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다!
- 지입제 폐지, 표준임금제 도입해야
화물연대가 10월 10일 0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화물연합회와 통합물류협회 등 대형운송사의 기득권만 지켜주는 내용이고 2012년 파업 이후 지입제 폐지 등 정부와 논의해 온 내용은 사라져 버렸다고 주장한다. 발전방안은 택배와 소형화물차 증차 허용, 톤급 제한 해소를 위한 수급조절제 무력화 등 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핵심내용이다.
장시간 야간 운전, 컨테이너 트레일러 화물노동자
화물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36만 명에 달하는 화물노동자는 ‘지입차주’로서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회와 ‘을’의 관계에 처해 있다. 화물연대는 그동안 ‘국민에게 안전을, 화물노동자에게 권리를’ 요구하며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운동을 전개해 왔다.
화물노동자의 소득(임금)은 ‘하불 금액’이라 불리는 매출액 중 자기 부담 기름값, 톨게이트비, 지입료, 보험료, 식대,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한 부분이다. ‘표준운임제’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화물노동자들의 장시간, 야간노동은 심각하다. 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도 직결된다. 화주의 강요와 저임금에 직결되는 과적 차량 단속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전운임제 도입’이 절실하다.
한 달에 14~15회 수도권에서 부산신항만 왕복 장거리를 뛰는 컨테이너 트레일러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보면, 1회당(왕복) 12시간, 월 180시간, 연간 2,160시간이다. 그러나 출근 후 대기시간 포함하면 1박 2일 20시간, 월 15회 왕복 300시간, 연간 3,600시간에 달한다. 1박 2일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은 ‘4시간+쪽잠 시간’이다. 14~25톤 대형일반 화물에 적용되는 고속도로 이용료 50% 할인은 9시부터 오전 6시 시간대의 야간운전이라 사고위험이 높다.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 택배 화물노동자들
2015년 기준 택배건수는 18억 건, 국민 1인당 한 달 3건, 한 해 36건이다.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 CJ GLS, 현대로지틱스, 한진택배, 우체국 택배 등 빅5가 차지하고 있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화물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대리점 직접계약, 운송사를 거친 하청업체와 계약한 1인 개별 사업자, CJ 등 물류회사와 직접계약 등 세 가지 형태가 있다. 1인 개별사업자, 택배 노동자의 경우 ‘갑-을-병’ 중 ‘병’에 해당한다.
택배 노동자들은 아침에 물류터미널에 출근해 5시간가량 택배물건을 분류하지만, 이 시간은 ‘무임금’이다. 이후 배송을 시작해 하루 200~300개 물건을 보통 저녁 6~7시까지, 늦으면 8~9시까지 일한다. 하루 평균 14~15시간 일한다. 쌀 20kg 한 포대도 700원이고, 커피 2kg도 700원이다. 그러나 분류작업 5시간을 포함하면 개당 510원 수준이다. 택배운임표준화가 안 되어 있다. 소득(임금)은 총 택배비에서 기름값, 통신비, 보험료, 지입료, 밥값, 운영비, 부가세 등을 뺀 금액이다. 시급으로 치면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금액이다.
화물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 말라!
지난 10월 5일, 화물연대는 파업을 예고하면서 국민 안전 보장, 정부의 구조개악안 폐기,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장, 화물노동자 권리보장 등 4대 요구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과적 근절, 수급조절 폐지 시도 중단, 화물시장 규제 완화 중단, 표준운임제 법제화 약속 이행, 대선 공약(통행료 전일 할인) 이행, 지입제 폐지 등 12개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화 요구에는 응하지 않은 채 파업 돌입 시 유가보조금 지급 정지, 업무개시명령 불응 시 화물운송종사자격 취소, 과적 기준 완화를 통한 대체운송으로 압박하면서 파업을 막는 데만 골몰했다. 화물연대는 오늘(10월 10일) 오전 11시, 전국 3개 거점에서 정부의 8.30. 방안 폐기와 화물시장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화물노동자들의 요구는 절박하다.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넘어 국민의 안전과 화물운송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한 행동이다. 정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통해 대형운송사들의 기득권과 이익 챙겨주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대선 공약과 그동안의 약속부터 이행해야 할 것이다. 한진해운 사태와 철도파업을 거론하며 물류대란만 운운할 게 아니라 화물연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를 촉구한다. 파업파괴만 골몰하지 말고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파업을 조기에 종료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2016.10.10.월, 노동당 대변인 허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