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풀이가 필요하다고 요청하시는 질문이 뜸하던 차 서울대교구에서 열정적으로 특수사목을 하는 양씨 성을 가진 모 사제를 만났습니다. 이 열정적인 신부님이 시니어 신자 분들께 설문을 돌린 결과 온갖 다채로운 질문이 쏟아졌다고 하면서 손가락 빨고 있는 저를 불쌍히 여기사 살짝 맛보기 질문을 몇 개 던져주고 다뤄 보라고 하더군요.
그중 하나가 한국천주교회의 수호성인이 누구냐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언젠가 속풀이에도 쓴 기억이 나서, "아 그분들이야 성모님과 요셉 성인이지!" 하고 자신있게 말했죠. 그러나 아뿔싸! 그 정보에 업데이트가 필요했던 겁니다.
한때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교황 그레고리오 16세께서 1841년 8월 22일 본래 주보셨던 성 요셉과 아울러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조선교회 공동 주보로 정하셨다"고 확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배경에는 초창기의 조선교회는 북경교구에 딸려 있는 지역이었는지라 북경교구의 수호성인인 성 요셉을 수호성인으로 모셨습니다.
성모 마리아와 배필 성 요셉. (이미지 출처 = Pixabay) |
이후에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수호성인으로 요청하자 교황청에서는 공동으로 수호성인을 모시라고 가름해 줬던 겁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모두가 당연히 두 분을 수호성인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5년 한국교회는 "로마 미사 경본" 개편에 맞춰 요셉 성인께 "공동 수호자"란 호칭을 계속 붙일 수 있도록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로마의 경신성사성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전례위원회에 확인 요청을 해 본 결과 2015년 경신성사성은 미사경본에서 요셉에게 부여된 "공동수호자"란 명칭을 유지하지 않도록 권고했다고 합니다. 규정상 각 국가교회는 한 분의 수호성인만을 모시도록 되어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북경의 수호성인이신 성 요셉 성인의 과거 공식명칭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3월 19일)에서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라는 호칭을 빼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로 바꾸면서 성모 마리아만을 한국 교회의 수호성인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부부가 헤어지는 것같아 약간 서글픈 마음이 드는 사연이네요.
아무튼, 이 사연을 확인하느라 검색을 해 봤는데 가톨릭계 신문에서도 이런 변경 사실을 제대로 밝혀 주고 있지 않았습니다. 2015년 이후의 정보가 신속히 보완되기를 바랍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