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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여성 할례 철폐의 날
국제개발협력단체인 한국희망재단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구촌 이웃들에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캠페인을 2021년 한 해 동안 진행합니다. -편집자
ⓒ한국희망재단
2월 6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성 할례 철폐의 날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해마다 아프리카, 중동 소녀 300만 명이 여성 할례(FGM, 여성 성기 절제술)의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여성할례는 여성이 스스로의 몸과 성에 대해 결정할 권리를 박탈하는 명백한 인권 침해입니다.
“8살 당시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국희망재단
"그 할머니(할례 시술자)가 제게 칼을 데었을 때, 저는 울고 불며 아프다 소리쳤고 저희 할머니는 그런 저를 달래 보려고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야’, ‘만약에 끝나고 나서도 아프면 할머니가 집에 들어가서 네가 좋아하는 맛있는 거 잔뜩 해 줄게’라고 할례가 끝날 때까지 저를 달랬습니다."
- 탄자니아 민얄라 마을, 한 할례 생존자 여성의 증언
보통 15살 이전에 겪는 할례는 여성에게 일생 동안 신체적 불편함과 통증을 남깁니다. 할례가 무엇이며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어른의 손에 붙들려 끌려갔던 소녀들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도 그 날을 잊지 못합니다.
여성 할례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을까
여성 할례는 공식 용어인 '여성 성기 절제술'(Female Genital Mutilation; FGM)을 통해 더욱 명확한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성욕을 통제할 목적으로 여성의 외부 생식기를 절단하거나 봉하는 등 훼손하는 일체 행위를 말합니다. 여성 할례는 전문적인 의료시설과 인력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시술은 대부분 마을 내 무자격 업자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기본적인 소독과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진행하여 극심한 통증은 물론 감염, 합병증이 흔하게 일어납니다. 심하면 죽음에까지 이릅니다.
아프리카의 국가별 여성 할례를 경험한 여성의 비율.(15-49살 설문조사, 2004-18) (이미지 출처 = WHO 학생매뉴얼, 디자인 = ㈜동방기획)
이런 끔찍한 일이 2021년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선뜻 믿기 힘듭니다. 일부 부족에서 이루어지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현재 전 세계 살아 있는 여성 중 ‘적어도’ 2억 명 이상이 여성 할례를 겪었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대륙 내 할례가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30개국의 조사 결과를 합친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민자 사회에서 할례가 이루어지는 국가들은 훨씬 많으며(주로 서유럽, 호주 및 북미), 민감한 주제인 만큼 설문에 사실과 다르게 응답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숫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명백한 폭력인 여성 할례, 멈추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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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분명히 인권 침해임을 명시하고, 아프리카 안에서만 26개국, 그리고 북미, 호주 및 서유럽 국가들에서 법적으로 금지하는 등 여성 할례 근절로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국가, 지역에서 할례는 반드시 소녀가 거쳐야 할 ‘성인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2021년에도 계속되는 여성 할례. 그 이유를 크게 2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여성을 통제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성차별 사회구조입니다. 여성 할례를 자행하는 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남성만이 성욕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여성의 성욕은 죄악시합니다. 이는 “여성이 성적 즐거움을 즐기지 못하도록 특정 부위를 절개하자”라는 단순하고 극단적인 결론으로 치닫게 됩니다. 할례는 여성을 자유로운 선택을 내리는 주체가 아닌 남성의 소유물로 여기는 시선으로 명백한 인권 침해입니다.
두 번째는 여성 할례가 사회화의 과정에서 꼭 따라야 할 관습/규칙으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할례를 받지 않은 여성은 종종 성인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고 공동체에서 배제되며 응징을 받기도 합니다. 때로는 여성의 가족조차 낙인과 폭행의 대상이 됩니다. 다음의 예에서 이를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의식(할례)을 치르는 데 드는 돈은 가정에서 지출하는 돈 중 가장 많은 돈에 속하지만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딸들의 혼삿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성기가 그대로이면 결혼을 할 수 없다. 음탕한 매춘부로 여겨져 누구도 아내로 맞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와리스 다리, "사막의 꽃" 중
할례 이후 여성이 겪는 일
ⓒ한국희망재단
할례를 당한 여성은 일생에 걸쳐 신체적,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시술 중 통증과 과다출혈로 종종 사망까지도 이릅니다. 시술 뒤에는 배변이 쉽지 않고, 산과적 누공 등 질병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매달 월경 시 통증과 피 고임에 시달립니다. 성병에 걸릴 확률, 출산 중 산모와 태아가 사망할 확률 또한 급격히 높아집니다. 정신적으로도 외상후 스트레스, 우울증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여성 할례는 자연스레 조혼과 학업 단절로 연결되어 소녀의 삶을 서서히 파괴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할례는 성인식의 개념을 가지고 있어 시술 이후 소녀는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소녀의 부모는 여아의 의지와 무관하게 오로지 가정의 경제적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매매혼을 진행합니다. 소 몇 마리와 맞바꿔 딸을, 보통은 중년 남성과 결혼을 하도록 만듭니다. 조혼은 다시 가사노동, 조기 출산으로 이어지며 소녀는 자연스레 학교를 그만두게 됩니다. 그 결과 지식과 기술이 미비하여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워지고 점차 남편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걸스업, 소녀들의 미래를 바꿀 당신의 선택
ⓒ한국희망재단
2월 6일, 일 년에 단 하루라도 여성 할례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소녀들을 기억해 주세요. 한국희망재단은 아프리카 여아들을 할례로부터 보호하고 교육지원으로 자립을 돕기 위해 '걸스업'(Girl Stands Up)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하시면 보건소 건립, 지역 내 인식개선 활동, 학교/여아 기숙사 건립, 직업교육을 지원하여 소녀들이 할례로부터 벗어나고 자립할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여아를 여성 할례의 피해는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엔 인구 기금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향후 10년간 여아 200만 명이 추가로 여성 할례를 당하게 될 것이라 추정합니다. 할례 근절을 위한 지역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 어려워지며, 소녀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할례의 위험에 더욱 많이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여아를 향한 폭력을 막고 자립을 지원하는 활동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소녀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해 주세요.
자료 출처
WHO(2020),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female-genital-mutilation
UNICEF(2020), https://data.unicef.org/topic/child-protection/female-genital-mutilation/
WHO 외(2008), “Eliminating female genital mutilation: an interagency statement”
UNFPA-UNICEF(2020), “COVID-19 disrupting SDG 5.3: Eliminating Female Genital Mutilation”
와리스 다리, "사막의 꽃"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최기식 신부)은 가난과 차별로 소외된 지구촌 이웃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국제협력단체입니다. 일시적, 응급 구호가 아닌 국가 마을공동체 개발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고, 현지 NGO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합니다. 현재 인도와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탄자니아 등 8개국에서 식수 개발, 빈곤 극복, 집짓기, 빈곤아동 교육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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