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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26
S#1. 영석 바 앞 (밤)
걸어오는 승미, 얼만큼 떨어진 곳에 서서 다시 머리 매무새 가다듬는다.
후... 하고 한걸음 가는데 바 입구에서 웃으며 나오는 은우 본다.
어?... 했다가 은우 확인하고 놀라는 승미, 자기도 모르게 반가워 ‘은우야...'하고 한걸음 다가가는데...
환 : (튀어 나오며) 한 영재! (은우 잡으며) 같이 가야지 임마!
승미 : (환과 은우 보고 기겁해서 몸 돌리며 숨는)
은우 : (가게 가리키며) 쪼코우유 저기서 사는 거야.
환 : (어깨 툭 치며) 알았어, 가! 가! (은우와 승미 반대편으로 가는)
승미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사색으로 둘 보는)
<21회 3씬에서>
승미 : (불안과 걱정에) 아직 집에도 안 들어왔고, 핸드폰도 꺼있어요. (하는데 작게 은우 말소리 들린다)
은우(휠) : 햄버거에는 콜라.
승미 : (환에게 정신 팔린 상황이지만 익숙한 느낌에) 옆에 누구에요?
영석 : 아, 사촌동생이요. 야! 한영재! 조용히 좀 해!
승미 : (현재,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혼란스럽고, 잘못 봤나? 갸웃하는) 한영재?...
S#2. 편의점 (밤)
초코 우유 두 개 들고 와서 수납대에 놓는 은우. 환, 지갑 꺼내들다가 은우 본다.
환 : 겨우 두 개?
은우 : (백성희에게 받았던 교육) 더 먹으면 이빨 썩어, 이빨 썩으면 밥 못 먹어.
환 : (웃기면서 신통하다는) 교육은 잘 받았네.
S#3. 영석 바 앞 (밤)
빨대 꽂은 초코우유 하나 마시고 하나는 손에 든 은우와 환, 바로 다시 들어간다.
숨어서 뚫어지게 은우 보는 승미, 은우가 맞다... 확인하고 눈물 어리는 승미.
S#4. 영석 바 (밤)
은우는 없고 긴장되고 초조한 마음으로 바에 앉아서 승미 기다리고 있는 환.
영석 : (시계 보며) 그러게 잘 좀 하지.
환 : (뭐? 쳐다보면)
영석 : 요새 니들 이상하다 했더니, 승미씨 생일까지 잊어 버리냐?
환 : (심각한) 승미 오면, 아는 척 마라. 얘기 좀 하게. (문자 알림음 들린다. 확인하면)
승미(E) : 오빠 미안해, 친구들이 붙잡아서 못 가겠어.
환 : (황당한 듯 문자 보는) 친구들?
S#5. 까페 (밤)
구석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고민하고 있는 승미, 핸드폰에서 18회 8씬에서의 핸드폰에 찍어왔던 은우 사진 열어본다.
해맑은 은우 보며 눈물 어리는 승미,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하며 고개 숙이고.
S#6. 환 집 거실 (밤)
티 테이블에 앉아서 직원들 월급삭감 동의서와 주식 위임장들 보고 있는 할머니.
환 : (들어오다 할머니 보고 다가가며) 할머니 왜 안 쉬고 나와 계셔?
할머니 : 이것 저것 생각 할 게 많아서...
환 : (동의서들 보며) 할머니 아직 건강하니까, 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마.
할머니 : 조급한 게 아니라 좋아서 보는 거야... (옆으로 챙기는)
환 : (격려하는) 직원들, 할머니 믿고 기다릴 거야.
할머니 : 덕담도 할 줄 알고? (일부러 회사 일 환과 안하려는) 그래, 회사 일은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넌 요새 어떠냐?
(환 마음 점검하는) 복잡하긴 너도 할미 이상일 거 같은데?
환 : (안 그래도 답답했던 일이라) 할머닌 은성이 믿었으면서, 왜 가만있었어?
할머니 : (시침 뚝) 글쎄다? 그때 내가 뭘 했어야 하나?
환 : 할머니가 믿는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했잖아. 근데 왜 정리해주지 않고 은성이 내버려 뒀냐구.
할머니 : (놀리듯) 은성이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긴 하나 보네?
환 : (황당한) 할머니, 알면서 왜 그래?
할머니 : 넌 어떻게 알았어? 승미네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은성이가 그랬어?
환 : 아니? 진짜 고은성 웃긴 게, 애가 말을 안 해?
할머니 : 은성이가 아무 말 안했는데 어떻게 알았어?
환 : 사람이 꼭 말을 들어야 알아?... 그 사람 겪다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지.
할머니 : (자신이 원하던 대로 환이 깨달아 가고 있다. 빙긋 웃으며 끄덕이며) 그래, 그렇지... 할미도 그래서 가만있었어.
환 : 그래서 가만있었다니?
할머니 : 내가 재판관도 아니고 남의 가정사, 더구나 그 내용이 보통 내용이야? 그 완벽한 증거 앞에서, 우격다짐으로
따지고 들어서 해결할 일이 아니지... 쥐도 도망갈 구멍을 주고 쫓으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냐.
잘못 쫓다가 돌아서 물면, 누가 다칠지 모르니까.
환 : (듣다가) 저절로 해결 될 거라고 생각하셨다는 거야?
할머니 : 여러모로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어. 너는 너대로, 나는 나 대로, 승미네는 승미네 대로.
환 : (뭔가 느끼는) 할머니, 뭔가 알아보고 계셨구나?
할머니 : (말 돌리는) 승미하고 넌 어쩌고 있어?
환 : 승미한테... 시간을 주고 있어.
할머니 : (뜻밖인) 승미한테 얘길 했어?
환 : (어두워지는) 나한테든 할머니한테든 은성이한테든 먼저 와서 털어놓길 바라는데, 쉽지 않은 가봐...
할머니 : (별거 아니라는 듯) 그럼 기다려 보면 되겠네.
환 : 그럼 그때까진 은성이 저렇게... 우리 회사도 떠나고, 우리 집도 떠나있게 둘 거야?
S#7. 부암동 방 (밤)
놀란 얼굴로 은성 바라보는 혜리.
혜리 : 부동산에 벌써 방을 내놨다구?
은성 : 방 찾는 사람들 있어서 금방 나갈거래.
혜리 : 진짜 니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시겠다. 준세씨 돈 들어갔단 말 듣자마자, 방을 빼면 준세씨 기분이 어떻겠냐?
은성 : 준세 오빠 도움 받아 얻은 방인 거 알면서 계속 살면 내가 너무 뻔뻔하지. 다행히 너도 크루즈 내려갈 생각이니까,
방 빼서 오빠 돈도 갚고 니 돈도 마저 갚으면, (웃으며) 나 이제 빚 없다?
혜리 : 잠! 잠은 어디서 잘려구? 너 남은 돈으론 판잣집 월세방 밖에 못 얻어.
은성 : 삼청동에 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퓨전 한정식 집 있거든? 거기 이력서 넣어 볼려구, 직원 숙소도 따로 있어.
혜리 : (속상한) 차라리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라. 할머니가 들어오라고 하셨다며?
은성 : 싫어, 깔끔하게 다 정리하고 내 인생 새로 시작할 거야.
혜리 : 선우군도?
은성 : (멈칫 보면)
혜리 : (정말 궁금하다는) 근데 너, 대체 언제부터 그 사람 좋아한 거야?
은성 : (보며 생각하다가) 모르겠어... (자기도 알 수 없다는) 나도 내가 왜 그렇게 됐는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았으면 좋겠어...
(환 떠올리며 애잔해지는) 어느 순간 보니까,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웃고 울고 기뻐하고 가슴 아파 하고 있드라...
S#8. 승미집 거실 (밤)
손으로 이마 짚고 고개 숙이고 고민하고 앉아있는 백성희. 승미 들어오지만 생각에 빠져 알아채지 못한다.
고(E) : 나, 자수한다.
고(E) : 자수할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
백성희 : (후... 하다가 고개 들면)
승미 : (심각한 얼굴로 엄마 앞에 앉는)
백성희 : (표정 수습하며) 어, 왔어?...
승미 : 엄마, 물어볼 게 있어. (정색하고) 이것만은... 진짜로 말해줘.
백성희 : (예민한 상태라 귀찮은 듯) 뭐길래 그래?
