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전면허증을 받은 것은 1979년 12월이다. 그리고 곧바로 중고차 "포니"를 한 대 샀다.
처음 면허증을 받고나서는 딱지도 자주 끊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운전에 노하우가 생겨서인지 1년에 딱지 한 장도 안 끊고 지나가는 해가 많아졌고, 어쩌다가 속도위반이나 주차위반으로 딱지를 끊고나면 그것이 며칠을 두고 후회스럽고 딱지 끊은 돈이 아까워서 다시는 과속하지 않고 불법주차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곤 한다.
또 장거리 운전을 하고 난 날엔 반드시 그날 운행한 운전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어떤 지점에서는 잘못한 점이 있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을 한다. 또 力學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여 운전할 때 차체의 역학을 늘 계산하면서 운전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운전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운전을 잘한다는 말은 절대로 압밖에 내지 않았으며 “운전은 그저 조심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강조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2001년 1월 폭설이 많이 내린 날 사고를 내고 말았다.
볼일이 있어서 여주를 가는데 고속도로보다 국도가 더 안전하다는 판단으로 일행 두 분과 함께 서울에서 출발하여 양평을 거쳐 이천에 이르렀다. 날은 그리 춥지 않아서 내린 눈이 양지에는 녹고 응달에는 언 상태였으나 그런대로 갈만하다고 판단되니 자연 주의가 덜해졌다. 이천 앞에 이르렀을 때는 도로에 눈이 거의 없어서 모든 차량들이 정상속도를 내고 있었고 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양평에서 여주를 가다보면 이천에 자동차 전용도로가 한 구간 있다. 내가 이 지점에 이르렀을 때 앞에는 아카디아 승용차가 가고 있었는데 눈도 없는 도로에서 너무 천천히 간다고 생각되어 약속시간이 촉박하여 추월을 시도한 것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내 차는 카니발 파크다.
평평한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추월을 하는 것은 위반도 아니고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었는데 약간의 커브를 돌아섰을 때 갑자기 앞에 빙판이 나타난 것이다. 도로를 만들 때 산을 절개하여 그 산 그늘이 도로에 드리워져 도로가 결빙상태 그대로인 것을 나는 몰랐던 것이다.
근데 중요한 것은 이 때 속도를 줄였으면 별일 없었을 터인데도 오르막길이고 해서 그냥 속도를 유지(120km/h정도)하고 가는데 갑자기 왼쪽 뒷부분이 미끄러져 중앙분리대에 부딪치면서 핸들이 자동으로 우측으로 돌아가 우측 범퍼로 반대편 옹벽을 들이받고 차는 멈췄다. 찰라에 일어난 사고라 조작 같은 것은 해볼 시간이 없었다. 정말 瞬間이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사람은 머리로 앞유리를 받아 유리가 금이 가 있었지만 부상은 없었고, 뒤에 탄 사람은 안경테에 눈두덩을 찔려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운전을 한 나는 우측 옹벽을 받을 때 충격으로 핸들을 잡은 손등과 입술이 닿아서 입안에서 피가 약간 나고 있었다.
내려서 보니 차는 왼쪽 뒷바퀴와 조수석 앞바퀴가 각각 알미늄 휠이 깨지고 파스가 나 있었고 엔진이 멈춘 상태에서 부동액이 새고 있었는데 겉으로 봐선 별로 큰 파손은 아닌 것 같았다(후에 견적을 내보니 600만원이란 견적이 나왔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를 바라보니, 늘 청소를 철저히 하며 아끼고 아끼던 차가 상한 것도 아깝거니와 무엇보다 “나도 사고를 낼 수 있구나” “나도 사고에는 예외가 아니구나” “내가 사고를 내다니”하는 허망한 생각에 치를 떨면서도 크게 부상한 사람이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내가 사고를 내다니...” 하는 말을 수없이 뇌까렸지만 모두가 사후 약방문인 것을.
반성해 보면,
1. 자주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는 다른 차량 뒤에 안전거리를 두고 따라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2. 겨울철 초행길에는 야간운전을 안 하는 것이 좋고
3. 어디서나 과속은 금물이며
4. 안전띠를 꼭 매야 한다는 것이다. 일행 세 사람 모두 안전띠를 매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부상이나마 입었고, 만약 안전띠를 맸더라면 전혀 부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스포츠에서는 실수를 하여 지더라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만, 운전에서 한 번의 실수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큰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교통사고였다. 사고를 한 번도 내지 않은 사람은 사고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첫댓글 맞아요 준법운전이 최곱니다 한순간의 잘못 판단으로 평생을 후회하면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지요 .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수 있다는것을 깨우쳤으니 다행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