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정들었던 자동차 소니를 약간 업그레이드하여 하이브리드 풀 옵션으로 바꿨다.
옛날 차와는 완전히 다르다.
차간 거리 조정, 핸드폰과 블루투스 연결, 가상현실 모니터, 핸드폰 자동제어, 스티어링 휠 히터, 차로 주행 등 기능을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얼마 전 94세 우리 어머니 치료 병원인 노원을지대병원에 약을 타러 갔다.
옛날 건물이라 주차장 내려가는 폭이 최근에 나온 차들 폭과 거의 같다.
조심조심하면서 지하 4층까지 내려가는데 수없이 왔던 곳인데도 차가 약간 넓어지니 어렵다.
겨우 자리를 찾아 주차를 했다.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서 약을 사서 지하 3층으로 올라가는 길로 진입하다 조수석 바퀴가 옆 턱에 부딪쳤다.
모니터에 바로 이상신호가 뜬다.
3층까지 올라오자 타이어에 바람이 완전히 빠졌다는 신호가 떴다.
내려서 보니 바퀴가 풀썩 내려앉았다.
당황스럽고 난감하기만 하다.
옆에 주차공간이 있어 주차를 하고 있는데 자동차 스피커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받아보니 상대방이 나에게 묻는다.
"바퀴가 터졌나요? 아니면 빵구가 났나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뭐야? 내가 타이어가 찢어진 것을 어떻게 알았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고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는지 묻자 자동차가 SOS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자동차가 스스로 고장 난 것을 알고 SOS로 전화를 했다고? 놀랍고 신기하다.
어쨌든 긴급출동이 지하 3층까지 와서 보더니 타이어 옆이 찢어져 빵구를 때울 수 없는 상태라 래커차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결국 30년 운전에 처음으로 래커차를 타보았다.
지난주 목요일 94세 우리 어머니 감기로 입원했던 남양주 한양병원에서 퇴원시키면서 레블라이저를 사기 위해 진접에 있는 의료기상사에 갔다.
매장 맞은편에 주차를 하고 어머니에게 잠깐 다녀 올테니 기다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시동을 끄고 매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몇 걸음을 옮기는 순간 자동차가 비상 경적을 울려대며 소리를 지른다.
깜짝 놀라 달려와 차 문을 여니 그제야 그친다.
핸드폰으로 차 안에서 사람의 동작이 감지되었다는 메시지가 왔다.
차 문이 잠긴 상태에서 사람의 동작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비상 경적을 울리도록 되어 있는가 보다.
이전에 어린이집 차 안에 아이를 방치했다가 사고가 났던 기사를 생각나게 한다.
전자강국 대한민국의 기술이 대단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다음날 라운딩이 있어 오동골프연습장에 갔다.
연습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전화라 받지 말까 하다 받아보니 역시 보이스피싱이다.
연습을 끝내고 운전해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내 전화 컬러링이 들린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underful World!!'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나는 푸른 나무와 붉은 장미를 보았습니다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당신과 나를 위해 피어난 것을 보았습니다.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고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했죠 I see skies of blue and clouds of white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았습니다. The bright blessed day, the dark sacred night 축복받은 찬란한 날과, 어둠이 밤을 축복합니다.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그리고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했죠 |
그런데 이상하다.
핸드폰과 자동차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 자동차 스피커로 들려야 하는데 핸드폰에서 들린다.
자동차 전화기를 눌러 받으려 해도 안된다.
핸드폰에 블루투스가 꺼졌나 하고 확인해도 연결되어 있다.
이것저것을 확인해 봐도 이상이 없다.
전화가 걸리는지 확인을 하려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자동차 스피커로 평소처럼 잘 걸린다.
자동차에 최근 걸려온 전화번호를 확인하니 모르는 전화번호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차가 똑똑해서 보이스피싱들이 위장 번호로 거는 전화는 연결을 안 시키는구나.
와~ 이런 기능까지?
그러는 중에 컬러링은 끝이 났다.
그리고 잠시 후 라디오에서 이런 멘트가 나왔다.
루이 암스트롱의 훳어 원더풀 원드였습니다!
CBS 최강희의 영화음악입니다!
CBS 라디오에서 내 핸드폰 컬러링 음악이 나왔는데 전화가 왔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에서 확인한 모르는 전화는 연습장에 있을 때 걸려왔던 번호였다.
혼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주변 사람들에게 차에 보이스피싱을 차단해 주는 기능이 있다고 말할 뻔했다.
이전 자동차 바퀴 터졌던 사건과 문이 잠긴 상태에서 안에 있는 사람을 감지하고 비상 경적을 울리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얘기했던 것처럼.
내가 만일 이런 얘기를 했다면 듣는 상대방은 '아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내가 직접 경험했다니까! 내가 직접 들었다고!' 하며 끝까지 우겼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종종 내가 본 것, 내가 들은 것, 내가 경험한 것은 진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어리석다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이번에 깨달았다.
내가 직접 본 것, 내가 직접 들은 것, 내가 직접 경험했던 것도 나의 착각일 수 있다는 것을.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이렇게 말한다.
"이전에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을 100%로 확신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구나 하고 다시 생각해!, 당신도 그래야 돼!"
첫댓글 사진 넘 아름답습니다. 잘 찍으십니다. 착각은 저도 늘 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