승미 : (본론 말하기 전에 확인해야 하는) 엄마 은우... 어떻게 한 거야?
백성희 : (뚝 굳어져, 그동안 서로 피했던 얘기라) 갑자기... 왜 그래?... (시선 돌리면)
승미 : (아니길 바라지만 의혹에) 대구에서... 또 어디로 보낸 거야?
백성희 : (처음엔 의아한) 대구에서 또 어디로 보냈냐니, (하다 의중 느끼고, 정색하고) 너 그게 무슨 뜻이야?
승미 : (떨리는) 혹시 엄마가 은우를 또 다른 데로 보낸거냐구.
백성희 : (기막혀) 뭐?
승미 : 그런 거야?
백성희 : (딸 의심에 참담한) 너 지금 나한테, 내가 대구에서 은우 빼내서 또 다른 데다 버렸냐, 이거니? (오르는) 그 말이야?
승미 : 아니야? 아니지?
백성희 : (버럭) 그렇게 할 거 같았으면, 첨부터 대구에 데려다 놓지도 않았어!
승미 : (멈칫하는)
백성희 : (안 그래도 복잡한 심정이라) 너, 나는 사람 아닌 줄 알아? 나한테도 뜨거 운 피 흘러! 내가 왜 대구, 지긋지긋한 내 고향!
떠나면서 다시는 쳐다도 안 보겠다고 결심한 그 동네로 은우 데리고 갔는데! 그 집은 안전하니까!
승미 : (몰랐던 내용에 놀라서 보면)
백성희 : (정말 말하고 싶지 않은 일 털어놓느라 화난 듯) 일은 이미 저질렀고, 은우 땜에 들킬 수도, 그렇다고 키울 수는 없었어!
그래도 거기라면 안전하니까, 그 원장부부 어떤 사람들인지 아니까 글루 보낸 거야, 이제 됐니?
승미 : (눈물 어려) 엄마 그런 마음이었음 그 때 좀 신중하지, 왜 그랬어? (원망으로) 왜 그랬어! 왜 그랬어!...
백성희 : (정신 차리고) 근데 너 갑자기 은우 얘긴 왜 꺼내?
승미 : 은우 봤어요, 어딨는지 알아.
백성희 : (깜짝 놀라는) 은우를 봤어? 어디서?
승미 : (눈물 어려) 다행히... 건강하게 잘 있드라구.
백성희 : (다급하게) 어디서 봤냐구!
<시간 경과>
얘기 듣고 암담한 기분으로 소파에 머리 기대고 눈감고 있는 백성희.
승미, 그런 엄마 보고 있다.
백성희 : (기막힌 듯) 죽으라 죽으라 하는구나...
승미 : (결심했던 얘기 꺼내는) 엄마 우리... 은성이한테 은우 보내주고, 떠나자.
백성희 : (놀라 눈 뜨는) 뭐?
승미 : (단호한) 이건, 엄마한테 상의하는 거 아냐. (눈물 어려) 나, 도저히 은우는... 은우를 봤는데, 내 눈으로 보고는...
다른 데 보내는 건 못해, 죽어도 못하겠어.
백성희 : (기막힌) 그래서 은성이한테 은우 보내고 떠나? 어디로 떠나?
승미 : 어디든... 지방으로 가든 외국으로 가든, 서울 떠나서 우리끼리 살아.
백성희 : 여태 그 난리를 겪고 겨우 이 꼴로 떠나서 숨어살자구? (미어지는) 엄마 때문인데, 나 때문에 너까지 다 포기하고
숨어살게 해?
승미 : 그럼 어떡해? 은우 데려다 어디 다른 시설에 맡겨? (고개 저으며) 죽어도 그건 못해, 그것만은 안 돼...
그 짓까지 하면, 나 돌거 같애.
백성희 : 그러자는 게 아니라... 생각 좀 해 보자.
승미 : (버럭) 생각은 무슨 생각! 안 된다니까!
백성히 : (딸 기색에 멈칫하면)
승미 : (복받쳐서) 오빠한테 다 들키고 밑바닥까지 보이느니, 죽는 게 나아...
(우는) 지금도 죽고 싶은데, 은성이가 은우까지 발견하면, 그거보다 더 끔찍 한 일이 어딨어...
백성희 : (딸 심정 기막힌) 떠나자는 건, 환이 포기하는 건데... 그럴 수 있어?
승미 : (절망적인) 어제... 은우 보면서 알았어. 생일 핑계 대고... 오빠 얼굴 보고, 거짓말했다고, 잘못했으니까 나 봐달라고...
그래 볼려고 했는데... 도망쳐야겠구나... 덮을 수 없는 일이구나... (눈물 후두둑) 다 끝났구나....
백성희 : (딸 절망 가슴 아파서 보는)
S#9. 승미방 (밤)
벽에 기댄 채 침대에 앉아서 망연히 생각에 잠겨있는 승미.
S#10. 승미 집 안방 (밤)
침대에 올라앉아 석고상처럼 굳어서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백성희.
S#11. 승미 집 거실 (다음날, 아침)
밤새 잠 설친 듯 피곤한 얼굴로 엄마 방문 열어보는 승미, 빈방 보고 돌아선다.
승미 : (소파로 가서 전화 거는데 벨 울리지만 받지 않는다. 덜컥하고)
S#12. 영석 바 앞
멀리서 차 세워놓고 선그라스 끼고 영석 바 쳐다보고 있는 백성희. 영석과 함께 나오는 은우 본다.
은우 확인하고 묘한 안도감과 참담함에 흔들리는 백성희, 핸들에 얼굴 묻는다.
S#13. 거리+백성희 차 안
한적한 곳에 차 세워놓고 앉아있는 백성희, 뭔가 생각 정리한 듯 시동 건다.
S#14. 대리점
통화하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네, 사정이 생겨서 대리점 그만 할려구요... (잠시) 네, 되도록 빨리 정리 하고 싶은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S#15. 준세 레스토랑 뜰
준세, 혼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박변, 등산복에 배낭 메고 들어온다.
박변 : (착잡하게 생각에 잠겨 있는 아들 잠시 보는데)
혜리 : 어서 오세요- (박변 보고 놀라) 사장님!
준세 : (보는, 아버지 보고 반가워 벌떡 일어서는) 아버지!
박변 : (싸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백프로 화난 상태는 아니다)
준세 : 집에도 안 계시고 전화도 안 받으셔서 걱정했는데...
박변 : (앉으며 타박하듯) 걱정을 왜 해? 애비 꼴 이렇게 만들어 놓고.
준세 : (앉으며 죄송한) 죄송해요...
박변 : 기어이 니 맘대로 했으면 나 잘났다 하고 다리 뻗고 잘 일이지, 왜 꼴은 그 모양이야? 밥집 주인이 밥도 안 먹냐?
준세 : (찡해서 보는) 아버지두요, 술만 드신 거에요?
박변 : 죽지 않을 만큼 마셨다.
준세 : (맘 아픈, 고개 숙이고)
박변 : (어처구니없다는 듯) 난 지금도 너 이해 안 돼.
준세 : (자신과 다른 사고방식 인정하는 말투에, 찡해서) 아버지가 왜 그렇게 하고 싶으셨는지는 이해해요.
박변 : 이해는 하는데, 방법은 용납 못한다 이거지... (기막힌 듯) 어쩜 그렇게 니 엄말 닮았냐?...
준세 : 어디, 산에 가시는 거에요?
박변 : 술독도 빼고 독기도 빼봐야지... (허무한 눈으로 준세 보는)
준세 : (연민으로 아버지 보고)
S#16. 부암동 길
버스에서 내리는 은성, 집 쪽으로 가는데 백성희 차,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온다.
은성 : (흠칫해서 보는데)
백성희 : (차창 내리는) 타, 할 얘기 있어.
은성 : (보는, 무시하고 가려면)
백성희 : 은우 얘기다.
은성 : (뚝 멈춰서는)
S#17. 까페
마주 앉아있는 백성희와 은성 앞에 찻잔 놓아주고 가는 종업원.
은성 : (어쩔 수 없이 긴장하는) 우리 은우 얘기, 뭐에요?
백성희 : (담담한) 은우 찾았다.
은성 : (놀라) 네?
백성희 : 은우 찾았다구.
은성 : (안 믿기는) 은우를... 찾았다구요?
백성희 : 그래, 그동안 사람 시켜 은우 찾고 있었거든.
