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 출신 장병들은 오갈 데가 없어서 숙식이라도 해결하자고 입대한 젊은이들이었는데 처지가 그러니 심리 상태도 불안정했었고 텃세를 부리는 남한 출신 장병들과 시비도 많았었다.
병사들의 폭력은 대개 자대 징계로 처리되었지만 심한 폭력에 관계된 사병들은 헌병대를 거쳐 영창에 보내졌었다.
김만기 장군은 서북 출신 장병들의 폭력 사건 조서를 작성하다가 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폭력 관련 평안도 출신 사병들이 대부분 박치기 기술로 공격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나중에는 여러 번 패싸움 현장에 출동해서 직접 목격도 했는데 단속하는 처지에도 폭발하듯 터지는 평양 박치기 기술에 내심 감탄을 금하지 못했었다.
김만기 장군이 소싯적에 본 평안도의 박치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박치기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우리가 생각하는 박치기는 김일 선수처럼 한 쪽의 머리로 다른 쪽의 머리를 들이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북 청년들이 보여준 박치기는 마치 투우처럼 온몸의 무게를 더해 공중으로 펄쩍 뛰어 상대방의 가슴을 들이받는 것으로서 이 박치기가 제대로 명중하면 상대방은 그대로 쓰러져서 운신을 못했었다.
다시 말하자면 평양 박치기는 정지 상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던져 가격을 하는 태권도의 이단 옆차기와 같은 전신 돌격 상태로 했었다. 그러니까 평양 박치기의 핵심은 전신을 날리는 기술이라고 하겠다.
앞에서 소개했던 시라소니가 안방에서 마당의 상대방에게 박치기를 할 때 바로 온몸을 날려 상대방을 폭탄처럼 가격하는 공격 행태를 말하는 것이었을 듯하다. 두어 걸음 걸었겠지만 단지 너무 빨라서 그냥 방에서 로켓처럼 날아가 박치기를 한 것으로 잘못 보였을 것이다.
그 기술은 상당한 연습을 해야 가능한 고난도의 기술로서 평안도 마을들에 이런 단련의 전래 풍습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라소니는 10대에 모래 주머니-샌드 백에 박치기 연습을 무수히 했다고 한다.]
“서북 출신 장병들의 박치기가 가슴을 들이받는 기술이다---?”
그것이 그렇게 치명적일까? 박치기 왕 김일 선수의 박치기도 가슴이 아니라 급소라는 머리 측면을 받아야 상대방이 휘청하던데----
그러나 김만기 장군의 이야기를 듣고 어리둥절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 속 10여 년 전의 한 월드컵 경기장에서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상대방 선수를 박치기로 가격하는 장면이 떠올렸다.
2006년 월드컵 결승 경기에서 프랑스 팀의 지네딘 지단이 여동생을 들먹이며 음란한 야유를 퍼붓던 이태리 팀 마르코 마테라지 선수의 가슴을 들이받았던 장면이었다.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난 지단은 그 모욕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첫댓글 목을 돌려 찰퇴처럼 박치기 하는건데요...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추진력이 없다면 정권지를 때 상완을 회전하듯, 앞축 돌릴 때 허리를 회전하듯 삼각근 주변으로 목을 회전하는 것이 타점에 더 힘을 실어줍니다. 그런데 위 글쓴이가 말한 것은 뒤에서 뜀걸음으로 추진력을 얻어 가슴을 전두부로 들이박았다 하는 묘사입니다. 저는 목 주변 옷깃이나 뺨클린치하고 인중을 들이받으라 배웠었습니다.
흑백티비 시절 김일 레슬링 본다고 동네 사람들 모여서 환호했던게 생각 나네요
아련하네요 ~
제일 하단 링 줄을 발로 밟고 도약해서 90도 턴 박치기 하던 장면이 인상깊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