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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 그 오른쪽은 달마봉, 왼쪽 상봉과 신선봉 정상은 안개에 가렸다. 오른쪽 멀리는 죽변산
조물주가 뜻을 두고 바위들을 쪼개어 天公有意劈層巖
우뚝이 현관 만들고 연무로 감싸구나 屹作玄關瑞霧緘
별천지를 천고토록 홀로 숨겨 놓더니 藏得別區千古獨
진면목을 한 산에 남김없이 모았구려 挹來眞面一山咸
설악산을 마주하니 옥 병풍 둘러싸고 平臨雪嶽屛圍玉
창해를 굽어보니 거울 펼쳐 놓았구나 俯瞰滄溟鏡發函
말 세우고 유람했던 곳을 뒤돌아보니 立馬回看探歷地
여기부터 선계와 막히니 어이 견디랴 可堪從此隔仙凡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유영봉 김건우 (공역) | 2014
―― 문곡 김수항(文谷 金壽恒, 1629∼1689, 조선 후기의 문신), 「돌아가는 길에 잠깐 문
암에서 쉬면서 여러 산봉우리들을 돌아보다(歸路少憇門巖 回望諸峯)」
▶ 산행일시 : 2017년 9월 16일(토), 흐림, 비
▶ 산행인원 : 21명(모닥불, 스틸영, 중산,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온내, 인치성, 수담, 사계,
상고대, 두루, 향상, 신가이버, 해마, 해피~, 오모육모, 마라톤, 불문, 승연,
메아리)
▶ 산행코스 : 진전사지→진전사, 임도, 송암산(△767.0m), 863.8m, 1,042.1m, △1,216.7
m, 화채봉(1,328.3m), 화채능선, 대청봉(△1,708.1m), 관모능선, 1,403.2m,
1,341.4m(┣자 능선 분기)에서 오른쪽 능선, ┫자 능선 분기점에서 왼쪽 능
선, 백암골→오색마을
▶ 산행거리 : GPS 도상 18.4km
▶ 산행시간 : 13시간 43분
▶ 교 통 편 : 45인승 대형버스 대절
1. 화채봉 정상에서, 맨 뒷줄 왼쪽부터 스틸영, 중산, 신가이버, 불문, 가운뎃줄 왼쪽부터 모
닥불, 한계령, 대간거사, 향상, 오모육모, 해마, 마라톤, 해피~, 사계, 상고대, 앞줄 왼쪽부터
온내, 수담, 인치성, 승연
2. 왼쪽 멀리는 양양과 동해
3. 코스모스, 오색마을에서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0 : 48 - 동서울터미널 출발
02 : 49 - 양양군 강현면 간곡리, 차내 계속 취침
04 : 00 - 진전사지, 산행시작
04 : 15 - 진전사(陳田寺)
04 : 45 - 임도 고갯마루, 첫 휴식
05 : 33 - 송암산(松岩山, △767.0m)
06 : 33 - 863.8m봉
07 : 10 - 1,042.1m봉, 아침식사
07 : 50 - △1,216.7m봉
08 : 50 - 화채봉(華彩峰, 1,328.3m)
09 : 34 - 안부
11 : 32 - 대청봉(大靑峰, △1,708.1m)
11 : 40 ~ 12 : 14 - 초소, 점심
13 : 12 - 관모능선 1,400m 고지, 휴식
13 : 58 - 1,403.2m봉
14 : 56 - 1,341.4m봉, ┣자 능선 분기, 오른쪽 능선으로 감
16 : 56 - 백암골
17 : 43 - 오색마을, 산행종료
18 : 12 ~ 20 : 35 - 양양(목욕), 속초 설악항(저녁)
22 : 42 - 동서울터미널, 해산
▶ 송암산(松岩山, △767.0m)
이만하면 황제산행이다. 산행인원 21명. 45인승 대형버스 대절하여 한 사람이 두 좌석을 차
지하여 의자 뒤로 한껏 젖히고 드러누워 간다. 너무 편하여 어떻게 해야 자세가 제대로 나올
까 이리저리 뒤척이다 도리어 잠이 잘 안 올 지경이다. 들머리인 진전사 근처 간곡리까지 논
스톱으로 미끄러지듯 스르르 달렸다. 꼭 2시간이 걸렸다.