은성 : (눈물 어리는) 정말 찾았어요? 어디서, 어디서 찾았어요?
백성희 : (차분히) 지금은 말 못해 줘.
은성 : 말을 못해주다니, 왜요? (뭔가 이상한, 굳어져) 지금 뭐하자는 거에요?
백성희 : 니가... 은우 데리고 한국 떠난다고 약속하면 보내줄게.
은성 : (놀라) 뭐라구요?
백성희 : (본론) 은우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가, 은성아. 가서 은우 피아노 교육도 시키고, 너도 하던 공부 마저 해.
원래 너, 은우 데리고 미국 갈려고 들어 왔던 거잖아.
은성 : (황당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우리 은우 찾기는 찾은 거에요?
백성희 : 니 아빠 돈도 다 돌려줄게. (가방에서 은우 명의 통장과 도장 꺼내 내밀며) 니들 몫 다 넣었어.
은성 : (통장 확인하고 놀라 백성희 보는)
백성희 : 이 돈이면 너 공부 마칠 때까진 충분 할 거야.
은성 : (더 의심스런) 우리 은우 먼저 보여줘요, 은우 보기 전에는 당신 말 한마디도 못 믿어. 내가 또 속을 거 같애요?
백성희 : (흔들림 없이 쏘아보며) 니가 떠날 결심하기 전에는 은우 그림자도 못 봐.
은성 : (화나서) 무슨 속셈이에요? 은우 핑계로 나 떠나게 할려는 거에요?
백성희 : (말도 안 된다는) 니가 은우 없이 이 땅 떠날 애니?
은성 : (멈칫하는, 맞는 말이다)
백성희 : (보다가) 내가 왜 이제 와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의심스럽지?...
은성 : (멈칫하면)
백성희 : 우리 승미... 어려서부터 지 엄마가 아빠한테 맞는 거 보고 자랐다.
은성 : (몰랐었다. 흠칫하면)
백성희 : (자존심 상하지만 은성 설득 위해서 하는) 술에 도박에 취해 폭력 휘두르는 아빠 때문에 기죽어 살다가,
환이가 감싸주는 거 하나에 기대서... (목 메이는) 그때부터 환이만 의지하고 바라보며 살아온 앤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승미 인생 망쳤어.
은성 : (굳어서 듣는)
백성희 : (눈물 어려, 진심으로 은성 설득하고 부탁하는) 내가 저지른 짓 때문에 승미가 환이를 잃게 할 순 없어.
승미는 아무 것도 몰랐다는 거 너 알거고, 승미가 너를 외면했던 거? 돌이킬 수 있는 일이었다면,
승미 절대 그렇게 안했어... 환이 없인 승미... 버텨낼 수 없어. 그러니까... 니가 떠나줘, 은성아.
은성 : (기막혀서 멍하니 보는)
백성희 : 지난 몇 달간의 기억만 덮으면 돼. 너 한국에 꼭 있어야 할 이유없잖아.
은성 : (혼란스런, 버럭) 은우부터 보여 달라구요! 우리 은우 어딨어요?
백성희 : 마음 결정하고, 내일 두시까지 이리 나와. (바로) 대신!... 오늘 나 만난 거, 누구한테 한마디라도 하면...
은우는 평생 못 본다.
은성 : (화난 듯 버티는) 협박하지 말아요! 그 따위 협박 겁 안나!
백성희 : (차게) 은성아 나 봐, 똑바로 봐.
은성 : (안 질려고 노려보지만)
백성희 : (마지막 협박) 은우 데리고 떠날래, 평생 은우 못 보고 살래?
은성 : (경악해서) 협박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다 말해 버릴 수 있어요!
백성희 : 내가 지금... 너한테, 단순히 협박하는 걸로 보이니?
은성 : (서늘해지는)
백성희 : 너 보험회사에서 서류 확인해놓고도 몰라? 은우 지정 후견인은 나야. (차분히) 니 아빠가 생전에
나한테 맡긴다고 해놨다구. (강조하는) 그래서, 내가 은우 데리고 어딘가로 떠나 버려도, 넌 어쩔 수 없어.
은성 : (뒤늦게 떠올리고 사색되는)
백성희 : (자조적인, 싸늘하게)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알지? 이 지경까지 왔는데,
(이 악물고 독하게) 승미가 환이하고 헤어지게 되면 나... 못할 게 없다.
은성 : (오싹해지는 느낌으로 백성희 보는)
<시간경과>
백성희 가고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은성,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S#18. 승미 집 거실 (저녁)
피곤한 얼굴로 들어오는 백성희. 승미, 기다리고 있었던 듯 바로 다가온다.
승미 : (벌떡 일어나 다가오며 캐듯) 엄마 하루종일 대리점 비우고 어디 갔었어?
백성희 : (소파로 가며) 일 처리할 게 좀 많았어. (앉는)
승미 : (불안으로 따라 앉으며) 무슨 일처리? 엄마 혹시 은우, (하는데)
백성희 : (확 쳐다보면)
승미 : (안도하며) 막상 은우를 보고 나니까 하루 종일 너무 불안해서...
백성희 : 지금 당장 은우 돌려보내는 게 급한 게 아냐.
승미 : (보면)
백성희 : 그 전에 정리부터 해야지, 대리점도 그렇고 집도 그렇고... 조용히 정리해야 할거 아냐. 며칠만 기다려.
(일어나서 방으로 가는)
승미 : (엄마가 결정했구나... 막상 상황 결정되자 허탈해지는, 힘없이 방으로 가는)
S#19. 부암동 방 (밤)
잠들어있는 혜리 옆에 누워서 고민하고 있는 은성, 일어나 앉는다. 속 터져나갈 듯 답답한 은성, 앓듯이 후... 하는데.
혜리 : (잠결에 눈뜨고) 은성아, 너 왜 그래... 밤새...
은성 : 아냐, 자... (눕는)
혜리 : (눈감으며) 잠을 못자고 그래...
은성 : (다시 일어나 앉는)
S#20. 영석 방 (밤)
침대에서 자고 있는 영석. 은우,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은우 : (누나 그리운 듯) 기다리면 누나 오는 거야... 기다려야 되는 건데...
S#21. 부암동 집 앞 (밤)
잠 못 이루고 나오는 은성, 하늘 쳐다본다.
은성(E) : 엄마... 아빠... 나 어떡해야 돼요?... (계단에 걸터앉는, E) 은우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가야겠죠?...
은우 만날려면 가야 되는데... (손에 들고 있는 목걸이 바라보는)
S#22. 2호점 계단 (다음날, 아침)
밤새 못자고 마음 결정한 은성, 해쓱한 얼굴로 1층 현관 들어서는데.
환 : (계단에 기대 팔짱 끼고 서 있다가) 준세 형 위로는 다 끝났냐?
은성 : (흠칫해서 보는)
환 : (은성 얼굴 보고 놀라) 어? (휙 앞으로 내려와) 얼굴이 왜 이 모양이야!
은성 : (떠날 결심한 터라 환 보자 울컥하는, 피하듯 고개 돌리는데)
환 : (성질내듯) 준세 형 위로해 주는 건 좀 봐줄랬드니, 밤새 같이 술독에라도 빠졌었냐?
은성 : 아니에요...
환 : 그럼 얼굴이 왜 이렇게 퉁퉁 부었어? (하다) 울었냐?
은성 : (얼른 피해 지나가며) 늦었어요.
환 : (은성 팔 탁 잡는)
S#23. 옥상
은성 끌고 올라오는 환.
은성 : 왜 그래요?
환 : (팔 놓고) 말해, 무슨 일이야?
은성 : 뭐가요?
환 : 뭐든! 왜 울었어?
은성 : 운거 아니에요... (괜히 얼굴 가리려고 머리카락 앞으로 내리는데)
환 : (은성 손 탁 잡아 옆으로 밀고 얼굴 빤히 살피는)
은성 : (당황해 왼손으로 가리며) 왜 이래요?...
환 : (은성 왼손도 탁 잡아 옆으로 밀고)
은성 : (졸지에 양손 다 잡히고 더 당황해 빼려지만)
환 : (더 단단히 잡으며) 그래 봤자 꼼짝 마라야. (은성 보는)
은성 : (환 터프함과 말투에 압도 되서 환 보는)
환 : (무슨 일이 있나... 찬찬히 은성 살피듯 보는)
은성 : (환에 대한 마음 걷잡을 수 없이 느껴지는, 눈물 나올 듯 흔들리는)
환 : (나름대로 파악한 은성 상황 열거하는) 아팠어? 동생 보고 싶었어? 아님 취직자리가 안 나와?
