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숙이네는( 편의상 지은 이름)
동네에서 소문난 딸부자집 이었다.
우리 복에 아들은 없다고 끝숙이로
단산했던 그 부모님이 혹시나 하고
늙으막에 하나 더 낳은게 역시나 딸이어서
끝숙이는 터를 잘못 팔았다고 구박을 받았다
술만 취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나라고
싸리 빗자루를 휘두르는 아버지한테 쫒겨나기도
했다
위로 언니들은 방직공장 으로 가발공장 으로
돈벌러 가고 들일로 바쁜 엄마대신 끝숙이가
집안일과 젖먹이 동생을 돌보는 일을 했다
지엄마 솜씨로 뒷머리를 남자아이들 처럼 높게
쳐올린 상고 머리에 빨간색 다후다 치마를 입고
늘 아기를 업고 다니던 끝숙이..
가끔씩 아이들이 시차기 공기놀이 하는데
끼여서 이편도 저편도 아닌 건달꾼 노릇을
했는데...땅바닥에 네모 세모를 그려놓고
납작한 돌을 차넣는 시차기를 할때 보면
등짝에 매달린 아기의 머리와 팔다리가
제멋대로 흔들렸다
우물에서 보리쌀을 씻을땐 손으론 북북 문지르고
입으론 어른들 처럼 쓰쓰~소리를 냈었다
나는 졸업과 동시에 그곳을 떠난후론 끝숙이를
보지 못했다가 십여년전 아래 지방에 살때 한번
만났었다
우연히 동창 카페에서 내 소식을 들었다며
인근 지역에 살아 반갑다며 연락을 해왔었다
수십년을 건너뛴 세월 이었지만 서로를 느낌으로
알아보고 곧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인근 도시의
모직 회사에 다니며 산업체 야간 고등학교를
나왔고.
장사 수완이 뛰어나 한창땐 ㄷㄱ 도매시장
돈을 갈퀴로 끌었다는 남편과 사이에 아들
삼형제를 뒀고 (그 방면엔 지엄마를 안 닮았는지)
남편이 하도 원해서 남편 고향 마을로 귀촌해서
블루베리 농장을 한다고 했다.
미혼인 큰아들은 한의사고 둘째는 정부 주요
기관에 근무 하다가 처가식구 따라 미국 하고도
뉴욕으로 이민 갔는데 결혼할때 사돈의 팔촌까지
성분 조사 했단다.
서너 시간을 함께 보낸후 담에 집으로 초대
하겠다는 말과 함께 자기네 농장에서 수확한
블루베리 효소를 한병 쥐어주고 끝숙이는 갔다.
삐까번쩍한 자가용에 오르자말자 잠자리 날개
모양의 선글라스를 척 끼고.어릴때 마른버짐
잔뜩피고 시커멓던 얼굴이 한의사 아들의 솜씨로
뽀샤시 탱탱 윤기 자르르 흐르는 얼굴에 함박웃음
을 날리고 손가락 마다 반지낀 손을 흔들며 보무도
당당하게 사라졌다.
나는
멀어져가는 끝숙이를 보며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꼈었다..
첫댓글 끝숙이가 고생 후 지금 팔자 핀 생활을 한다니 좋군요
어릴때 모습에 비하면
인간승리 라고 할수 있겠지요^^
첫 댓글주셔 감사합니다 푸른비님
끝숙이가 끝이 아니고 젖먹이 동생도 두었나봐요.ㅎ
해솔정님
끝숙이 글 소설처럼
재미있어요.
김약국의 딸들처럼
ㅎ 수우님 여기까지 납셔 주셨네요
남편 점심밥 하는 중이예요
재미있게 읽어주셔 감사해요^^
@해솔정 언제나 읽어도
믿고 볼수 있는 해솔정님 글맛입니다.
지난번
물레방아간 할머니 추억도
인상 깊었습니다.
@서초 ㅎ 고마워요
좀 의기소침 했는데
서초님이 용기 주셨어요^^
@해솔정 무슨 맔씀을 요
작가이십니다
언제나 항상 응원합니다^^
@서초 에고...
작가란 말 빼주세요
당치도 않을뿐더러 부끄러버요.
팔자가 따로 있다던데
저 분이 좋은 팔자를 뽑으셨네요.
다 저렇게만 잘 풀리면
세상이 참 평화로울 거란
생각을 합니다.
이야기가 참 구수합니다.
의외로 학교 다닐때 괜찮았던 친구들이
잘 안풀린 경우도 있던데 저 친구는
성실한 남편만나 자식들도 잘되서
성공한 셈이지요.
지언님 글 보고파요^^
단편소설 한 편 읽은 느낌입니다.
끝숙이의 끝이 좋아서
다행입니다.ㅎ
어린시절처럼 힘든 모습이었다면
친구 모습을 보시는 해솔정 님
마음도 안 좋으셨을 것 같아요.
구수한 글 잘 읽었습니다.
힘들게 살면 제앞에
나타나지도 안했겠지요 ㅎ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병원비며
바라지를 저 친구가 다했다니
아버지가 얼마나 미안 하셨겠어요 ㅎ
늘 고마우신 이베리아님^^
딸 많은집 끝 딸이었으니
구박좀 받았을듯요.