황제산행인 이유를 미리 말하자면, 산행지 오가는 교통수단도 그러하지만 산행 중과 산행 후
에 먹거리가 푸짐하였다. 특히 해피~ 님이 준비해온 홍탁은 산중진미였다. 시가 100백만원
짜리 흑산도 홍어 12kg에 그에 걸맞은 덕산 명주인 탁주 14리터(7병)가 있으니 휴식시간마
다 입이 즐거웠다. 장장 14시간에 육박한 긴 산행 후에는 근처 양양으로 가서 냉온탕 들락날
락하는 목욕하고 속초 설악항에 들러 지난주에 딸을 여읜 수담 님의 계산으로 생선회로 회식
하였다.
진전사와 마을에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주차하여 계속 차내 취침한다. 동네 개들이 짖어
대고 혹시 송이 철이라 그곳 주민들의 예민해진 신경을 건들릴까 봐서다. 03시 30분 기상.
서둘러 산행 채비한다. 차문 열고 밖에 나오자 소슬한 밤공기에 졸음이 확 달아난다. 우러르
는 하늘에는 별들이 초롱초롱 빛난다. 서울 하늘에 별들이 보이지 않는 건 여기로 다 몰려와
서다.
버스로 진전사지 앞까지 이동한다. 더 들어갔다가는 이 큰 차를 돌릴 수 없을 것을 염려하여
널찍한 공터 나오자 멈추고 차에 내려 대로를 걷는다. 스무엿새 그믐달과 함께 간다. 나도향
이 보았던 바로 그 그믐달이다.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
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도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진전사(陳田寺). 우리나라 조계종 종찰이라고 한다. 신라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효시가 되
었던 가지산파의 초조(初祖)인 도의국사(道義國師, 생물연대 불상)가 창건한 사찰이라고 한
다. 도의국사는 784년(선덕왕 5)에 당나라로 가서 지장(地藏)의 선법(禪法)을 이어받고
821년(헌덕왕 13)에 귀국하여 설법하였다.
구산선문은 통일 신라 이후 불교가 크게 흥할 때, 승려들이 중국에서 달마의 선법을 받아 가
지고 와 그 문풍을 지켜 온 아홉 산문을 말하는 것으로 실상산문, 가지산문, 사굴산문, 동리
산문, 성주산문, 사자산문, 희양산문, 봉림산문, 수미산문이다. 도의국사는 ‘중국에 달마가 있
었다면 신라에는 도의’라 할 만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진전사 너른 절집 마당에 백구 두 마리가 우리의 기척을 알아채고 멀리서부터 열심히 짖어댄
다. 새벽 예불 염불소리로 여긴다. 진전사 지나고 임도가 이어진다. ‘국유 임산물 채취금지’라
는 플래카드가 공연히 잊고 있던 물욕을 동하게 만든다. 임도 오르막이 꽤 멀다. 빗물에 파여
임도는 너덜 길과 비슷하다. 땀난다. 산행 시작한 지 45분 걸려 임도 고갯마루에 오른다.
휴식하여 가쁜 숨 고르고 나서 왼쪽의 엷은 능선 잡아 소로인 산길을 간다. 산길은 왼쪽으로
산허리를 돌아가기에 송암산을 벗어나는 줄 알고 능선 마루금을 향하여 생사면을 치고 오른
다. 어쩌면 그 소로가 송암산을 오르는 길이다. 빽빽하게 우거진 잡목과 거친 씨름한다. 앞뒤
‘안전거리 유지’와 ‘머리 조심’ 하시라는 선창에 이은 복창이 잇따른다.
능선 마루금도 잡목 숲의 연속이다. 40분이 넘도록 오르막 잡목 숲을 뚫는다. 인치성 님은 현
명했다. 오늘은 긴바지를 입고 왔다. 팔도 긁히지 않도록 단속했다. 좁은 헬기장을 지나고 조
금 더 가서 송암산 정상이다. 산 같지도 않아 그냥 지나치려는데 대간거사 님이 삼각점이 있
는 송암산이라 하여 아차! 하고 뒤돌아 오른다. 해마 님을 동원하여 판독한 삼각점은
‘속초 306, 2005 복구’이다.
