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25 - 250302
눈물 한 방울 - 이어령 - 김영사
이 책의 바탕이 되는 몇 년간의 메모를 하는 동안 그는 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그는 자신의 메모가 책으로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2022년 2월 26일에 세상을 달리 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떠난 후 2022년 6월 30일에 초판, 1쇄가 인쇄되었다고 쓰였다. 이 책을 읽기 이전에 나는 그의 마지막 유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읽은 책이 있다. 2021년 10월 28일 초판, 1쇄가 인쇄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이다. 책을 다 읽은 때가 2022년 6월 22일 이었으니까 그가 세상을 떠난 4달 후였다. ‘마지막 수업’은 그가 직접 저술한 것은 아니다. ‘김지수’라는 인터뷰 전문기자가 그가 투병 중일 때 그와 나눈 이야기를 엮어 ‘마지막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낸 책이었지만 그가 한 이야기의 대필이었으므로 난 그의 마지막 수업을 들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 이후에, 출판사는 다르지만, ‘눈물 한 방울’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어령’으로 되어 있으니 그 의 마지막 유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그 후에도 여러 책들이 출판되었다. 그러나 이 책이 그의 마지막 육필원고라고 하니 이 책이야 말로 진정한 그의 마지막 유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2019년 1월에서 2022년 1월까지 그가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별세 이전까지 그의 노트를 가득 메운 메모와 그림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그가 떠난 때는 2022년 2월이었으니 임종을 앞둔 불과 1달 전까지 그의 창작활동에 대한 집념은 멈추질 않은 것이다. 주된 내용은 책의 제목 ‘눈물 한 방울’이 품고 있는 ‘생명과 죽음’에 관한 것이다. 암과 투병하며 죽음을 목전에 둔 당사자로써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매일 매일 적어나간 메모와 그림이다 보니 창작을 위한 에세이라고 하기 보다는 죽음으로 가며 기록한 ‘인생 서사시’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나이에도 저자가 남긴 책속의 기록과 표현이 모두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적인 철학적 표현이나 시(詩)적 표현들은 깊이 오랫동안 생각하여도 그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저 인생의 마지막 눈물 한 방울로 이해하기로 했다.
MEMENTO MORI (로마어. 죽음을 생각하라 혹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가 강조하는 말이다. 그는 다른 책에서도 이 말을 강조한다.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에게 해 주어야 하는 말이라고 하였다.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으므로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늙은이들이라고 모두 젊은이들에게 이 말을 남길 수 있는 삶을 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늙은이 측에 드는 나 자신도 이 말을 되새겨 기억하여야 할 것 같다. 우리의 구전민요 중에 ‘노세 노세 젊어 노세’라는 게 있다. 이 말은 젊은 시절을 다 보낸 늙은이들이 수시로 하는 말인데 이 말은 어찌 해석하여야 할까 잠시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인데 그는 그가 믿고 있는 ‘하나님’에게 기도를 한다. “하나님, 제가 죽음 앞에서 머뭇거리는 까닭은, 저에게는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옛날 읽은 책이라고 해도 꼭 한 번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이 날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병 중인 석학의 기도라고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이런 기도를 할 수 있을까? 종교가 없는 나는 과연 내 죽음 앞에서 누구에게 어떤 기도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구절이었다. 그는 “이제 떠납니다.“라고 시작되는 글의 말미에 ’맞춤법 스트레스에서 벗어납니다.”라고 하였다. 글을 많이 쓰셨던 분이니 맞춤법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테지만 나에게는 이 말이 “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납니다.”라는 표현으로 느껴졌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누군가는 반가운 봄비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오늘 떨어지는 빗방울이 내 마음속에는 그의 ‘눈물 한 방울’로 남겨진다.
2026년 3월 2일
하늘빛
https://www.youtube.com/watch?v=JKOzZidm8UQ
'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마지막 가르침, 죽음을 기억하라
첫댓글 키에르케골은 그의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죽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사람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져 있는 밧줄 타고 있다. 바로 밑에서 생쥐가 밧줄을 갉고 있다.
밧줄을 다 갉아 먹었을 때 사람은 떨어지는 데, 이것을 죽음이라 하였다.
무신론자였던 난 죽음에 관해 풀 수 없어서 천주교로 귀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