(하다) 그러게 왜 여길 관둘 생각을 해!
은성 : (울컥 눈물 솟는)
환 : (눈물 보고 놀라) 또 울어?
은성 : (얼른 인상 팍 쓰며 팔목 흔들며) 너무 꽉 잡아서 아프잖아요!
환 : (놀라서 놓는, 자기 손 보며) 내가 그렇게 꽉 잡았나?
은성 : (양 팔목 만지며) 아- 진짜, 갑자기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요? 울긴 누가 울어요? 밤에 라면 끓여 먹고 자서 부은건데.
환 : (황당한) 라면?
은성 : 늦었다고 점장님한테 혼나겠다. (얼른 돌아서 뛰듯 가는데)
환 :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준세형한테 말하지 말고!
은성 : (멈칫 서면)
환 : 그동안 너 어렵고 힘들 때 준세 형이 다 도와줬다며? 필요할 때 얘기 들어 주고, 달려와 주고!
이젠 나 있으니까 나한테 하라구, 다!
은성 : (그럴 수가 없는데... 가슴 아픈, 돌아볼 듯 하다 뛰어서 문으로 나가고)
환 : 죽어도 대답 안하지...
S#24. 여행사
직원 앞에 앉아 있는 백성희.
직원 : 도쿄 경유해서 가는 거면 인천공항에서 11시 30분, 1시 50분, 2시 15분 출발 있는데요.
백성희 : (자기 여권과 은우 여권 건네며) 우리 둘은 2시 15분 걸로 주시구요, (은성 영문 이름과 여권 번호 적힌 종이 내밀며)
이쪽은 1시 50분 걸로 주세요.
직원 : (여권 받아들며) 네.
S#25. 2호 점 매장
점심 먹으려고 앉아있는 점장과 수재.
은성, 그 앞에서 사복 차림으로 인사하고 입구로 가는데 환, 들어오다 마주친다.
환 : 어디 가?
은성 : (미리 준비한) 이력서 내러가요.
환 : 무슨 이력서를 밥도 안 먹고 내러 가? 퇴근하고 가면 되지.
은성 : 늦어서 안돼요. 맛있게 먹어요. (나가는)
환 : (신경 쓰이고 서운한) 당장 그만 못 둬서 안달난 사람처럼 저래...
S#26. 까페
마주 앉아있는 백성희와 은성.
은성, 혹시라도 속는 게 아닌가, 마지막 탐색으로 백성희 보고 백성희, 의심할 거 없다는 듯 차분한 눈으로 은성 마주 본다.
백성희 : 그래, 어떻게 하기로 했니?
은성 : (보다가) 갈께요.
백성희 : (안도하며)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은성 : 이제 은우 보여줘요. 은우 어딨어요?
백성희 : (가방에서 은성 항공 티켓과 달러 든 돈 봉투 내민다) 항공권하고 달러야. 가져나갈 수 있을 만큼 바꿨어.
은성 : (황당한) 필라델피아요?
백성희 : (인터넷으로 출력한 음악학교 자료와 학교 리스트들 파일 건네며) 은우 피아노 교육시키기 좋은 학교야,
니 학굔 니가 알아서 할 거고.
은성 : (기막혀 보면)
백성희 : 낼 모레 1시 50분 비행기야.
은성 : (마음 급한) 알았으니까, 이제 은우한테 가요. 은우 어딨어요?
백성희 : 은우는... 내가 데리고 갈 거야.
은성 : 뭐라구요?
백성희 : 한국에서 은우 만난 다음에 니가 비행기 안 타면, 내가 난감하잖니? 도쿄 경유해서 가는 거니까, 환승 게이트에서 만나.
은우하고 난 다른 비행기로 갈 거야.
은성 : (기막혀) 은우를 보지도 않고, 데리고도 아니고, 혼자 비행기 타라구요? (화나는) 내가 그럴 거 같애요?
당신을 어떻게 믿고 내가 나 먼저, (하는데)
백성희 : (말자르며 몰아 부치는) 니가 바보니? 도쿄 가서 은우 못 만나면, 너 한국 못 오는 애야? 돈이 없어, 몸을 못 움직여!
은성 : (화나서) 그렇다고 보지도 않고 가라는 게 어딨어요!
백성희 : (사정하듯) 내가 불안해서 그래.
은성 : (멈칫하면)
백성희 : 내 딸 인생이 걸린 문제야... 은우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냐.
은성 : (의심 가는 상황은 아니지만 화나서 쳐다보는)
백성희 : 조용히 가주는 거... 고맙게 생각해.
은성 : (보다가) 약속 지켜요. 은우 못 만나면... 다시 돌아와서... 가만 안 둬요.
백성희 : 니 얼굴... 두 번 다시 안 보고 싶은 사람이 나야.
은성 : (멈칫하면)
백성희 : 이번 일은 돈도 은우도, 말한 대로 뒤탈 없이 처리해 줄게. 은우하고 새 출발 할 생각하면서 이틀만 보내.
(일어서며) 그럼 낼 모레 도쿄 환승 게이트에서 만나자.
은성 : (어쩔수 없다는 듯 보는)
S#27. 승미 사무실
팀장에게 사직서 내미는 승미.
팀장 : (놀라) 유승미씨, 갑자기 왜 이래?
승미 : 내일까지 제가 맡았던 서류 마무리해서 드릴께요.
팀장 : 그럼 내일까지만 나오겠다구?
승미 :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S#28. 거리 + 백성희 차안
통화하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그래요, 낼 모레 아침에 데려와요... (잠시) 8시 반에 복지관으로 출발하니까... (잠시 생각하다가) 집으로 데려와요.
S#29. 거리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는 은성.
은성 : (혼잣말) 내일 모레... 내일 모레... 그럼 그동안 뭐 뭐 해야 되지?... (아픈 마음으로 사람들 떠올리다가 얼른 일어나서 간다)
S#30. 환 집 거실
할머니 간식과 모자 든 비닐봉지 서있는 들고 들어오는 은성. 영문 모르는 얼굴로 맞이하고 서있는 영란.
영란 : 니가 웬일이니?
은성 : (인사하는) 안녕하셨어요? 할머니 좀 뵈러 왔어요.
영란 : (정색하고) 갑자기 우리 어머닐 왜?
은성 : 그냥요...
할머니 ; (안에서) 내 손님 왜 안 들여보내?
영란 : 네- 들여보내요.
환 : (막 2층에서 내려오다 은성 보고 어? 하는)
은성 : 들어가겠습니다. (할머니 방으로)
환 : (얼른 와서) 고은성 왜 왔어?
영란 : 할머니 보러 왔댄다.
환 : (뜻밖인 듯 할머니 방 쪽 쳐다보는)
S#31. 할머니 방
모자 쓰고 거울 보는 할머니. 은성, 웃으며 보고 있다. 앞에 쑥개떡 접시 놓여있다.
할머니 : 딱 내 스타일이네.
은성 : (웃으며) 잘 어울리실 줄 알았어요.
할머니 : 모자에 간식에, 생일도 아닌데 웬일이야?
은성 : 그냥요. 근데 우리 할머니, 회사 일 신경 쓰느라 힘드셨나? 마르신거 같다?
할머니 : 마르긴? 환이 에미가 몸보신 시킨다고 너무 멕이는데?
은성 : 그래요? 어디 한번 안아봐야겠다. (할머니 안는)
할머니 : (웃으며) 별짓거리 다하네.
은성 : (할머니 등 쓸어내리며) 할머니, 건강 하세요? (울음 꿀꺽 넘기는)
할머니 : (뭔가 이상한, 포옹 풀며) 왜 다시 안 볼 사람처럼 인사를 해?
은성 : 이제 할머니 회사 안 다닐 거잖아요...
할머니 : (정색하고) 유산도 안 받고, 회사 안다닌다고 너랑 나랑 빠이빠이야? 사람 인연은, 피로만 맺는 게 아냐...
마음으로도 맺는 거야.
은성 : (감정 안 보이려 애써 웃으며) 알아요...
할머니 : (다독이듯) 조금만 기다려, 다 정리되고 풀어질 거야.
은성 : (이제 소용없는데... 울컥하는) 네...
