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Secret Sunshine
처음 나는 이 말을 <은밀한 태양빛>으로 해석을 하고는 아마도 중년이후의 사람들이 누구나 한번쯤 꿈
꾸고 있을 일탈의 욕망을 다룬 영화려니 생각했었다.
그래서 60회 칸느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 작품이라는데 비중을 두기보다는
은근히 야릇한 나만의 쾌감같은 걸 즐기려고 이 영화를 보러 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내 해석이 잘못되어도 한참을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은밀한 태양빛> 보다는 <비밀의 햇볕>으로 해석해야 옳을것으로 판단되어졌다.
<은밀한>과 <비밀스런>이라는 뜻은 매우 비슷한것 같지만 그 어감에서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신애(전도연)에게 있어서의 밀양은 4가지의 비밀을 갖고있는 빛인것 같았다.
첫째가 슬픔과 귀환회로의 햇볕이다.
죽은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오는 그녀에게는 슬픔뿐이지만 귀환회로를 통하여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지는 햇볕이 숨어있었다.
둘째는 고통과 평화이다.
어린 자식이 유괴당해 죽게되자 극한고통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러나 그 고통끝에서 스스로 찾게된 평화
종교로의 귀의... 신으로부터의 평화를 얻게되는 햇볕이다.
다음으로 구원과 용서이다.
구원의 확신으로 자식을 죽인 살인자를 용서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신에 대한 반항과 저항 그리고 참된 구원이다.
그러나 살인자가 이미 회개를 통해 신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되고부터는 (자신이 용서할 근거가 없어짐을 알게 됨으로써) 신에 대한 반항과 철저한 저항으로 자신을 망가뜨리게 된다.
결국은 신을 대항한 자신의 힘이 .... 자신의 질긴 삶을 끊어지게 만듦으로서 마지막 항쟁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구원은 묵묵히 자신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림자처럼 지켜온 종찬(송강호)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전도연의 내면 연기가 햇살보다 더 빛났다.
죽은 자식때문에 가슴을 쥐어짜며 목놓아 우는 장면....... 신에 대한 분노의 표출..... 비틀거리는 걸음거리...
미친, 정신나간 여자의 연기가 살아있었다.
남편과 아이를 잃은 그리하여 가슴이 찢기는 여성 특유의 그 살을 에이는 감정연기는 아아....
특히 마지막 장면은 잊을수가 없다.
하얗게 질린 백짓장같은 얼굴표정으로 묵묵히 제 머리를 스스로 잘라내는 모습.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
그 위로 작은 햇볕이 그늘을 제치고 뻗는다.
.
이 영화를 보는데 불현듯 <Spitfire Grill> 이 떠올랐다.
스핏파이어 그릴은 1996년 미국영화로 선댄스영화제 최우수관객상을 수상했다.
오해, 화해를 통해 구원의 여정을 따라가는 여성영화이자 휴머니즘 영화이다.
영화의 포스터도 너무나도 비슷하다.
밀양은 신애가 어둠이 짙은 도로변에 무릎을 꿇고 극한 슬픔과 원한과 분노의 눈물을 쏟아내고 그 뒤에 종찬이 묵묵히
그림자처럼 서 있고는데 하늘로부터 한줄기 밝은 빛이 신애 주위를 환하게 비추인다.
스핏파이어 그릴은 주인공 퍼시가 기쁨과 확신에 찬 표정으로 두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고 있고 하늘로부터 한줄기 밝은 빛이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다.
내용 또한 비슷하다.
퍼시가 의붓아버지를 성폭행범으로 살해하고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낯선 길리아드라는 작은 마을로 들어서면서 시작되지만 밀양은 신애가 남편을 사고로 잃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와 살게 된다.
동네 사람들의 오해와 반목, 멸시를 겪은 후 이해와 사랑과 용서를 하게되고..
결국은 구원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이 주 줄거리이다.
10년전 <스핏파이어 그릴> 이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특별히 여성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대단한 발견이 아닐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영화를 못 만들까?
여태껏 걱정해 왔었는데 이번에 <밀양>을 보고나서 내 마음이 풀렸다.
10년만에 좋은 영화 하나 발견한 셈이다.
신애를 보면서 참 많이 울었다.
나도 자식 키우는 여자니까.... 나도 구원에 이르러본 사람이니까...
나도 한때 신을 향해 반항과 저항을 해본 사람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끝끝내 신이 베풀어준 진정한 사랑과 은혜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아아, 또 다시 밀양에 가고 싶다.
늘 자주 가는 곳이지만 또 다시 가고 싶다.
신애가 미친듯이 울면서 헤매이던 어둠속의 그 도로변하며, 슬픔과 아픔이 녹아난 그 작은 피아노학원하며 반목 후에 이해를 심어준 옷가게 주인집하며.... 도도하게 흐르는 밀양강하며... 밀양솔밭하며...
이번 주에는 꼭 한번 밀양을 다녀와야겠다.
-참 좋다.
-뭐가?
-햇볕말이야.
맨 처음 첫 장면에서 아들과 신애가 고장난 차를 두고 개울가 아래 나란히 앉아 서로 주고받는 대사이다.
햇볕좋은 밀양에 이번 주 꼭 한번 다녀와야겠다.
카페 게시글
다요 지대방
밀양...Secret Sunshine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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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18 10:4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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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화 한편을 본듯 하네요. 밀양영화를 보진않았지만 들판님의 영화 흡입력에 매력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미뤄왔었는데....덕분에 한결 깊게 영화 감상하겠습니다. 오늘은 밀양을 보러가야겠네요.
영화는 여기서 느끼고 영화관에서는 뭘느껴야 하나요 ^^ 감사해요 좋은느낌..