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로 몰린 사람이 찾는 곳은? ①
- 지난 3월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지하철 성추행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
지하철 성추행 입건 건수가 증가하면서 김씨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이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성범죄 전문 변호사’도 속속 늘고 있다. 형사 사건을 처리하는 법률사무소 중에서도 성범죄 변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인 및 법률사무소만 30여곳에 달한다. 로엘법률사무소 소속이자 대한변호사협회 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는 라은정(33) 변호사는 “성범죄 전문 혹은 성범죄 전문 변호사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지정되거나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용어가 생길 정도로 전문화된 영역으로 부각되는 건 사실”이라며 “일반적으로 성범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통한 강간 같은 중범죄라는 인식이 강한데 지금은 달라졌다. 지하철에서의 신체접촉, 지인 간 사소한 스킨십도 성범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누구나 성범죄 피해자나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서울 지하철역 성범죄 발생건수는 총 1110건. 2012년 848건, 2013년 1026건에 이어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경찰 통계에 따르면 지하철 추행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소는 전체 1110건 중 ‘전동차 안’이 51.8%(325건)로 1위를 차지했고, 유형별 통계에서는 신체적 접촉 추행이 전체 54%(491건)로 1위, 스마트폰 등을 사용한 도촬(盜撮)이 33%(234건)로 2위를 차지했다. 지하철 성추행이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시간대는 27.4%(172건)를 차지한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의 출근 시간대다. 도촬의 경우 사진 증거가 남아 범행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신체적 추행은 특별한 증거가 남지 않는다.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끼여 있는 출근 시간대 지하철 내에서는 의도치 않은 신체적 접촉이 빈번하다.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억울하게 몰리는 사례도 꽤 있다.
검사 출신에서 변호사로 변신, 성범죄 재판 변호를 맡아온 YK법률사무소의 유상배(38) 변호사는 성범죄 변호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성범죄는 집행유예, 벌금형 등 형사처벌이 확정되기만 해도 신상정보등록이 의무화됐다. 경우에 따라 주거지 인근에 성범죄 사실이 통보되는 신상고지명령까지 내려질 수 있다. 소위 ‘도촬’이나 찜질방, 지하철 등 공중밀집장소추행도 강간과 같은 성범죄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또 사회 분위기상 절도로 인한 100만원 벌금형보다 성범죄로 인한 100만원 벌금형이 더욱 악질로 받아들여진다. 피의자들로서는 성범죄 변호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성범죄 전담 법률사무소 JY의 이재용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성범죄자 집 앞에 말뚝까지 박는다는데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이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다”며 성범죄 전담 변호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2013년 6월 성폭력범죄 ‘친고죄’ 조항이 삭제됐다. 일단 고소를 당해 혐의 처분을 받으면 피해자와 합의를 해도 처벌을 피해 갈 수 없게 된 거다. 벌금이 5만원이라도 나오면 경찰에 신상정보등록을 한 후 매년 사진을 갱신하고 신체치수를 재야 한다. 무려 20년 동안 말이다. 성범죄 사건에 휘말려 신상공개고지 명령까지 받으면 사실상 사회생활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 성범죄 변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②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