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보는 '먹방'과 음식 레시피 관련 유튜브 동영상 소개 내용입니다.
'감자고추장찌게, 맛있고 쉬워요' '남도 맛집 애호박찌게 먹방' '초간단 부대찌게 레시피'….
여기에서 '찌게'는 '찌개'의 잘못이라는 것, 금방 눈치를 챌 수 있었나요? 식당 차림표에서도 '찌게'로 잘못 적힌 사례가 많고,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단어입니다.
'찌개'는 '뚝배기나 냄비에 국물을 바특하게 잡아 고기, 채소, 두부 따위를 넣고 간장, 된장, 젓국 따위로 간을 하고 양념을 넣어 끓인 반찬'이지요. 한국인들은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생선찌개 등 여러 찌개를 즐겨 먹어요. 책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를 보면 '찌개'는 중세 국어 '디히'에 접사 '개'가 붙어서 나온 말이라고 해요. '디히개' '지이개' '지개' '찌개' 순으로 변한 말이죠. '찌게'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개'를 써야 할 자리에 '게'를 잘못 쓰는 '찌개'와는 반대로 '게'를 써야 하는데 '개'로 잘못 쓰는 단어도 있어요. '집게'를 '집개'라고 쓰는 경우죠. '집게'는 잘 알고 있듯이 '물건을 집는 데 쓰는, 끝이 두 가닥으로 갈라진 도구'를 뜻하는 명사예요. 그런데 '마개'(막는 것)나 '병따개'(병 따는 것)처럼 명사형 접미사 '~개'가 붙는 줄 알고 '집개'라고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집는 것'이니까 '집개'가 아닐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표준어는 '집게'죠. 이렇게 끝에 '게'가 붙어 이뤄진 말로 '집게' '족집게' '지게' 등이 있죠.
오는 9일은 제573돌 한글날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과 자랑스러운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며 더 예쁘고 바르게 사용하는 노력을 기울이길 바랍니다.
〈예시〉
―"난 국이든 찌개든 국물이 있어야지, 마른반찬만 가지고는 밥 못 먹어."
―할머니가 끓여주시는 구수한 순두부찌개가 최고다.
―친구들과 집게랑 커다란 자루를 들고 나가 운동장에 널린 쓰레기들을 치우는 봉사 활동을 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빨래집게로 꼭 집어야 빨래가 안 날아간다.
―선생님은 입술에 집게손가락을 세로로 대 보이며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하셨다.
< 조선일보(2019.10.02.) ‘예쁜 말 바른 말 〈108〉(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에서 옮겨 적음. (2019.10.06. 화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