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은 인체 내에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 운반, 항균작용, 영양분 운반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현재의 혈액공급체계는 헌혈에 의한 채혈에만 의존하고 있고, 채혈된 혈액을 분리, 검사, 진단, 보관하는 등의 과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한편, 국내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헌혈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응급상황에서의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에이즈나 간염과 같은 질병이 수혈을 통해 감염되는 등, 현재의 수혈방식이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혈액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혈액이 개발되면 현재 증가하고 있는 혈액의 부족현상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혈액은 인간의 적혈구를 대신하여 혈관을 통해 인체의 각 조직에 산소를 운반해 주는 용액이다. 재해나 사고와 같은 긴급한 상황 시, 언제 어디서나 혈액형에 관계없이 필요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고 병원균에 감염될 걱정도 없으며 길게는 수년간 저장할 수도 있다. 실제 헌혈된 피의 수명이 적혈구가 100일을 넘기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인공혈액은 경제성이 뛰어난 셈이다.
인공혈액에 대한 꿈은 1968년 혈액 속의 산소운반체인 헤모글로빈이 밝혀졌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연구는 수혈과정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직후인 1987년부터이다. 현재, 인공혈액 연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인공 적혈구, 혈액응고를 돕는 인공 혈소판, 감염을 막는 인공 면역체의 개발 등 3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중 인공 적혈구에 대한 연구가 가장 앞서있다. 인공혈액을 개발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바이오퓨어사, 노스피얼드 래보러토리스, 캐나다 헤모졸, 일본의 와세다대학 등이다. 현재 임상에 들어간 인공혈액 종류만도 10여가지가 넘을 정도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혈액은 크게 변형 헤모글로빈(Modified hemoglobin)과 퍼플루로 계열(Perfluorochemical)로구분된다. 변형 헤모글로빈은 헤모글로빈에 미세한 지질막을 씌우거나 화학물질이나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4~5개의 헤모글로빈을 하나로 묶어서 만든 종류이다. 퍼플루로 계열은 플루로탄소가 산소를 운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제 1세대의 인공혈액은 산소운반 기능이 전부이지만, 다음 세대의 인공혈액은 나노기술의 적용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며, 효과적인 산소공급기능과 함께, 혈액 응고인자와 면역 인자뿐 아니라 영양 대체까지도 가능한 전천후 혈액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연구진은 혈액형의 굴레를 벗어버린 범용적혈구(Universal Red Blood Cells)를 개발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혈액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ABO식 혈액형에는 A, B, AB, O형이 있으며, 각각의 혈액형은 혈구 세포의 표면에 다른 항원의 조합을 하고 있다. 항원은 면역계를 자극하여 그에 결합하는 항체가 생성되게 한다.한 사람이 자신의 혈액형과 일치하지 않는 혈액을 수혈받는다면, 그의 면역계가 수혈받은 혈액을 공격하여 적혈구를 파괴하고 신부전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연구팀이 발견한 효소는 다른 혈액형의 피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적혈구 표면의 탄수화물(Sugar)을 제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적혈구 표면에서 자신의 피인지 남의 피인지 식별하는 탄수화물을 제거함으로써 다른 혈액형의 피와 섞여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라는 세균이 생산하는 효소로 B형 피에서 B 항원을 제거해 O형을 만들고, ‘엘리자 베트킹기아 메닝고셉티쿰’에서 추출한 효소로 A형 혈액에서 A 항원을 제거해 O형으로 전환시킨다고 한다. 연구진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자임퀘스트(ZymeQuest)사의 연구진과 공동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다음 단계는 임상시험을 통하여 안전성과 효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쳐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전자판에 4월 1일자로 게재되었다.
앞으로 이 방법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돼 혈액관리 기관에서 이 같은 공정을 확립하면 ABO 혈액형 타입별 재고와 긴급 수혈 수요를 고려해 보다 유연한 혈액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혈액의 수혈에 따른 안전성과 효율성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되고 미국 식품 의약국(FDA)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외에도 A, B형 항원 외에 적혈구 표면에 존재하는 Rh, Lewis, Kell, Duffy, Kidd 등 수많은 항원에 대한 적합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첫댓글 의학사, 아니 인간사 획기적인 발명품이 되겠군요...앞으로의 세상은 백살이 넘어야 갠신히 노인축에 끼게 될 지도...참..대단한 인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