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강지차(糟糠之車) 이야기

[대타]

    (이 글은 2002년에 쓴 것입니다. 아래에 있는 이종원 대장님의 차 이야기를 읽고서 떠오르는 글이어서 올려봅니다.

주인공인 르망 자동차와는 1990년에 만나 2005년 무렵에 헤어졌답니다.)

 

두 딸과 나란히 선 르망 자동차

우리가 만난 것은 1990년 봄이었어요. 그저 우연이었지요.
얼결에 만난 나는 한동안 그와 짝하여 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요.
처음에는 그만큼 낯설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역시 사귀기 나름인 것같아요.
시간이 가면서 친해진 우리는 어느 연인보다 더 살풋한
정을 주고 받으며 살았답니다.
동해안을 가도 같이 가고, 서해안을 가도 같이 갔지요.
고향에도 여러번 찾아가서 부모님께 함께 인사 드렸답니다.

갈수록 그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믿음직했습니다.
말썽 한번 내지 않았고, 내가 말할 때면 단 한번도, 맹세코
단 한번도 싫다고 내색하지 않았어요.
백년을 사귄 친구도, 십년을 함께 지낸 강아지도
이처럼 충직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의 이름은 르망 스페셜. 고향은 부천에 있는
대우자동차 공장이라던가요.
말이 자동차이지 정이 드니 서로가 헤어지기 참
어렵습니다.
어떤 속 모르는 이들은 그래요.
"아따, 그까짓 똥차는 땡개불고
근사한 새차 한나 마련하제."라고요.

만남과 헤어짐이 그리 쉽나요.
또 조금 허름하다고 생각없이
내팽개치면 될까요.
솔직한 고백이지만
나도 한때 딴마음을 슬쩍 가져본 적이 있답니다.
"남들도 다 그런데 어디 멋드러진 놈으로
하나 골라봐" 하고요.

하지만 우리집 옆에 순박하게 앉아 있는
그를 보고서는 죄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저토록 나만을 생각해주는데, 나는 벌써
딴마음을 잠시나마 품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했지요.

남들은 그를 `똥차' `똥차' 하지만
내게는 `벤츠'나 다름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언제부터인가 그에게
`르망 벤츠'라는 근사한 이름까지 붙여주고 있지요.
잔병없이 건강하겠다, 속도도 쌩쌩 잘 나겠다,
뭐가 부족한 게 있어야지요.

자리가 조금 좁다고 하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 나들이하기에는 여전히 만족스럽답니다.
게다가 밥(기름) 적게 먹고 옷값(유지비)도 적게 드니
얼마나 좋아요.

르망 자동차는 이 가족을 15년 동안 태우고 다녔습니다.

그와 함께 지낸지 올해로 12년째. 그동안 8만7천km를
동행하였군요. 비오는 날도 있었고,
눈 내리는 날도 있었지만 우리는 내내 행복했어요.
시골의 진흙탕길을 보아란듯이 달리기도 했고,
지리산 산비탈을 헉헉대며 오르기도 했습니다.
요즘 주말에는 동네 주변을 산책하듯 다니고 있답니다.

오늘 아침에도 집을 나서는데, 그는 나를 보고
"잘 다녀오시라"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인사하더군요.
얼마전 동네 세차장에서 목욕을 해서인지
밝은 회색의 옷이 더욱 깨끗해 보였어요.
옆에 서 있는 `다이너스티'가 부럽지 않더라니까요.
그래서 나는 그의 머리를 톡 치며
답례했지요. "그래, 잘 갔다 오마. 니도 잘 있어라'라고요.

나는 그를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려 합니다.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지만요.
남들이야 `똥차'라고 하건 말건
나는 `르망 벤츠'로 여기면서
그렇게 살 겁니다.

조강지처(糟糠之妻)라는 말이 있다더군요.
조강(糟糠)이란 `술지게미'를 말한다는데요,
술지게미를 함께 먹고 가난한 시절을
보냈던 아내를 버리지 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세상이 하도 바꾸기를 좋아하다 보니
요새는 별의 별것을 다 바꿔요.
옷도 바꾸고, 집도 바꾸고, 차도 바꾸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아내와 아이들까지
바꾸는 세상이 됐지요.

결국은 애정이 아닐까요.
땃땃하게 몸에 달라붙어 편안한
그런 애정이 아닐까요.
돌이켜보면, 우리 어렸을 적에
집안에 있는 소 한마리는
얼마나 친근한 벗이었어요?
그 소가 팔려나갈 때
얼마나 슬펐던가요?

요새는 그런 슬픔이 없습니다.
바꾸면 되니까요. 소를 예로 들어도
그저 안심, 등심, 곱창전골이 생각날뿐
정감 넘치는 친구의 이미지는
이미 사라지고 없어요.
이는 소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사람과 사람 사이까지 확산되는 게 아닌가 하여
더욱 안타깝습니다.