S#32. 환 집 거실
은성이 사온 쑥개떡 먹으면서 얘기하고 있는 영란과 정.
정 : 은성이가 우리 할머닐 좋아하긴 좋아하나봐? 없는 형편에 이런 것도 사들 고 할머니 보러 오고.
영란 : 혹시 그런 거 아냐? 회사 안 받겠다고 말해놓고 나니까 후회돼서, 할머니 유언장도 아직 남아 있잖니.
정 : 엄마 엄마, 우리는 이 시점에서는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영란 : 무슨 정리?
정 : 우리 집이 지금 두 파로 나뉘어있잖아. 은성이 믿는 할머니 파, 승미네 믿는 우리 모녀 파.
영란 : 그러니까? 한 집에서 이렇게 파가 갈리면 안되는데 할머닌 왜 그러신대니?
정 : 오빠도 은성이 믿는거 같든데 뭐.
영란 : 환이가?
정 : 엄마가 치매 아냐? 주총 때 봐, 둘이서 완전 찰떡으로 붙어서 일했잖아?
영란 : 아니 환이까지 은성일 믿으면, 승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거야?
정 : 그렇게 되면, 승미 엄마가 은성이 보험금을 가로챈거다?
영란 : (펄쩍) 설마아?
정 : 사람 잡는 게 설마라잖아.
영란 : (갸웃하며) 성희가 그럴 애가 아닌데...
정 : 그렇다고 솔직히 고은성도 완전 이상한 애는 아닌 거 같지 않아?
영란 : (끄덕이며) 그래, 유언장 때문에 미워서 그렇지, 행실은 괜찮았지.
은성 : (할머니 방 쪽에서 나와서 온다)
정 : 엄마, 은성이 와.
은성 : (다가 와서 마지막 인사라 정중히 꾸벅하는) 안녕히 계세요.
영란 : 어 그래...
은성 : (정 보는, 웃으며) 잘 지내.
정 : (머쓱한)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 그러냐? 잘 가.
환 : (2층에서 틈만 보고 있었던 듯 후다닥 내려오며) 가냐?
은성 : 네. 가보겠습니다. (돌아서 주방 쪽으로 가는) 아저씨-
표집사 : (나오며) 가는 거에요?
은성 : (서운한 웃음 웃으며)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꾸벅하며) 감사했습니다.
표집사 : 결과가 늦어져서 내가 미안해요.
은성 : 아니에요... (돌아서 영란과 정 향해 다시 고개 숙이고 나가는)
환 : (따라나가며) 배웅해 주고 올게.
영란, 정 : (배웅? 서로 쳐다보고)
S#33. 환 집 뜰 (저녁)
나오는 은성과 환.
환 : 할머니 만나러 올 거면 아까 같이 오지.
은성 : 집에 가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온 거에요.
환 : 은근히 충동적이다, 너?
은성 : (장난기, 과장해서) 내가 얼마나 충동적인지 말 해줘요?
환 : (웃긴 듯 피식 웃고) 해 봐.
은성 : 내일 쉬는 날인데 할 일 없죠? 나랑 같이 놀래요?
환 : (생각도 못했던 말에 멈칫 서는)
S#34. 준세 레스토랑 뜰 (저녁)
한쪽에 큰 박스 놓여있고 뜰에 걸려있던 은우 액자들, 모두 담겨 있다. 은우 액자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심란한 얼굴로 박스 들여다보고 있는 혜리.
준세 : (막 들어서다 뭔가 휑한 느낌에 멈칫 서는, 둘러보는데)
혜리 : (다가오는) 놀라셨죠?
준세 : 은우 액자, 다 어디로 갔어요? 누가 이랬어요? (하는데)
은성 : (실내에 붙어있던 액자들도 다 떼서 들고 나온다)
준세 : (은성 보고 뚝 굳어지는)
혜리 : (난처해 어쩔 줄 모르는) 쟤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은성 : (준세 화낼 거 안다. 미안한 듯) 오빠 오기 전에 다 정리할려고 했는데, (박스에 사진들 놓고 일어서며) 미안해요.
준세 : (기막힌 얼굴로 은성 보는)
<시간 경과>
마주 앉아있는 은성과 준세.
준세 : (기막히고 가슴 아픈) 이런 식으로, 이렇게까지 날 정리하고 싶니?
은성 : (맘 아픈, 사정은 말 못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진심으로 성의껏) 내가 뭐라고, 나 따위가 뭐라고
오빠한테 그런 모욕을 줘요?
준세 : 아니면 이게 무슨 짓이야? 은우 사진을 왜 다 떼내?
은성 : 내가... 정리해야 하는 일이라서 그래요. 여기에 은우 사진 걸어놓는 거... 의미 없어요.
준세 :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아픈) 은성이... 잔인한 데가 있었구나.
은성 : (울컥 찔려서 보는) 그러지 말아요!
준세 : (멈칫해서 보면)
은성 : (눈물 어려) 안 그래도 오빠한테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고맙고 또 고맙고... (울음 한 덩이 꿀꺽 삼키고)
죽을 때까지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인데, (간절한) 여기서 더 나 때문에 상처받으면 안돼요.
오빠 상처 줄려고 그런 거 아니니까, 절대 아니니까.
준세 : (은성의 진심은 전해지지만) 그럼... 왜 이러는 건데?
은성 : (열심히 설득하는) 나를 위해서 그런다고 생각해줘요... 이대로 저 사진들을 두고 갈, (수 하려다가),
둘 수 없는 나를 위해서 그러는 거에요.
준세 : (이상한) 이유를 말해줄 순 없는 거야?
은성 : (애써 웃으며)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에요...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얼마나 오빠가 행복하길 바랬는지...
(E) 오빠 잘 있어요...
S#35. 부암동 방 (밤)
수납장 서랍 뒤적이며 여권 찾고 있는 은성, 아무리 찾아도 없는 듯 난감한 얼굴로 작게 ‘어디 있지...’ 하는데.
혜리 : (빨래 개다가 힐긋 보며) 아까부터 뭐 찾아?
은성 : 어? 어... 아냐.
혜리 : 이 집 정리정돈은 내 담당이야.
은성 : (할 수 없이) 여권을 여기다 둔 거 같은데 없네...
혜리 : 니 여권? 그거 내가 내꺼랑 통장이랑 같이 챙겨놨어.
은성 : 어디다?
혜리 : 갑자기 여권은 왜 찾아?
은성 : 어... 갑자기 생각났는데 엇다 뒀는지 기억이 안 나서.
혜리 : 우리 형편에 한동안 여권 쓸 일이 있겠냐?... 내가 챙기면서도 웃기드라.
은성 : (찾아야 하는, 조심스런) 어디다 뒀는데?
혜리 : 싱크대 맨 끝 서랍 맨 밑에 있어.
은성 : 잘도 숨겨 뒀네... (싱크대 보고 와서 같이 빨래 개는)
혜리 : 내 꿈 아니냐? 지구 곳곳 여행 다녀보는 거.
은성 : (메이는데 누르고) 우리 언젠간... 꼭 만나서 같이 여행 다니자.
혜리 : (뭔가 이상한 듯 보는)
S#36.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37. 환 방
침대에 옷 몇 벌 늘어져있고 환, 멋지게 빼입고 거울 보고 있다.
매무새도 살피고 머리도 매만지던 환, 침대에서 다른 옷 집어서 대본다.
환 : 이게 낫나... (갸웃하고)
S#38. 부암동 방
환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 위해 원피스 입고 머리 세팅하고 있는 은성. 세팅기 내려놓고 머리 매만진다.
혜리 : 어디 면접을 가는데 꽃단장이야?
은성 : 혜리야, 나 어때?
혜리 : 지난 번 할머니 프리티 우먼 다음으로 이뻐.
은성 : (뭉클해서) 그래?... 다행이다... (거울 보는)
혜리 : (이상한 듯 보는)
S#39. 영화관 인근 거리
설레고 긴장해서 서있는 환, 8시 33분 가리키는 시계 본다.
근처 기둥이나 건물 모퉁이에 숨어서 환 살짝 내다보고 있는 은성.
