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amus의 '이방인'/ 맹난자

어찌 보면 나를 빼놓은 채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참여시키지도 않고 모든 게 진행되었다.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내 운명이 결정되는 식이었다.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이방인>의 한 부분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뫼르소가 우발적으로 총을 쏘아 사람을 죽이고 법정에서 냉혈한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살인의 동기는 햇빛 때문이었다고만 말한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펼쳐지던 운명, 무의미한 출근부의 날인, 따분한 일상.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왜?라는 질문이 솟아오르고 삶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던 어느 여름날 오후, 눈앞의 세상이 온통 백색으로 펼쳐지던 그때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뫼르소는 움직이지 않는 사내의 몸뚱이에 다시 네 번을 쏘았다. 아무런 까닭도 없이 네 발의 총성으로 불행의 문을 두드린 뫼르소.   왜 죽였냐는 질문에 단지 눈부신 '태양의 탓'이라니 말도 되지 않는 이 터무니 없는 이유에,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공감하였던가. 말로는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내면의 반사적 행위였으리라. 만약 그가 좀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변론해서 사람들의 동정을 샀다면 재판의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거짓으로 반성하지도 않았다. 사형을 앞두고 회개를 요구하며 찾아온 신부에게 "희망 따위는 필요 없다."며 그를 쫓아보낸다.   나에겐 심증과도 같았던 카뮈의 그 한마디,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창작을 택했다." 는 것이다. 그는 빈 집에 침입한 남자에게 치욕을 당하고 혼절한 어머니 곁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며 실존의 부조리를 배웠다고 했다. 뫼르소에 투사한 인물을 죽임으로써, 범죄적 정신에너지를 문학으로 승화시킨 건 아니었을까. 부조리한 한 전형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그의 강력한 방법, 여름 한마당이 되면 내 안의 어떤 카뮈가 불쑥 얼굴을 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