송암은 어디에 있는가? 송암산의 소나무는 주변에 밀생하였는데 바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
다. 송암산 정상 주변에 오르면 동쪽과 북쪽으로는 동해와 속초시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
과 북쪽으로는 화채봉과 화채능선, 대청봉, 관모봉 등이 펼쳐진다고 하는데 아마 예전의 일
인 듯하다. 지금은 키 큰 나무숲이 둘러 있어 아무 조망이 없다.
4. 9.17. 아침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본 해돋이, 왼쪽은 예봉산, 가운데는 율리고개
5. 9.18. 아침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본 여명
6. 울산바위
7. 멀리 가운데는 죽변산, 앞 왼쪽은 달마봉
8. 관모능선 1,403.2m봉
9. 왼쪽 멀리는 양양과 동해
10. 산구절초
11. 왼쪽은 마라톤 님, 오른쪽은 온내 님, 화채봉 가는 암릉에서
▶ 화채봉(華彩峰, 1,328.3m)
송암산을 지나고 길이 풀린다. 그러면 줄달음한다. 널찍한 초원이 나오고 휴식한다. 홍탁의
시간이다. 홍어무침이 냄새부터 향기롭다. 탁주 또한 입에 달아 착착 달라붙는다. ‘한 잔, 한
잔에 다시 또 한 잔(一杯一杯復一杯)’. 자작도 좋다. 당분간 숲속 길이 잘났으니 이 얼근한
술기운을 오래 즐긴다. 863.8m봉이 금방이다.
카메라 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등로 약간 벗어난 조망 트일 바위가 보여 다니러 간다. 일행
들은 나는 듯 가는데 나는 너덜 더듬고 잡목 헤쳐 되똑한 바위에 기어오른다. 울산바위, 달마
봉, 그 너머로 신선대, 멀리 죽변산이 보인다. 상봉과 신선봉 정상은 안개에 가렸다. 설악산
의 다른 뭇 봉우리들도 저럴 것 같아 불안하다.
혼자 가는 산행이다. 적막하다. 내 거친 숨과 심장 박동소리가 크게 들린다. 바위 슬랩이 잠
깐 나온다. 그 전에 가파른 오르막을 앞사람 발자국계단으로 오른다. 1,042.1m봉은 암봉이
다. 건너편 관모능선이 장장하다. 저기를 간다. 낭떠러지에 바짝 다가가 양양 쪽을 들여다본
다. 이른 아침이다. 햇살이 막 퍼지기 시작한다.
1,042.1m봉 약간 내린 넙데데한 초원에 일행들이 모여 있다. 휴식. 아침밥 먹는다. 밥은 뒷
전이고 우선 홍어회에 덤빈다. 언뜻 올려다본 △1,216.7m봉이 준봉이다. 이제 화채봉까지
줄곧 오르막이다. 안개 속에 든다. 갑자기 천지가 막막하다. △1,216.7m봉 삼각점 행방이 묘
연하다. 첫 봉우리는 길 따라 사면으로 비켜 왔다. 거기에 삼각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릿지성
바윗길이 나온다. 외길이다.
바위는 안개비에 젖어 미끄럽다. 트래버스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살금살금 긴다. 절벽 내릴
때는 배낭이 바위에 받쳐 앞으로 고꾸라질라 뒤로 돌아 엎드려 내린다. 화채봉 가는 길이 여
간 사납지 않다. 야트막한 안부께에서 왼쪽 사면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지만 단호히 거부하
고 직등한다. 잡목 숲속 암릉이다. 여기서는 잡목이 있어 안심한다.
한 피치 오르고 그나마 희미하던 인적이 끊긴다. 날카로운 암릉에 막혔다. 일부는 방금 전 오
를 때 본 길로 가겠다고 뒤돌고 일부는 그 길과 만나겠지 하고 왼쪽 사면을 직하한다. 일부는
다시 주변을 자세히 살펴 오른쪽 사면을 트래버스 하는 인적을 찾아낸다. 모두 불러 함께 간
다. 자욱한 안개가 돕는다. 깊은 낭떠러지를 가리기에 겁 없이 간다.
