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환이 손목시계를 쳐다봤다.
9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반쯤 남은 술잔을 움켜쥐고 지고환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염치한을 꼬나봤다.
“아휴! 씨팔.”
“또 왜?”
하라는 대로 고영애와의 첫 경험을 세세하게 이실직고했는데도 못마땅하게 구는 지고환을 마주 째려보며 염치한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지고환은 벨이 뒤틀려 애면한 술잔에 불만을 쏟았다.
“나는 뭐야? 아! 썅놈의 인간사!”
“야. 지부장! 니 인간사가 어때서 욕지껄이냐? 대기만성, 큰 야망을 가진 놈이.”
“이제부터 직책 삭제해라. 타임오버다.”
손목을 들여다 본 염치한이 빙그레 웃었다.
밤 9시17분.
지고환이 말을 이었다.
“야! 염치한! 너어? 야망이라 그랬냐? 씨팔! 난도질하고 야망하고 무슨 연관이냐?”
염치한이 버럭했다.
“난도질이라니? 내가 칼잡이가?”
“칼로만 난도질해? 처녀 해체한 놈은 처녀백정. 처녀백정이 휘두르는 건 빳다. 그러니까 빳다난타! 그게 난도질이지 뭐야? 안 그래?”
염치한이 어금니를 한번 깨물고 지긋하게 말했다.
“난도질이든 난타질이든. 하여튼 엄청났어.”
지고환이 탁자를 탁탁 치며 염치한을 쳐다봤다.
“아휴. 쒸풀. 머슴이 마님한테 먹힐 때처럼 말하네?”
“입은 까가지고. 하여튼 나 진짜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역사 이래, 눈 오는 날 그 짓하면서 동사한 기록 없다. 눈이 녹았으면 녹았지 얼어 죽긴 왜 얼어 죽어? 너? 보기보다 음흉한 놈이다. 친구끼리 탁 터놓지 못하면서 혈맹동업자라고 말할 수 있어?”
깊은 생각에 잠긴 염치한을 노려보며 지고환이 얼렀다.
“말하기 싫으면 관둬라. 나 갈란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려는 지고환에게 난감한 표정으로 염치한이 말했다.
“진짜야. 그때 진짜 나 당황했다.”
슬그머니 엉덩이를 제 자리에 내려놓으며 지고환은 염치한을 달랬다.
“그랬어? 여자가 노련하면 몰라도 어떤 놈이든 개통 때는 원래 당황한다. 둘 다 신빠이니까 그렇지.”
“그건 경험문제가 아니었어. 스타트가 좀 힘들긴 했지만 마무리가 안 되니까 큰일 났구나 싶었지. 병원에 실려 가는 장면이 확 떠오르는데 간이 쪼그라들어 콩알만 해지더라.”
느닷없는 염치한의 말에 지고환의 눈이 번득였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마무리가 안 되었다니? 영애씨가 처녀라면서 그렇게 밝혀? 햐!”
염치한은 그날 밤을 회상하듯 눈을 내려 감았다 뜬 후, 뜬금없이 말했다.
“앤딩순간! 사이즈에 문제가 발생한 줄 알았다.”
“뭐? 사이즈?”
지고환은 더 놀란 표정으로 염치한을 닦달했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영애씨 그렇게 커? 작아?”
“크고 작고가 문제 아니었다니까 그러네?”
지고환은 술 넘어가는 염치한의 목을 바라보며 침을 꼴까닥 삼켰다.
“그럼 도대체 뭐야? 아예 없디? 아니면 트랜섹얼성전환자이었구나? 아니면 게이?”
지고환은 염치한이 술을 삼키고 숨을 돌릴 때까지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다했다. 마치 잡범다루는 조사계 수사관 같이 염치한을 다그쳤다.
첫댓글 염치한과 지고환이 쌍벽을 이룬 우정
금이가지 안을까 생각해 봅니다.~ㅎㅎ
친구 사이에 쉽게 금가면 안되죠...ㅋ
술을 마시다 고영애 이야기로 타툴려고 하네요..
여자가 중간에 있으면 자고로 싸울만도 하겠지
술자리에서 못할 이야기가 있을까요?...ㅋ
친구끼리 의혹을 느끼게 하는 내용 충분 합니다.
ㅋㅋㅋㅋ
남자들의 심리라기보다 인간심리아닐까요?
지고환이 질투를 많이 하는 것 같슴니다.
저도 좋은 여자 하나 만나면 그만인 것을 ~ㅎㅎㅎ
그러게요...없는 놈이 더 실치잖아요?....ㅋ
잘 보았슴니다. 누구나 연애담을 이야기 할수있죠.
그런대지고환이 너무 흥분 하네요..
궁금하니까 그렇죠....지고환....ㅋㅋㅋ
지고환이 짓굿게 물어보네요~~ㅎㅎ
천일염 님은 궁금할 때 그냥 넘어가시나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