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온 정성을 다 해 한 일이 단 1초만에 날아 가 버렸을때의
허망함, 황당함, 낭패감......
경험 해 보셨나요?
오랜만에 멜 열어보고 선배님들이 수고하시는 모습 눈에 서언 하여
(가스에 빨래가 삶길 동안, 그것도 끓어 넘칠까봐 몇번이나 왔다 갔다하며)
죄송스럽고, 또한 고맙고, 마음 뿌듯하여 감사의 인사말을 제법 신경써서, 어둔하게 두드리며 문장을 만들었는데 그만 갑자기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답니다.
바쁘단 이유, 멀단 이유는 필요 없는줄 압니다만
도움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무실에 가 보고싶은 마음 가득한데 미안해서 들어갈수 있을까요?
회장님, 국장님 차장님, 위원장님, 그리고 많은 동문님들의 수고로
우리의 보금자리가 마련 되었음을 만천하에 자랑합시다.
축배를 들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대구사범, 대구교대 화이팅 !!!!
(저에게 사무용 화일 박스-교실에서 쓰던 철제-가 있는데
사용할수 있을런지요....
정선배님께서 모두 다 준비해 놓으시면 다른 사람들이 할 일이
없지요. 어떻든 수고 너무 많으십니다. 우리의 든든한 선배님!)
어저께 3월9일 토요일에, 사무차장과 함께 시장을 보러 나섰습니다. 연금 매장에도 들리고, 농협 하나로 매장에도 들리고...
꽃샘 추위가 하루 이틀 심술을 부리고 지나갔으나 녹지근한 봄의 기운은 온 대지를 부드럽게 감쌌습니다.
사무실은 그동안 이재인 회장님, 이인기추진 위원장님, 이철만 사무차장님이 애쓰신 결과로 하이얀 색깔의 벽에, 아이보리빛 버티칼 커튼까지 드리우고 분통같이 단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뿐입니까?
부착된 난방기구에서는 더운 바람이 나와서 우리의 보금자리는 안온했으며, 더운 물조차 나오니 그야말로 안락한 가정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페인트 칠을 마친 인부들이 마지막 붓을 씻은 스텐 씽크대, 그곳에 묻은 흰색깔의 페인트를 수세미로 열심히 닦으면서 저는 계속 입가로 흐르는 웃음을 주워담지 못했더랬습니다.
세상에!
우리의 사무실이 있다니...
이 각박한 서울 바닥에,
언제나 문만 열면 따뜻한 훈기가 흐르고, 오손도손 머리 맞대고 어려운 일을 풀어나갈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있다니...
이제,
서울로 연수하기 위해 올라온 지방의 동문들도 하루 이틀 묵어 갈 곳이 있게 되었고, 각 기별 모임은 시간에 관계없이 이곳에서 계획되고 개최될 수 있으며, 이 사무실을 바탕으로 우리의 원대한 꿈이 이루어지게 되었으니 어찌 일하는 손이 신나지 않겠으며, 입가로 피어 오르는 벚꽃 잎파리 같은 웃음을 굳이 주워 담을 필요가 무어 있었겠습니까?
거짓말 같기도 하고,
꿈결같기도 하고,
자꾸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돈을 아껴가며 책꽂이 달린 컴퓨터 책상 하나, 그것에 딸린 의자 하나, 세워두는 옷걸이 하나, 거울 하나, 같은 짝이로되 조금 크고 또, 조금 작은 교자상 둘, 수저 조금, 나무젖가락, 종이컵, 비누곽, 치솔걸이, 라면 끓일 남비 하나, 국자 한 개...
우선 필요한대로 조금씩만 샀습니다. 비용을 아끼느라고 최고의 재질을 선택하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살 돈으로 두 세 가지 장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질은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 너른 농협 하나로 매장에서 카터를 끌고 다니며 시식으로 썰어 놓은 오징어채 안주도 한 두개 집어 먹어가며 보는 장은 신나고, 행복하고,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기쁨의 장이었습니다.
몇 가지 물건은 월요일에 배달이 된답니다.
오늘은 동대문 시장에 가서 방석을 조금 사다놓고, 화장실 바닥을 한 번 닦아 볼까 합니다.
사무차장 왈,
그냥 두세요. 다 해버리면 후배들이 와서 할 일이 없어요.
그것도 그렇겠습니다만, 선배가 후배들을 위해서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조금만 더 움직이면 사랑하는 후배들의 기쁨이 되는데...
이제, 사무실 입주식 준비도 해야하고, 회원명부 완성작업, 달구벌 소식지, 총회준비 등등 할 일은 많습니다.
누구든지, 시간 나는대로 와서, 무엇인가를,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우리의 공간은 늘 열려 있습니다. 마저 준비가 되는대로 들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