그래도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고운글 잘 보았어요^^
잘 되서 정말 다행이지요
사는 형편이 언니들 보다 나았나봐요
부모님 치다거리도 다 했다니까..
고마워요 제라님^^
세상사는 새옹지마라고 합니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못 받았다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살았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불평불만으로 살겠지요.
다행히 근실한 면이 있었길래~
남편도 잘 만나고, 아이들 교육도 잘 시키고...
축복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부모님 사랑을 못받았기에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았지 싶습니다
자랄때도 좀 억측스런 면이 있었거든요
바쁘신 가운데도 댓글 챙겨주셔 감사합니다
편안한 시간 되세요^^
끝숙이~ㅎ
이름도 잘 지으시네요
여자 팔자, 두레박 팔자라고 했나요?
물론
자신이 잘 나서
전문직 여성이 되었다면 몰라도
예전에는
남편따라 잘나기도, 못나기도..
그래도 어릴 적 친구가
잘 되어서 나타났으니 좋네요..
해솔정님!
글, 재밌게 읽었어요~~^^
맞아요
옛날엔 남자 만나기 따라
여자 팔자가 쥐락펴락 했지요 ㅎ
재미있게 읽어주셔 감사해요 ^^
아고 재미져라
다후다 치마에 그옛날 풍경을 고스란히 보고 있으니
오매 오져라 ㅎㅎ
옛날에 있을법한 끝숙이 ,또는 말숙이 ,말자
딸을 낳으면 버릴수도 없고 그냥 되는대로 이름을 지었었지요
끝숙이가 금반지를 손가락마다 끼고
금의환향을 하였군요
영양실조로 머리에 버짐이 있으면 마늘을 박박문질렀었는데
윗마을 종석이는 왜 그렇게 버짐을 달고 살았을까 ㅎ
거시기가 찢어지게 가난했던 힝배집도 생각 납니다
ㅎ 가리나무님 댓글이 더 재밌네요
저 이름은 내가 임의로 지은거고
실제 이름은 남자이름 같았어요
바로위에 언니도 남자이름 이었는데
아들을 바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던것
같아요
옛날 시골에선 위생불량으로 이 있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수업시간에 앞자리 아이의 머릿니가
목덜미께로 기어 내려오기도 했으니ㅎ
그 힝배씨 종석씨도 지금 근사한 신사가
되있을지 모르니 함 수소문해 보세요 ㅎㅎ
제 가까운 지인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학교 공부는 제대로 못했었지만 결혼 후 토지를 구입하고 또 구입하더니 어느 새 손꼽힐 정도로 갑부가 되어 있더라구요.
다 각자 타고난 특별한 수완 덕분이리라 전 생각 합니다. ^^~
그런 경우 더러 있습디다
수피님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구수한 향토색이 짗은 단편소설 읽는 것 같습니다.
끝숙이 말년이 좋아 다행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건필 유지하세요.
감사합니다 한스님^^
먼 바다 건너와 해변에서 모래들과
밀고 당기는 물결 끝자락처럼
찰랑찰랑 이야기가 정겹습니다.
끝숙이... 지으신 이름이 더 잘
이야기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표현이 싯적입니다 ^^
감사합니다 마음자리님
끝숙이님은 어렸을때 동네서 흔하게 볼수 있었던 여자아이 같습니다
핍박속에서도 열심히 잘살아서 행복하게 지내신다니
인간승리입니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시절
여자아이들의 자화상이죠
감사합니다 그산님 좋은날 되세요^^
해솔정님 글따라 왔어요.
구수한 입담에
마치 앞에서 듣는듯 지루하지 않아요.
여자팔자 뒤웅박이라는
옛말이 생각납니다.
남편 잘 만나
멋지게 살아가는 끝숙이님
내가 다 기분이 좋네요.
결국 밑으로 남동생은 보았나 봅니다. ㅎ
아니요
늦게 여자동생 하나본걸로 종쳤어요
그 동생도 어쩌다 생겨서 혹시나하고
낳았나 봅디다
그래도 저 친구가 혜택본거는 있습디다
언니들은 국민학교만 나왔는데 중학교를
보내줘서 괜찮은 직장에 들어 갔답니다
생산직이지만 중졸 이상을 뽑았다니까요
초록이님 고맙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끝숙이 말자 말년 둘레 고만이등등 예전에는 왜 그렇게들 이름을 지었는지...
해솔정님의 끝숙이 이야기에 60년쯤 전으로 돌아가 내가 살던 동네의 끝숙이2,3을 떠올려 보았네요ㅎㅎ
아마도 예전에 구박받고 산 세월이 한스러워 손가락마다 보석반지를 낄수있게 열심히 노력했나 봅니다
복이 많아 늦게나마 잘 풀린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끝숙이는 제가 편의상 지은 이름이고
본명은 남자이름 같아서 더 안이뻐요 ㅎ
옛날엔 끝숙이가 동네마다 있었을겁니다
저 친구가 좀 억척같은 면이 있었어요
산에 불쏘시개용 깔비를 끌러가도 남자아이들
못잖게 해왔거든요
호유니님 제글을 읽어주시고 공감 해주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