(은성, 평범한 연인들이 하는 데이트를 환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수 있는 한 많은 걸, 원 없이 하기로 마음 먹은지라
밝고 적극적으로 환 대하고, 환은 은성 마음은 전혀 눈치 못챈 채 은성과의 즐겁고 설레는 첫 데이틉니다)
환 : 아침 8시 반에 만나자더니 늦는 거 봐라... (황당한) 근데 뭐할려고 8시 반에 만나재?... (둘러보다 어? 하는)
은성 : (숨어서 환 쳐다보고 있다가 쏙 숨는)
환 : (뭐야? 타박) 봤어!
은성 : (들켰다. 머쓱한 듯 다가오는)
환 : (황당한) 뭐했냐?
은성 : 아 그게요...
환 : 취미가 숨바꼭질이냐? (타박처럼) 등대서도 그러드니.
은성 : (등대? 생각나는, 민망해서) 아 진짜? 그 얘긴 왜 하고 그래요?
환 : (자기도 그 때 생각나서 멋쩍어지는) 그러게 왜 숨어 있어?
은성 : 10분 늦는 거 한번 해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환 : 10분 늦는 거?
은성 : (뻔뻔하게) 데이트할 때 여자들 일부러 10분은 늦는 거잖아요!
환 : 누가 그래?
은성 : 옛날에 친구들이 남자친구 만나러 가면서 그러던데?
환 : 옛날? 옛날 언제?
은성 : 고 3 때요.
환 : (잠깐 생각하는데 기분 좋다, 타박) 고 3? 한심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애 한 번도 안 해봤구나!
은성 : (어? 했다가 억울하다는 듯) 고 3 졸업하고 바로 유학 갔으니까, 한국 땅에서 한국 남자랑 만날 일이 없었던 거죠!
환 : (웃기는) 미국 가서는 많이 했구?
은성 : (잘난 척 뻐기며) 좀 했을 거 같지 않아요?
환 : (바로 인상 쓰고) 죽는다?
은성 : (피식 웃고) 암튼 오늘은 내 한국에서 첫 데이트니까, 남들 하는 거 다 해봐야지.
S#40. 영화관 앞
매표소 앞에서 황당한 얼굴로 은성 보는 환.
은성 : 조조할인하면 영화 한편을 *** (현지 영화관 가격으로)에 볼 수 있어요.
환 : 그러니까 조조할인 받아서 영화 볼려고 8시 반에 만나잔 거였어?
은성 : (당연하다는) 원래 커플들은 다 이런 거 하는 거에요.
환 : 커플?
은성 : (머쓱해서 보다가 뻗대듯) 뭐! 남녀면 커플이지! 아닌가?
환 : (얘 왜 이래? 하지만 귀엽다, 웃고)
은성 : 영화는 내가 보여 주께요. (영화 고르며) 뭐 보까?...
환 : (직원에게) 요새 뭐가 재밌어요?
은성 : (얼른 공포 영화 가리키며) 저거 봐요!
환 : (보고 놀라) 저거? 저거 되게 무서운 거야?
은성 : 뭐? 날도 더운데 더위 싹 가시고 좋지, 저거 봐요.
S#41. 매점
주문하고 있는 은성. 환, 옆에 서있다.
은성 : 팝콘 중간 거, 콜라 두 개하고... (다른 간식거리 가리키며) 저것도 주세요.
환 : 또 엄청 산다.
은성 : 중짜 너무 작나? 큰 걸로 주세요.
환 : (황당한 듯 보는)
종업원 : (가격 얘기하면)
은성 : 내요!
환 : 영화 비 아끼자더니 간식비가 더 드네.
은성 : (서운한 척) 그게 그렇게 아까워요? (직원에게) 팝콘 작은 걸로 바꿔주세요.
환 : (놀라 어? 은성 보는데)
은성 : (다른 간식 가리키며) 저것도 취소 할께요.
환 : (당황해) 야 야, 누가 아깝대? (직원에게 손 내저으며) 아니에요! 아까 시킨 대로 줘요! 꼭 그대로 줘요!
(얼른 돈 주고 은성 보면)
은성 : (토라진 척 있다가 환 보는, 피식 웃고)
환 : (기막혀) 하!-
S#42. 영화관 몽타주
-긴장한 상태에서 팝콘 먹으면서 영화 보고 있는 환과 은성. 은성, 팝콘 열심히 먹고 환은 안 먹고 분위기 잡고 있고...
그런 환 손에 팝콘 집어 주는 은성. 어쩔수 없이 먹는 환.
-자연스럽게 번갈아 팝콘 집어 먹는 둘... 그러다 동시에 손이 닿기도 하고.
-환, 무섭지만 안 무서운 척 할려고 눈 부릅뜨고 있다가 어느 순간 정말 무서운 장면에서 눈 질끈 감는데
동시에 ‘엄마야’ 하며 환 팔 잡고 몸 기대는 은성. 놀라 눈뜨는 환, 은성 보는데...
무서운 듯 웅크리면서 그 틈에 울고 마는 은성... 그런 은성 귀엽고 웃겨서 웃는 환.
너무 오래 숙이고 있는 은성 머리 톡톡치며 ‘지나갔어’ 하는데 고개 드는 은성 눈가 젖어있다. 어? 보는 환.
S#43. 영화관 앞
영화 보고 나오는 둘.
환 : (놀리는) 쎈척은 혼자 다하더니 영화 보다 무서워서 울어?
은성 : 원래 눈물은 희노애락 아무 때나 나와도 되는 거거든요?
환 : (시계 보며) 12시도 안됐네, 이제 뭐하까?
은성 : 아- 아침도 안 먹고 영화 봤더니 배고프다.
환 : (황당한 듯 보는)
S#44. 분식점
떡볶이에 순대, 튀김 김밥 등 놓고 먹고 있는 은성과 환.
환 : (맘에 안 드는 듯 둘러보며) 첫 데이트에 이게 뭐냐?
은성 : 좋잖아요? 같이 먹고, 나눠 먹고, 먹여 주고.
환 : 먹여주고?
은성 : (떡볶이 찍어서 내미는)
환 : (놀라서 뒤로 물러서면) 너 왜 그래?
은성 : 뭐가요? 먹여 달래는 건 그쪽이 먼저 했어요? 떡볶이!
환 : (보다가) 아주 오늘 작정을 했구나! (떡볶이 찍어주며) 자!
은성 : (냉큼 받아먹는) 음... 맛있네.
S#45. 음료수 집
들어오는 은성과 환.
환 : (카운터로 가면서) 가서 앉아있어, 사갖고 갈게.
은성 : 같이 골라요. (쪼르르 따라가는) 뭐 먹지? 나 뭐 먹을까요?
환 : (하는 짓마다 웃긴다) 피곤하니까 비타민 보충 해, 저거 마시자. (적당히 시키고) 앉아 있어.
은성 : 뭘 앉아요? 들고 나갈 건데.
환 : 어딜?
S#46. 쌈지길이나 홍대 앞 거리 몽타주
-아기자기하고 볼거리 많은 길거리 구경하며 걷는 환과 은성.
-서서 물건 구경도 하고 아기자기한 악세사리 고르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웃는 사이사이 애잔하고 서글픈 표정으로 환 보는 은성.
-걷다가 어느 순간 은성 손 잡는 환. 멈칫해서 환 보는 은성. 환, 먼저 걸음 떼고 은성 끌고 가면 은성,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거리 공연 있으면 구경도 하고...
-거리 벤치 정도에 앉아서 지나가는 연인들 구경도 하는 둘.
S#47. 부암동 집 앞 (저녁)
손잡고 걸어오는 은성과 환. 집이 가까워올수록 어두워지는 은성. 은성 발걸음 점점 느려진다.
환 : (그런 은성 느끼는, 은성 보면)
은성 : (어쩔 수 없는 그늘로 환 보는)
환 : 하루 종일 팔팔 거리더니, 기운 떨어졌지?
은성 : (얼른 밝게, 진심) 우리 오늘 정말 너무 너무 재밌었죠?
환 : (타박) 너무 너무 피곤했지.
은성 : (미안한) 피곤했어요?
환 : (얼른) 너 말야! 난 피곤해도 안 피곤해.
은성 : (뭉클해서 보는)
환 : 무슨 애가 하루 동안 남들 하는 걸 다 할려고 해?
은성 : 뽀뽀까지 해보까?
환 : (놀라 눈 커지는)
은성 : (얼른) 농담이에요!
환 : (정색하고) 나도 싫어!
은성 : (멈칫하면)
환 : 너 오늘 나랑 진짜 데이트한 거 아니잖아, 남들 하는 거 따라 해본거지. 너답지 않았어.
