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냐 돈이냐. 이승엽은 결국 꿈을 쫓아 갔다. 지난 9년간 한국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이승엽이 더 큰 무대를 향해 힘차게 첫 발을 내디뎠다. 한국프로야구 최고타자의 명성은 메이저리그의 벽에 부딪쳤다. LA 다저스, 시애틀과의 교섭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이승엽은 고심끝에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행을 결정했다. 지난 11일 일본 진출을 공식 선언한 이승엽은 16일 일본으로 건너가 2년간 총 6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삼성은 6년간 총 150억원을 제시하며 마지막까지 이승엽 잡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허사였다. 이승엽은 2년후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다짐하며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역사는 이승엽을 위해 39년을 기다렸다. 지난 10월 2일 대구구장. 2회말 관중들의 천둥같은 환호속에 이승엽은 첫 타석에 들어섰고, 대구구장은 팽팽한 긴장속에 빠져들었다. 볼카운트 1-1에서 롯데 선발투수 이정민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137km짜리 직구를 꽂았다. 이승엽의 방망이는 망설임없이 돌아갔고, 타구는 좌중간 펜스 너머로 날아갔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터진 56호 홈런. 지난 1964년 왕정치 현 일본 다이에감독이 세웠던 한시즌 아시아 홈런 기록은 이렇게 깨졌다. 대구구장에는 56발의 축포가 터졌고, 아시아 야구 역사는 다시 작성됐다.
현대 유니콘스가 V3를 달성했다. 현대는 SK와의 한국시리즈서 4승3패로 정상에 등극, 지난 2000년 우승 이후 3년만에 우승컵과 포옹했다. 98년과 2000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우승. 현대의 정상등극은 정몽헌 구단주의 갑작스런 타계 이후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이뤄낸 것이어서 더욱 뜻깊은 우승이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는 1차전과 4차전, 그리고 7차전 승리투수인 정민태.
SK는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예상치 못한 선전으로 프로야구판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시범경기서 1위에 올라 돌풍이 예고됐던 SK는 페넌트레이스서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서 2연승, 기아와의 플레이오프서 3연승을 기록하며 신흥 명문구단으로서 위상을 구축했다.
가히 '지각변동'이었다. 올 스토브리그를 강타한 FA (자유계약선수)연쇄이동은 내년 국내 프로야구 판도를 재편하기 충분한 폭발력을 지녔다.
원소속팀과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직후인 11월24일 터진 삼성 마해영의 기아 입단은 그 신호탄. 하루 뒤 나온 롯데의 발표는 더욱 메가톤급이었다. 롯데는 FA 정수근(오른쪽)과 이상목(왼쪽)을 동시 영입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팬이나 야구관계자들은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는 동안에도 전력보강에 인색해 비난받았던 롯데가 '대변신'을 선언한 순간이었다. 현대 박종호의 삼성행, 조규제의 기아행도 뉴스였다. 이적에 성공한 FA 선수들은 돈벼락까지 맞았다. 정수근은 역대최고인 40억6000만원을, 마해영은 28억원, 이상목은 22억원을 각각 챙겨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한국야구가 아시아 3류로 전락했다. 이승엽, 정민태가 포함된 드림팀Ⅵ는 지난 11월5~7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지역예선 겸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첫판 대만전에서 4대5, 충격의 연장 역전패를 당했다. 약체 중국을 6대1로 눌러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끝내 최종전서 '숙적' 일본에 0대2로 완패해 올림픽티켓 획득에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명장 현대 김재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드림팀Ⅵ는 최소 2위를 확보해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다는 작전이었지만, 그 첫판부터 계획이 어긋나고 말았다. 프로선수들에게 이렇다 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족한 준비기간과 부실한 상대 전력분석 등 악재가 겹쳐 한국야구의 자존심은 일거에 무너지고 말았다.
현대 정민태(33)가 지난 8월31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5대3승)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동안 5K 6안타 3실점을 기록, 승리투수가 됐다. 이로써 정민태는 선발 21연승을 거둬 미국과 일본프로야구를 통틀어 종전 선발 최다연승이던 20연승 기록(로저 클레멘스, 98-99년)을 1승 더 늘렸다.
정민태는 2000년 7월30일 두산전부터 7연승을 올린 후 2001년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활약하다 올시즌 현대로 복귀, 연승행진을 이어 대기록을 수립했다.
사령탑이 대폭 젊어졌다. 올해초 한화 유승안 감독(47)과 SK 조범현 감독(43)의 등장은 40대 돌풍의 신호탄이었다. 시즌중 롯데 백인천 감독이 경질되고 양상문 감독(42)이 지휘봉을 잡았다. LG는 이광환 감독이 2선으로 물러나고 역시 40대인 이순철 감독(42)을 맞이했다. 두산 역시 김인식 감독이 사퇴하고 김경문 감독(45)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제 프로야구서 40대 감독은 주도세력이다. 2004시즌엔 60대의 삼성 김응용 감독, 50대 초반의 현대 김재박 감독을 제외하면 전부 40대 감독이다.
상대를 자극하는 번트, 고의4구, 사구…. 결과는 패싸움이었다. 삼성과 LG 선수들이 지난 8월9일밤 달구벌에서 엉겨붙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두 팀은 다음날에도 싸움 직전까지 가는 신경전을 연출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싸움의 '주동자'가 이승엽이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끌었다. 평소 '모범청년'으로 이름난 이승엽은 이날따라 분을 삭이지 못해 LG 투수 서승화(왼쪽)와 주먹다짐을 벌였다. 결과는 2경기 출전정지에 벌금 300만원.
양팀간의 적대감정은 김응용감독과 이광환감독이 8월22일 잠실 경기에 앞서 만나 화해의 악수를 나누며 가까스로 해결했다.
지도자 입문을 기정사실화한 '국보투수'의 거취를 놓고 두산이냐, LG냐 말이 많았지만 선동열은 뜻밖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은 김인식감독이 용퇴까지 하며 자리를 비워줬고, LG는 '1년 코치후 감독'이라는 군침이 돌만한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선동열의 마음을 잡는데는 실패했다. 선동열은 10월11일 삼성 신필렬 사장과 만나 계약기간 2년에 연봉 1억2000만원의 조건에 삼성행을 전격 결정했다.
선코치는 "은사인 김응용감독 밑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달구벌행의 이유를 밝혔다.
삼성 임창용이 지난 5월 간통으로 피소돼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 11월 파경 소동으로 이미 사생활이 언론의 도마에 올랐던 그는 이혼소송중에 간통으로 피소됐다. 에이스의 스캔들로 삼성 구단은 난처해졌다. 구단 차원의 제재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응용 감독은 파문이 확산되는 와중에 임창용을 예정대로 등판시켜 여론의 빗발치는 화살을 맞기도 했다.
첫댓글 어째 이야기들이 돈성과 다 관련이 있내.....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