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과 15일 이틀간 경남 통영의 아름다운 두 섬, 욕지도와 장사도로 천하장군 이백스물다섯번째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3월이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꽃샘추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중에 떠난 이번여행은 다행히 날씨가 맑고 따뜻해 모처럼 봄기운을 맘껏 느끼며 섬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막힘없이 쌩쌩달려 통영에 도착합니다. 전혁림미술관 옆에 위치한 가정식 식당에서 깔끔하고 정갈한 통영식 멍게비빔밥 정식으로 점심을 듭니다. 향긋한 멍게향을 맡으니 비로소 통영에 왔다는 것이 실감나더군요.
드디어 삼덕항에서 욕지도로 출발!
푸른바다에 보석같은 섬과 여들이 줄줄이 우리 곁을 지나가는 시원한 바닷길입니다. 배가 워낙 커서 1시간 남짓 가는 배시간도 전혀 멀미 없이 편안히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욕지도 탐방에 나섭니다. 섬으로 둘러싸인 통영, 그 연화열도 중에서 가장 큰 섬 욕지도는 최고의 해안비경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아름다운 섬들에 둘러싸인 욕지도는 멸치, 고구마, 밀감이 유명하고 고등어와 참치 가두리양식장이 있는 예부터 수산물이 풍부한 어업전진기지입니다. 지금은 인구 1500여명이 수산업과 농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지요. 욕지도 설명을 맡아준 향토사학회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으로 욕지도를 둘러싼 섬들의 이름과 특징, 욕지도의 주요산업과 문화, 특산물까지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욕지도란 이름이 궁금하지는 않으셨는지요. 사명대사가 쓴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합니다.
欲知蓮華藏頭尾問世尊 (욕지연화장두미문세존)
연화세계를 알고자 하는가? 그 처음과 끝을 세존께 물어보라
욕지도란 이름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연화세계를 알고자 하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섬인 셈이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욕지도 옆으로 연화도가 있고, 두미도 세존도도 있답니다. 이렇듯 통영 앞바다의 섬들은 하나하나 그 이름에서 이미 불국토, 연화세계를 이루고 있다니 참 흥미로웠습니다.













욕지도를 버스타고 시계반대방향으로 한바퀴 도는데 가는 족족 아름다운 섬들이 올망졸망 떠있어 우리 시야를 즐겁게 합니다. 밀감이 잘 자라고 작년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섬마을콘서트를 한 바닷가인 도동마을을 지나고, 고구마와 몽돌해변이 유명한 덕동마을도 지납니다. 유동마을에 이르니 넓은 바다에 동그랗게 생긴 평소 보기 힘든 독특한 모양의 가두리양식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게 바로 고등어양식장, 참치양식장이라고 하는군요. 욕지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등어양식이 성공한 곳으로 뭍에서 먹는 고등어회는 거의 욕지도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합니다.
5-6월 경 운 좋으면 고래떼도 볼 수 있다니 욕지도가 얼마나 풍요롭고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섬인지 실감이 됩니다. 욕지도 바다에서 하늘로 솟구치며 헤엄치는 고래떼를 상상하며 발길을 새천년공원으로 옮깁니다. 1970년대 윤정희가 욕지도를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했다는 기념비를 지나 삼여전망대에서 아름다운 여와 바다를 감상합니다. 새천년공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광활합니다. 이곳은 욕지도 남쪽해안으로 바로 태평양을 마주한 바다지요. 넓고 푸른 바다를 마주하니 겨우내 답답함과 마음의 찌꺼기가 다 씻어지는 기분입니다. 회원들도 일행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상쾌한 봄바다를 맘껏 즐기십니다.
해설이 끝난 후에는 걷기 좋은 일주도로 구간을 30분 정도 산책합니다. 새천년공원부터 유동마을 가두리양식장 구간으로 해질녘이면 특히 아름다운 욕지도 서쪽해안입니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욕지도 일주를 마칩니다. 저녁에는 고등어와 돔 등 욕지도 바다에서 나는 싱싱한 횟감을 맛보며 여행의 피로를 풀고 아름다운 바닷가 팬션에서 욕지도의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이튼날 새벽같이 일어나 생선조림과 성게알미역국으로 든든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통영으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실습니다. 아쉽지만 짧은 이틀의 시간동안 통영의 아름다운 섬 2개를 둘러보자니 어쩔 수 없이 부지런을 떨어야 하지요. 통영 삼덕항에 도착해 장사도로 출발하는 통영유람선터미널으로 이동, 다시 장사도행 배에 승선합니다. 이번 여행은 배를 참 많이도 탑니다. 그래도 바다가 잔잔하고 날씨가 포근해서 회원들이 큰 고생 없이 잘 다니셨답니다.










