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일(수) 저녁 8시
'약탈자들' 4장을 읽고
해운대 센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센터장님도 너무 너무 힘들어 하신다. 계속해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듯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수업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전에 보였던 멤버 중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녀석들도 많다. 모른척 하고 물어보지만 그냥 집에 갔다, 무슨 일이 있다고만 대답한다. 더불어 녀석들의 글쓰기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조금씩 글을 쓰는 내용들이 나아지고 있는듯 했는데, 하루 아침에 다시 원상태가 되었다. 책을 읽고 요약하라고 했지만, 그냥 옛날처럼 필사 수준이고, 느낀 점이나 적용도 피상적일 뿐이다.
녀석들이 티를 내지 않는데, 내가 이 상황 속에서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잔소리로 들릴 것이 뻔하다. 그래서 그냥 모른척 하고 다시 글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 4장의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4장의 내용이 지금 센터와 아이들의 상황과 연결되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녀석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 같아서, 적용 부분에서 그들의 상황과 빗대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가난한 자들의 상황 속에서 법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 지금 녀석들의 삶이 그렇다.
오히려 법이 그들의 문제를 더욱 안 좋은 쪽으로 몰려가는듯 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4장의 내용을 나누다보니 이런 무거운 내용으로 녀석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센터가 없어지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왜 우리는 녀석들을 변화 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왜 녀석들은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왜 녀석들은 그 주변에서 맴돌며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일까? 다시 한번 깊은 무기력감이 찾아온다. 부모 또래의 어른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센터장님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녀석들의 아픔도 공감이 된다. 하지만 해결점이 없다.
솔직히 다음 주에 수업이 진행이 될지 아니 센터가 운영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화면 속에서 밝게 웃기만 하는 녀석들, 그러나 화면이 꺼진 다음에 녀석들의 얼굴은 어떨까? 다음 주에도 이 녀석들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일단 다음 주 수업은 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