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뗄레야 뗄 수 없는 다피도프와 바, 첫 번째 이야기
이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이라면, 애연가인 제가 가장 즐겨 피우는 담배가
다비도프라는 것쯤은 다들 아실 것 같은데요.
제가 다비도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맛과 깊이있는 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다비도프가 하나의 담배로서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떠한 대상이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 가치는 확연히 달라지는데요.
처음 유럽에서 만들어져 역사를 담배인 만큼, 다비도프에 얽힌 이야기들은
그 일화들 만으로도 담배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들 중, ‘바’에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들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술과 담배는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관계라고 할 수 있죠.
때문에 다비도프도 바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바에서 칵테일을 마실 때 떠올랐던 바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려고 하는데요.
오늘은 그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파리에는 바텐더들 사이에서 ‘전설’이라고 불리 우는 바텐더가 있습니다.
‘조안 부르고스’라는 인물인데요.
바텐더인 그가 유명해진 이유는, 역시나 한 잔의 칵테일 때문이었습니다.
조안 부르고스는 피나는 노력 끝에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칵테일 한 잔을 만들어냈고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작은 칵테일 한 잔에서 조안 부르고스를 떠 올리곤 합니다.
얼마 전 친구와 함께 다녀온 가로수길의 어느 바에서는, 바로 그 조안 부르고스의 칵테일이 떠오르더군요.
‘더 플래어’라는 곳인데요. 바텐더와 가까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칵테일 바의 방식을 따르고 있는 곳이죠.
‘더 플래어’는 들어서자마자 모든 바텐더들이 유쾌하게 인사하며 손님들을 맞아줍니다.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가로수길의 몇 안 되는 바 중 하나죠.
이날 달콤한 향을 좋아하는 친구는 카미카제를 주문하고 저는 블랙러시안을 홀짝였는데요.
블랙러시안은 보드카와 커피 리큐르를 혼합해 만든 칵테일로
커피 향이 강해 달콤할 것 같지만, 알콜 도수가 높아 꽤 독한 편입니다.
부드럽고 깊은 커피 향과 진한 알콜의 풍미 때문에 담배와 무척 잘 어울리는 칵테일이기도 합니다.
더 플래어의 특색을 말해 주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칵테일 쇼’일 텐데요.
손님들이 모여드는 일정시간이 되면 바텐더들은 조명을 낮추고 화려한 쇼를 시작합니다.
때로는 불을 내뿜기도 하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유리병들을 돌리며 완벽한 한 잔의 칵테일을 만들어내죠.
저 역시 그 화려하고 멋들어진 움직임에 넋을 놓고 구경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화려한 쇼를 보여주기 위해, 또 볼거리가 담긴 완벽한 칵테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지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그럼 이쯤에서 ‘더 플래어’에서 왜 다비도프와 바 이야기가 생각난 것인지,
조안 부르고스 칵테일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씀 드리도록 하죠.
조안 부르고스는 언제나 각고의 노력으로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바텐더입니다.
그는 어느 날, 그러한 노력으로 애연가들을 위한 칵테일 한 잔을 만들어내는데요.
시가 칵테일은 그 전에도 쭉 있어왔던 술 종류였지만, 유독 조안 부르고스의 칵테일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바로, ‘시가에도 지지 않는 술’이란 모토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숙성시킨 럼을 베이스로 사용해 담배의 강한 향에도 지지 않을 만큼 강하고 깊은 맛의 그 한 잔은
향이 강한 담배를 즐기는 애연가들에게 최고의 칵테일이 되어 오래도록 사랑 받았습니다.
이 칵테일이 만들어졌을 당시 가장 특이한 점은 그 이름이 ‘NO NAME’이었다는 점입니다.
애연가들은 ‘NO NAME’을 마시면서 보통 자신이 피우는 담배로 이름을 붙여 부르곤 했다는데요.
마구잡이로 불려지는 이름 탓에 사람들은 하나의 이름을 정하기로 합니다.
재미난 점은 시가에 지지 않는 술에 어울리도록, 이 술에도 지지 않을 담배로 이름을 붙이기로 한 것인데요.
사람들은 투표로서 ‘NO NAME’에 지지 않을 담배 하나를 정합니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것이 바로 강렬하고 깊은 풍미를 모토로 만들어진 다비도프였던 것입니다.
이제 제가 왜 더 플래어에서 조안 부르고스의 칵테일을 떠 올렸는지 짐작하시겠죠.
강한 풍미의 블랙러시안 한 잔과
그 한 잔의 완벽한 칵테일을 만들어내기 위한 바텐더의 각고의 노력, 그리고 그에 지지 않을 담배.
삼박자를 고루 갖추었던 이날의 시간은 그야말로 ‘조안 부르고스의 바’가 따로 없었죠.
조안 부르고스의 칵테일은 세월이 지나면서
베이스로 썼던 럼과 다른 술들의 맛들이 변화함에 따라 자연스레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작은 차이에도 맛과 향이 크게 달라지는 숙성된 술일수록 그 맛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어려운 탓이죠.
하지만 그의 노력과, 그로 인해 탄생한 완벽한 술 한 잔은 많은 이들에게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노력과 열정의 산실은 어떻게든 남기 마련일 테니까요.
‘더 플래어’에서 보았던 바텐더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칵테일의 조화로운 풍미는
저에게 오랜 시간 남아 있을 것 같은데요.
여러분도 술 한 잔 생각나는 저녁, 좋아하는 칵테일 한 잔으로
남겨야 할, 또는 남아야 할 그 무언가를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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