나의 조강지차(糟糠之車)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별별 소리를 다 하고 있군요.
그냥 그렇겠거니라고만
생각해주면 고맙겠어요.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02년

세월이 흐르니 두 딸아이도 이렇게 컸군요. 큰애는 대학(왼쪽)을 졸업했고, 둘째는 대학 4학년이랍니다. 

[인덕원참새]

옴마야~~
새댁 제암산님 너무 신선하다~~~ㅎㅎ

[대타]

참새님의 그 시절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네~~~~ㅎㅎ

[이종원]

제암산님. 여고생이 애 둘을 낳다니....

[대타]

그렇게 젊게 봐주시니 감사!^^

[풍경이]

糟糠之車 생각해보니 정말 말 되는 이야깁니다. 뭐든지 손 때가 묻게되면 놓기 싫은게 사람 살아가는 향기가 그곳에 머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함께 오래오래 지내시기 바래요. ^^

[대타]

풍경이님도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제암산]

오메....영감^^ 언제적 얘기를..사진은 또 뭐요?? 대장님 새차 본께 별생각이 다 난갑네...내가 못살아...........

[풍경이]

ㅎㅎㅎ늘 풋풋한 여고생같은 제임산이 오메....영감하니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요. ^^

[레오4804]

제암산님~~"영~~감"이 뭡미까?..ㅎㅎ
앞으론 "자~갸~~"하고 불러 보이소~~ㅎㅎ
억수로 좋아할끼라예~~ㅎㅎ

[용문댁]

자~갸~~ 대타~대타~~ 레오처럼 한톤 높은 목소리로 ㅎㅎ

[대타]

어찌 하다 보니 호칭으로는 벌써 할멈, 영감이 다 돼버렸시우~~

[김사랑]

으~미~~~ 옛날 소시적 사진보니
너무 정겹다...

...ㅋ 이쁜 딸래미들이 엄마아빠
골고루 닮았네요...
얼렁~ 좋은짝만나 보내야될낀데~~~ㅎㅎㅎ

[대타]

글쎄요. 어찌어찌 하다보니 둥지를 떠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네요. 세월이란......

[안단테.]

우와!!!~~~신선하다 신선해~~~새댁 제암산님!!!~~~~~

[아낙수나문]

내말이~~~~ㅎㅎㅎ

[아낙수나문]

딸래미 큰 것 좀 보소~~~~ㅎㅎㅎ 제암산을 보니 참~~~~~세월이란 것이~~~~~ 음.............

[대타]

그렇습니다. 세월이란 것이~~~~~ 음............. ^^

[팔색조]

딸들의 인상이..대타님이나. 제암산 만큼이나 부드럽고..좋습니다. 잘 키우셨어요~~^^

[대타]

감사합니다, 팔색조님!

[나폴리]

아이들 크는것 보면 세월이 가는걸 느끼고....그래도 자식을 보면 뿌듯하고..... 아이고 할머니같다..ㅎㅎ

[대타]

돌아보니 소생도 벌써 나이 50문턱을 이미 넘었네요... 그래도 60보다는 더 젊지요, 뭐^^^^ 또 이 나이 이때 아니면 언제 살아보겠어요!?

[용문댁]

세월이 참 많이 흘렀네요. 귀여운 꼬맹이들이 예쁜 숙녀가 되고.... 풋풋한 제암산새댁 참 신선하고 예쁘네~~

[대타]

세월의 힘이랄까요?^^

[동백]

차애기도 정겹고~ 제암산 젊었을때 너무 이뻤다~ 딸내미 둘도 이쁘고^**^

[별꽃]

역시 대타님 . . . 감동 먹고 갑니다.
근데 제암산님이 아이들이랑 찍은 사진은 나이 터울 쪼매 나는 큰언니같아요. ㅎ ㅎ ㅎ 감사합니다. *^^*

[열매]

대타님의 조강지차 덕분에 조강지처이신 재암산님의 이쁜 새댁모습도 보고 엄마 아빠의 모습을
골고루 닮은 이쁜 따님의 모습도 보고..저 오늘 꼭 횡재한 기분입니다 ㅎㅎ

[고운]

제암산 언니 너무 이쁘다....ㅎㅎ

[말그니]

딸들이 너무 이쁘네요.... 누굴 닮아 이쁜가요? 아들 하나 더 있으믄 며느리 삼고파라~~~~

[산머루]

어린 딸들이 이만큼이나 예쁘게 자랐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단지]

감성이 풍부한 대타님 ~~~~ 가을 타시는건 아닌지...... 건강하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