 있다. 이런 놈은 자기 아내나 딸이 당해도 그런 소리를 할까?
일본제국은 악독한 짓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켰다. 독립운동가도 거의 정식재판을 받았고 길어야 2-3년 정도 감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박정희 천국에서는 재판도 없이 장준하를 죽이고, 김대중을 살해 기도하고, 서울대 교수 최종길을 고문해서 죽게 만들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조차 무차별 고문하는 나라, 하루 16시간 노동을 하며 무한 착취에 시달려도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고 절규하며 분신 자살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호소할 수 없는 나라, 유신 반대 유인물 뿌린 죄로 징역 5년을 사는 나라, 노동운동 한다고 똥물을 끼얹고 작살내버리는 나라, 오적시 한 수로 졸지에 빨갱이가 되어버리는 나라, 수많은 학생들을 감옥 보내고 대학에서 쫓아낸 나라, 대학에 탱크 끌고 들어가는 걸 밥먹듯 하는 나라, 조선(북한)에 끌려갔다 온 어민이 간첩이 되어버리는 나라, 근거도 없이 어마어마한 조직사건을 제조해서 사형을 선고하고 그 이튿날 바로 처형해버리는 나라... 일제시대에도 이런 야만은 없었다.
박정희는 오직 자기의 두목권력을 위해 감시, 협박, 매수, 미행, 전화도청, 연행, 사생활추적, 세무조사, 감금, 고문, 테러, 살인, 사건날조 등 악행이라고 생긴 악행은 다 동원했다.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을 괴롭히는 주변공략은 필수품이다. 한 사람 모난 돌이 있으면 사돈의 팔촌까지 당하게 되어 있다. 이럴 경우 모난 돌은 집안사람과 친구들에게도 따돌림 받고 배척 받게 된다. 이런 이중 죽이기를 상습적으로 써먹은 사람, 그게 박정희였다. 박정희 천국은 국민의 지옥이었다. 감정과 이성과 주체성을 깡그리 부수어 버린 생지옥! 그 지옥에는 탈출구도 비상구도 없었다. 박정희 천국은 한 마리 야수가 전 국민을 짐승으로 몰아간 동물의 왕국이었다.
남겨진 새끼 박정희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50분경, 궁정동 아방궁(안가) 연회장,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는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김재규는 단 두방의 총으로 박정희 천국을 무너뜨렸다. 일본제국보다 몇 배나 악독한 박정희 천국을 가장 피를 적게 흘리고 타도하였다. 김재규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 그는 자기의 목숨을 던져 민족적 약속을 지켜낸 영웅이다. 그의 명복을 빌면서 나는 김재규의 말을 다음과 같이 고치고 싶다. 김재규는 민족적 약속인 민주공화국을 위하여 인간의 마음으로 야수를 쐈다.
그러나 박정희는 아직 죽지 않았다. 국민의 80%가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고 있고, 박정희를 빼어닮은 새끼 박정희들이 여전히 한국을 휘어잡고 있다. 슈퍼 두목 박정희를 그리워하며 박정희 신궁(기념관)을 짓겠다고 나서는 무리도 있다. 인권 대통령 김대중까지 나서서 박정희 신궁 건립에 국고지원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정희와 악수할 수밖에 없었던 김영삼이 박정희 들과 손잡았다가 웃기는 사람이 되어 버린...
이건희 삼성천국, 정씨네 현대천국, 방가네 조선일보천국, 김가네 동아일보천국, 홍가네 중앙일보천국, 재단이사장의 사립학교천국의 두목들은 슈퍼 두목이 없으니 허전하고 겁난다며 박정희 천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민주주의를 외치던 재야출신 국회의원들도 박정희 유령에 홀린 듯하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박정희 앞에만 서면 왜 그리 작아지는가? 민족 반역자니, 독재자니 하는 말도 잠시 허공 속의 메아리로 떠돌다 사라진다. 너무나 놀라운 일이다.
도저히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말끝마다 민주주의와 민족을 부르짖는 지도층인데, 지도층의 범죄라면 천 만원만 먹어도 치를 떠는 국민인데, 독재 타도에는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인데, 어째서 야수 박정희 이야기만 나오면 가위눌린 듯 비실거릴까? 지금 우리 나라에는 일제 찌꺼기 청산보다 박정희 천국의 청산이 백 배 더 중요하다. 일제 찌꺼기는 내버려줘도 좀 지저분하고 냄새가 날 뿐이다. 그러나 박정희 천국을 청산하지 않으면 새끼 박정희 들이 또 다른 두목국가를 추구할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박정희 마술에 놀아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새끼 박정희가 되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변신을 밥 먹듯 하고, 1등이나 두목이 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국 사람한테는 굽실대고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 동포는 짓밟고, 돈과 승리만을 추구하는 험악한 모습에서 우리는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박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일본제국과 박정희 천국이 대한민국 곳곳에 뿌려놓은 일본제 천황주의를 말끔하게 청산하고 민족적 약속을 실현하는 것이다. 일본제 국가주의, 두목주의, 폭력주의를 청산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가는 오랜 민주화 투쟁을 통해 겨우 민주화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재벌, 언론, 학교 등 사회영역에는 두목주의와 폭력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제 세상 만난 듯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이들의 천국을 청산하지 않으면 박정희 천국은 반드시 부활한다. 이들이 그들을 보호하고 키워줄 슈퍼 두목을 목숨 걸고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돈과 말을 틀어 쥔 이들을 이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박정희 천국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
첫댓글 제가 이 카페의 카페지기입니다.김대중 대통령님과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
제2의 mb가 될수도있다.. 절대 나와서도 되서도 안될일이다..
독재의 뿌리가 그 뼛속이 어디가나....두번은 속지말자...
절대 믿을게안되는 한나라당 족속들...영원히 이땅에서 추방되길 바랄뿐이다..
박그네는 한국이 지 나라고 국민은 지가 불쌍히 여기는 궁휼한 백성일뿐
너무나 좋은 글입니다 박정희시대의 암울함,절망감,끝없는분노.....
전 이제 61살인데요 워에글 모두다 진실이고 모두다 사실이네요 미권스 모두다 파이팅 독재 타도 친일파 청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