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ld1Xxa1k6LE 서랑화 시낭송가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시낭송
윤동주 , 「 별 헤는 밤 」
계절이 지나 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 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 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youtu.be/u9z0XxHjeF4 백록담 정지용 시 / 강영선 낭송
백록담(白鹿潭) - 정지용(鄭芝溶, 1902~1950)
-제주도 한라산 꼭대기에 있는 화산의 분화구에 생긴 호수. 이름의 유래는 옛 신선들이 이곳에서 백록(白鹿-흰 사슴)으로 담근 술을 마시고 놀았다는 전설과 흰 사슴으로 변한 신선과 선녀의 전설에서 유래됨.
1 절정(絕頂)에 가까울수록 *뻐꾹채꽃 키가 점점 소모(消耗)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 마루 위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 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꾹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 난만(爛漫)하다.
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아도 뻐꾹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나는 여기서 기진(氣盡)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丸藥)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아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白樺)가 촉루(髑髏-해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白樺)처럼 흴 것이 숭(흉(凶)의 방언)없지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 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 육천 척 위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 여기고 산다.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어진다.
6 첫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길 백 리를 돌아 서귀포로 달아났다. 물도 마르기 전에 어미를 여읜 송아지는 움매―움매―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어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毛色)이 다른 어미한테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풍란(風蘭)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제주 휘파람새 휘파람 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로 구르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 때 솨―솨― 솔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 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칡넌출 기어간 흰 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주친 아롱점말이 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삿갓나물 대풀 *석용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고산 식물을 새기며 취하며 자며 한다. 백록담 조촐한 물을 그리어 산맥 위에서 짓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엄하다. 소나기 *놋낫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이겨 붙인 채로 살이 붓는다.
9 가재도 기지 않는 백록담 푸른 물에 하늘이 돈다. 불구(不具)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쫓겨온 실구름 일말(一抹)에도 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굴에 한나절 포긴 백록담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기도조차 잊었더니라. <백록담, 문장사, 1941>
https://youtu.be/eO19cTD101c [노래가 된 시] 17회 세월이 가면|낭송 김윤아. 박인희 나레이션|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것
여름날의 호수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어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https://youtu.be/faVRE6hqbSc?list=RDJ01VQ9P-Ohk [시낭송]목마와 숙녀 - 박인환 (낭송:고은하)
목마와 숙녀 / 시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낡은 잡지(雜誌)의 표지(表紙)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https://youtu.be/yoFBfJPQpOk?list=RDKW7ywW1E5Dw [시낭송]술보다 독한 눈물 -박인환
술보다 독한 눈물 / 박인환
눈물처럼 뚝뚝 낙엽지는 밤이면
당신의 그림자를 밟고 넘어진
외로운 내 마음을 잡아 보려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렇게 이별을 견뎠습니다
맺지 못할 이 이별 또한 운명이라며
다시는 울지 말자 다짐 했지만
맨 정신으론 잊지 못해
술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버린 당신이 뭘 알아
밤마다 내가 마시는건
술이 아니라
술보다 더 독한 눈물이 이였다는 것과
결국 내가 취해 쓰러진건
죽음보다 더 깊은 그리움 이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