은성 : (울컥해서 보면)
환 : (당황해) 싫었다는 건 아니고. 암튼 오늘은 너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 다음엔 나하고 싶은 거 해.
은성 : (원래 은성으로 돌아온) ...뭐하고 싶은데요?
환 : 있어, 당장 가자 그럴까봐 겁나서 말 안 해.
은성 : (잦아드는) 가자고 안 해요. 집 앞까지 바래다주는 거 까지... 다 끝났어요. (누르고) 이제 가요.
환 : 들어 가.
은성 : 가는 거 보다가 들어가는 거까지가 오늘 계획이에요.
환 : (알았다는, 웃으며) 오늘만 봐준다. 낼 보자... (돌아서 가는)
은성 : (보고 섰다가 작게) 나 가요... 잘 있어요...
환 : (가면서 돌아보는)
은성 : (활짝 웃으며 손 흔드는, E) 선우환... 잘 가요... (눈물 어리는)
S#48. 할머니 방 (밤)
표집사와 마주 앉아 얘기하는 할머니.
표집사 : 이혼하고 나서부터는 어디서 뭐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답니다.
할머니 : 그러니까 승미 아빠가 살아있는 건 확실하고, 도박으로 전 재산 탕진했다는 거까지는 확인 된 거고?
표집사 : 예.
할머니 : (느낌 대로라는) 그럼 역시 일은 승미 엄마가 저지르고, 승미가 휘말려 든 거로구만... 우리 환이 때문에.
표집사 :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할머니 : 이 일을 어떻게 풀꼬... (생각에 잠기는)
S#49. 2호 점 점장 (밤)
영문 모르는 얼굴로 은성이 내미는 사직서 보는 점장.
점장 : 이 사직서를 사장님한테 전해 달라구요?
은성 : 죄송합니다, 제가 갑자기 일자리가 구해졌어요.
점장 : (의아한) 그렇다고 사장님 만나 뵐 시간도 없는 건 아닐 텐데요.
은성 : (난감함 감추고 고개 숙이며) 부탁드려요, 점장님.
점장 : (뭐가 있구나... 보는) 알았어요.
은성 : 다른 직원들한테 인사 못 드리고 가서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점장 : (걱정스럽게 보는)
S#50. 승미 방 (밤)
바닥에 큰 박스 놓고 환에게 받았던 가방 몇 개와 옷들 구두 등 넣는 승미, 책상 위에 놓인 액자들도 들고 와서 넣는다.
침대로 와서 앉는 승미, 환 전용 작은 앨범 펼쳐본다. 눈물 어려 보던 승미, 앨범도 박스에 넣는다.
다시 침대로 와서 앉는 승미, 핸드폰에 달린 환이 사준 열쇠고리 풀려고 하는데 손 떨려서 안 된다.
하다가 끝내 실패하고 열쇠고리 부여안고 눈물 흘리는 승미.
승미 : 오빠...
S#51. 안방 / 공중 전화 (밤)
가방에 여권 두 개와 항공권 챙겨서 넣는 백성희, 핸드폰 울리자 집어들어 본다. 공중전화 번호다.
고평중과의 통화 약속했던 백성희, 표정 다지고 받는다.
백성희 : 여보세요?
고(휠) : 나야.
백성희 : (고평중 원망스런) 참 정확한 시간에 전화하네, 자수할 생각하니까 하루가 급해?
고평중 : 하루가 급한 상황이니까, 나한테는.
백성희 : (이 악물고) 열흘만 기다려. 하던 거 내놨는데, 일주일에서 열흘은 걸린데.
고평중 : 대체 뭘 하고 있었는데?
백성희 : (버럭) 알 거 없고, 기다리기나 해! 당신 자식들 찾자고, 보험 회사 사람들 몰려와 망신까지 당해야 해?
(원망으로) 당신 때문에 내 딸이 어떻게 됐는 데! 그래, 자수 해! 하는데, 토해낼 돈 마련할 때까지 기다렸다 해! (탁 끊는)
고평중 : 이봐!... (하다 불안하게 수화기 내리는)
S#52. 준세 집 (밤)
소파에 앉아서 티비 보고 있는 형진. 준세, 통화하고 있다.
고(휠) : 정말 미안한데, 급히 상의할 게 있어요.
준세 : 그럼 언제 뵐까요? 전 내일도 괜찮아요... (잠시) 그럼 내일 저희 가게로 오세요...
(잠시) 네 그 시간에 있으니까 출발하실 때 전화주세요, 모시러 나갈께요. 네... (끊는)
형진 : (기막힌 듯) 참내, 아무래도 느낌에 야무지게 신세 지실 모양인데 모시러 나간답니다, 우리 형님은.
준세 : 망설이고 참다 부탁하시는 거야.
형진 : 돈 빌려달라에 10만 원 건다.
준세 : 아니다에 20만 원 건다, 자식아.
S#53.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54. 환 방
잠자고 있는 환, 잠에서 깨며 눈 뜬다. 어제 기분 남아있어 기분 좋게 일어나 앉는 환, 웃으며 기지개 켠다.
<프래쉬 컷- 손잡을 때 가만 있었던 은성>
환 : (생각할수록 신기한) 고은성 어제 뭘 잘못 먹었나... (그래도 좋다. 웃으며 일어서고)
S#55. 승미 방
침대에 누워있는 승미. 백성희, 들어온다.
백성희 : (약간 불안한) 승미야, 8시 반이야, 오늘 출근 안 할 거야?
승미 : 나 회사 안 나가, 사표 냈어...
백성희 : (놀라) 사표를 냈어?
승미 : 당연히 내야지... 떠날건데...
백성희 : (당황해서) 그럼 오늘 안 나가?
승미 : 어... (하다 뭔가 이상한 듯 일어나 앉는) 왜?
백성희 : 어, 아냐. (얼른 밖으로 나가는)
S#56. 거리 + 차 안
혼자서 복지관으로 걸어가는 은우.
짙게 선팅 된 차, 천천히 은우 따라가고 있다.
S#57. 골목길 일각
골목 한쪽에 차 세워놓고 골목 쳐다보고 있는 실장. 은우, 골목 꺾어져 들어온다.
얼른 차에서 내리는 실장, 은우 앞 막아선다.
은우 : (흠칫 놀라는)
실장 : (얼른 들고 있던 초코 우유 내밀며) 고은우, 누나가 이거 너 주라드라.
은우 : (놀라 눈 커지는) 누나!
S#58. 골목길 차 안
실장 옆 좌석에 앉아서 초코 우유 마시고 있는 은우.
실장 : (핸드폰 통화하고 있다) 지금 막 태웠습니다. (잠시) 집으로 데리고 오지 말라구요? (은우 보면)
은우 : (마시다 차창 밖 보며) 누나... (애타는 눈빛으로 보는)
S#59. 부암동 집 앞
트렁크 끌고 계단 내려오는 은성, 담담한 표정으로 집 돌아보고 골목 내려간다.
S#60. 2호 점 매장
매장 대걸레질 하던 환, 10시 25분 손목시계 본다. 그런 환 망설이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점장.
왜 안 오지? 갸웃하며 창밖으로 은성 오나 내다보는데...
수재 : 목 빼지 말고 주임님한테 전화를 해봐요.
환 : (돌아보면)
수재 : 형님은 가끔 보면 융통성이 없어요?
환 : 그러게? (핸드폰 꺼내들며) 서로 전화를 잘 안 해봐서... (하는데)
점장 : (다가오며) 선우환씨.
환 : (다가가며) 네, 점장님.
점장 : 고은성씨가 선우환씨한테도 아무 말 안했어요?
환 : 무슨 말이요?
점장 : 고은성씨, 오늘부터 안 나옵니다. 어제 밤에 와서 사직서 내고 갔어요.
환 : (기겁해 놀라) 사직서요?
S#61. 매장 계단
핸드폰 귀에 대고 나오는 환, 핸드폰 꺼있다는 안내 나온다.
끊고 다시 해보는 환, 같은 안내 나오자 이상한 느낌에 뚝 굳어진다.
S#62. 공항버스 안
눈물 어려서 앉아있는 은성.
S#63. 부암동 방
뛰어오는 환, 문 두드리며 ‘고은성!’ ‘고은성!’ 부른다. 안에서 기척 없자 문 열어보는데 잠겨 있다.
