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방은 법정 스님이 머물던 일월암 근처에 지어진 암자
법정 스님은 전기도 없고 수도, 부엌마저도 없는 흙과 나무로만 지어진 소박한 일월암에 지내신 거고 정방은 몸이 불편하셨던 스님의 보살펴주시는 분과 가끔씩 찾아오시는 손님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지으신 거라고 하네요.
2009년 9월에 지어진 듯한데 지금 보아도 매우 현대적이면서 매력적인 건축이네요.
정방을 설계한 김희준 건축가는 법정 스님의 격에 맞게 현 생활에 맞는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드러나지 않고 스며드는, 비어 있으나 결여되지 않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 건축을 고민하셨다고 해요.
법정 스님이 머무시던 일월암
법정 스님이 머무시던 일월암 .
위 사진이 법정 스님이 머무시던 일월암입니다.
다시 정방쪽 이야기를 더 드리면
법정 스님은 처음엔 컨테이너를 갖다 놓으라고 하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두가지 부탁을 하셨는데 방 크기를 한자씩 늘려달라는 것과
소나무 뿌리는 절대 건들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해요.
외부 재료로 쓰인 나무는 단순하게 정리된 사각 박스의 투박한 부분을 채워, 세월이 스며들도록 시간이 흐르면서 나무가 탈색되고 갈색에서 진회색으로 뒤덮이면 이 작은 건물은 소나무 숲으로 더 깊숙이 묻힐 것을 의도했다고 하네요
‘정·방’의 중심은 방(房)이다. 2.7mx2.7m의 방을 중심에 두고 주변 환경과 기능을 고려해 필요한 것들을 붙여가는 방식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객을 위해 찻상(茶床)을 볼 공간과 세안(洗顔) 장소 정도만 추가됐으며, 가끔 기거(起居) 할 때 필요한 이불장이 하나 있다. 방은 정(靜)을 기반으로, 필요에 따라 쓰임(用)이 변하는 그저 빈 공간이다. 건물은 네 개의 주춧돌 위에 들어 올려져 있고 방 상부는 방의 일부이면서 띠와 같은 창을 통해 외부의 풍경과 빛이 스며들도록 했다.
- ‘정, 방’을 설계한 건축가 김희준 (건축 사무실 ANM 대표)
내부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지와 삼베로 마감되었다고 하네요
‘정, 방’의 내부는 띠처럼 두른 창으로 빛이 넉넉하게 들어오고 방문을 열면 정원과 먼 산을 들여놓을 수 있다. 일월암 객실인 ‘정·방’이 지어졌지만 주인인 스님은 한 번도 들지 않으셨다. 이것마저도 사치로 생각하셨던 같다. 이후 객실에 대한 스님의 평은 물론, 스님 주변 분들의 평도 듣질 못했다. 스님의 건강은 계속 안 좋아지셨고 꿈에서만 몇 번 뵈었을 뿐이다. 그리고 2010년 3월11일 스님은 입적하셨다.
좋은 건축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규모가 커야 한다거나 비싼 재료를 써야만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법정 스님이 거쳐했던 강원도 평창에 있는 오두막의 모델은 사실 우리나라에 있는 전통 사찰이 아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州) 월든(Walden)이라는 호숫가에 있는 작은 집이 모델이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스물여덟의 나이에 숲으로 들어가 ‘최소한의 물질로 최대의 삶’을 살고자 했던 사상가이며 작가였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가 직접 지은 건물이다. 법정 스님은 살아생전 소로우의 삶을 동경했고, 직접 그의 오두막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스님의 무소유도 소로우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 ‘정, 방’을 설계한 건축가 김희준 (건축 사무실 ANM 대표)
소로우의 오두막이 모티브가 되었다
그의 저서에는 이 오두막을 짓기 위해 사용한 자재의 명세서가 상세히 기록돼 있고, 합계가 28불 12.5센트였다고 하네요. 당시 하버드 대학의 1년 기숙사 비용이 30불이었다고 하니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지었네요. 그가 가진 가장 큰 것은 가로 4.6m, 세로 3m, 높이 2.4m 크기로 지어진 14㎡(약 4.2평) 면적의 오두막였으며, 그 안에는 나무로 만든 침대와 의자, 벽난로와 창가의 책상 정도가 전부였다고 하니........... 이 꾸밈새 없고 소박하기 짝이 없는 오두막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로 지어진 집’의 전형적 건축이며 자신이 머물 집을 손수 지어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해 사색하며 독서에 열중했던 지식인의 은둔자적 공간은 법정 스님의 공간과 많이 닮아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과유불급이라고 동서를 막론하고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은가 봅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은 무엇인가? 작은 공간에 억류되는 인생이 아닌 삶을 영위한다는 전제하에서 답을 구한 이들이 있습니다. 집이란 단순히 물리적으로 거주만 하면 된다는 가치보다 그 속의 의미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말합니다.
모두가 사상가나 수도자의 삶을 살 수는 없지만, 덜 가지고 더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서 생각해 봄직합니다.
[출처] 미니멀리즘 공간 및 미니멀 건축의 정수, 법정 스님의 일월암 객실 정방|작성자 클레이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