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아보세」 노래가 처음 국민에게 소개되었을 때, 아버지는 그렇게 처량한 생각이 들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못살았으면 ‘잘살아보세’를 저렇게 외쳐야 하나 해서 드는 서글픔이셨겠죠. 그런데 근대화를 이룩하고 경제가 안정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노래가 기운차게 들리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그 고난을 이겨내며 전쟁의 폐허 위에서 오늘의 조국이 건설되었습니다···”
■전문■
1997년 12월 10일, 대선을 8일 앞두고 나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인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을 선택한 이유는 오랜 세월 청렴하고 능력 있는 리더로서 면모를 보여온 이후보와 함께 노력한다면 IMF의 고비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1996년 총선 직전, 자민련이 구미에 출마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해왔지만 나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굳이 정치에 뛰어들어야 할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흔들리는 나라 경제를 바라보며 느낀 위기감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심정이었다. 어떻게 이룬 나라인데 이렇게 무너지나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회창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다. 영동, 대구, 포항 등 쉴 새 없이 전국을 누비며 바쁘게 유세현장을 돌아다녔다.
오랫동안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생활했음에도 유세현장의 많은 분이 나를 기억하며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특히 대구 유세에 나섰을 때 시민들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늦은 저녁임에도 엄청난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물결을 이루었다. 시민들의 환대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들은 연신 ‘박근혜’를 외쳤다. 보자마자 껴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분들도 있었다. 바른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감이 절절히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다.
얼마 뒤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텔레비전 지원연설에서 나는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호소했다.
“「잘살아보세」 노래가 처음 국민에게 소개되었을 때, 아버지는 그렇게 처량한 생각이 들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못살았으면 ‘잘살아보세’를 저렇게 외쳐야 하나 해서 드는 서글픔이셨겠죠. 그런데 근대화를 이룩하고 경제가 안정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노래가 기운차게 들리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그 고난을 이겨내며 전쟁의 폐허 위에서 오늘의 조국이 건설되었습니다···”
다음 날 포항의 죽도시장으로 유세를 나갔다. 상인들이며 행인들까지 내 옷깃을 붙잡고 어제 그 연설 보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갑자기 시장 전체가 눈물바다로 변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취재진들도 당황해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점점 많아지는 인파와 여기저기서 눈물을 터뜨리는 사람들, 각 언론 매체의 취재 열기까지 더해져 시장 안은 감동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군중이 나를 에워쌌다.
“힘내세요!”
“나라 경제 좀 살려주세요.”
사람들의 외침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유세 마지막 날, 하남시에 도착하니 밤이 깊었는데도 수많은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분이 내게 악수를 청했고, 그 인파에 밀려 옷단추가 다 떨어져나갔다.
시간에 쫓기며 유세현장을 다니다 보니 위험한 순간을 겪기도 했다. 천안 유세현장으로 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우회전하는 순간 뒤에서 오던 차가 내가 탄 승용차 옆을 들이받은 것이다. 차 옆을 밀고 들어오던 차는 바로 내 옆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추었다. 내가 탄 차는 심하게 찌그러졌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구급차”를 외쳤고, 나에게 병원에 가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그냥 유세현장으로 갔다.
정치 입문을 선언한 지 8일 만에 나는 민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했다. 유세를 하다 보면 퍼스트레이디 시절 만난 적이 있다며 내 손을 잡고 반가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시절 만난 꽃다운 나이의 버스 안내양들, 순박한 웃음을 짓던 직업훈련원 학생들 앳되기만 했던 중·고등학생들이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 아빠가 되어 있었다. 나이에 어울리는 눈빛과 주름을 갖게 된 그들의 얼굴을 마주 대하며 나 또한 어릴 적 동무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고마웠다. 그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절대 허투루 정치를 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를 마음에 새겨 넣었다.
첫댓글 잘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
반대에도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실현을 통해 ~
막상 잘살게되니 어떻게 잘 살게 되었는지
기억조차 하지못하는 ㄱㄷㅈ 들은 오늘도
고마움은 커녕 개소리들을 짖어대고 있다
하늘님의 수고스러움에 감사드립니다.. ^♡^
부끄럽게도 저도 얼마전에
깨달았습니다. 각 자가 잘 나서인 줄
착각하고 있습니다.
반성 합니다.
그 때 저는 어려서 그런지 힘찬 노래라고
생각하고 따라부른 기억이납니다!!
모든것이 정상화되고 제2의 잘살아보세를
외쳐야 되겠지요
오늘도 귀한글에 감사합니다 🙏
박대통령님 다시
재도약하실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