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대한 경계와 순수한 인맥의 소중함을 본인의 향기로운 일화를 통해 알려주신
haemosu/안윤성 님의 "오래전의 추억입니다"가 [ㅂㅁ보석글 02회]에 선정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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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일인데요.
당시에는 하야부사를 탈 때였고 (그전의 메뉴얼 탈 때도 종종 그랬습니다만) 대구에 살지만 서울을 툭하면 달려갈 정도로 장거리 여행을 좋아했습니다.
하야부사의 경우, 오버리터급이고 고가의 수입차량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중요한 부분은 전문샵에 맡긴다는 핑계였지만 사실, 장거리 여행을 좋아해서 노상 달려간 것이
더 정확한 이유일텐데요. (최소 한달에 한번 내지는 두번 정도에 기름값만 당시로 왕복 10만원 정도 들었죠.)
어느날인가.. 그때도, 매번 그렇듯이 솔로투어로 서울을 갔다올 때였습니다.
잘달리던 부사가 이화령터널 휴계소부터 슬슬 상태가 심각해졌는데, 딱히 세울 곳이 없어서 저속이라도 지속적으로 달리다가 적당
한 곳에서 세우려는 속셈으로 달리다 보니 어느순간부터 이놈의 바이크가 거의 뻗어버린 겁니다.
최대시속 20Km 미만으로 나오더군요.
자동차 공업소에서 공구를 빌려 탱크를 들어올리고 연료라인도 살펴보고 등등..
그러다가 간신히 균형만 잡은 상태로 거북이 레이싱처럼 기어 가다가다 어느순간 완전히 뻗어버린겁니다.
날은 어두워지고 외딴 시외곽 도로가에서 참 깝깝 하더군요.
시외곽 도로인지라 마을도 없고, 제대로 된 가게도 없고요.
어쩌다 보니, 도로가에 작은 카센터가 있더군요.
달리 방법이 없는지라 그곳에 끌고가서 좀 봐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사장님이 하는 말이 작은 국산 소배기량이라면 어떻든 손을
봐주겠지만 부사급 처럼 비싼 바이크는 잘못 손대면 난리나므로 봐줄 수 없다고요.
그리고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마을에 아는 오토바이 사장이 있으니 불러주겠다더군요.
그리고, 약 20분쯤 후에 1톤트럭을 끌고 온 오토바이 사장에게 협조를 얻어 제 부사를 실고 촌구석 어디로 어디로 달려가서 아뭏든,
마을에 있는 그 사장의 샵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샵은 외산바이크를 전문으로 손보는 샵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 곳이었고 나름 손봐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서인지 방법이 없더군요.
결국, 마지막 방법으로 늦은 시간이지만 화물차를 불러주겠다고요.
그 화물차에 실어 서울로 보내고, 전 그곳에서 바이크 슈트에, 부츠에, 헬멧까지.. 완전 무장한 상태 그대로 기차를 타고 대구로
내려오기로 했죠.
내일 출근 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사람의 인연이란게 참.. 희안하더군요.
한번도 직접 얼굴조차 본 적도 없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고, 인사를 한 적도 없는 동호회의 모 회원이 거기서 멀리 떨어
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고 그 샵 사장님과 알고 지내는 사이더군요.
샵 사장님이 문득, 말하길 혹시.. 누구 누구 아냐고요.
카페에서 닉네임은 종종 보았으니 알고 있노라 얘기를 했고 그러다 보니 연락이 닿아 1시간을 기다린 후 샵으로 달려 왔더군요.
그때가 처음 만난 것인데 얼마나 반갑던지.. ^^
대충 샵 문닫고, 사장님과 저, 그리고 그 회원과 함께 근처 식당에 가서 고기를 포함하여 늦은 저녁을 먹고요.
제 하야부사는 그 샵에 세워놓았다가 다음날 서울 샵에서 내려온 트럭으로 실어 올려보내고 전 저녁을 먹은 후 그 동호회 친구가
운전하는 승합차로 대구까지 내려왔습니다.
그 동호회가 전국 동호회인지라 서로 얼굴은 모르더라도 전국 여기저기 회원이 있어서 그런 기분좋은 헤프닝이 생긴 것이죠.
바이크를 좋아하고 타다보면 여기 저기 인맥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정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이렇게 우연찮게 도움을 받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죠.
만약, 그 동호회원과 그 샵 사장이 인맥이 없었다면?
혹은, 그 샵 사장이 돈만 밝히는 그런 사람이었다면?