화채봉이 지도로는 가까워도 발로는 멀다. 수적일 게다. 왼쪽 너덜을 길게 내렸다가 게걸음
하고 잡목 숲속 너덜을 오른다. 역방향으로 누운 철쭉 숲을 뚫기란 아주 된 고역이다. 가까스
로 주릉에 이르고 비로소 길이 풀린다. 화채봉. 만천만지한 안개다. 내 그간 몇 번 화채봉을
올랐으나 조망이 훤히 트인 때가 있었던가 얼른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 중산 선배님이 여러 사람 잡는다. 선배님 앞에서는 섣불리 힘들다느니, 나이는 못 속이
겠다느니 하는 푸념이 가소롭고 헐떡이는 숨소리조차 조심스럽다. 대간거사 님은 중산 선배
님이 화채봉에서 탈출하시지나 않을까 하고 별도의 지도를 준비하였다. 중산 선배님 말씀,
대청봉까지 완만한 오르막이고, 관모능선 또한 내리막의 연속이지 않느냐며 그 지도를 거들
떠보지 않았다. 선배님은 산행 내내 지친 기색을 별로 보이지 않고 중위그룹을 유지했으니
항간의 노익장이 오히려 무색하다.
12. 모닥불 님, 대간거사 님은 ‘설악의 딸’라고 했다. 그답게 오늘 대삼관(송이, 표고버섯, 노
루궁뎅이 버섯)을 달성했다.
13. 금강초롱, 안개 낀 대청봉을 금강초롱이 길 밝혀 올랐다
14. 금강초롱
15. 투구꽃
16. 대청봉에서, 안개 속에 비바람이 몰아쳤다
17. 관모능선을 어렵게 잡아 내려온 1,400m 고지에서
18. 관모능선을 어렵게 잡아 내려온 1,400m 고지에서
19. 표고버섯
20. 노루궁뎅이버섯, 라면 끓이는 데 넣어서 먹어도 맛있다
▶ 대청봉(大靑峰, △1,708.1m), 관모능선 1,403.2m봉
안개가 국공도 가렸다. 화채봉 내린 안부에 국공이 지키고 있기 마련이라는데 오늘은 조용하
다. 길 좋다. 추워서라도 잰걸음 한다. 바닥 친 안부가 고도 1,160m를 넘는다. 안개비 모은
나뭇가지 건드려 소낙비로 맞곤 한다. 어둑하다. 줄 이은 금강초롱(Hanabusaya asiatica Na
kai)이 길 밝힌다. 오늘 산행이 황제산행인 또 하나의 이유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
하면 “화채봉 능선을 따라 대청봉으로 오르는 능선 상에서 흔히 자라고 있다”라고 한다.
금강초롱에 덧붙이자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로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기 때
문에 금강산에서 자라는 초롱꽃이라는 뜻에서 금강초롱이라고 하였다. 이 꽃의 학명을 보면
부끄럽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식물연구를 선점했던 일본의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
井猛之進)이 1911년 이 금강초롱꽃을 발견하고서는 자신을 적극 후원한 하나부사의 공을
기린다며 학명의 속명에 하나부사(Hanabusaya)를 붙이고 맨 뒤엔 자신의 이름 나카이(Nak
ai)를 썼다. 하나부사 요시모토(花房義質)는 경술국치와 명성황후 시해의 주역으로 일본의
초대 조선주재공사를 지냈다.
나무숲 위로 고개 드는 수가 많아지고 가파름이 마침내 수그러들고 철조망과 마주친다. 오른
쪽 가장자리 틈으로 잠입한다. 예전에 대청봉대피소가 있던 자리다.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주변은 녹화마대를 씌워 생태복원 중이다. 비바람이 몰아친다. 대청봉 정상까지 150m. 안개
속이라 막막하겠으나 들러주는 게 예의다. 정상 표지석 둘러싸고 기념사진 찍는다. 삼각점은
‘설악 11, 1987 재설’이다.
초소로 내려와 비바람 피하느라 초소 벽에 기대고 점심밥을 먹는다. 춥다. 손이 곱고 시리다.
젓가락질이 기예다. 식후 따뜻한 커피가 있어 달달 떠느라 잃었던 정신이 좀 든다.
관모능선 잡기가 어렵다. 도대체 안개가 자욱하여 목측할 수가 없거니와 잡목 숲속 십수 미
터 내외의 넙데데한 능선에서 마루금을 GPS나 종이지도로 가려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발
로 찾을 수밖에.
선두가 길을 뚫어도 얼마 가지 못하고 막히고 만다. 그 뒤를 따르던 사람이 새로이 길을 찾아
가고, 다시 막히고, 그 뒤를 따르던 사람이 새로이 길 찾기를 반복한다. 계주하는 산행이다.
