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5월 호주 광고대행사인 맥칸 멜번은 언어학자, 음성학자, 시인,
작가, 토론대회 우승자, 크로스워드 퍼즐 창안자 등 10여명을 시드니대로 불러모았다.
스마트폰 관련 캠페인 광고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두 사람 이상 모인 자리에서 휴대폰에 집중하느라
대면한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하는 새로운 명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이를 표현할 마땅한 단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난상토론에 들어간 지 수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퍼빙(phubbing)'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휴대폰을 뜻하는 폰(phone)과 스너빙(snubbing)을 조합한 것이다.
맥칸 맬번이 이 용어를 활용해 '스마트폰 중독 게태를 꼬집는 '스톱 퍼빙(STOP PHUBBING)'이라는
캠페인 광고를 선 보임자 많은 매체에서 인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영어권 국강서는 '퍼빙'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생소한 편이다.
중국, 대만 등 중화권의 경우 자신들의 방식으로 '띠터우주(低頭族)'.
즉 머리 숙인 사람들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빗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수그리족'으로 부르기도 한다.
띠터우주의 문제는 실내뿐 아니라 밖에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길을 걷거나 교차로를 건너는 사람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고개를 숙이다보니 다른 사람과 부딪치고 심할 경우 교통사고가 나기도 한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보행 중 문자를 전송하거나 동영상을 보다가 일어나는 사고가 빈발해
사회적 논란이 한창이다.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으면 7월 미국 워싱턴 DC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 충칭시에 스마트폰 사용자 전용보도까지 만들어졌을까.
충칭시에 등장한 보도 바닥엔, 안내 표지판, 그림과 함께 '사고발생시 이용자 본인 책임'이라는 경고도 쓰여 있다.
이대로 가면 스마트폰 이용공간이 흡연구역처럼 별도로 지정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임석훈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