장사도는 개인 소유의 섬으로 외도 보타니아처럼 해상공원으로 조성한 곳입니다. 행정구역상 통영에 속하고 지리적으로는 거제도와 가까운 섬이지요. 예전에는 100여 명 가까운 주민이 살았던 곳이라 그런지 옛집, 교실 한 동짜리 귀여운 폐교도 남아있습니다. 장사도는 10년에 걸친 조성공사와 지자체, 유람선주와의 조율 끝에 올해 1월 장사도해상공원 까멜리아란 이름으로 개장한 곳으로 아직 많은 사람들이 와보지 못한 따끈따끈한 여행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개책자 비치, 편의시설이나 협조사항 공지 등이 매끄럽지 못한 면도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일행과도 살짝 마찰을 빚었던 부분인데, 장사도 입장 시 음식물이나 큰 배낭 반입이 안 된다는 것을 예약 당시 미리 공지하지 않아 현장에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리처럼 단체로 예약하는 경우 그런 중요한 정보는 미리 알려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며 개선될 점이라고 봅니다.
장사도는 푸른 활엽수와 파랗고 잔잔한 바다색이 너무나 아름다운 자생꽃섬입니다. 따뜻한 난대해양성 기후대에 속해서일까 250여 종의 난대활엽수와 식물군이 자생하고 있어 싱그럽기만 합니다. 특히 동백꽃이 꽃망을 터뜨리는 3월이 최고의 시기이죠. 올해는 오락가락한 겨울 날씨 덕에 개화가 늦어져 동백꽃 개화가 1/3정도 된 상태였습니다.
우리가 찾은 날은 날씨도 포근하고 하늘은 쾌청해 파란바다와 푸른 숲이 어우러진 은은한 바다풍광에 마음이 더없이 평화로워 집니다. 회원들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냐면서 좋아들 하십니다. 섬을 한바퀴 도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이며 아름다운 바다와 숲을 조망하는 중간 중간에 아름다운 조각들이 장식되어 있고, 간단한 다과와 음식을 파는 식당과 카페가 있어 바다를 보며 쉬어갈 수 있게 잘 조성돼 있습니다. 단 사람에 따라 걷는 속도와 여행시간이 다름에도 섬 체류시간이 2시간으로 한정돼 있는 점은 여행자입장에서 제약적으로 느껴져 좋지 않더군요.
장사도 여행까지 마친 뒤 통영시내에서 봄내음 물씬 나는 도다리쑥국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도다리쑥국이 제일 맛있을 때라서 일까요 시원한 국 한 그릇에 봄기운을 가득 보충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언제가도 수산물이 풍성한 통영 중앙시장에서 우리 회원들이 가만히 계실 순 없겠지요. 싱싱한 수산물과 어묵, 누비, 꿀빵까지 취향대로 여행기분을 내며 지역특산물을 고르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든든한 도다리쑥국에 손에는 집에 가져갈 싱싱한 먹거리를 챙기고 마음은 통영 섬의 푸른 바다와 상쾌한 공기를 듬뿍 받은 우리들은 아쉬운 통영여행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통영 섬 여행은 포근한 봄날씨에 푸른 바다와 싱그러운 공기, 섬 문화를 체험하고, 맛있는 제철 현지음식으로 몸을 보양하며 보낸 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회원들의 밝은 얼굴에서 한결 더 건강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아무 탈 없이 즐겁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통영까지 다녀온 이틀간의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잘 쉬시고 다음 지리산 연곡사와 봄꽃답사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천하장군 정지인
첫댓글 물흐르듯이 잔잔히 써내려간 여행기와 사진은
나에게 그날의 답사에 함께한듯 느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함께하지 못한 서운함을 사진으로 , 그리고 답사 글로
달래고있습니다. 다음 여행길에서는 얼굴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신봉공주님도 동행하지 못하셨군요?
저도 마찬가지로 답사글로 섭섭한 맘 달래고 있습니다.
회원님들 사진으로나마 뵈니까 갑자기 더욱 보고싶네요.
이번 봄맞이 통영 섬답사는 남도에 미리 찾아온 봄을 만날수 있었던 행복했던 시간입니다.
천하장군 여행길에 늘 동행하던 신봉공주님 배꽃공주님을 뵐수 없어 섭섭했지요. 얼른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여행할 수 있길 바랍니다.^^
어느것하나 부족한것없이 너무나 즐거웠던 통영 여행길!!!
금방이라도 다시가고 싶은곳.....
아네스씨의 여행기로 그날의 즐거움을 다시 맛보고있습니다
좀 빠진듯하게 부족한 영상들을
지인씨 답게 멋지게 채워주셨군요
많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