다시 문 쾅쾅 두드리며 부르는데...
주인 : (다가오며) 누구요!
환 : (돌아보는, 급한) 여기 사는 고은성씨 좀 만나러 왔는데요.
주인 : 그 아가씨 없어요, 아침에 방 보러 온 사람이 있어서 왔는데 큰 가방 들고 막 나갔어요.
환 : (놀라) 큰 가방이요? 어디 간대요?
주인 : 그건 모르고, 어디 멀리 간다던데?
환 : (쿵... 놀라는)
S#64. 부암동 집 앞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계단 내려오는 환, 집 돌아본다.
점장(E) : 어제 밤에 와서 사직서 내고 갔어요.
S#65. 준세 레스토랑 / 부암동 집 앞
영문 모르는 얼굴로 전화 받고 있는 정.
정 : 오빠 뭐라구?
환(휠) : 거기 고은성 친구, 혜리! 빨리 바꿔!
정 : (영문 몰라) 혜리를 오빠가 왜 찾아?
혜리 : (막 지나가다가 자기 이름 듣고 멈칫하면)
환(휠) : 바꿔!
정 : (찔끔해서 핸드폰 떼다 혜리 보는, 핸드폰 내밀며) 우리 오빠가 왜 널 바꿔 달래니?
혜리 : (벙해서 받는) 여보세, (하는데)
환 : (다급한) 은성이 어디 갔어요?
혜리 : 네?
환 : (버럭) 은성이 어디 갔냐구요!
혜리 : 은성이 출근 안 했어요?
환 : 당신, 은성이랑 짜고 나 물 먹이는 거면 죽을 줄 알아!
혜리 : (버럭) 먼 소린지 알아듣게 좀 해요!... (잠시, 듣다가 놀라 눈 커지는) 뭐라구요? 은성이가 떠났다구요?
환 : (눈물 날듯 버럭 악쓰는) 그러니까 아무거나 생각해 봐! 아무 거나! 은성이 말에서 눈치에서 이상한 거!
혜리(휠) : 갑자기 여권을 찾긴 했는데...
환 : 여권?
S#66. 거리 + 실장 차 안
운전하는 실장. 은우, 불안한 얼굴로 창밖 내다보고 있다. 막 영석 바 앞 지나쳐가는 차.
은우 : (불안한) 아냐, 아냐- 누나는 기다리는 거야... 기다리는 건데... (점점 올라가 는) 으아아- (차창 막 때리는)
실장 : (당황해서 은우 보며) 야! 조용히 못해?
은우 : (점점 불안해지는, 창 밖 유심히 보며) 이거 아냐, 아무도 따라가면 안 돼...
(창 밖으로 큰 교회 첨탑 보인다, 유심히 보며 달려온 길 돌아보는)
S#67. 공원 일각
차 대놓고 초조하게 서서 통화하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오고 있어요? 어디쯤 오고 있어요?
실장 : (휠) 거의 도착했습, (하다 비명처럼) 야!- (은우가 갑자기 문 열었던 설정)
백성희 : (놀라) 왜 그래요? 무슨 일이야!
E 차 세우는 소리, 실장의 야- 거기 안서- 등 들리고
백성희 : (사색돼서 비명처럼) 여보세요? 강실장! 무슨 일이야?
S#68. 도로
차 도로 중간에 서있고 옆문 열려져 있고 저만치 쏜살같이 도망치는 은우 뒷모습 보인다.
그 뒤 쫓아 가고 있는 실장.
S#69. 레스토랑
조심스럽게 살피며 들어오는 고평중. 준세, 혜리와 서서 얘기하고 있다.
혜리 : (보는) 어서 오세요-
준세 : (보고) 내 손님이에요. (다가가며) 아저씨 잘 찾아오셨네요?
고평중 : 찾기 쉽던데요.
준세 : 우리 차 먼저 주고, 파스타 내줘요.
혜리 : 네. (돌아서며 인상 낯익은 듯 갸웃하는)
S#70. 도로 + 택시 안
택시 뒷좌석에 앉아서 통화하고 있는 환.
환 : (마음 급한 듯) 한수재! (시계 보며) 12시 이후로 떠나는 항공편, 시간, 도착 지 조사해서 전화하라구!
(끊는, 기사에게) 기사님, 빨리 좀 가주세요.
S#71. 준세 레스토랑
고평중과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준세. 보험금 때문에 죽은 자로 살게 된 얘기 막 하고 있는 고평중.
준세, 놀란 얼굴로 얘기 듣고 있다.
혜리 : (찻잔 들고 다가오다 고평중 보고 갸웃하는) 어디서 봤는데...
준세 : (놀라) 인천 가스 폭발 사고요?
고평중 : (민망한 듯 끄덕이며) 다음날 보니, 이미 사망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 있습디다...
준세 : (다시 확인하는) 인천 가스 폭발 사고 때 사망자가 되셨다고 하셨어요?
혜리 : (막 와서 찻잔 놓으려는데)
고평중 : 예.
준세 : (갸웃하며) 아저씨 그때 하시던 일이 혹시... 건설회사셨어요?
고평중 : (멈칫하는) 그걸 어떻게,
혜리 : (얘기 듣고 고평중 얼굴 기억나는, 찻잔 떨어뜨리며) 아버님...
고평중 : (놀라서 혜리 보면)
준세 : (동시에 떨리는) 따님 이름이 혹시 고은성이에요?
고평중 : (더 놀라 준세 보는)
S#72. 공항 도로 + 준세 차
빠르게 달려가는 준세 차 안의 고평중과 준세.
S#73. 공항 로비
여권과 가방만 들고 출국 게이트 향해 걸어오는 은성, 공항 둘러본다. 백성희와 은우는 보이지 않는다.
은성 : (안타까운 마음으로 둘러보는)
백(E) : 은우하고 난 다른 비행기로 갈 거야.
백(E) : 내 딸 인생이 걸린 문제야... 은우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냐.
백(E) : 도쿄 환승 게이트에서 만나자.
은성 : (마음 다지는, 다시 걸어가는데)
환 : (소리) 고은성!-
은성 : (뚝 멈추는, 잘못 들었나? 돌아보는데)
환 : (절박한) 은성아! (저만치서 미친 듯이 두리번거리고 있다)
은성 : (어떻게 알았지? 놀라서 환 보는, 얼른 한쪽으로 숨는데)
환 : (순간 숨는 은성 보는)
은성 : (몸 돌리고 막 도망치려는데)
환 : (버럭) 거기 서!
은성 : (뛰어서 도망치는데)
환 : (달려와 은성 팔 확 잡는)
S#74. 공항 일각
정신없이 계단 뛰어 올라오는 고평중과 준세.
S#75. 공항 일각
환에게 팔목 잡힌 채 사정하고 있는 은성.
은성 : (징징대듯) 제발 놔줘요, 나 비행기 타야 된단 말에요.
환 : 왜 가는지, 어디 가는지 말 하기 전엔 안 돼.
은성 : (고개 젓는) 말 못해요...
환 : 너 진짜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은성 : (버럭) 제발 나 좀 보내 줘! 보내 줘!-
환 : (기세에 흠칫하는데)
준세 : (소리, 뒤에서) 은성아!
환, 은성 : (돌아보면)
준세 : (가쁜 숨 내쉬며 서있다)
고평중 : (은성 놀랄까봐 한 두 걸음 뒤에 서서 은성 보지만 준세에게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은성 : 오빠...
환 : (준세 형은 또 뭐야? 보는데)
준세 : (우선 급한 상황이라 다가오지만 차분히) 은성아, 놀라지 말고 들어? 니 아버지... 돌아가신 게 아냐.
은성 : (벙해서)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준세 : (놀라지 않게 하려고 거듭 다독이듯) 아버지 말야, 니 아버님, 고평중씨... 살아 계셔, 그러니까 놀라지 마...
은성 : (벙해서 준세 보는데)
준세 : (돌아보며) 아저씨.
고평중 : (눈물 가득해 나타나는) 은성아...
은성 : (아빠 보는, 믿기지 않는 듯 멍해서 보는)
고평중 : (감격으로 미어지는) 은성아... 아빠야...
환 : (놀라서 은성 돌아보는)
은성 : (멍해서 보다가 아빠 확인하는, 그래도 믿기지 않는 듯) 아빠...
눈물 어려 고평중 보는 은성에서 엔딩.
<26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