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LG야구가 달라졌다.
20일 해태와 잠실구장에서 처음 맞닥뜨린 LG는 1회에만 무려 11점을 쁩으며 일찍 승부를 갈랐다.
지난주 잠실 한화전에서 충격의 3연패를 당하며 지옥의 경부선 버스에 오르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마치 불독처럼 한 번 기회를 잡자 끝까지 물고늘어져 대량득점에 성공했다.
그 11점을 뽑은 과정속에는 달라진 이광은 감독의 역할이 두드러졌다.우선 타자교체 타이밍이 용감해졌다.
1회 1사 만루에서 대뜸 오른손 안상준을 빼고 양준혁을 투입한 것이 시작이었다.해태의 투수가 왼손 오철민에서 잠수함 유동훈으로 바뀌자 이 감독은 주저 없이 왼손으로 교체했다.
양준혁은 3루 병살타를 쳐서 기대를 날리는가 싶었으나 1루까지 뛰어간 뒤 어필했다.해태 포수의 타격방해를 주장했다.김상훈의 미트가 벗겨져 그라운드에 뒹굴고 있을 정도로 증거가 명백해 그 어필은 받아들여졌다.
게속된 만루에서 이번에는 오른손 지명타자 안재만을 대신해 왼손 서용빈을 내세웠다.이는 야구규칙을 완전히 꿰뚫고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결단이었다.지명타자는 반드시 한 타석을 소화해야 옳지만 선발투수가 교체된 뒤에는 언제라도 바꿀 수가 있었다.
해태 김성한 감독도 주심에게서 그 사실을 확인하고나서야 덕아웃으로 돌아갈 정도로 드문 경우였다.
결국 서용빈은 몸맞은 공으로 타점을 올렸고 이후 LG 타선은 5안타를 더몰아치며 기가 빠진 해태 마운드를 완전히 눕혀버렸다.모처럼 터진 LG타선의 불꽃같은 화력시범에 잠실구장을 찾은 LG팬들은 흥겨워했다.
김성근 2군감독을 1군의 수석코치로 모셔온 이후 LG는 많이 달라졌다.투수의 교체도 과감해졌고 타자를 쓰는 것도 지난주와는 전혀 달랐다.
현재 LG는 투수에 관한 모든 것은 김성근 수석코치에게 나머지 공격과 수비에 관한 것은 이광은 감독이 전담하는 분업체제라고 주장한다.
우리 프로야구 최초의 실험이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긍정적으로 보인다.이 감독의 타자교체 타이밍속에서 김성근 수석코치의 색깔이 묻어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것은 당사자들만 알 뿐. 하여튼 LG는 4연승을 달렸고 이제 프론트의 얼굴에는 혈색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