선두는 비에 젖은 풀숲까지 털어야 하니 온몸이 흠뻑 젖는다. 1,400m 고지까지 0.8km를 내
려오는 데 1시간이 걸린다. 전에도 이랬던가? 잡목 숲속 고투는 계속된다.
1,403.2m봉 넘는 것이 예사가 아니다. 화채봉을 또 오르는가 착각할 만큼 거기와 판박이다.
오르지 못할 암벽 암릉과 맞닥뜨리고 오른쪽 사면을 길게 트래버스 한다. 너덜이 미끄럽다.
바위 모서리에 냅다 정강이를 쓸어대니 생눈물이 다 난다. 절름거리며 수직사면 기어올라 주
릉에 들고 어디쯤 왔나 지도 보니 겨우1,403.2m봉 앞이다.
한 걸음이 순탄하지 않다. 여기는 미역줄나무도 질기다. 막무가내로 미역줄나무 덩굴을 뚫으
려고 하다가는 도리어 묶이고 만다. 부디 성질 다독일 일이다. 1,403.2m봉 넘고도 길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른다. 이대로 관모산을 넘으려면 아마 밤을 도와
걸어야 할 것 같다. 지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백암골 하산으로 낙착한다.
관모산을 놓아주고 나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자 능선 분기봉인 1,341.4m봉에서 산뜻하
게 오른쪽으로 방향 튼다. 쭉쭉 내린다. ┫자 갈림길에서 주춤하다가 왼쪽 능선을 잡는다. 발
걸음이 여유로우니 고개 들어 노루궁뎅이 보고, 땅 굽어 표고를 본다. 수시로 출몰하는 암릉
은 길 따라 우회하여 넘는다. 하늘 가린 우람한 적송 숲을 지난다.
모닥불 님이 오지산행의 체면을 살린다. 송이 한 송이를 찾아낸다. 대간거사 님이 진작부터
‘설악의 딸’이라고 불렀다. 마땅하다. 모닥불 님은 지난주에도 무박으로 대청봉, 공룡능선을
올랐다. 이로써 오늘 유일하게 대삼관(송이, 표고, 노루궁뎅이)을 달성했다. 송이는 모두에
게 나누어 맛을 보게 하였다.
백암골. 수량이 적어도 암반 훑는 와폭소리는 요란하다. 백암폭포는 백암골 오른쪽 지계곡
400m 위쪽에 있다. 그 수량이 보잘 것 없어 폭포 또한 그러려니 구경하러 가기 그만둔다.
거기로 가는 길도 없다. 배낭 벗고 옥수 움켜쥐고 얼굴 씻는다. 그 서늘함에 누구라도 알탕은
엄두를 못 낸다. 백암골 계류 따라 내린다. 산행종점은 멀다. 우리 버스는 오색마을로 올 것.
거기까지 1.8km나 된다.
산자락 굽이굽이 돈다. 잔도 같은 아슬아슬한 비탈길을 지나기도 한다. 지계곡 나오면 산허
리를 돌아 넘는다. 임도가 나오고 ‘출입금지구역’ 안내판을 지난다. 오색마을 개 짖는 소리가
반갑다. 마을 울밑 봉선화는 초췌한데 동구 밖 길가의 코스모스는 한들거리며 가을을 맞이하
고 있다.
21. 노루궁뎅이버섯
22. 안개 속 길 없는 길
23. 백암골이 가까운 적송 숲, 왼쪽 아래 지나는 일행이 살짝 보인다
24. 백암골이 가까운 적송 숲
25. 백암골 소폭
26. 백암골 소폭
27. 코스모스, 오색마을에서
28. 코스모스, 오색마을에서
29. 코스모스, 오색마을에서
첫댓글 금강초롱 학명에 그런 뜻이 나까이는 제가 수목학 배운 이창복교수의 스승으로 알고 있습니다...또다시 같은 역사를 반복하면 안되겠죠~ㅠ 1216삼각점은 암릉전 넙데데한곳 우측에 있슴다...관모능선은 원래 지랄같지만, 그래도 길흔적은 있지요~ 차라리 관터골로 하산길을 잡으셨으면 좀 더 수월하게 하산 하셨을듯~
정작 관모봉은 기억이 없네요. 어쨌거나 이어 가야겠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