혹은, 그 샵이 대형샵이고 철저하게 영업으로 이어지는 인맥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전 밤새도록 도로가에 서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합니다.
어떻든, 인맥이라는건 그렇게 알음 알음 이어지는 것 같고 그러한 것들이 서로를 즐겁게 하는게 아닐까 생각 되네요.
참고로, 전 그때 그샵 사장님께 드린돈이 1원 한푼도 없었습니다.
워낙 당황스러운 상황이었기에 정신이 없어서 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못했지만 받으려고도 안하더군요.
저녁 먹으러 갔을 때 미안한 마음에서 제가 지불하려 했지만 어느세인가, 샵 사장님이 계산 끝내버렸거든요.
오래전 미들급 혼다바이크를 탈 때, 전력계통에 문제가 있어서 대구에 살지만 전문딜러에 가보려는 마음으로 부산의 혼다
딜러에 수차례 간적이 있습니다.
혼다코리아의 공임은 여러가지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게 싸지않은 금액이라는건 아실테고요.
지속적으로 몇번을 계속 갔지만 증세는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 버리고, 차 상태는 안좋아지고.
그러던 차에, 부산에 살던 모 지인의 소개로 5평이 채 되지않는 작은 샵에 갔습니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10분만에 해결 되었고요.
너무 쉽게 해결하여 허탈할 정도였죠.
참고로, 제가 그곳에서 나중에 제 마눌에게 트로이 한대를 사줬습니다.
얼마 안타고 팔아버렸습니다만.. ( 여자의 변덕이란.. ㅡ.ㅡ)
추가로, 오래전 세컨 125cc 공냉식 스쿠터로 대구에서 서울에 여행 하던중, 경기도의 모 대형샵에 갔습니다.
장시간 주행을 했으므로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봐달라고요. (점검차)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알정도의 꽤 유명하고 큰 샵입니다.
사실.. 점검을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는, 대구에서 올라갈 시점부터 그 센터를 들려 구경해야지 라는 목적이 스케쥴에 포함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유명하고 큰 대형 센터는 입구에서 부터 귀차니즘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로 말하더군요.
오면서 이상 없었죠? 그럼, 점검 필요없어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구경도 못하고 거의 쫒겨나듯이 나와야 했습니다.
편도 350Km를 풀가속 80Km로 거의 쉬지않고 달렸으니 점검차 한번 봐달라고 말한 것 뿐인데.
꽤나 유명해서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그냥, 그런 핑계를 대고 간 것인데 말이죠.
결국, 그냥 그대로 서울에 진입하여 2박 3일간 놀다가 돌아올 때 대구에서 가보라고 말한 어느 도로가의 작은 샵에 들렸습니다.
매장은 3평도 안될 것 같은 작은 샵인데요.
하도 작고 간판도 작아 그냥 찾으려면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 샵이죠.
그리고, 사장님은 최대한 볼 수 있는 것은 다 봐주시더군요.
제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도 꼼꼼히 챙겨서 점검해주시고 타이어 공기압도 맞춰주시고요.
돈 한푼 안받으시면서 무사히 대구까지 잘 내려가라고 인사 해주시더군요.
정비료를 드리려고 하니, 들어간 교체품목이나 소비품목이 없으니 그냥 가라고 웃으시면서 등을 떠미시더군요.
두번다시 그 샵에 갈 일은 없었지만 참 감사했습니다.
대형 리터급과 오버리터급은 반갑게 맞이하고, 소배기량 125cc 공냉식 바이크는 그다지 바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조차
밀어내는 대형샵이라..
참 비교되지 않나요?
작은 샵과 큰샵의 차이는 매장의 크기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의외로 그 운영자의 마인드 차이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 됩니다.
첫댓글 인맥이란..참소중한것같습니다.좋은글잘봤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2.16 10:5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2.16 11:01
언제나 느끼는 거고 나이가 들면서 더 크게 다가오는 진리라면 진리라 할 수 있죠...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거 말이죠 ^^
마음 녹히고 갑니다 ^^
오토바이메이커 뿐 아니라 자동차 쪽 또한 그런 서비스면에서 실망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메이커에 대한 신뢰보다 서비스가 따라가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구요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아직 그런것들이 조금 부족한거 같습니다. 프로경기로 비유하면 선수층이 옅은 팀처럼요.. 말씀하신거와 같은 경우는 많이 공감이 되네요 ㅎ
신청 하시는분은 새해 선물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