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 <들쥐>로 다시 화제가 된 작품이 있죠. 류준열·설경구 주연이라 드라마로 처음 접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원작은 2017년부터 다음(카카오)에서 3년간 연재된 루드비코 작가의 웹툰입니다.
설화 하나가 스릴러가 되기까지
'손톱 먹은 들쥐'라는 전래동화, 다들 어릴 때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깎아버린 손톱을 쥐가 주워 먹으면 그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다는, 지금 생각하면 꽤나 섬뜩한 이야기죠. 루드비코 작가는 이 오래된 설화를 그대로 현대로 옮겨와 '신원 도용 스릴러'로 재해석했습니다. 10년째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던 은둔형 인물이 어느 날 외출을 했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 자체보다 무서운 건 질문
사채를 떼먹고 도망 다니던 주인공은 서류상 존재를 지우다시피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지워진 존재' 자리를 누군가 정확히 치고 들어옵니다. 여기서부터 이 작품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시작되는데요. 저는 이 작품의 힘이 반전 그 자체보다, "내가 나라는 걸 남에게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봅니다. 신분증, 서류, 주변 사람들의 기억 – 우리가 '나'라고 믿는 근거들이 사실 얼마나 허술한 사회적 합의인지를 이 작품은 계속 되묻습니다.
작가의 장기, 반전
루드비코는 원래 반전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초반엔 관성적인 전개로 오해를 사다가 후반부에 뒤통수를 치는 패턴이 반복되는데, <들쥐>도 예외는 아닙니다. 누가 선인지 악인지 끝까지 판단을 유예시키면서 독자를 끌고 가는 방식이죠. 다만 저는 이 지점에서 살짝 아쉬움도 느낍니다. 반전을 위한 반전이 쌓이다 보니, 인물들의 동기가 반전에 끼워 맞춰지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허무한 결말, 그런데 그게 맞는 결말
원작 결말은 통쾌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형사도, 사채업자도 결국 목숨을 잃고, 씁쓸한 여운만 남기고 끝나죠. 권선징악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게 이 작품에 맞는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조차 불분명한 세계에서, 착한 사람이 이기고 나쁜 사람이 벌 받는 구도가 나온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겁니다. 설화의 권선징악 문법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결말, 그게 이 작품의 진짜 반전 아닐까요.
드라마로 다시 접하실 분들, 원작 결말이 궁금하시면 웹툰도 한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작성자 로더리고
첫댓글 오늘 정주행해야겠네요…
어릴떼부터 무섭게 들었었던 손톱얘기였군요..
좀 늘어지는 패턴이긴해도 웹툰도 드라마도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1화부터 정주행이긴 한데 연출이 좀 아쉽더라구요. 과거 웹툰원작을 처음 봤을 떄 소재나 스토리가 신선해서(너무 늘어지는 감이 많긴 했지만요) 기대했는데 연출이 뭔가 너무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