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카자흐스탄으로 국경을 넘어왔다.
국경에서 100킬로미터를 더 달려 카자흐스탄의 ‘외스케멘’이란 도시에 닿았다.
다른 나라로 넘어가면 먼저 현금인출기에서 여행 경비를 찾은 다음 휴대폰 유심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러시아와 몽골에서는 여권만 보여주면 쉽게 유심 카드를 살 수 있었기에 당연히 카자흐스탄에서도 쉽게 구할 줄 알았다.
쇼핑몰 안에 있는 통신사 매장을 여러 군데를 다녀도 외국인에게는 유심카드를 팔지 않았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일을 때 통신사 한 곳에서 길 건너 어느 상점을 찾아가라고 했다.
그 사람이 알려 준 대로 길 건너 상점을 찾아 갔다.
상점 안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점원이 나오더니 유심 카드를 구해 줄 테니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따라가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했다.
그때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던 한 중년 여인이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여인은 우리와 점원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점원에게 알 수 없는 말로 한참 이야기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여인이 나의 손을 잡고 큰길로 우리를 끌고 나왔다.
점원이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금세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점원이 사라진 걸 보더니 여인이 말했다.
“아마 저 사람을 따라갔으면 저 사람 패거리에게 휴대폰을 핑계로 지갑을 통째로 뺏겼을 거예요.”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 준 여인의 이름은 ‘라일라’였다.
‘라일라’는 우리를 쇼핑몰로 데려가 자신의 신분증으로 우리가 유심 카드를 사게 도와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연락을 주세요.”라고 하며 연락처도 알려 주었다.
우리는 ‘라일라’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라일라’가 예약한 식당에서 그들이 아니면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나라의 전통음식을 주문하였다.
‘외스케멘’ 시내를 구경시켜 주었고 전통 시장에 들러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 먼 곳까지 와서 불량배를 만나고 그리고 라일라를 만났다.
그 불량배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라일라를 만날 수 있었으랴.
세상의 이치가 참으로 오묘하다.
어디에나 이런 숨은 천사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그래도 살아볼 만한 곳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