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건설기계지부 김낙욱 지부장과 레미콘총분회장 등 파업 지도부 4인이 20일 새벽 언양과 울산의 레미콘공장 사일로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건설노조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 파업 지도부가 레미콘 사일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울산건설기계지부 김낙욱 지부장과 레미콘총분회장을 포함한 파업 지도부 4인이 20일 새벽 4시 경, 대원그룹 계열사 대원레미콘 언양공장과 한라엔컴 울산공장(장생포) 등 2개 공장 시멘트 사일로에 올랐다.
이들은 사일로에 “우리도 사람이다, 장시간 노동 없애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장시간 노동근절을 위한 초과수당과 대기료 적용기준에 대한 상호협의 약속, 이 내용을 9월1일부터 적용하기 위한 노사노력에 대한 합의를 이들은 요구하고 있다. 농성자들은 “노사 간 합의를 이루지 않는 한 다시는 땅을 밟지 않겠다”고 밝혔다.
울산 레미콘 노동자들은 평균 나이 50대이며, 20~30년간 레미콘 운송을 해 왔다. 이들은 지난 4월 총파업을 시작해, 오늘(20일) 현재 파업투쟁 50일차를 맞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은 “50일이 아니라 500일이 돼도 다시는 노비처럼 살지 않겠다”는 각오로 투쟁을 잇고 있다.
레미콘 노동자들은 ‘조출’이라고 해서 새벽 아무 때나 선잠 떨치고 공장으로 간다. ‘야간’이라고 해서 졸린 눈 비벼가며 레미콘 운송을 한다. 레미콘 운송이 없을 경우 끝없는 ‘대기’다. 기다리다 물량이 없으면 끝이다. 기다림에 대한 대가는 없다. 한 탕, 두 탕 탕수에 따라 임금(임대료)을 지급받는 탕떼기 인생이기 때문이다.
새벽엔 잠도 좀 자고, 하루 밥 한 끼는 식구들과 먹고 싶었던 50대 레미콘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업을 결의한 뒤 완강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 일부 업체들은 울산건설기계지부와 저녁 5시 이후 레미콘 운송 시 1회전(왕복)당 5천원 추가수당과 대기료 1만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8월 31일까지 상호 협의해, 9월 1일 시행여부를 결정한다는 안을 도출했다.
울산건설기계지부는 울산 레미콘 사측이 이 안을 전면 수용하길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라레미콘, 쌍용레미콘 등 굴지의 대기업 레미콘 회사들은 초과수당, 대기료 적용을 거부했다.
대원그룹 계열사 대원레미콘 3사는 대화 자체를 거부하며 선별 복귀 주장만 앞세우고 있다. 최근 이 회사 소속 한 레미콘 노동자는 레미콘 사측의 협박에 외상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건설노조는 20일 성명을 발표해 대화를 거부한 채 시간 싸움만 하는 레미콘 사측을 강력히 규탄했다. 노조는 “우리는 레미콘 사측을 20~30년 겪으며 그들이 어떻게 이문을 남기고 노동자들을 착취해 왔는지, 노동자들을 어떻게 탄압해 왔는지 알고 있지만, 레미콘 사측은 노동자들이 어떤 분노와 신념으로 사일로에 올랐는지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레미콘 사측은 협박과 모욕, 압박으로 사일로 위 레미콘 노동자들이 스러질거라 생각하느냐”면서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버릴 수 있으나 앞에서 뒤에서 사면팔방에서 끊일 줄 모르는 불꽃은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으며 그것은 들불이고, 레미콘 회사가 아니라 그 누구도 이 들불을 끌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